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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생태 및 환경보호: 창조질서 회복을 위한 신앙인의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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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9-23 ㅣ No.1180

[복음살이] 생태 및 환경보호 : 창조질서 회복을 위한 신앙인의 노력



성경의 창세기는 하느님께서 세상을 만드시고 나서 “보시니 좋았다”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 좋게 만드신 당신의 피조물을 인간의 책임에 맡기셨습니다. 인간은 세상의 피조물을 통해 풍요로운 삶을 선물로 받았을 뿐 아니라 자연을 통해 창조주 하느님의 위대하심을 깨닫게 됩니다. 시편 104편은 “주님, 당신의 업적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 모든 것을 당신 슬기로 이루시어 세상이 당신의 조물들로 가득합니다.”라고 노래합니다(간추린 사회교리 451-452).

그러나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연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과학 기술을 남용하여 하느님께서 선물로 맡기신 피조물을 욕심에 따라 훼손시켜 왔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회칙 <백주년(1991)>에서 인간은 무절제한 소비와 자연 파괴를 통해 “세계에서 하느님의 협조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대신, 부당하게 하느님의 자리에 자신을 올려놓으며...자연의 반항을 자극하고, 자연을 다스리기보다는 학대한다”(백주년 37항)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자연 환경은 생명이 깃들인 ‘서식지’요 하느님의 구원 권능의 증거가 아니라 이익을 위해 이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 전락해 버렸습니다(간추린 사회교리 461).


환경 재해 인류에게 심각한 위협

2010년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환경에 관한 지침서로 발간한 <창조질서 회복을 위한 우리의 책임과 실천>은 오늘날 생태계 위기의 증상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우선 과거 누구라도 쉽게 마실 수 있었던 맑은 계곡물과 샘물, 지하수는 중금속이 함유된 공장 폐수와 농축산 폐수, 생활 오수로 오염되어 더 이상 식수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고, 정수기를 설치하고 생수를 사 먹는 일이 일상화 되어버렸습니다. 유전자 조작 식품, 가공 식품에 사용되는 수백 가지의 인공 첨가물, 식품 포장 용기에서 유출되는 환경 호르몬, 농약 등으로 먹을거리도 안심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자동차, 산업화로 인한 대기오염은 우리의 건강을 직접 위협하고, 중금속을 함유한 산성비와 황사도 큰 골칫거리입니다.

뿐만 아니라 “급속한 도시화는 농촌의 전통적인 공동체 문화 대신에 익명성과 고립으로 대변되는 도시 문화를 확산”시켰고, “인간과 자연이 맺었던 소중한 생태적 유대”를 잊어버리게 하고, 교통난과 쓰레기 처리, 주택난 등 많은 환경 문제를 초래하고 있습니다(6항).

또한 도시화와 재정 수입을 늘리기 위해 생겨난 지방자치단체의 난개발은 전국토를 공사판으로 만들어 산림을 훼손해 왔습니다. 특히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고려하지 않고 졸속으로 밀어붙인 4대강 사업은 수질 오염과 홍수의 위험 증대 뿐 아니라 수만 년 흐르며 빚어온 아름다운 강의 자연경관을 훼손하고 그 강에 기대어 살아온 수많은 생명들과 그 터전을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하였습니다. 

지구적인 차원에서도 우리는 물질문명을 지탱해온 화석연료의 고갈, 과도한 에너지 소비,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의 위험에 당면해 있습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혹한과 폭설, 폭우와 홍수, 태풍 등 기상이변에 시달리고 있고, 빙하가 녹으면서 발생한 해수면 상승은 섬나라들을 수몰의 위험에 빠지게 하는 등 기후 변화로 인한 환경 재해는 인류에게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주교회의 환경 지침서는 생태계 위기의 원인을 다음과 같이 진단합니다. 첫째는 우리의 이기심과 탐욕으로 인해 생겨난 오만함과 인간 중심주의입니다. 하느님이 주신 자연 환경을 인간을 위해서 무조건 지배하고 착취해도 좋다는 오만함은 자연으로부터 필요한 것을 쓰다가 쉽게 버릴 수 있다는 사고방식과 더 많이 소유하고 소비하면 행복하다는 물질주의적 행복관으로 이어져서 끊임없는 욕심을 불러일으키고 생태 위기를 가속화한다는 것입니다.

지침서가 지적한 생태 위기의 두 번째 위기의 원인은 급속한 산업화와 성장 경제입니다. 특히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인간의 물질적 욕구를 충족하기 자연의 경제적 효용성을 극대화시키는데, 자본주의는 경제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거꾸로 인간의 욕구를 자극하여 자연을 약탈하게 하는 구조를 만들어 낸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로 물적 성장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물질문명과 “자연이 단순히 인간의 필요를 위해서 존재하는 생명이 없는 기계적 구조에 불과하다”는 이원적 세계관도 현태의 생태 위기에 한 몫을 한다고 지적합니다. 이러한 서구의 물질적, 기계론적, 이원론적 가치관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것이 우리나라의 생태 문제를 악화시킨 원인 중 하나입니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신토불이(身土不二)’라고 하여 자연과 인간을 하나로 보았고, 생물뿐 아니라 무생물도 존중하는 자연 친화적 인식과 생활 전통을 지니고 있었지만 산업 발전으로 물질적 풍요를 얻은 대신 생태적 정신문화 유산의 맥은 거의 끊어져 버렸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하느님 뜻에 따라 자연 환경 돌보아야

인간은 하느님께서 의도하신 창조질서를 존중하며 자신의 욕심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따라 자연 환경을 돌보아야 합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87년 회칙 <사회적 관심>에서 환경 보호는 공동선을 위한 보편적 의무라고 강조하였습니다. 교황은 또한 자연 환경을 개발할 때는 윤리적인 측면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구성하는 사물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다음의 세 가지 원칙을 제시하였습니다. 

첫째 동식물을 포함한 모든 존재는 창조주께서 세우신 우주의 질서 안에서 서로 의존하여 살아가는 존재이므로 인간이 그 질서를 무시하고 “경제적인 필요에만 의거하여” 그들을 원하는 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각 사물의 본성과 그것이 우주 안에서 차지하는 상호 연관을 고려하지 않을 때 큰 재앙이 따르게 된다고 경고합니다.

둘째, 자연 자원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다음 세대가 이용할 권리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자원은 재생되는 것이 아니므로 마치 그것이 고갈되지 않을 것처럼, 혹은 인간이 절대적인 지배권을 지닌 것처럼 사용한다면 현세대 뿐 아니라 다음 세대에도 그 이용가능성을 해치게 된다는 것입니다.  

셋째, 산업화와 개발에 의한 직간접적인 환경오염과 이로 인한 주민 건강의 심각한 피해를 유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황은 결론적으로 자연 환경의 개발과 이용에 있어서 인간의 권리는 절대적이지 않으며 개발 계획과 자연 이용은 “도덕적 요청을 존중”해야 하므로 인간이 자연 세계를 마음대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즉 교황은 “태초부터 창조주가 친히 설정하신 한계, ‘그 나무 열매만은 따먹지 말아라’ 하시는 금령에 상징적으로 표현되어 있는 한계는, 우리가 자연계를 대할 때 그 생태학적인 법칙만이 아니라 도덕적인 법칙에 귀속됨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임을 강조하였습니다(사회적 관심 34항).  


앞서 말한 대로 인류가 창조주께서 세우신 창조 질서를 무시하고 “경제적인 필요에 의해서” 자신의 욕망을 따랐던 결과, 전 세계적으로 환경 파괴로 인한 오존층 파괴와 지구 온난화, 원시림 파괴, 식수 오염, 공해병 등 그 재앙의 결과는 너무도 심각합니다. 과연 앞으로 지구가 얼마나 더 인간의 욕심으로 인한 훼손을 견뎌낼 수 있을까요?


‘생태정의’ 추구해야

인간은 생태와 환경 보호를 통해 창조 질서를 보전해야 할 특별한 책임을 창조주로부터 부여받았습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지성과 자유를 주시고 세상을 다스릴 권한을 맡겨주신 것은 인간이 세상에 대해 소유권과 절대적인 지배권을 행사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세상의 주인은 하느님이시며 인간 역시 피조물로서 세상과 공동 운명을 타고 난 존재임을 우선 기억해야 합니다.

따라서 인간은 하느님의 협조자로서 하느님의 뜻에 따라 하느님께서 선하게 창조하신 세상을 조화롭게 잘 돌보고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합니다.

교회는 하느님의 모상으로서의 인간이 지닌 특별한 위치를 인정하지만, 인간의 욕구만을 절대시 하는 ‘인간 중심주의’를 배격하고, 인간과 인간 사이, 하느님과 인간 사이, 인간과 자연 사이의 합당한 조화를 지향하는 ‘그리스도교 인간 중심주의’를 향합니다(주교회의 지침서 24항).


인간의 죄는 창조질서를 훼손하고 피조물과 인간이 이루는 조화를 깨뜨렸습니다.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 요구되는 것은 회개와 하느님과 자연과 동료 인간과의 관계 회복입니다.

성경이 안식일과 안식년의 규정을 두어 땅의 회복, 피조물의 해방을 촉구하듯이, 우리도 우리의 영적 근원이신 하느님을 향하며, 탐욕과 이기심에서 벗어나 하느님께서 태초에 만드신 창조 질서를 존중하는 ‘생태정의’를 추구해야 합니다.

나아가 소비를 줄이는 검소한 생활양식을 선택하고, 가난한 이들이 생존을 위해 자연을 파괴하지 않을 수 있도록 빈곤문제를 해결하고 재화를 나누는 회개를 통해 창조질서 회복을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3년 4월호,
박정우 후고(신부, 서울 가톨릭대학교 종교사회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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