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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신앙의 해: 미사로 하나되는 신앙 (4) 마무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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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10-19 ㅣ No.524

[신앙의 해, 뿌리깊은 나무가 되어 - 서울대교구 사목국 · 평화신문 공동기획] 4. 미사로 하나되는 신앙 (4) 마무리글


미사 참례 통해 영적 힘 얻어 기쁜 신앙 생활 영위



천주교회의 가장 중요한 전례는 미사다. 성체성사는 우리 신앙의 요약이고 집약이다. 사진은 미사 중 거양성체(축성한 성체를 신자들이 경배하도록 높이 들어보이는 것) 장면. 평화신문 자료사진
 

한국천주교회의 현실

천주교회의 가장 중요한 전례는 미사다. 다른 여러 성사는 성찬례와 연결돼 있고, 성찬례를 지향하고 있다. 우리는 미사 안에서 그리스도를 통해 성부께 합당하고 장엄한 예배를 드린다. 한마디로 성체성사는 우리 신앙의 요약이고 집약이라 하겠다.

이토록 중요한 미사인데 최근 한국천주교회의 모습을 보면 불안한 마음이 든다. 미사 참례자가 조금씩 줄어들기 때문이다. 2012년 주교회의 통계를 보면, 한국천주교회 주일미사 참례자 비율은 22.7%다. 게다가 서울대교구 주일미사 참례자 비율은 이보다 낮은 21%다. 꾸준히 신자 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쉬는 신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고 또한 미사 참례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성실히 참례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라 하겠다.

 

미사에 참례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직장 업무, 여행, 가족 행사, 휴가, 지인의 결혼 및 돌잔치, 외국 친척 방문, 유학 중인 자녀 돌봄, 본당 공동체에 대한 실망감, 성직자 혹은 수도자에 대한 실망감 등 참으로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유혹이란 다양한 방식과 이유로 우리를 현혹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실 사목 현장에서 만난, 잠시 쉬었다 돌아온 신자들을 보면 처음에 쉴 것을 결단하고 그렇게 오랜 시간 주님을 멀리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번 주는 바쁘니까…'라고 자신을 합리화하면서 한 주를 빠지게 된 것이 '그 다음 주도 그리고 그 다음 주도'하면서 조금씩 멀어져갔다. 결국 한 번의 작은 유혹에 넘어감으로써 조금씩 주님에게서 멀어져 버린 것이다.

구약성경 집회서는 이렇게 작은 유혹에 대해 경고한다. "작은 것을 무시하는 자는 조금씩 망하리라"(집회 19,1). 우리 옛말에도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이 있듯이 한 번 작은 유혹에 넘어가면 두 번, 세 번 반복되고 결국 주님에게서 멀어져 버릴 뿐 아니라 큰죄를 짓게 될 상황으로 빠져버릴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미사에 자주 참례하는 것이다. 특별히 주일 미사 참례는 항상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 사실 우리가 잘 모르는 영성체의 효과들이 있다. 그 효과들을 얻지 못하게 될 때 다시 말해서 영성체를 하지 않을 때 우리가 얻지 못하는 효과들로 인해 더욱 주님과 멀어질 수 있다. 영성체의 효과에 대해 살펴보자.
 
성작과 성합에 모셔진 축성된 성혈과 성체.



영성체의 효과

1) 그리스도와의 일치 증진

영성체는 우리와 그리스도의 일치를 증진해준다. 실제로 주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요한 6,56). 물질적 양식이 육체에 효과를 가져오는 것처럼, 영성체는 놀라운 방식으로 우리의 영적 생명에 그 효과를 가져온다.

세례성사 때 받은 은총의 생명을 보존하고 성장시키며 새롭게 한다. 그리스도인은 죽는 그 순간까지 지상에서 나그네 생활을 하게 된다. 우리는 그 나그넷길의 양식인 성체로 양분을 받아야 하며, 우리가 죽을 때에는 이 양식을 노자성체를 통해 받게 됨으로써 주님 나라에 갈 힘을 얻게 된다.
 
2) 죄에서의 보호

영성체는 우리를 죄에서 떼어 놓는다. 영성체로 받아 모시는 그리스도의 몸은 우리를 위해 내어 주신 것이며, 우리가 마시는 피는 죄를 용서해 주시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신 것이다. 성체를 자주 모실수록 우리는 그리스도와의 우정이 깊어지게 되고 우정이 깊어지면 죽을 죄(대죄)를 피하게 된다. 따라서 영성체는 우리를 그리스도와 결합하는 동시에, 우리가 전에 지은 죄를 정화하고 앞으로 죄를 짓지 않도록 우리를 지켜준다.

3) 소죄의 정화

육체의 음식이 잃어버린 기력을 회복시키듯, 성체는 일상생활에서 약해져가는 사랑을 북돋아준다. 그리고 생기를 되찾은 사랑은 소죄를 없애준다.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자신을 내어 주시어 우리의 사랑을 되살아나게 하시고, 피조물에 대한 그릇된 애착을 끊고 당신 안에 뿌리내리게 하신다.
 
4) 신비체의 일치

교회 공동체를 신비체라고 부른다. 교회 공동체 한 사람 한 사람이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지체가 돼 머리이신 그리스도께서 명령하시는 뜻에 따라 생활하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신비체가 일치를 이루는 때가 바로 영성체다. 성체를 받아 모시는 사람들은 그리스도와 더욱 긴밀하게 결합한다. 이로써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신자를 결합시켜 하나의 몸, 곧 교회를 이루신다.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강조한다. "우리가 축복하는 그 축복의 잔은 그리스도의 피에 동참하는 것이 아닙니까? 우리가 떼는 빵은 그리스도의 몸에 동참하는 것이 아닙니까? 빵이 하나이므로 우리는 여럿일지라도 한 몸입니다. 우리 모두 한 빵을 함께 나누기 때문입니다"(1코린 10,16-17).

5) 가난한 이들을 위한 투신

성체성사는 가난한 이들을 위해 투신하게 한다. 우리를 위해 내어 주신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참되게 받기 위해서는 그분의 형제들인 가장 가난한 사람들 안에서 그리스도를 알아보아야 한다. 성체를 영함으로써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와 일치하여 그분의 손과 발이 되고 가장 아파하는 이들에게 다가갈 힘과 용기를 얻는다.
 

사효성과 인효성
 
성체만 모시면 미사의 모든 은총을 받을 수 있는 것일까? 아니다. 미사는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말씀 전례와 성찬 전례이다. 말씀 전례 역시 미사의 핵심이고 큰 은총을 우리에게 전해준다. 말씀 전례는 매미사 때마다 전례력에 따라 말씀이 바뀌게 된다. 따라서 더욱 풍성한 은총을 받기 위해서 우리의 준비가 필요하다.

성사의 효과에는 사효성(事效性)과 인효성(人效性)이 있다. 사효성이란 성사를 집전하는 사제와 성사에 참례하는 신자가 성사에 참례하는 것만으로 합당한 은총을 받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성사의 효과는 집전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의 의로움이 아닌 하느님의 능력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인효성이란 성사를 집전하는 사제와 성사에 참례하는 신자가 정성스럽게 준비한 만큼에 상응하는 은총을 받는다는 것이다.

교회는 성사가 사효적이라고 가르치지만 "성사가 맺는 결실은 그것을 받는 사람의 마음가짐에도 달려 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128항)고 함으로써 상호 보충적 의미를 전하고 있다. 따라서 미사에 참례할 때 급한 마음에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한 신자도 사효성으로 은총을 받겠지만, 더욱 정성스레 준비한 신자가 인효성으로 더 풍성한 은총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라 하겠다.

따라서 미사에 참례할 때 고해성사를 통해 자신의 얼룩진 영혼을 깨끗하게 씻어내고, 그날의 미사 지향을 알고, 독서와 복음을 충분히 읽고 묵상한 신자는 그렇지 못한 신자에 비해 더 풍성한 은총을 얻을 수 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 주시는 은총을 받을 그릇을 잘 준비했기 때문이다. 특히 독서와 복음은 전례력에 따라 변화하기에 꾸준히 읽고 묵상할 때 하느님 말씀의 은총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집전 사제의 강론을 통해 더욱 확실하게 말씀을 깨닫게 된다.

신앙의 해를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미사를 통해 더욱 하나 되고 하느님 말씀을 통해 그리스도를 닮아가며 성체를 자주 영함으로써 영적 힘을 얻어 신앙의 기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내가 기쁘게 신앙을 살아갈 때 나를 바라보는 이들도 기뻐할 것이고 함께 신명나는 신앙 공동체를 이루게 될 것이다. 그러한 공동체를 바라보시는 하느님께서는 또 얼마나 기뻐하시겠는가! 우리 신앙의 삶이 기쁨과 행복이 된다면 미사 시간은 의무감으로 참례하는 시간이 아닌 일주일 중에 가장 충만하고 행복한 시간이 될 것이다.
 
[평화신문, 2013년 10월 20일,
이정준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기획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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