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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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ㅣ기도ㅣ신앙

[영성] 성독지남: 성 베네딕도 규칙서에 나타난 렉시오 디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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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11-25 ㅣ No.537

[聖讀指南] 성 베네딕도 규칙서에 나타난 렉시오 디비나



교회는 2012년 10월 11일부터 2013년 11월 24일까지 신앙의 해를 보내고 있다. 특별히 지난 10월 7일부터 10월 28일까지 로마에서는 전세계주교시노드가 열렸는데, 주제가 바로 새로운 복음화이다. 급변하는 새로운 시대의 상황과 환경에 맞게 교회도 옛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옛 표현이 아니라 새로운 표현으로, 그리고 온전히 새로운 열정으로 새 복음화를 이루어야 한다. 서울 대교구에서는 신앙의 해 실천을 위한 5단계를 발표하면서 제일 첫 단계로 말씀으로 시작되는 신앙을 강조하였다. 복음화는 무엇보다도 하느님 말씀을 선포하고 전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신앙의 해를 보내는 동안 우리 힘의 원천인 생명의 말씀에 기초를 두고 말씀 중심으로 살아갈 필요가 있다. 말씀의 중요성을 직시하며 오늘은 유럽의 수호성인인 성 베네딕도(St. Benedictus, 480-540)가 쓴 수도규칙서에 나타난 렉시오 디비나에 대해서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베네딕도는 수도자들이 일상 안에서 매일 렉시오 디비나 수행을 하도록 강조했지만, 베네딕도 규칙서(이하 RB)에서는 오직 한 번, 즉 규칙서 48장 1절에서만 정확히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자들은 규칙서 48장에 나오는 렉시오 디비나가 성경 독서를 의미한다고 본다.

베네딕도는 이전의 여러 규칙서들의 영향으로 렉시오 디비나를 위한 고정된 시간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베네딕도는 여름철(부활절부터 10월 1일까지) 동안 수도자들이 제1시부터 제4시까지의 노동 후, 하루 중 가장 좋은 시간일 수 있는 제4시부터 제6시(대략 오전 10-12시)까지 각자 홀로 렉시오 디비나 수행을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RB 48,4). 반면에 스승의 규칙서(이하 RM)에서는 수도자들이 각자 따로 하는 개인 독서가 아니라 함께 모여서 하는 공동 독서를 육체노동 후인 제9시부터 저녁기도 전까지 행하라고 권고하고 있다(RM 50,62). 이 점에서 드 보궤 신부는 RM에서는 독서가 바람직하지 못한 시간에 배정되고 있는 반면에, RB에서는 독서가 하루 중 가장 적합한 시간에 배정되었다고 주장했다.

베네딕도는 겨울철(10월 1일부터 사순절 시작까지)에는 렉시오 디비나를 아침과 저녁에, 노동은 제3시부터 제9시까지 배정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때는 낮 시간이 짧고 밤 시간이 길기 때문이다(RB 48,10-11). 그러므로 수도자들은 이 시기에 제2시까지 독서에 전념해야 했고 제9시경에 이어서 식사를 한 후 저녁기도 때까지 또 독서를 해야 했다. 이러한 독서는 RM에서 제시하고 있는 공동으로 하는 독서가 아니라 개인 독서였다. 더욱이 RM은 고대 수도 전통 안에서 지켜오던 일과 독서의 수행을 동시에 하도록 제시하고 있지만 베네딕도는 독서와 일을 서로 다른 시간에 배정하고 있다. 아마도 그는 인간의 신체적 조건들 때문에 RM이 제시하는 그러한 방법을 행한다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음을 경험을 통해서 매우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베네딕도는 수도자들이 하루에 최소 2시간에서 4시간은 렉시오 디비나 수행을 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그러나 수도자들이 어떻게 렉시오 디비나 수행을 해야 하는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다. 베네딕도 규칙서 48장 5절은 우리에게 렉시오 디비나에 대한 어떤 실마리를 던져주고 있다. 즉 형제들은 제6시 기도 후 식사를 마치면 각자 자기 침대에서 완전한 침묵 중에 쉴 수 있지만 만일 누가 혼자 독서를 하고자 한다면 다른 사람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고대나 베네딕도 성인 당시에 수도자들의 독서는 오늘날과 같이 침묵 중에 하는 독서 방법과는 달리 들을 수 있는 방법으로 그들이 눈으로 본 것을 작게 소리 내어 읽었다. 만약 이러한 수행이 고요한 시간에 공동침실이나 혹은 다른 공동 장소에서 행해졌다면, 그것은 분명히 다른 사람들을 방해하였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마도 베네딕도회 수도자들은 그러한 고정된 시간이나 다른 여유로운 시간에 홀로 조용하게 독특한 렉시오 디비나 수행을 하였던 것 같다. 반면에 RM에서는 모든 수도자들이 예외 없이 이 시간에 잠을 보충하기 위해 낮잠을 자도록 명하고 있다(RM 50,56-58). 수도자들이 자유로운 혹은 홀로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면, 그것은 죄에 떨어질 수 있는 원인이 되기 때문에 특별히 『스승의 규칙서』는 이점을 염려했던 것 같다. 그러면 베네딕도회 수도자들은 렉시오 디비나 시간에 과연 무엇을 읽었을까? 베네딕도는 이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언급하고 있지 않다. 다만 그들이 렉시오 디비나 시간에 주로 성경을 읽었을 것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다른 일체의 책들을 배타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드 보궤 신부는 지적했다. 왜냐하면 베네딕도 규칙서에 성경뿐 아니라 다른 교부들의 여러 책들이 제시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규칙서의 마지막 장에서, 베네딕도는 하느님의 말씀인 성경뿐 아니라 교부들의 담화집이나 제도서 그리고 바실리오의 규칙서 등과 같은 교부들의 작품들도 수도자들에게 추천하고 있다(RB 73장). 그러나 수도자들에게 성경이 중심 위치를 차지하였음을 의심할 수는 없다. 또한 그들이 수도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책은 결코 읽지 않았다는 사실에 근거해보면, 성경이 렉시오 디비나의 일차적인 자료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사실 베네딕도에게 성경은 “하느님의 빛”(deificum lumen - Prol. 9)이며 “주님의 소리”(divina vox - Prol. 19)이고, 그것은 “인간 삶의 가장 올바른 규범”(rectissima norma vitae humanae -73, 3)이었다.

그러므로 특별히 신앙의 해를 맞아, 인간 삶의 가장 올바른 규범인 성경을 가까이하고 말씀과 함께 살아갈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영적으로 크게 풍요로워질 것이다. 이에 일상 안에서의 말씀 수행인 성독 수행은 우리를 새로운 차원으로 인도할 것이다.

[분도, 2012년 겨울호(제20호), 글 · 사진제공 허성준 가브리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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