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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신앙의 해 신앙의 재발견35: 신앙 따로 삶 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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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11-19 ㅣ No.531

[가톨릭신문-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공동기획 - 신앙의 해, 신앙의 재발견] (35) 신앙 따로 삶 따로


사랑 · 평화의 복음적 가치 따라 올바른 삶 선택해야



착한 사마리아인

그리스도인이 아닌 이들에게도 잘 알려진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가 그리스도인들에게 중요한 것은 강도를 만나 곤경에 처한 사람의 ‘이웃’으로 표현되는 참 그리스도인 상, 그리고 그러한 그리스도인들의 공동체인 교회가 걸어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유다인들에게 사마리아인은 마주치는 것조차 꺼리는 상종 못할 부류의 사람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수는 삶에서 실천과 괴리된 신앙이 참 신앙일 수 있는지 되묻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거룩한 직분의 사제나 성전에서 봉사하는 레위인으로 상징되는 고결한 ‘신앙’에서도 사랑의 ‘실천’이 빠지면 누구의 이웃도 되어주지 못한다는, 그래서 결국 하느님의 자녀가 될 수 없다는 그리스도교의 핵심 진리를 들려준다.

예수는 이 복음에서 어떠한 ‘신앙’을 지녔는지 알 수 없지만 사랑을 실천하는 사마리아인의 모습을 통해 주님이 주시는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는 하느님 자녀의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나아가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라는 말로 주님이 통치하시는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생명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있다.
 

2013년 한국교회

과거에는 생각도 못했던, 또는 정보의 불균형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다양한 사회현상과 이로 인해 파생되는 수많은 삶의 모습들이 폭발적으로 드러나면서 그리스도인들은 순간순간 ‘누가 우리의 이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고 있다. 특히나 신자유주의가 확산되는 것과 궤를 같이해 ‘신앙 따로 삶 따로’인 현실이 교회 안팎에서 신자들을 덮치면서 신앙의 위기를 확대재생산해내고 있다. 이로 인해 교회에서 멀어지거나 급기야 신앙을 포기하는 사태로까지 번진 지 오래다.

교회 안팎의 전문가들은 이러한 모습의 원인을 중산층 붕괴로 대변되는 객관적 현실의 변화와 이러한 현실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교회와 신자들의 태도 등에서 찾는데 대체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의정부교구 사목연구소장 맹제영 신부는 “중산층 붕괴와 맞물려 교회를 둘러싼 현실은 예전과는 다른 새로운 상황을 야기해 복음적 판단을 어렵게 하는 면이 적지 않다”면서 “우리 사회가 퍼뜨리고 있는 물질주의, 개인주의 등이 분명 악임에도 자본주의를 통해 신비화돼 하느님 성전의 중앙까지 차지하는 모습이 일반화되면서 잘못된 신앙관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리스도인들이 교회 안팎에서 복음적 힘을 발휘할 수 있게 한 주요 동력이자 인프라 역할을 해온 중산층의 붕괴는 사목 일선에서 교무금을 비롯한 각종 헌금 및 후원금의 가파른 감소 추세에서 확인되고 있다. 중산층 붕괴와 더불어 봉사를 비롯한 각종 나눔 등으로 드러나는 사랑의 실천 또한 급속히 퇴조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신대 강인철(세례자 요한·종교문화학과) 교수는 “교회마저 ‘신자유주의 덫’에 빠져들면서 모든 문제를 개인화시키는 흐름들이 확산돼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바라보는 시야를 축소시킴으로써 결국 삶의 현장에서 복음 정신을 약화시켜 신앙과 삶이 괴리되는 상황을 초래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강 교수는 또 “교회 안에서의 신앙과 사회 속에서의 삶의 괴리가 커지는 현실을 극복해내지 못한다면 교회가 교회답지 않고 신자가 신자답지 않게 돼 복음적 교회의 모습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신앙과 삶을 분리시키는 잘못된 신앙관은, 왜곡되고 오도된 개인적 신념이 하느님에 대한 믿음인 양 신앙의 자리를 차지하게 하는 등 적잖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박문수(프란치스코) 부원장은 “신앙은 하느님의 계시에 대한 인간의 응답, 내지는 하느님 섭리에 대한 믿음이라는 인격적 관계를 의미하는데, 왜곡된 개인의 신념이나 생각이 신앙인 양 받아들여지면서 오히려 교회의 가르침을 왜곡하고 주님의 뜻에 반하는 행동마저 서슴지 않게 만드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이나 밀양 고압송전탑 건설 문제 등을 둘러싸고 교도권의 판단을 직접적으로 비판하거나 왜곡된 정보를 퍼뜨리는 일부 신자들의 그릇된 모습들이 이러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착한 사마리아인과 사회교리

교회가 세상 속에서 맞닥뜨리고 있는 새로운 현상들은 결국 시대의 징표에 따라 우리 시대의 이웃을 찾아 그들과 새로운 관계를 설정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교회 안에서조차 ‘이웃’에 대한 개념이 불투명해지고 있을 뿐 아니라 의식적으로 가난한 이웃들에게서 눈길을 거두는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경향이 확산되면서 복음의 영향력은 갈수록 잦아들고 있다.

더구나 국가, 정부, 사회라는 큰 범주의 이익이 개인과 소공동체 등 작은 단위의 권리나 이익과 대립하는 현상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어 모든 이의 이웃인 교회가 그들과 어떠한 관계를 맺어나가야 하는지 식별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 시대의 징표는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경제적, 물질적 논리에 묻혀 그리스도를 향한 신앙에서 발아된 이웃에 대한 사랑을 잊고 지내거나 유보하고 있지 않는지 끊임없이 돌아보길 요청하고 있다. 나아가 우리로 하여금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착한 사마리아인이 되어주라는 주님의 준엄한 명령에 고개를 돌리고 있지 않은지 성찰을 촉구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박동호 신부는 “교회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섬김을 받으러 오신 것이 아니라 섬기러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교회가 인간 구원을 위해 인간 공동체에 봉사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고 가르친다”면서 “2000년 전 이 땅에 오신 예수님께서 강조하셨던 모든 이들의 하나됨을 위해서는 자본의 논리에 매몰돼 분열과 배제의 거짓 목소리를 복음인 양 퍼뜨리는 현상에 대한 식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신부는 또 “사회교리는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세상 안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침”이라며 “교회의 공식적인 가르침을 따르는 대신 개인적인 소신이나 계급적 이익에 따라 판단하고 수용하는 경향을 보이는 이들이 진리와 사랑, 정의와 평화라는 복음적 가치를 기준으로 올바른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가톨릭신문, 2013년 11월 17일, 서상덕 기자]

 

 

[인터뷰] 사회교리 실천 앞장서는 김성환 서울 노원구청장


“‘보다 나은 세상’ 사회교리에 ‘길’ 있지요”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에서 아파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전하는 길을 찾고 있다는 김성환 구청장은 “교회의 가르침에 깨어있다면 가난한 이들의 아픔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을 것”이라며 사회교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영성체 후 묵상할 때가 제 삶에서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입니다. 성체를 영할 때마다 이기심과 탐욕을 극복해 주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세상을 가꿔나가는 일에 제대로 쓰일 수 있길 기도드립니다.”

미사를 마치고 환한 미소를 띠며 성당을 나서는 김성환(대건 안드레아·49·서울대교구 노원본당) 서울 노원구청장을 만나기는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에게 미사는 바쁜 구정활동 가운데서도 한 주를 살아가는 힘과 신선한 아이디어를 충전할 수 있는 저수지에 다름 아니다.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아파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전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제게는 소중하고 감사한 일입니다.”

본당뿐 아니라 노원지구에서 김 구청장은 사회교리 실천의 선구자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2010년 구청장으로 취임한 그가 가장 먼저 나선 일이 구청 내에 생명존중팀을 만들어 생명지킴이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취임할 당시만 해도 이틀에 1명꼴로 자살자가 발생해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몇 손가락에 꼽히던 자살률을 21위까지 낮추는 성과를 거둬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도록 하는 모범사례를 만들기도 했다. 생명을 지키기 위한 그의 노력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나라 사망 순위 3위가 ‘심정지’ 사망사고라는 점을 고려해 전국 최초로 구청에 ‘심폐소생술 전용교육장’을 마련해 하루 3번 1일 평균 100명씩 심폐소생술 교육을 한 후 생존율을 2배 가까이 올리기도 했다.

본당에서 오랫동안 청소년분과장, 기획분과장 등으로 활동하며 쌓은 사회교리에 대한 이해는 구정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마을 주민 모두가 선생님으로 나서는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인 ‘마을이 학교다’ 사업을 펼쳐 국가적인 사업으로 확산되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모든 이들이 주님이 주신 탈렌트를 맘껏 발휘하도록 길을 마련하고 문을 여는 일이 제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에서 그 길을 찾고 있습니다.”

김 구청장은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교육장인 에코센터를 건립해 환경 체험교육을 진행하기도 하고, 지역난방 요금체계를 개편하는 등 녹색도시 조성 사업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가난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 지역 내 저소득 학생들을 챙기는 일에도 적잖은 힘을 기울이고 있다. 지역 내 학원연합회와 손잡고 저소득 학생 ‘무료 학원 수강 협약’을 맺어 취약계층 학생들이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이다.

“교회의 가르침에 깨어있다면 가난한 이들의 아픔을 보고 가만히 있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한 일에 교회가 앞장서는 모습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가톨릭신문, 2013년 11월 17일, 서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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