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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론자료

2011-1231...송년...한해를 봉헌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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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gold] 쪽지 캡슐

2011-12-31 ㅣ No.1151


주제 : 한 해를 봉헌하면서......

성탄 팔일 축제 중 제 7 일째(1231) 민수기 6,22-27             갈라티아 4,4-7                루카 2,16-21

 

2011. 12. 31. (). 21. 등촌3. 송년미사.

 

오늘은 2011년의 마지막 날입니다. 집에는 올해의 달력대신, 내년의 달력이 펼쳐져있겠습니다만, 2011년의 마지막 시간, 그 끝을 통과하는 것도 이제 두어 시간 남았습니다. 그렇게 끝을 통과한 다음에는 곧 이어서 우리는 새로운 해, 2012년이 시작됐다고 말할 것입니다. 지금 시각, 종로에 있는 보신각 앞이나 전등이 화려한 곳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거나 모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렇게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이 시간, 우리는 무엇을 하는 사람들일까요? 지금은 2011년의 마지막 날이라고 말하고, 잠시 후부터는 2012년이라고 구별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무엇이 달라진다고 말하겠습니까? 또 무엇이 달라지기를 바라겠습니까?

 

어렸을 때, 새해는 눈을 뜨고 맞이하는 것이라고 하여, 아침에 일어나서 눈썹위의 하얀 밀가루를 보고 호들갑을 떨었던 일도 있습니다만, 사람은 똑같은 시간을 필요에 따라 이때와 저때로 구별합니다. 그러면서 마음자세도 달리 갖도록 권장합니다. 그럴 때 여러분은 무엇을 생각하시겠습니까? 마음자세에 따라서, 무엇이 달라진다고 생각하시겠습니까?

 

한 해를 돌아보고, 기쁜 것을 즐기고, 부족한 것을 반성하는 것은 사람만이 하는 아주 독특한 일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는 일이 다음 순간인 미래에 무슨 도움이 될까요? 부정적인 생각을 담아, 우리가 하는 일이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다만 내가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다른 사람과 시간을 다르게 보내는 입장에서 내가 하는 일의 의미는 무엇이겠느냐고 묻는 것입니다.

 

공자가 하급관리로 일하고 있던 자기 조카 공멸에게 질문을 하고 얻은 대답과, 자기 조카와 같은 벼슬을 하고 있던 제자 자천에게 한 질문과 응답이 있습니다. ‘네가 일하면서 얻은 것이 무엇이며 잃은 것이 무엇이냐?’는 것이 질문이었는데, 대답이 아주 비슷합니다. 조카 공멸은 얻은 것은 하나도 없고, 세 가지를 잃었다고 대답했고, 제자 자천은 잃은 것은 하나도 없고 세 가지를 얻었다고 대답했습니다. 조카 공멸은, ‘첫째는 일이 많아 공부를 하지 못했고, 둘째는 보수가 적어 친척 대접을 하지 못했으며, 셋째는 공무가 다급해서 친구 사이가 멀어졌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제자 자천은 첫째는 배운 것을 실행해보게 되어 배운 내용이 더욱 확실해졌고, 둘째는 보수를 아껴 친척을 접대하니 그들과 더욱 친숙해졌고, 셋째는 공무의 여가에 친구들과 교제하니 우정이 더욱 두터워졌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차동엽, 잊혀진 질문. 52>

 

같은 시간을 보내면서도 사람들마다 얻는다고 생각할 삶의 결실이나 그 모양은 다릅니다. 이렇게 말은 합니다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모양이 다른지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합니까?

 

한 해는 11일부터 1231일까지라고 정한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는 기준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해야 할 올바른 선택은 나와 다른 차이점을 보이는 사람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이냐 하는데 있습니다.

 

교회공동체의 전례의 하루시작은 앞선 날, 해가 진 다음부터 다음날 해가 질 때까지입니다. 구약성경 창세기 1장에 나오는 시간계산법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2011년의 마지막 날, 성당에 모여 올 한해와 연결돼 있는 내년을 준비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오늘 이 성당에 들어와 시간을 사용하는 분들이 보신각 앞에서 시간을 보내는 분들과는 다른 기쁨과 평안함을 갖고 집으로 향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풀어주시는 은총은 곱게 씹어야 그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입으로 음식을 집어넣는 사람이 한꺼번에 털어 넣으면 배탈 나기 십상이고, 거기서 영양분을 얻는 일도 쉽지 않게 됩니다. 복음에서 짤막한 표현으로 들었습니다만, 내 앞에 일어난 일들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기는 일은 필요합니다.

 

하느님의 뜻을 담아서 우리 공동체에 베풀어주시는 축복의 말씀도 잘 새길 수 있어야 합니다. 하느님을 찬미하고 찬양하는 특별한 자리에 함께 모인 사람들을 향하여 사제가 하는 축복의 기도는 하느님께서 들어주시고, 진짜로 우리에 복을 내려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역사와 내 기억의 저편으로 물러갈 2011, 우리가 어떻게 지냈는지 사람마다 다르겠습니다만, 함께 할 수 있다면, 잠시 후에 시작될 2012년 새로운 한 해에는 하느님 앞에 좀 더 떳떳하게 다가설 수 있는 자세로 살도록 다짐해야 하겠습니다. 새로운 해에 알맞은 마음을 허락해 주시도록 기도할 시간입니다.

 

하느님, 한 자리에 모인 저희들이 청합니다.

한 해를 보내며 당신께로부터 멀어졌던 잘못을 돌이켜보게 하시고,

새롭게 허락해주시는 내년 한 해 동안에는 당신 앞에 좀 더 가까이 나아갈 수 있는 은총을 허락하시어, 저희의 삶이 하느님, 당신께도 영광과 기쁨의 선물이 되게 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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