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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신앙의 해 폐막 - 남긴 것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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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11-23 ㅣ No.534

‘신앙의 해’ 폐막 - 남긴 것 무엇인가?


참 신앙 찾기 위해 ‘분주’했지만 성적은 ‘부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발표한 자의교서 「믿음의 문」(Porta Fidei)에 따라 지난해 10월 11일 전 세계 가톨릭교회에서 일제히 막이 올랐던 ‘신앙의 해’가 1년여의 여정을 거쳐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됐다.

2000년 교회 역사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개막 50주년을 맞아 공의회 정신을 돌아보고 새롭게 계승해나가기 위해 선포된‘신앙의 해’는 세속주의, 상대주의, 물질만능주의, 개인주의 등으로 대변되는 ‘신앙의 위기’ 상황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시기로 의미를 지니는 것이었다.

보편교회의 일원으로서 시대가 던져주는 도전을 마주하고 있던 한국교회도 ‘신앙의 해’를 맞아 신앙을 가다듬고 응전에 나섰다. 이미 오래 전부터 성사생활 참여 감소, 교회 고령화, 신앙 전수의 지표라 할 수 있는 유아세례·첫영성체·주일학교 참여 감소 등으로 신앙의 활력이 지속적인 하향곡선을 그려오던 한국교회는 ‘신앙의 해’를 새로운 도약의 디딤돌로 삼고자 했다.

「믿음의 문」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신앙의 해’는 현대사회에서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복음화의 여정을 걸어가야 하는 교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줄 밑거름을 마련하는 일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교황은 이를 위해 교회가 먼저 새로운 활력으로 충만해야 한다는 판단을 바탕으로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 실천과 교리교육 강화를 오늘날 교회가 지고가야 할 십자가로 제시했다. 「믿음의 문」에서 밝힌 “제2차 바티칸공의회 교부들이 남긴 문헌들은 그 가치나 광채가 전혀 퇴색되지 않았다. 이제 막 시작된 이 세기에 우리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나침반을 공의회에서 발견한다. 공의회는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교회 쇄신에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이러한 지향을 확인시켜준다.

교황청 신앙교리성도 ‘신앙의 해 사목권고’에서 신앙의 해가 ‘가톨릭교회 교리서’와 함께 공의회 문헌들을 깊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기간이 되길 요청하고 이들 문헌들의 번역과 해설, 저렴한 보급판 출판, 전자 매체와 첨단 기술을 이용한 배포 등을 통해 모든 신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길 희망했다. 나아가 본당에서 이들 문헌들이 교리교육, 강론, 성사 준비 자료로 적극 활용되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국교회의 모색

‘신앙의 해’를 보다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한국교회는 각 지역교회가 처한 구체적 사목 현실을 반영해 사목교서와 실천지침 등을 마련하고, 각종 대회와 다양한 기념행사 등을 추진해 현대사회에서 신앙의 참 의미를 발견하는데 힘을 기울여왔다. 또한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다채로운 학술·문화·신심 행사 등을 열어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여정을 걸어왔다. 그 가운데 가장 중심이 된 것은 교구는 물론 각 본당과 단체, 운동 차원에서 ‘제2차 바티칸공의회’와 「가톨릭교회 교리서」의 의미를 각자의 일상 안에서 체화해나가고자 하는 모색이었다.

‘신앙의 해’ 기간 동안 이뤄진 다양한 노력들은 신자들이 보다 구체적으로 그리스도를 체험하고 회개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을 목표로 이뤄졌다. 모든 움직임의 방향은 신자 개개인의 쇄신과 성화로 모였다. 특히 각 교구는 다양한 모색들이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일상의 삶에서 ‘신앙의 기초체력’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또 사제 연수 및 교육 등을 통해 사제들이 먼저 ‘신앙의 해’에 대한 의식을 제고하고 사목현장에서 보다 적극적인 실천에 나서도록 했다. 나아가 전국 각 본당에서는 강론과 각종 교육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신앙의 해’ 의미와 실천사항을 환기시킴으로써 신자들의 동참을 이끌어내려 힘을 기울였다.

서울대교구 염수정 대주교는 ‘신앙의 해’ 사목교서를 통해 “‘신앙의 해’의 모든 프로그램은 신앙의 기초 강화에 초점을 두면 좋겠다”고 밝히고 한 해를 살아갈 활동지침으로 ▲ 말씀으로 시작되는 신앙 ▲ 기도로 자라나는 신앙 ▲ 교회 가르침으로 다져지는 신앙 ▲ 미사로 하나 되는 신앙 ▲ 사랑으로 열매 맺는 신앙 등을 제시했다.

대구대교구는 제2차 교구 시노드 정신을 이어받아 ‘신앙의 해’ 기간 동안 ‘신앙 재교육’과 ‘냉담교우 회두’에 적극 나섰다. 또 교구 정평위가 주축이 돼 ‘신앙의 해’ 뜻을 되새기는 사회교리학교를 열기도 했다.

광주대교구는 특강을 비롯한 다채로운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해 신자들이 쇄신의 물가에서 목을 축일 수 있도록 배려했다.

대전교구는 교구민들이 ‘신앙의 해’ 의미를 보다 깊이 체험할 수 있도록 각 본당별로 ‘순교자의 날’을 신설하도록 권고하고, 교리공부에 활용할 수 있는 각종 자료들을 지원하기도 했다.

인천교구는 교구 차원에서는 이례적으로 교황청립 라테라노대학과 공동으로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주교와 청년들과의 만남의 장도 열어 오늘날 신앙이 지니는 의미를 새롭게 돌아보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신앙의 해’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전국 16개 교구는 교리교육, 성지순례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며, 교구 주보 연재, 본당 신앙특강, 교리서 읽기 모임 등을 통해 공의회 문헌과 『가톨릭교회 교리서』의 가르침을 전하고 되새기는 일에 힘을 기울였다. 아울러 신자들을 위한 「신앙의 해 안내서」 발간, 「가톨릭교회 교리서」 보급, 실천사항 제시 등을 통해 신앙의 해 정신을 확산하는데 힘을 실었다. 나아가 교구민들을 대상으로 한 신앙체험 수기 공모, 신자들을 위한 피정, 각종 신앙대회와 축제, 성경 맛들이기 등 다채로운 기념행사들을 마련해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신앙의 여정을 걸어올 수 있도록 이끌었다.

지난 한 해 동안 무엇보다 눈에 띄었던 것은 각 교구는 물론 본당과 단체 차원에서 펼쳐진 각종 성경공부와 「가톨릭교회 교리서」 읽기 운동 및 교리경시대회 등 교리교육 확산을 위한 노력이었다. 이처럼 각 교구들은 그 어느 때보다 신자들의 일상에 다가서 신앙을 새롭게 하는 노력을 강도 높게 전개해왔다.


신앙의 해가 남긴 과제

1년 여의 숨가쁜 여정을 걸어온 한국교회가 손에 쥔 성적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듯하다.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사회사도직연구소가 지난 5~8월 실시한 ‘천주교신자 신앙생활 실태 조사’에 따르면, ‘신앙의 해’ 선포 사실 자체를 모른다고 답한 응답자가 약 30%로, 3명 중 1명꼴로 나타났다. 또한 교구나 본당에서 진행한 신앙의 해 프로그램에 참가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부정적인 응답이 67%에 달해 신앙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교회의 노력이 제대로 결실을 맺지 못했음을 보여줬다. 이번 조사가 대체로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는 신자들을 대상으로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한국교회의 성적표는 초라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신앙의 해’를 새로운 각성과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국평협 사회사도직연구소 선한승(바실리오·한국사회노동연구원장) 연구위원은 “신앙의 해는 일회적인 행사가 아니라 이후에도 일상화하려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면서 “특히 신앙의 해를 맞아 실시된 각종 프로그램이 행사 위주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은 따끔한 질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신앙의 해를 지내며 확인된 신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 성경읽기와 필사 권장 ▲ 신앙의 해 정신 계승 ▲ 공동체 활동 참가와 선교활동 독려 ▲ 교회의 가르침 교육 ▲ 교회와 신자의 쇄신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톨릭신문, 2013년 11월 24일, 서
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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