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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신앙의 해: 그리스도를 알고 사랑하고 삶으로 증거하는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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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8-17 ㅣ No.503

[신앙의 해 특집] 그리스도를 알고 사랑하고 삶으로 증거하는 신앙


신앙의 긴급한 위기

이제 신앙의 위기는 유럽과 북미주와 같은 서구문화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회 전반에 걸쳐 진행되고 있으며, 우리는 그리스도교 신앙과 사회와 문화 사이에 상당한 벽이 있음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가 신앙의 해를 특별히 지내고 있는 것은, 지금이야말로 만연된 신앙의 위기 앞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한 참으로 중요한 시기이며, 『믿음의 문』에 제시된 바와 같이 “온 교회가 특별한 성찰로 신앙을 다시 찾도록 이끄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신앙의 위기를 세 가지로 말하자면, 그리스도인이 신앙에 관하여 알고, 아는 바를 생활하고, 삶을 통하여 이를 증거하는 데 있어서의 위기라 할 수 있습니다. 과연 그리스도인들은 갈수록 신앙에 대하여 모르거나 관심이 없으며, 신앙과 일상생활 사이에서 커다란 괴리감을 느끼고 있고, 이는 당연히 증거와 선교의 부족으로 드러납니다.


이에 대한 대책

위기는 또한 기회이기 때문에 신앙의 해에 우리는 무엇보다 그리스도를 알고 사랑하고 전하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윤리적 선택이나 고결한 생각의 결과가 아니라, 삶에 새로운 시야와 결정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한 사건, 한 사람을 만나는 것”(베네딕토 교황 교서,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를 알고 만나기 위하여 성경과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그리고 특히 가톨릭 교회 교리서를 읽는 것이고, 이를 통하여 그리스도를 사랑하고 닮게 되어 영적 쇄신을 꾀하며, 결국에는 사람들에게 참된 삶의 샘을 전하면서 증거의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위에서 말한 한 사건, 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바로 우리의 신앙이자 기도라고 할 때, 신앙의 해가 제시하는 것과 기도 생활의 과정이 일치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순 우리말로 하자면 앎(알다) - 굄(사랑하다) - 삶(살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앎 - 그리스도교 가르침의 진가를 알다

신앙의 해에 우리는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교회 안에 이미 있는 가톨릭 신앙의 내용과 풍요로움을 재발견하도록 요청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고백하고, 경축하며, 실천하고, 기도하는 신앙의 내용을 재발견하고 신앙 행위를 성찰하는 것은 특히 이 신앙의 해에 모든 신자들이 짊어져야 할 책무”(『믿음의 문』 9항)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각성은 신앙의 위기에 대한 응답일 뿐 아니라 새로운 복음화의 바탕이자 중심입니다.

이를 위하여 교회는 특히 삼천년기의 교회에 성령의 두 가지 커다란 선물인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가톨릭 교회 교리서를 보다 깊게 이해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특히 바티칸 공의회의 위대한 결실들 가운데 하나이며 교의의 나열이 아니라 신앙에 대한 체계적이고 유기적인 소개입니다. 교리서 안에서 우리는 신학적인 이론만을 찾으려는 게 아니라 무엇보다 진리이신 예수 그리스도라는 분을 만나게 됩니다. 믿어야 할 내용을 단순히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마음이 은총으로 열려 깊이 있게 바라보고, 선포된 내용이 바로 하느님의 말씀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의 바탕은 당연히 성경입니다. 로마서의 말씀처럼 “믿음은 들음에서 오고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이루어지기”(로마 10,17) 때문입니다.

과거에 교육을 받아본 적도 없고 글을 읽을 줄도 몰랐으며 신앙의 혜택을 누리지도 못하던 신앙의 선조들은 “요리문답”에서 말하는 신앙의 요점들을 달달 외워서 누가 물어도 바로 답할 줄 알았고, 이러한 뿌듯한 확신이 있었기에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기꺼이 순교할 수 있었습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이 한 말은 이를 잘 드러냅니다. “여러분은 그 신앙을 받고 또 고백하였으니, 이제 여러분의 마음과 정신 안에 늘 간직하여야 합니다. 잠자리에서도 반복하고, 저잣거리에서도 떠올리며, 식사 때에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의 몸이 잠들었을 때에도 여러분의 마음은 늘 그것을 지키고 있어야 합니다”(『믿음의 문』 9항).


굄 - 일상 안에서 그리스도를 사랑하고 닮다

베네딕토 교황께서 두 번째로 제시하는 것은 바로 영적인 쇄신입니다. 즉 신앙의 내용을 재발견하는 것으로 족하지 않고, 하느님의 말씀 안에서 그리스도와의 만남이 우리를 그리스도 안에서 근본적으로 새로운 삶으로 이끌어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앙의 해 동안 교황은 교회가 죄와 어둠으로부터 나와 그리스도의 빛으로 들어가 진정으로 회개하도록 초대하고 있으며, 이를 위하여 교회 역사 안에서 신앙의 빛나는 귀감이었던 성인들의 삶을 재발견하라고 초대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사랑과 자비에 감탄하고 그분을 닮아가면서 우리는 시나브로 변화의 여정, 즉 회심의 여정을 거닐게 됩니다. 이러한 만남과 만남을 통한 변화의 중심에 바로 기도가 있습니다. 기도는 단순히 하느님과 하느님의 신비를 고찰하고 추리하는 데 있지 않고, 깨달은 바를 사랑하여 이에 동화되어가는 것을 지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신앙의 해에는 그리스도와의 인격적 만남이며 복음적인 삶을 가능케 해주는 기도 생활에 대한 점검이 요구됩니다. 참된 기도나 묵상은 단순히 그리스도의 신비를 알아듣는 데에서 멈추지 않고 이를 사랑하고 자신의 삶에 비추어 새로운 결심을 하도록 부추겨줍니다.


삶 - 삶 안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증거하기

신앙의 해의 세 번째 단계는 그 결실이라 할 수 있는 대화와 증거입니다.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영적으로 쇄신되어 참으로 회심할 때 우리는 동시에 진정하고 확신 있는 그리스도의 증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신앙의 재발견과 이를 증거하는 것은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가장 좋은 바탕이며 추진력입니다. 오늘날 세상이 특별히 필요로 하는 것 역시 주님의 말씀으로 빛을 받은 사람들의 믿을 만한 증거입니다.

우리가 꾸준하게 기도할 때에 우리는 날마다 그리스도의 사랑을 재발견하면서 시나브로 닮게 되어 결국에는 그 사랑을 이웃에게 전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새로운 복음화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신앙의 해는 우리의 시선을 “우리 믿음의 영도자이시며 완성자이신”(히브 12,2) 예수님께 고정시키면서 참된 신앙을 되찾아 세상 안에서 부활하신 주님의 믿을 만하고 기쁨 가득한 증인이 되어야 합니다.

이를 『믿음의 문』은 잘 표현해주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을 날마다 재발견하면서, 신자들의 선교 노력은 결코 퇴색되지 않는 힘과 열정을 얻습니다. 사랑 받은 경험으로 믿음을 실천하고 은총과 기쁨의 경험으로 믿음을 전할 때, 믿음이 자라납니다. 믿음은 우리를 풍성하게 해 줍니다. 우리 마음을 희망으로 채우고 우리가 생명을 주는 증언을 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믿음은 듣는 이의 마음과 정신을 열어 그들이 당신 말씀을 따르고 당신 제자가 되라는 주님의 초대에 응답하게 합니다”(『믿음의 문』 7항).

결국 신앙이란 주님과 더불어 살고자 그분과 함께하기를 원하고 선택하는 것이며, 한 마디로 인생을 거는 것입니다. 이제 100일 정도 남은 신앙의 해 기간이 우리 모두에게 쇄신의 계기가 되길 희구합니다.

[2013년 8월 18일 연중 제20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6-7면, 김성봉 프레드릭 신부(광주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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