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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사목] 남녀차이 - 부부유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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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04-26 ㅣ No.562

[삶의 동반자, 부부] 남녀차이 - 부부유별

 

 

위 질문들의 정답은 모두 ③번입니다. 아마 대부분의 독자 분들이 정답을 맞히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저런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많은 경우 ①번이나 ②번의 잣대로 배우자를 판단하거나 스스로 상처를 입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은 남녀차이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남녀차이 속에 숨겨진 이야기

 

남자와 여자가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이유는, 남자와 여자의 뇌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뇌는 크게 이성과 논리를 담당하는 좌뇌와 감성과 직관을 담당하는 우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똑같은 문제를 처리하는 데 남자들은 이성을 담당하는 좌뇌의 사용을 선호하는 반면, 여자들은 감성을 담당하는 우뇌의 사용을 선호합니다.

 

그리고 남자의 뇌 작동원리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체계화형 뇌(systemizer)’입니다. 남자의 뇌는 어느 한쪽 부위만 집중적으로 활동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남자들은 한 번에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것은 잘하지만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해야 하는 멀티태스킹 능력은 여자에 비해 현저히 떨어집니다.

 

반면 여자의 뇌 작동원리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공감화형 뇌(empathizer)’입니다. 여자의 뇌는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부위가 함께 활동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여자들은 멀티태스킹 능력이 남자에 비해 월등히 높습니다.

 

이러한 차이가 생겨난 이유는, 남자는 수백만 년 동안 ‘먹이사냥꾼’ 노릇을 하며 ‘먹이’라는 한 가지 표적에 온전히 집중해 온 반면, 여자는 ‘둥지수호자’ 노릇을 하며 자녀를 기르고, 부모를 돌보고, 불을 지키고, 음식을 하고, 바느질을 하는 등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며 진화해 왔기 때문입니다.

 

남자와 여자가 다를 수밖에 없는 두 번째 이유는, 성 호르몬의 분비가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적인 특성을 만들어내는 호르몬으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이성적, 공격적, 논리적, 체계적, 객관적인 특성을 나타내게 됩니다.

 

반면에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은 여성적인 특성을 만들어내는 호르몬으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감성적, 직관적, 공감적, 안정적, 주관적인 특성을 나타내게 됩니다. 남자와 여자 모두 남성 호르몬과 여성 호르몬을 몸 안에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남자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여자보다 10~20배 높고, 여자의 에스트로겐 수치가 남자보다 10~20배 높습니다. 이렇듯 뇌의 구조와 작동원리도 다르고, 호르몬의 분비가 다르다보니 남자와 여자의 말과 생각과 행동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남자와 여자의 말과 행동은 다를 수밖에 없다

 

다시 앞에서 내드린 질문으로 돌아가 볼까요?

 

1. 남편들은 왜 ‘쭉쭉빵빵’ 잘 빠진 여자가 지나갈 때 고개가 돌아갈까?

 

인간의 뇌에서 성적 행동의 중추를 담당하는 시상하부의 크기가 남성은 여성에 비해 2배 정도 크고, 성적 행동을 유발하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여성에 비해 10~20배 높기 때문입니다.

 

2. 남편들은 왜 ‘사랑해’, ‘미안해’, ‘고마워’ 이런 살가운 표현을 잘하지 못할까?

 

남자가 말을 할 때 뇌를 관찰해 보면 이성을 담당하는 좌뇌 부분만 주로 활성화됩니다. 곧 말을 할 때 감정을 담당하고 있는 우뇌 부분을 함께 활용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자신의 기분이나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반면 여자가 말을 할 때는 이성을 담당하는 좌뇌와 감성을 담당하는 우뇌가 함께 활성화됩니다. 그래서 여자는 감성이 담긴 표현들을 남자보다 훨씬 쉽게 할 수 있습니다.

 

3. 아내들은 왜 주차를 할 때 툭 하면 차를 긁어먹을까?

 

남자는 여자에 비해 ‘시공간 지각’ 능력이 매우 발달하였습니다. 이는 지도를 보거나 차를 주차시킬 때 필요한 능력을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남자가 여자에 비해 약 4배 정도 높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시공간 지각 능력이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을수록 발달하기 때문입니다.

 

4. 아내들은 왜 문제가 생기면 남편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질문을 퍼부어댈까?

 

먹이사냥꾼인 남자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냥을 하면 사냥물을 다른 사람들과 나눠야 했지만, 혼자서 사냥을 하면 사냥물을 독점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남자는 문제를 혼자서 해결하는 것을 선호하는 방식으로 진화해 왔습니다. 특히 상대에게 질문하는 것 자체를 나약함의 표현, 또는 프라이버시 침해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서 궁금한 것이 있어도 좀처럼 질문을 하지 않습니다.

 

반면 둥지수호자인 여자는 여럿이 함께 일을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었습니다. 특히 상대에게 질문하는 것 자체를 서로에 대한 친밀감의 표현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서 궁금한 것이 있으면 바로바로 질문을 던집니다.

 

 

차이를 인정하면 배울 수 있다

 

이 밖에도 남녀차이가 부부관계에 미치는 영향들은 많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남녀차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핵심은 서로의 다른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입니다. 그리고 서로의 다른 모습을 자기 성장을 위한 좋은 기회로 생각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아니마(anima)’와 ‘아니무스(animus)’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단어들은 분석심리학자 칼 융(Jung, C. G.)이 사용한 용어입니다. 아니마는 남자의 무의식에 내재되어 있는 여성성이고, 아니무스는 여자의 무의식에 내재되어 있는 남성성을 의미합니다. 남자의 무의식 안에는 여성적인 특성이 함께 존재하고, 여자의 무의식 안에는 남성적인 특성이 함께 존재합니다. 진정한 자기완성을 하려면 자신의 내면에 지니고 있는 남성적 특성과 여성적 특성이 함께 성장해야 합니다.

 

‘성스럽다’라는 뜻의 영어 단어 ‘holy’는 ‘전체’라는 뜻의 ‘whole’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성인(聖人)들이 성스러운 것은 그들의 삶과 행위가 통합된 인격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예수님입니다. 남성적인 강인함과 여성적인 섬세함이 한 인간 안에서 통합되어 있는 예수님의 모습을 통해서 인간 성숙의 모범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부부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자신과 반대되는 성적 특성을 배우자로부터 성장시킬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로의 차이는 갈등의 요인만 된다고 생각하는 편견을 버리고, 서로간의 차이를 인정하고 감사하게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다르다는 것이 틀리다는 것은 아닐 겁니다.

 

* 권혁주 라자로 - 서울대교구 사목국 가정사목부, 가족관계 프로그램 개발 연구원. 그동안 서울대교구 혼인강좌, 부부여정, 아버지여정 등의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경향잡지, 2011년 2월호, 권혁주 라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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