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2일 (토)
(녹) 연중 제11주간 토요일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강론자료

2012-0819...주일...우리 삶에 희망을 주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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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gold] 쪽지 캡슐

2012-08-19 ㅣ No.1291

연중 제 20 주일 (나해)

잠언 9,1-6         에페소서 5,15-20       요한 6,51-58

2012. 8. 19. 등촌3.

주제 : 우리 삶에 힘을 주는 지혜?--신앙!

사람이 저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렇게 질문하면, 머리 좋은 사람들은 그 질문의 방향이 세상의 것을 물어보는 것인지, 신앙에 관한 것을 물어보는지 빨리 구별하여, 질문하는 사람의 맘에 드는 대답을 하려고 할 것입니다. 건강이라고 할지, 신앙이라고 할지, 하느님에 대해서라고 해야 하는지, 가족이라고 대답해야하는지 순간적으로 판단할 것입니다.

 

세상에서는 그렇게 시의적절(時宜適切)하게 사는 사람을 가리켜, 현명하다고 얘기하고, 처세술이 뛰어나다고 말해줄 것입니다. 좋은 소리로 알아들을 수 있는 표현들입니다. 그렇게 칭찬이 될 법한 얘기를 듣기만 하고 살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사실은 그렇게 지혜를 발휘하는 일도 얼마나 오래 지속할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오늘은 연중20주일입니다. 이렇게 시간계산을 해나가는 일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오늘과 다음주일인 연중21주일까지, 우리는 지난 연중17주일에 들었던 생명의 빵에 관한 기적과 그에 대한 해석의 말씀을 복음으로 들었고, 한 번 더 듣습니다. 5번에 걸쳐서, 이렇게 강조하는 생명의 빵에 관한 내용은 성체에 대한 것입니다. 성체(聖體)가 얼마나 중요한 것이기에, 한 달이 넘도록 같은 말을 강조해서 하도록, 전례말씀을 배치하는 것일까요?

 

성체를 가리켜 예수님의 몸이라고 말하는 것은 우리가 수차례 들었으니까, 모를 내용이 없는 진리입니다. 하지만, 귀로 듣고 머리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나는 성체에 대해서 알아야 할 만큼 다 알았어!’ 라고 말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성체를 대하는 사람의 자세가 달라져야하는 일입니다. 그래야 올바로 알아들었다고 할 것이고, 제대로 아는 사람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지난주일, 이 시간에는 제주도 서귀포의 서쪽지역, 강정에서 8/8에 있었던 성체모독 사건에 관한 말씀을 드렸습니다. 전례에서 이 말을 듣기는 했어도 그 일에 관심 없는 분들이 더 많을 것이고, 이 귀중한 시간에 공사와 관련된 말을 너무 많이 했다고 말할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어째서 그것보다 더 중요한 얘기가 없느냐고 물으면서 말입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누군가에게는 각자의 입장에서 중요한 일입니다. 세상에 사는 사람들에게 똑같은 중요성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주일에 길게 말씀드렸던 군사기지 건설현장 정문에서 일어난 성체모독사건도, 군사기지를 완성하려는 입장에서 본다면, 천주교의 사제와 신자들이 그렇게 군사기지 공사현장의 정문 앞에서 움직이는 것이 싫다고 말할 것이고, 자연을 먼저 생각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라면, ‘구럼비 바위를 보존하면서 일할 방법은 없느냐고 물을 것이며, 신앙공동체의 입장에서라면, 반드시 힘을 비축하고 더 큰 힘을 준비함으로써 평화를 추구하는 방법이 옳은 자세냐고 물을 것입니다. 또 다른 자세이기는 하지만, 성당에서 이런 것처럼 세상정치에 개입하는 소리를 듣기 싫어해서, 앞으로는 성당에 나오지 않겠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하게 생각한다며, 세상살이에서 우리가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일이 힘들다고 해도 포기(抛棄)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어디에선가 본 글귀처럼, ‘포기라는 말은 이런 때 쓰는 것이 아니라, 가을에 김장하기 전, 묶어놓은 배추 단을 셀 때 쓰는 낱말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자신, 스스로를 가리켜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빵이라고 선언하셨지만, 어떤 사람이 그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였을까요? 말 그대로 진지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인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뜻이 있고 옳은 무엇인가가 있는 말씀이기에 200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는데도 교회공동체는 그 말씀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성체를 받아먹고 힘을 얻으며, 하느님의 뜻을 생각한다는 사람으로서 어떤 자세를 가져야 옳은 것이겠습니까?

 

그와 비슷하게 이 자리에서 지구온난화에 대한 걱정을 말해봐야 여러분이 제 말에서 무엇을 들으시겠습니까? 성당에서 쓰는 전기를 절약하는 문제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말고, 말 그대로 신앙에 관련된 이야기만 했으면 좋겠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제가 하는 소리를 듣고 우리가 에너지를 쓰는 자세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절약하는 모습을 보이시겠습니까? 그것도 아니면, ‘내 돈을 내 맘대로 쓰는 데 뭐가 문제야?’ 하는 사람은 없을까요? 우리가 어떤 말을 해도 자유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하는 말과 행동이 하느님의 뜻을 얼마나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이냐는 것입니다. 완벽한 기준을 세상 사람들 가운데 그 누가 알려주겠습니까?

 

세상 삶에 지혜는 필요합니다. 돈을 버는 지혜일 수도 있고, 내 명예를 드높이거나 나를 자랑하는 방법을 찾는 것을 지혜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모든 것은 내가 지금 갖고 있다고 하는 것을 얼마나 잘 쓰느냐는 것입니다. 그 안에는 에페소서간으로 들은 것처럼, 잘 써야 하는 일에는 시간도 포함되는 일입니다. 선하고 악한 때를 구별하여, 삶을 선하게 이끄시는 주님의 뜻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온대기후가 아니라, 아열대기후지역으로 바뀌어간다고 하고, 남극과 북극의 얼음도 녹아내리고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사람들이 쓰는 에너지소비 습관의 영향일 것입니다. 이런 세상에서, 우리 삶을 이끄는 신앙과 세상살이의 올바른 삶의 자세를 서로 융합시키는 일을 생각할 줄 알아야 합니다.

 

오늘 연중20주일, 우리가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올바른 자세는 어떤 것이겠는지 잠시 생각할 시간입니다.

 

하느님 저희에게 당신의 지혜를 주시어, 세상을 창조하시고 저희에게 맡기시어 다스리라 명령하신 일을 올바로 실천하게 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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