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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지상의 평화(Pacem in Terris)는 하느님의 질서를 지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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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9-23 ㅣ No.1181

[복음살이] “지상의 평화”는 하느님의 질서를 지키는 것


요한23세의 <지상의 평화(Pacem in Terris)> 반포 50주년



1963년 4월11일 교황 요한23세는 자신의 두 번째 사회회칙 <지상의 평화>를 반포하셨고, 올해는 반포 50주년을 기념하는 해입니다. 이미 지난해부터 세계 곳곳에서 50주년을 기념하는 학술회의 등 행사들이 이루어져왔습니다. 요한 23세는 회칙의 수신자에 처음으로 가톨릭교회 구성원 뿐 아니라 “선의의 모든 사람에게”라는 표현을 붙임으로서 인류 전체의 구원으로 시야를 넓히고자 하는 교회의 새로운 정체성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올바른 질서를 통한 세계 평화’를 주제로 삼은 이 회칙은 5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세계화’와 ‘지구촌’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국제적 분쟁과 전쟁이 끊이지 않는 우리 현실에 여전히 큰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최근 북한의 도발로 인한 전쟁의 위협을 겪으면서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이루어야한다는 염원이 커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상의 평화> 반포 50주년을 기념하면서 그 배경과 내용을 살펴보고 오늘날 우리의 현실에 요청되는 평화의 길이 무엇인지 되새기는 것은 의미 있는 일입니다.


하느님 뜻을 따르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질서

<지상의 평화>가 발표된 1963년은 참혹했던 2차 세계 대전의 기억이 그리 멀지 않았던 때일 뿐 아니라, 베를린 장벽의 설치로 상징되는 동서간의 냉전(Cold War)과 군비 경쟁으로 또 다른 전쟁의 위협이 커져가던 시기였습니다.

더구나 1962년 10월 소련의 쿠바 미사일 기지 건설 시도로 촉발된 미·소간의 물리적 대립은 일촉즉발의 핵전쟁 위기 상황까지 전개되었기에 더더욱 국제 평화에 대한 염원이 높았던 때였습니다.


<지상의 평화>에서 요한23세 교황은 머리말에서 모든 인류가 갈망하는 ‘지상의 평화’는 “하느님께서 설정하신 질서를 충분히 존중할 때” 이루어질 수 있다고 선언합니다(1항). 그 질서는 자연의 질서와 함께, 양심을 포함하여 인간의 본성 안에 심어주신 하느님의 법을 말합니다.

우선 제1부에서는 지성과 자유를 지닌 인격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의 존엄성과 이에 따른 인간의 권리와 의무를 설명하면서, 이런 존재로서 인간을 만드신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질서임을 설명합니다. 인간의 권리에는 생존과 품위 있는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의식주의 권리, 치료와 사회적 봉사를 받을 권리, 교육받을 권리와 사상과 양심 자유를 표현할 권리, 종교의 자유, 가정을 꾸리거나 사제 혹은 수도성소를 따를 권리, 노동과 경제 활동의 권리, 집회와 결사, 이주와 이민, 정치 참여 등의 권리가 포함됩니다.

그런데 이런 권리들은 동시에 타인의 권리를 존중해야 할 의무로 연결 됩니다. 교황은 사회생활에서 가장 기초로서 요청되는 인간의 의무는 진리, 정의, 사랑(연대), 자유라는 네 가지 영적 가치를 바탕으로 윤리 질서를 세우는 일이라고 강조합니다. 즉 이 윤리 질서는 “진리에 바탕을 두며, 정의에 의해 실행되며, 타인을 위한 인간의 사랑으로 힘을 얻고 완전해지며, 자유 안에서 항상 새로워지고 더욱 바람직한 균형을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37항).

이어 교황은 인간의 존엄성과 이에 따른 권리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변화되는 현대의 경향을 지적합니다. 첫째는 노동자들이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합당한 인간 주체로서 대우받는 것입니다. 둘째는 여성의 존엄성과 사회 참여 문제입니다. 그는 “여성들은 자신들의 존엄성을 날이 갈수록 더욱 분명하게 의식하고 있고”, 자신이 “도구로서 취급받거나 무시당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며, 한 인간으로서 가정생활과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생활에서 대접받기를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41항).

셋째로 “모든 민족들이 정치적 독립”을 얻어가고 있으며, 앞으로 지배하거나 지배받는 국가가 없게 될 것임을 예고합니다(42항). 이는 모든 인간이 타고난 존엄성 때문에 평등하다는 확신이 확산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는 것입니다.


권력은 하느님 질서 따라야 “윤리적인 힘” 지녀

제2부에서는 공권력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권위는 하느님께로부터 나오는 것으로서 존중되어야 하지만 이 권위에서 나온 권력은 하느님의 질서를 따라야 “윤리적인 힘”을 지니게 됩니다(48항). 통치자가 행하는 공권력의 목적은 “공동선의 실현”이며, 공동선이란 정신 뿐 아니라 육신을 지닌 인간으로서 사회 구성원 모두가 제외됨 없이 “자기 자신의 완성을 더욱 충만하게 더욱더 자유롭게 추구할 수 있는 사회생활의 모든 조건들을 포함하는 것”입니다(58항). 공권력은 인간의 권리를 보호하고 증진시키며 인간의 의무를 쉽게 이행하도록 기여함으로써 공동선을 실현할 책임이 있으며, 따라서 공권력이 인권을 무시한다면 그 구속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제3부에서는 정치공동체들 간의 관계, 즉 국가 간의 관계를 다룹니다. 국가도 개인과 마찬가지로 서로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되며, 국가들 간에도 진리, 정의, 연대, 자유의 조화를 이루는 것 같은 윤리적 질서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선 진리의 측면에서 인종차별과 우월한 국가의 불의한 지배를 반대하고, 각국의 정당한 발전의 권리를 존중해야 합니다. 정의의 측면에서 국가 상호 간의 권리를 인정하고 각자의 의무를 완수하되, 결코 무기 등 폭력을 사용하거나 부당하게 다른 국가들을 압박하면서 자신들을 발전시켜서는 안 되며 소수 민족들을 존중해야합니다. 연대의 측면에서는 전 인류 가족의 공동선을 지향하며 경제, 사회, 문화, 위생 등 다양한 형태로 공동의 노력을 하며, 종족적 기원이 다른 그룹이 서로 통교하며 영적 가치를 공유해야 합니다.

자유의 측면에서는 정치적 망명자들이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존중받으며, 각국은 이민자를 기꺼이 받아들이며, 국가들 간에 부당한 간섭을 하지 않고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제적 공권력 필요성 제시

교황은 특히 선진국들이 거대한 규모의 전쟁 무기들을 만들어 국민의 부담과 희생을 가중시키고 다른 국가를 돕는 일도 중단되는 것을 우려합니다. 그는 군비 경쟁이 국가들 간에 경쟁적으로 더 큰 군사력을 보유하려고 하는 악순환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무기를 통한 힘의 균형으로 평화를 이룰 수 없음을 지적하며, 우리의 인간성과 지성은 “이미 존재하는 무기들을 축소하고, 핵무기 개발을 금지하고, 끝내는 완전한 무장 해제 상태에서 효과적 감시 체제를 운영하도록 촉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112항). 이 무장해제는 인간의 마음으로부터 무기를 제거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하며, 국가들은 상호신뢰를 조성하며, 체계를 갖춘 모임에서 세계적 차원의 평화 조약 이행의 성실성 등을 재점검하라고 촉구합니다.

제4부에서는 인류의 단일성을 강조하며 세계 공동선을 위한 법적 구조, 즉 국제적 공권력의 필요성을 제시합니다. 이런 공권력은 보조성의 원리에 따라 개별 국가의 영역과 중간 단체들의 책임을 존중하면서 “인권의 증진, 보호, 존중, 인정 등을 근본적인 목표”로 하여 세계적 차원의 협정을 만들고 이용하여 개별 국가들이 자신들의 정책들을 더욱 쉽게 수행하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황은 1945년 결성된 국제 연합의 예를 들면서 특히 1948년 12월 국제연합 총회에서 인준된 <세계 인권 선언>이야 말로 세계의 모든 국가와 국민에게 인간의 권리와 자유를 효과적으로 인정하고 존중하자고 요구하는 중요한 문헌으로서 그 가치와 의미가 높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는 국제 연합과 같은 세계 공동체가 모든 개인의 권리 등을 보장할 수 있는 날이 도래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제5부에서는 인류의 공동선 실현을 위해 신앙의 빛과 복음의 정신으로 현대 문명을 비추는 그리스도인들의 현세적 활동을 촉구합니다. 특히 젊은이들에 대한 체계적 종교교육이 필요하고, 그리스도인들은 비신자들과도 협력하되 분명한 교회의 가르침과 자연법의 원칙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평화를 선물로 주신 그리스도께 도움 청해야

결론적으로 요한23세는 “선의의 모든 이들에게” 주어진 큰 과제는 “진리, 정의, 사랑, 자유 안에서” 개인들, 가정들, 종교단체들, 국가들이 서로 서로 올바른 관계를 건설하는 것, 그리하여 “하느님께서 설정하신 질서 안에서 참된 평화를 실현하는 일”이라고 다시 강조합니다(163항). 그리고 우리의 평화이신 그리스도께서 평화의 선물을 주시기를 갈망하며 모든 이들이 각자 평화를 위한 권고들을 실천하자고 당부하십니다.

<지상의 평화>를 읽으면서 지금 나는 평화를 위해 이웃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으며 세계 평화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가를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과연 거짓을 배척하고 진리를 추구하며 살아왔는가?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며 매사에 정의롭게 행동하는가? 가난과 불의함 속에서 고통 받고 있는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며 연대하려고 하는가? 타인에게 부당한 강요를 하지 않고 자율성을 존중하는가?

아직 부족하다면 교황님의 권고대로 평화를 선물로 주신 그리스도께 도움을 청하며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이십니다. 그분께서는 당신의 몸으로 유다인과 이민족을 하나로 만드시고 이 둘을 가르는 장벽인 적개심을 허무셨습니다.(에페스 2,14)”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3년 5월호, 박정우 후고(신부, 서울 가톨릭대학교 종교사회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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