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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신앙의 해 신앙의 재발견36: 가정의 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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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11-23 ㅣ No.535

[가톨릭신문-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공동기획 - 신앙의 해, 신앙의 재발견] (36) 가정의 해체


‘가정 교회’ 바로 세울 사목 패러다임 전환 시급



인간이 하느님을 처음 만나는 곳이 어디인가?

많은 신자들이 ‘가정 교회’라고 대답하는 것을 머뭇거린다. 교회에서 뿐 아니라 일반사회에서도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가장 큰 위기가 다양한 가정문제라는 데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게다가 ‘가정의 해체’ 현상은 최근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신자 가정도 예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반면 한국교회 내에서는 이른바 ‘해체된 가정’들에 대한 실질적인 배려가 턱없이 부족하다. 가정사목 전문가들은 ‘해체된 가정’에 관해서는 사목 대상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토로한다.

‘가정의 해체’에 따라 교회와 분리되거나 점점 멀어지고 있는 신자들을 더 이상 나 몰라라 할 때가 아니다. 모든 ‘사목’의 기본이자 바탕이며, 교회의 본질적 사명이 드러내는 각 ‘가정교회’가 올바로 설 수 있도록 현실에 대한 인식과 사목 패러다임 변화에 힘을 실어야한다.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가정 안에서의 신앙’ 전수는 더욱 요원해질 뿐이다.

 

“가정에 관한 복음을 선포하는 일이 지금처럼 시급하고 꼭 필요했던 때는 일찍이 없었다.”

최근 보편교회가 밝힌 가정사목에 관한 입장이다. 이에 따라 내년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임시총회에서는 가정사목과 관련해 ‘문제의 현상’(status quaestionis)을 명확히 밝히고, ‘주교들의 경험과 의견’을 모아 2015년 정기총회에서 ‘개인과 가정의 사목을 위한 실질적인 지침’을 마련할 예정이다. 오늘날 사회·정신적 위기가 너무 분명해, 가정에 관한 교회의 복음화 사명에 도전이 되고 있다는 것을 절감한 결과다.

특히 다양한 가정문제 중에서도 ‘가정의 해체’는 교회 안팎에서 심각한 위기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일선 사목현장에서는 ‘가정이 해체됐다’는 표현에 동의하지 않는 사목자들도 있다. 해체되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형태로 변화, 혹은 재구성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문제점 중 하나는 전통적인 관점에 비추어볼 때, 현대의 가정은 매우 다양하고 심각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그리고 이들 해체된 가정의 구성원들은 교회에서 멀어지고 있다. ‘가정의 위기가 교회의 위기’라는 표현이 경고가 아닌 현실로 자리 잡는 것이다.


해체되는 가정, 교회에서도 멀어져

우리나라 가정들도 서구화된 삶의 모습과 외환위기 같은 시대적 변화를 겪으면서 가정의 해체를 겪는 모습이 급증했다. 특히 혼인에 대한 가치관이 변하면서 독신과 동거 가정이 크게 늘고, 이혼 증가에 따라 재혼 가정도 꾸준히 늘어간다. 이에 따른 싱글맘, 싱글대디 뿐 아니라 리틀맘 등으로 구성된 ‘한부모 가정’(편부모 가정)을 비롯해 독거노인 가정, 노인부부 가정, 조손 가정, 다문화 가정 등도 급증하는 추세다.

이렇게 가정의 틀이 바뀌거나 붕괴되는 것은 단순히 외적인 모습만이 아니라 각 구성원들 즉 가족들의 의식과 가치관, 관계까지 변화시킨다. 즉 긍정적인 가정 모델이 없어지는 것이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가구 성격의 변화’ 추이를 보면 지난 30년간 우리나라의 핵가족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한 반면, 3대 가족 등 직계가족 비중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가정 해체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히는 이혼도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2년 조이혼율(인구 천 명당 이혼 건수)은 2.3건, 총 수는 11만4300건이었다. 게다가 이 이혼율은 이혼신고서에 신고한 내용을 집계한 결과로, 별거 등 사실이혼 실태까지 밝히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조혼인율(인구 천 명당 혼인 건수)은 수년째 소폭 하락세다.

한부모 가정의 경우 전체 가구의 9.3%(2012년)를 차지했다. 그 중 이혼으로 인해 생긴 가정이 32.8%, 미혼부·모로 만들어진 가정이 11.6% 비율을 보여, 배우자 사별 외의 이유로 한부모 가정이 형성되는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가정의 해체’가 신자 가정에서는 예외가 된다고 단정 지을 수도 없다. 정확한 교회 내 통계가 마련돼 있는 않은 사목적 상황은, 사목 대상조차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현실을 반증한다. 실제 사회혼만 하는 신자들이나 이혼, 재혼 등으로 교회에 아예 나오지 않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이들에게 적극 손을 내밀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교회 가르침과 대응방향

교회는 수세기에 걸쳐, 특히 근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가정과 혼인에 관한 교리를 지속적으로 가르치고 발전시키는데 매진해왔다.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3차 임시총회 예비문서 ‘가정 사목과 복음화’는 초대 그리스도인 공동체에서도 가정은 ‘가정 교회’로 여겨졌다고 강조한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 현대 세계의 교회에 관한 사목 헌장 ‘기쁨과 희망’도 혼인과 가정의 가치를 밝히고 존엄을 촉진하는데 많은 비중을 할애했다. 특히 성직자, 교회 안의 단체들, 부부 자신들로 나눠 구체적으로 해야 할 역할들을 밝히고 있다.

교황 바오로 6세의 회칙 ‘인간 생명’은 혼인과 가정에 대한 구체적인 원칙과 지침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권고 ‘가정 공동체’는 부부의 사랑과 가정의 근본 진리에 나타난 하느님의 계획을 설명한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도 혼인과 가정에 관한 근본요소들을 종합하고, 신학원리와 도덕 행위를 모두 다루고 있다. 또한 교황 프란치스코의 회칙 ‘신앙의 빛’은 “신앙은 인간의 도성에 빛을 비추는데 그 첫째 자리는 가정입니다”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가르침에 비추어 오늘날 가정 안에서 하느님과의 만남을 방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 때, 이른바 ‘가정의 해체’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다. 특히 교회의 가르침을 한국교회 내 사목현장에 올바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회변화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는 가정 실태를 파악하는 노력이 요청된다. 가정의 해체로 교회 안에서조차 설 자리를 잃고 헤매는 이들이, 잘못된 교리상식과 사목자들의 무관심 등으로 더욱 상처받지 않도록 적극적인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양한 가정 형태에 따라 ‘맞춤식 도움’을 다각도로 지원하는 방안 모색도 시급하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가정 문제를 겪고 있는 이들이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상담소와 사회변화와 실태를 알고 사목 프로그램 등을 개발, 제공할 수 있는 연구소 등의 구심점이 다양하게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가톨릭신문, 2013년 11월 24일, 주정아 기자]

 

 

[인터뷰] 수원교구 가정사목연구소 소장 송영오 신부


“모든 본당사목, ‘가정’ 중심돼야”



송영오 신부는 “한국교회에서는 해체된 가정에 대한 사목적 배려는 거의 없었다”며 이들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고 내외적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사목적 프로그램들이 적극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정사목을 하는 특별한 사람들이 따로 있나요? 아닙니다. 대표적인 가정사목자는 바로 각 본당 신부이며, 각 본당의 모든 사목들이 가정을 중심으로 펼쳐져야 합니다. 신자들 또한 가정사목의 대상이자 주체입니다.”

수원교구 ‘가정사목연구소’ 소장 송영오 신부는 “하지만 한국교회 안에서는 ‘가정사목’에 대한 기본의식조차 여전히 낮은 것이 현실”이라며 “가정사목과 관련한 전문가들은 다양한 프로그램 등을 만들어 각 본당과 단체, 개인 등이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송 신부는 “한국교회에서는 무너진 가정, 이른바 해체된 가정에 대한 사목적 배려는 거의 없었다”며 “예를 들어 한국교회에서는 교황청 가정평의회의 권고 ‘이혼한 뒤 재혼한 사람들에 대한 사목’ 등도 올바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실태가 이어지게 된 데에는 한국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이혼 등에 대한 편견 뿐 아니라 교회 내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문제점도 크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예를 들어 송 신부는 교회 안에서 ‘이혼’에 대한 표현부터 올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혼인의 불가해소성에 따라 교회에서는 ‘이혼’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중대한 이유가 있을 때의 별거 혹은 근본적으로 혼인성사가 성립되지 못하는 무효장애 대상자가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혼인이 무효가 되면 그 자녀들도 ‘무효’가 되는가?

송 신부는 “이혼자들에 대한 표현과 이들을 대하는 선입견 등을 바꿀 때 이들에 대한 사목도 올바로 시작될 수 있다”며 “이러한 바탕에서 이들의 내외적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사목적 프로그램들이 적극 제공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송 신부는 무엇보다 “교회 내에 아파하는 가정 구성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구체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담소 등을 적극 마련, 이들이 교회를 찾아올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그들이 교회 안에 머무를 뿐 아니라 적극적인 돌봄 안에서 신앙을 회복하고 가정을 세울 수 있도록, 힘을 북돋아주는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한국교회의 가정사목은 각 가족 구성원들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데 집중돼야 합니다. 가정이 무너지지 않게 돌보려면 현대사회에 만연한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넘어서 가정 공동체 생활이 이어질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복음화의 시작도 가정이며, 위기를 겪을 때 마지막 보루도 가정입니다.” [가톨릭신문, 2013년 11월 24일, 주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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