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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 문화콘텐츠 산업과 윤리적인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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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10-02 ㅣ No.550

[대중매체에 대한 교회의 시각] 문화콘텐츠 산업과 윤리적인 문제점

 

 

오늘날 문화콘텐츠가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리고 있고, 또 문화콘텐츠가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래를 주도할 산업이라고까지 말할 정도로 인기가 대단하다. 이러한 시점에서 교회가 복음의 시각에서 문화콘텐츠 산업을 진단해보고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도록 자극을 주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라고 여겨진다.

 

 

문화콘텐츠 산업의 발전과 개념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영화 한 편을 만드는 것이 수십만 대의 승용차를 생산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부가가치를 생산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다.

 

그리고 문화콘텐츠 산업의 발전은 그 산업 자체의 성장에 따른 직접적 고용창출효과뿐만 아니라, 문화상품 개발의 원천이 되는 문화 · 예술 활동의 활성화와 여타 산업의 문화화를 가져와 간접적인 고용유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서유럽에서는 전체 고용의 약 5%, 미국은 약 20%가 문화콘텐츠 산업으로부터 일자리가 창출될 정도로 문화콘텐츠 산업은 한 나라 경제성장의 주요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문화콘텐츠는 ‘문화(culture)’와 ‘콘텐츠(contents)’의 복합어로 “창조에 바탕을 둔 소프트웨어적인 제품 또는 서비스를 말하며, 단순 데이터 · 메시지 · 이미지 · 동영상보다는 문화적 요소가 내포된 형태의 콘텐츠를 의미”한다.

 

산업 측면에서 문화콘텐츠는 문화산업 또는 콘텐츠 산업으로 혼용되기도 하는데 범위로 비교하면, “문화산업 > 문화콘텐츠 산업 > 콘텐츠 산업”의 순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그리고 포괄적 의미의 문화콘텐츠 산업은 “문화적 가치가 내포된 상품을 기획 · 제작 · 가공하여 생산하거나, 유통, 마케팅 및 소비과정에 참여하여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거나 이를 지원하는 모든 연관산업”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문화산업진흥기본법에 명시된 문화콘텐츠 관련 개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문화산업”이란 문화상품의 기획 · 개발 · 제작 · 생산 · 유통 · 소비 등과 이에 관련된 서비스를 하는 산업을 말하며, 다음 8개 항목 가운데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을 포함한다.

 

곧 ① 영화 · 비디오물과 관련된 산업, ② 음악 · 게임과 관련된 산업, ③ 출판 · 인쇄 · 정기간행물과 관련된 산업, ④ 방송영상물과 관련된 산업, ⑤ 문화재와 관련된 산업, ⑥ 만화 · 캐릭터 · 애니메이션 · 에듀테인먼트 · 모바일 문화콘텐츠 · 디자인(산업디자인은 제외) · 광고 · 공연 · 미술품 · 공예품과 관련된 산업, ⑦ 디지털 문화콘텐츠, 사용자제작 문화콘텐츠 및 멀티미디어 문화콘텐츠의 수집 · 가공 · 개발 · 제작 · 생산 · 저장 · 검색 · 유통 등과 이에 관련된 서비스를 하는 산업, ⑧ 그 밖에 전통의상 · 식품 등 전통문화 자원을 활용하는 산업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산업 등을 문화산업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다.

 

그리고 ‘콘텐츠’란 부호 · 문자 · 음성 · 음향 및 영상 등의 자료 또는 정보를 말하며, 이에 따라 ‘문화콘텐츠’란 문화적 요소가 체화된 콘텐츠를 말한다. 그리고 ‘디지털콘텐츠’란 부호 · 문자 · 음성 · 음향 및 영상 등의 자료 또는 정보로서 그 보존과 이용의 효용을 높일 수 있도록 디지털 형태로 제작하거나 처리한 것을 말하며, ‘디지털 문화콘텐츠’는 문화적 요소가 체화된 디지털 콘텐츠를 말하고, ‘멀티미디어 콘텐츠’란 부호 · 문자 · 음성 · 음향 및 영상 등과 관련된 미디어를 유기적으로 복합시켜 새로운 표현기능 또는 저장기능을 갖게 한 콘텐츠를 말한다.

 

 

문화콘텐츠의 무분별한 개발과 이용

 

문화콘텐츠가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틀림없으나, 문화콘텐츠의 상업성과 정치적 이용을 너무 앞세우다 보면 참된 인간성을 해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으며, 거짓 행복에 도취되어 인생을 탕진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른바 섹스(Sex), 스포츠(Sports), 스크린(Screen) 등의 3S 문화정책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사용되고 있다. 흥미와 재미, 경제성, 안락한 생활을 추구하게 만들어 사람들을 우민하게 만들고 오로지 소비 진작에만 관심을 갖게 만든다. 인간의 내적 가치추구는 그다지 관심이 없고, 나아가서 복음적인 가치추구에는 더더욱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이것이 세속화 현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참된 보편적 가치들을 반영하는 인간관과 공동선을 지향하며 인간을 교화시키는 방향으로 나가지 못할 때 문화콘텐츠 산업은 단지 인간의 외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경제의 노예가 되게 할 뿐이지, 모든 사람의 자유를 증진하거나 발전과 민주주의를 보편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이것을 달성하려면 먼저 문화콘텐츠가 인간과 민족들의 존엄을 증진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하며, 명백히 사랑에서 영향을 받고 진리와 선, 그리고 혈연을 넘어선 형제애 등의 내적 인간성 증진의 가치와 연결되어야 한다. 사실, 인간의 자유와 참행복은 본질적으로 이러한 상위의 가치들과 연결되어 있다. 이처럼 문화콘텐츠가 인류 가족의 친교와 사회의 도덕적 기풍을 성장시키는 것을 전제하면서 산업화되어야 마땅하다.

 

 

문화콘텐츠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

 

사람은 경제생활과 무관한 존재가 아니고, 또 오늘날 문화콘텐츠가 경제성이 있기 때문에 발전하는 것은 당연히 이치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기에 보편적 가치와 도덕성이 있는 문화콘텐츠는 경제성이 없다는 잘못된 인식을 바꾸어야 할 것이고, 또 그와 같은 문화콘텐츠가 실제로 경제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러한 문화콘텐츠는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고 무용지물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런데 경제성이 있는 문화콘텐츠에는 성숙한 식별이 필요하다. 사람과 사회에 유해한 문화콘텐츠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화콘텐츠에 예언자적, 비판적 요소가 필요하다.

 

또한 문화예술이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될 때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킨다. 사람들의 비판력을 저하시키며 사람들을 어리석게 만들기 때문이다. 단지 편안함과 안락한 생활이 행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소비하는 인간으로 변질시키기 때문이다.

 

오늘날 여전히 긴장하고 닫힌 마음 그리고 서로에 대한 의심의 분위기에 억눌려 현실적 미래를 위한 계획을 세울 만한 여유를 찾기 힘든 세상에서, 문화콘텐츠 산업은 인간 존엄성의 이름으로 대화와 희망의 열린 자리를 마련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여야 한다. 근래에 사회적 기업이 새롭게 부흥하면서 희망찬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이다.

 

또 문화콘텐츠는 참신하고 다양하며 탐구를 위한 실질적 필요를 충족하는 것이어야 한다. 더 나아가 모든 계층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어떤 계층이라도 배제하지 않으면서 공동선을 지향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인간의 가치 향상’과 초월적인 것을 향하여 열린 참다운 인본주의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그리고 문화콘텐츠가 경제의 이름으로 이웃사회, 이웃민족, 이웃국가의 문화예술과 정신세계를 지배하려는 욕심을 버려야 하고, 배타적이고 교만한 자세는 지양해야 한다. 동등한 시야를 가져야 하며, 타 문화예술을 존중하려는 자세가 무엇보다도 요구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고유한 문화예술을 고집하지 말고 무시하라는 말은 아니다. 내 것이 중요한 만큼 타인의 것도 중요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인정하자는 말이다.

 


성바오로수도회의 문화콘텐츠 활동

 

성바오로수도회는 일찍부터 ‘문화사도직’이라는 이름으로 문화콘텐츠 활동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물론 그 결과는 미미하지만 가톨릭 문화콘텐츠 원형 개발에 관심을 가져왔다.

 

복음 내용(가, 나, 다 해)을 3-4년에 걸쳐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교회에 소개하여 지금도 널리 애용하고 있다. 지금은 이것을 휴대전화나 스마트폰 등으로 볼 수 있게 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각 예술분야, 특히 국악, 미술, 무용(발레 포함) 등을 통해 복음의 가치를 표현하고 시대의 요구에 적절히 응답하며 신앙의 문화예술화에 힘쓰고 있다.

 

예를 들면, 복음정신이 담긴 보편적인 가치를 드러내는 춤과 몸기도를 연구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 완성되면 교회와 세상에 소개할 수 있으리라 본다. 그리고 문화예술 복지 분야에 관심을 갖고 문화예술에 소외된 이들(특히 어린이들)을 위해 무용을 가르치고 있다. 현재 세 곳에서 무용을 전공한 무용수가 봉사하고 있다. 또한 예술공연(무용, 국악)을 기획하고 있는데, 이것은 직접적인 선교활동을 지향한 것이다.

 

 

맺으며

 

이상의 내용과 같이 문화콘텐츠 산업을 숙고하면서 우리 가톨릭교회가 잊어서는 안 될 것이 몇 가지 있다. 오늘날의 많은 문화콘텐츠들은 자체적으로 세속화로 치닫게 만드는 반복음적이고 반신비적인 힘을 가득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드러나는 현상이 자살과 살인이다. 이것은 ‘성공과 실패’라는 극단적인 세상 논리에 휩쓸리고 있기 때문인데, ‘나무가 꺾일지언정 휘지 않는다.’라는 극단적인 성공의 자화상이 한국 사회에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기다림과 인내심이 없고, 실패의 영성이 없는 것이다.

 

가톨릭 영성이 오늘날 사회에 적절한 문화예술의 옷을 입고서 좀 더 적극적으로 응답한다면 세상과 세상 사람들에게 참행복의 길을 제시할 수 있으리라고 굳게 믿는다.

 

* 백기태 암브로시오 - 성바오로수도회 재속회 담당신부. 로마 세라피쿰 신학대학을 졸업하고 국제 매스컴 바오로 센터(SPICS)를 수료했다.

 

[경향잡지, 2010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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