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4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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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신학ㅣ사회사목

[본당사목] 함께 가는 여정인 본당 사목: 본당 사목의 의사결정과 운영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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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6-02-06 ㅣ No.336

함께 가는 여정인 본당 사목 - 본당 사목의 의사결정과 운영 리더십

 

 

지난 호까지 ‘좋은 본당을 일구는’ 과정으로 비전을 공유하는 사명 선언문을 만들고 그에 합당한 본당의 중장기 사목 계획을 마련하는 일의 중요성과 이를 체계적으로 평가하는 기준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이런 모든 과정의 총체적 의사결정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할까? 우선 현재 본당의 의사결정 현실을 먼저 짚어보도록 하자.

 

많은 본당에서 사목의 계획과 결정은 본당 사목회1)를 통해 이루어진다. 소공동체 사목이 강조되면서 소공동체를 중심으로 공동체 대표들의 논의를 통해 본당이 운영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차츰 부각되지만 아직까지는 본당 사목회가 주축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본당 사목회는 보통 한 달에 한 번 정도 모여 본당의 운영 전반에 걸쳐 논의를 하지만,2) 사목위원들은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갖기보다는 주로 제안과 의견 나눔에 머무르고 최종 결정권은 주임신부의 몫인 경우가 많다.3) 그나마 대부분의 신자들은 사목위원이 누구인지, 사목회가 언제 어떻게 열리는지, 무슨 결정이 어떻게 났는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저 모든 본당 사목은 주임사제가 결정한다고 알고 있을 뿐이다. 결국 모든 의사결정을 사제의 의도와 상관없이 사제 1인이 주관하고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자주 벌어진다.

 

이런 의사결정체계로 말미암아 주임신부의 관심에 따라 본당의 사목방향이 수시로 바뀌는 양상이 나타난다. 더구나 사제 재임기간이 3-5년 정도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사제들은 재임 기간에 한 가지라도 가시적인 사목적 성과를 얻고자 골몰하게 된다. 이런 사목 조건 때문에 본당 사목이 장기적인 전망에서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게 된다. 다양한 관심을 가진 사제들이 관심 사목 영역을 활성화시키다 보면 본당이 고르게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를 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사목적 지원이 한 쪽에 집중된 가운데서 다른 부분이 잘 유지되기란 쉽지 않다. 또한 사제의 결정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본당 사목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신자들은 본당의 구성원으로서 지녀야 할 주인의식을 점점 잃어가고 수동적으로 바뀌게 된다.

 

 

1. 신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본당 의사결정체계

 

바람직한 본당 운영을 위해서는 본당 신자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어야 한다. 따라서 본당의 결정 사항은 모든 신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동의를 얻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신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하는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해 보겠다.

 

1) 소공동체 중심의 의사결정체계로 전환

 

모든 본당 신자의 의견을 반영하여 본당 운영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수천 명의 신자들이 모인 본당에서 그들의 의견을 모으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따라서 이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대표자를 정하여 그 대표들이 논의하는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의 본당 사목회는 신자들을 대표하여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조직체계가 아니다.4) 따라서 본당 사목회가 전문성을 바탕으로 본당 현안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자문기구로 활동하고,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본당의 사목적 현안을 논의하는 것은 소공동체 구역을 대표하는 구역장 회의에서 담당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5)

 

소공동체 사목은 본당과 신자들의 의사소통이 모임을 통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는 구조이다. 그러나 이상적인 구조와 달리 지금의 소공동체 모습은 본당의 지시사항만 전달될 뿐 신자들의 의견이 교회 운영을 담당하는 사목자에게 전달되지 않고 있다. 소공동체 대표들의 모임인 구역장·반장 모임에서 결정되고 건의된 내용을 각 분과에서 기획해서 실행해야 이상적인데, 거꾸로 각 분과에서 기획한 행사나 사업을 각 구역과 반에서 실행하고 있는 본당이 대부분이다. 이는 구역장·반장들의 정기 모임이 주로 공지사항 전달이나 강의식 교육 등으로만 진행될 뿐, 본당의 운영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개선하려면 일단 소공동체의 대표라 할 수 있는 구역장과 반장을 임명이 아닌 선출 방식으로 전환하고,6) 아울러 이들이 본당 사목에 관한 주요 결정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2) 본당 총회

 

신자 대표들의 회의체를 통해 본당 운영에 관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본당 전체와 관련된 주요한 결정사항에 대해서는 신자들에게 그것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런 절차가 바로 본당 총회이다. 그러나 신자 전체가 참석하기 어렵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사목위원, 단체장, 구역장, 반장들이 참여하는 대의원 총회 성격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부분의 본당에서는 연말연초에 본당 연간 사업계획과 관련된 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대체로 사목회나 단체에서 개별적으로 작성한 사업계획서와 예산안을 보고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근 들어 본당 사목회장을 총회에서 선출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처럼 본당의 중요한 사안을 총회 논의를 통해 결정하기보다는 주로 사목회가 계획하고 결의한 내용을 인준하는 형식적인 절차가 되어버렸다.

 

본당 총회의 결정이 의미있게 이루어지려면 우선 총회의 주요 안건에 대해 신자들에게 사전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소공동체 모임 안에서 논의한 뒤에 그 논의 사항을 총회에서 나누고 합의를 통해 결정하는 과정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3)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열린 통로 마련

 

소공동체의 대표들로 구성된 모임에서 본당 사목의 안건이 결정되고 본당 총회를 연다고 하더라도, 다양한 신자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힘든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신자들은 본당 운영에서 자연스럽게 관심이 멀어지고, 본당과 신자들의 의사소통은 또다시 일방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 이를 방지하려면 신자들의 의견을 수시로 모을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처럼 신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의사소통의 통로로 과거에는 본당에 건의함 등이 마련되기도 했으나, 최근 들어 쉽게 만들고 운영할 수 있는 본당 홈페이지를 이용하기도 한다.

 

이런 상설 통로 외에도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공개토론회나 공청회와 같은 특수 형태를 진행할 수도 있다. 일례로 인천교구의 경우 시노드를 개최하기 전에 신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자 ‘열린 마당’을 진행하였다. 1차 열린 마당은 지구별로 다양한 신자들이 모여 교구장에게 교회 운영에 관련된 다양한 건의사항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2차 열린 마당은 그렇게 제안된 의견을 25개 사목 영역으로 나눠 전문가들의 제안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처럼 본당에서도 주요 논의 사항이 있을 때 여론수렴의 장을 따로 마련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2.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함께 하는 팀 사목

 

본당 운영의 의사결정에 신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려면 이를 촉진시키는 사목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요즘 부각되는 것이 ‘팀 사목(Team Ministry)’이다. 팀 사목은 본당 사목의 운영을 책임지는 핵심을 성직자 1인이 아니라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교회 직원들이 팀을 이루어 분야에 맞춰 전문적으로 분담하자는 의미이다. 현재의 본당 사목회도 부서나 단체별로 본당 운영의 일부를 맡아 참여하고 있지만, 사목 동역자라는 의식보다는 성직자의 사목을 협조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게다가 평신도의 경우 상근 종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정보나 시간, 능력 부족 등으로 제 구실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의정부교구의 경우 다른 교규들의 주임신부-보좌신부 체계가 아닌 주임신부-부주임신부 체계로 부주임신부에게 고유한 사목영역과 권한을 부여하여 본당사목에 참여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 교회에서 팀 사목은 사제들 간의 협력으로만 인식되는 ‘공동 사목’일 뿐, 수도자와 평신도까지 함께 참여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팀 사목’은 보편적이지 않다. 과거 사목은 사제만 하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의 각 직분은 서로 고유한 위상을 갖고 상호 협력하는 관계로 새롭게 인식되면서 사목 직무에 함께 참여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팀 사목에서는 사목의 권한과 책임을 사제 혼자서 맡지 않고 사목 팀의 담당자에게 위임한다. 사목 팀의 각 담당자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과 책임을 발휘하지만, 합리적인 내부 의사소통 체계를 통해 서로의 의견을 나누며 협의나 조정도 거치면서 모든 결정이 본당의 비전에 부합하도록 끊임없이 소통하는 것이다. 팀 사목은 평신도를 사목 활동에 참여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전문성을 갖고 참여할 수 있는 평신도를 발굴하는 안목이 있어야 하고, 이들을 훈련시켜 지도자로 양성시키는 과정이 항상 수반되어야 한다. 또한 팀 사목의 구성원들은 본당 사목에 대한 책임자이기 때문에 그들의 능력과 권한에 대한 신자들의 신뢰도 확보해야 한다. 사도행전에서 사도들이 그들을 협력할 보조자를 뽑을 때 신자들에게 신망이 두텁고 성령과 지혜가 충만한 사람을 뽑도록 한 것처럼(사도 6,1-6), 팀 사목 구성원들은 신자들의 인정을 받은 사람들이어야 한다. 무슨 권한으로 본당 사목을 주도하느냐 하는 반발이 생긴다면, 팀 사목은 제대로 이루어질 수가 없다.

 

팀 사목은 단순히 효과적으로 신자들을 관리한다든지 본당의 규모를 성장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팀 사목의 팀은 본당의 소공동체들이 각기 받은 성령의 은사를 나누면서 신앙적으로 성숙할 수 있도록 유기적으로 연계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3. 현 시대에 요구되는 새로운 리더십

 

성직자 중심의 사목에서 여럿이 함께 하는 사목으로 바꾸자는 요구는 성직자가 교회 운영의 중심에 있는 것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성직자 중심의 교회 운영이 문제가 있다고 하여 무조건 평신도를 중심에 세운다면 모든 문제가 말끔히 해소될까?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리더십이 교회를 이끌고 있는가이다. 

 

어떤 조직에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며 그에게 주어진 과업을 달성하는 데 필수적인 조건 가운데 하나는 리더십이다. 오늘날과 같이 복잡다단해진 시대에 조직을 현명하게 이끄는 리더십은 더욱 그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리더십은 기업경영뿐만 아니라 교회의 사목에서도 중요하다. 개신교의 경우 목회자의 역량에 따라 교회의 모습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리더십을 매우 강조하고 있고 이에 대한 연구도 많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개신교에서는 목회자가 신자의 숫자를 늘리고 교회를 양적으로 성장시키더라도, 신자들이 목회자만 좋아하고 스스로의 영적 변화를 경험하지 못한다면 그 목회자의 리더십은 문제가 많은 리더십이라고 지적한다.7) 한국 천주교회의 사목자들은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가? 리더십에 관련된 여러 책들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특징을 10가지로 정리하였는데, 이를 참고하여 자기 진단을 해 보자.

 

강철왕 카네기는 “모든 일을 혼자서 하려고 들고 그 일에 대한 칭찬도 자기 혼자 다 받으려는 사람은 결코 위대한 지도자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실 최근에는 리더십(leadership)보다 파트너십(partnership)이 더 강조된다. 과거에는 뛰어난 카리스마를 지니고 모든 것을 앞장서서 지휘·통제 하던 보스(boss) 형의 리더를 선호했지만, 요즘은 앞장서는 리더가 아닌 함께 하는 리더, 코디네이터(coordinator, 종합하는 사람, 조정자)나 애니메이터(animator, 생기를 주는 사람, 활성가) 형의 리더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다양한 문제에 교회가 응답하려면 교회도 새로운 리더십을 형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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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교회법상 정식 명칭은 본당 사목평의회이지만(교회법 제536조 참조), 통상 본당 사목협의회, 본당 사목회 등의 명칭을 쓴다. 이 글에서는 일선 본당에서 많이 쓰는 본당 사목회로 통칭하도록 하겠다. 본당마다 본당 사목회 조직 체계가 약간씩 다르지만 여기서는 여러 분과로 구성된 가장 일반적인 본당 사목회를 말한다.

 

2) 각 분과에 위원을 선임하는 경우도 있지만, 월례 회의는 주로 분과장과 차장만 참석하는 경우가 많다.

 

3) 평신도사도직협의회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1998년의 조사에 따르면 평신도사도직협의회에 가장 큰 권한 행사자는 주임신부이고(88.7%), 평신도사도직협의회 회장도 사목회가 선출하는 비율(16.1%)보다 주임신부가 임명하는 경우(56.5%)가 많았다. 또한 주임신부와 평신도 지도자들이 갈등을 일으키는 이유 가운데 가장 큰 것은 주임신부의 독단 때문(54.1%)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서울대교구 평신도 사도직협의회 운영실태 및 전망에 관한 조사연구보고서』, 우리신학연구소, 1998년, 51-54면 참조.

 

4) 본당 사목회는 대부분 주임신부의 선택으로 구성되며, 대개 시간 여유가 있고 경제 여건이 좋으며 학력이 높은 사람들로 이루어져 그 선발 기준이 사회적인 기준과 차별성을 갖고 있지 않다. (…) 여성과 젊은이 또는 노인은 사목평의회와 같이 교회의 중요한 사안들에 자문을 줄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고 때로는 매우 제한되어 있다(서울대교구 시노드 의안집 중 ‘교회운영’ 99항.101항 참조).

 

5) 서울대교구 시노드 후속 교구장 교서 중 ‘교회운영’ 37-38항 참조. 춘천교구의 교구 규정에서도 마찬가지의 사목 체계를 제시하고 있다. 

 

6) 물론 여러 가지 이유로 구역장과 반장을 맡지 않으려고 하는 상황에서 선출 방식으로 구역장과 반장을 뽑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7) 주상지, 『교회 사역자들을 위한 리더십 개발의 12가지 열쇠』, 서로사랑, 2000년, 5면.

 

[사목, 2005년 5월호, 이미영(우리신학연구소 사목자료정보센터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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