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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사목] 교구 시노드 그 후: 교회의 미래는 가정에 달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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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04-29 ㅣ No.565

[경향 돋보기] 교구 시노드 그 후 ② 교회의 미래는 가정에 달려있습니다

 

 

가정의 중요성

 

각 교구 시노드 최종 문헌의 내용 중‘가정’관련 내용을 검토해 보면, 전체적으로는 가정의 중요성을 대부분 인지하고 강조하고 있다. 왜냐하면 혼인과 가정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에 따라 가정불화, 이혼, 자녀와의 갈등, 청소년 문제, 자살, 낙태, 피임, 성 개방 풍조, 저출산, 고령화와 홀몸 노인 등 많은 가정문제가 사회적인 큰 혼란과 신앙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교구가 이러한 가정의 위기 앞에 시노드를 통해 가정 중심의 ‘통합적인 사목’을 제시하면서, 교회의 미래가 결국 가정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교구 시노드가 막을 내렸지만 교회의 가르침과 현실의 괴리 사이에서 오는 갈등과 긴장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무엇보다 혼인과 가정 그리고 낙태와 저출산 등 생명에 대한 인식이 신자와 비신자 사이에 별반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 곤혹스럽기만 하다.

 

또한 시노드가 끝나자 회의 중에는 그렇게도 진지하고 열성적이던 사람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무관심한 태도를 보여 더욱 당황스럽게 한다. 이러한 현상은 교회가, 특히 사목자들이 시노드 후속 기구를 통해 신자들에게 끊임없이 시노드의 결과들을 시행하고자 하는 노력이 결여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교회 언론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것은 아닐까?

 

 

한국 천주교회와 시노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94년 대희년 준비를 시작하며 교황교서 “제삼천년기”를 반포하였다. 이 교서에서 교황은 대희년 준비의 일환으로 교구 시노드의 개최를 간접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그리고 교구 시노드를 포함한 각 시노드의 주제가 “복음화”, 더 정확히 말하자면 “새로운 복음화”이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이미 한국 천주교회는 일종의 ‘국가 시노드’를 개최하였다. ‘200주년 기념 사목회의’가 그것이다. 이 사목회의는 200주년 기념 준비 간담회(1981년 1월 10일)에서 ‘전국 사목회의’라는 이름으로 개최키로 확정하였고, 200주년 사목회의는 교회의 거의 모든 사목영역을 포괄한 의제와 의안을 구성하였다.

 

 

시노드에 드러난 각 교구 ‘가정사목’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의 가장 긴급한 과제 가운데 하나로 혼인과 가정의 존엄성을 수호하는 일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교회헌장, 현대세계의 사목헌장, 평신도 사도직 교령, 사제양성에 관한 교령, 교회의 선교활동에 관한 교령 등, 거의 모든 문헌에서 혼인과 가정의 중요성은 매우 중요한 비중으로 강조하였고, 가정사목은 가장 중요한 사목 영역으로 거론되었다.

 

특히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회칙 “가정공동체”를 통해 가정을 ‘가정교회’, ‘작은 교회’라고 강조하였다. 그래서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가정의 존엄성을 지키고 수호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한국 천주교 200주년 사목회의 역시 별도의 ‘가정사목’ 의안에서 서론과 마지막 ‘제안사항’을 포함, 총 9개의 장을 통해 가정사목의 중요성과 가치를 강조하였다. 특히 의안은 가정사목의 대상을 단순히 신자 가정뿐만 아니라 보편적인 사회 구성원 전반으로 넓히고, 가정사목을 통해 교회의 내적 복음화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효과적인 사회 복음화까지도 꾀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사목회의 의안은 최근 가정사목에 대해 보편적으로 공감을 얻고 있는 통합적 사목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인식을 보이고 있다. 곧 의안은 가정사목을 모든 일상과 교회생활의 근간으로서 파악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드러난다. 하지만 1994년 ‘세계 가정의 해’를 맞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가정교서”를 발표한 뒤 한국 교회 안에서는 교구마다 가정사목 전담 기구를 마련하기 시작했고, 가정문제상담실 운영 등을 활성화하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1990년대 후반과 2천 년대를 전후해 열린 각 교구 시노드들은 가정사목에 대해 통합적 접근의 필요성을 주목하기 시작했고, 사목 전체가 가정을 중심으로 이뤄질 필요성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장차 가정사목의 향방을 제시해 주는 커다란 기점이 되었다(가톨릭신문, 2007년 6월 17일자 인용).

 

대구대교구는 ‘생명주기에 따른 가정사목’을 총체적으로 파악하고 각 인생 주기의 지속적인 과정 안에서 사랑과 생명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야 함을 강조하고 그리스도인 가정이 어떠해야 함을 밝힌 점이 두드러지게 보인다. 특히 이혼이나 별거부부와 자녀 문제, 외국인 노동자 가정, 편부모 가정, 미혼모 가정이나 독거노인 가정 등도 공동체 생활 안으로 이끌어 들이도록 노력해야 함을 강조했다.

 

그러나 사목 전체가 가정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가정 중심의 ‘통합적 사목’에 대한 미비함은 현재 본당 단체나 개인 중심 사목에서 가정 중심의 사목으로 전환될 수 있을지 우려된다.

 

인천교구는 ‘사랑과 생명의 공동체인 가정’을 통해 가정에 대한 중요성을 천명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정사목부에 대한 위상을 강화하고, 가정사목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며, 교구와 본당에서 각종 가정사목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활성화하며, 생명문화 구현, 노인사목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제안했다.

 

특히 ‘실천 요강 · 개선 제안’을 담아 교구와 본당에서 실천 가능한 가정사목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취급한, 현실감 있는 제안들이 돋보인다. 그러나 인천교구도 역시 사목자들이 가정사목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가정 중심의 통합적 사목을 강조하지 못하고 있고, 가정기도의 중요성과 가정의 영성을 강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서울대교구는 평신도 의제 전반을 가정사목과 긴밀하게 연결 짓고 가정, 여성, 노인사목 등을 별도의 항목으로 다뤘다. 특히 서울대교구 시노드 최종문헌에서는 가정사목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면서 가정사목연구소 설립, 가정 교리서 편찬, 다양한 프로그램, 특히 혼인 준비 프로그램 강화를 강조했고, 가정 중심의 ‘통합적 사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가톨릭신문, 2007년 7월 8일자 참조).

 

청주교구는 주교좌성당이 성가정을 주보로 삼고 있는 데서 볼 수 있듯이 가정사목을 중요시하여 왔다. 당연히 시노드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로 ‘가정’을 선택하여 가정 자체가 가정사목의 대상이자 주체라는 사실을 천명하며 가정 사도직을 강조하였다. 가정 중심의 ‘통합적인 사목’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가정사목 전담사제의 필요성, 가정사목 지침서를 편찬, 가정교리서 발간, 혼인 전 교육의 강화 등을 체계적이고 짜임새 있게 강조하고 있다.

 

다만 가정사목 중심의 ‘통합적인 사목’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와 올바른 해석과 함께 현실감 있는 작업이 되어야 할 것이다. 더 구체적인 방안 제시를 통하여 이론에 머무는 가정사목이 되지 않도록 일선 사목자의 인식 개선과 함께 끊임없이 소통하고 대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가정 중심의 통합적 사목으로의 전환

 

‘가정 중심의 통합사목’이란 가정을 사목의 중심으로 삼아 통합적으로 가정을 지지하고 복음화하는 사목을 말한다. 우선 가정 자체가 가정사목의 대상이자 주체라는 의식 전환이 시급하다.

 

또한 대개 교회의 많은 사목 프로그램들은 단체나 개인을 지향하고 있어, 가족 상호간의 연관성을 합당하게 고려하며 가정을 지원하기보다는 오히려 분리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에 청주교구 시노드 대의원들은 “소공동체, 본당, 지구, 교구 차원의 모든 사목은 가정을 지지하고 복음화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청주교구 시노드 최종 건의안, 33항)며 통합적인 가정사목을 건의하였다. ‘통합사목’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다.

 

첫째, 통합사목이란 각 가정이 통합적으로 건강한 가정, 곧 신체적 · 정신적 · 정서적 · 사회적 · 영적으로 건강한 가정을 이루도록 지향하는 사목을 말한다. 이는 하느님과 가족 간의 수직적인 관계는 물론이고, 부부간의 관계,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 형제와 자매의 관계 그리고 가족과 이웃 간의 수평적인 관계 역시 통합적으로 건강해야 함을 의미한다.

 

사목자들은 교회 내에 시행되고 있는 모든 프로그램들 특히 ME, 아버지학교, 어머니학교 등을 지도하는 데에서 어느 한쪽 방향만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통합적으로 건강한 가정이 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할 것이다.

 

둘째, 통합사목이란 교회의 모든 사목이 가정을 염두에 두는 통합적인 사목을 말한다. 이제 교회는 본당이 아니라 가정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가정 자체가 하나의 작은 교회이며 각 본당의 모든 사목 계획은 가정을 그 중심에 두고, 가정에 초점을 맞춰 계획하고 실천하여야 한다.

 

또한 청소년사목, 선교사목, 노인사목, 사회복지사목 등의 사목이 부분적이고 개인적인 차원에서만 머물러서는 안 되고, 언제나 ‘가정’이라는 전체 틀 안에서 연결되고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따라서 사목자나 봉사자들은 교회의 모든 행사나 교육, 그리고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데 가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고려해야 한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어떤 수준의 사목활동 계획도 그것이 가정에 미치는 잠재적 충격을 먼저 이해하지 않고서 착수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상기시켰다(가정공동체, 70항 참조).

 

셋째, 통합사목이란 신앙생활과 사회생활의 분리가 아니라 가정 안에서 하나로 통합되는 사목을 의미한다. 신앙과 생활의 괴리나 분리는 마땅히 극복되어야 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교회는 모든 가정이 스스로 복음화되고 사회 복음화를 위해 노력하도록 도우며, 오늘날 가정을 위협하는 사회의 모든 정책과 매스미디어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그 개선을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특히 첫영성체 가정교리는 가정 안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삶을 통해 신앙을 전수하고, 가정이 복음화되어 이웃 사회의 복음화로 나아가는 중요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이를 위해 현실적인 가정 교리서 발간이 한국 교회에 시급한 과제이다. 아울러 가정통합 중심의 신앙의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넷째, 통합사목이란 가정사목을 하나의 사목의 구성요소가 아닌 사목의 주요개념으로 바라보는 것을 의미한다(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가정을 위한 교서 “가정, 사랑과 생명의 터전”, 60항 참조). 가정사목은 한국 교회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며, 가정사목은 여러 사목의 하나가 아닌 교회의 중심사목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이 점에 대해서 제8차 아시아주교대의원회의는 “가정은 바로 사회의 기초단위이며 근본적인 교회공동체, 곧 가정교회인 만큼 완전한 복음화의 중심이 되어야 하고 … 본당의 모든 사목 계획이 가정에 초점을 맞추도록”(제8차 FABC 총회 최종 문서, 46항) 촉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목자들의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 한국 교회는 과거 교구나 본당에서 추진한 부분적이고 단편적인 가정사목의 한계점을 극복하고, 가정사목이 교구와 본당공동체, 그리고 소공동체를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관계성과 통합성, 그리고 사회성을 유지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가정공동체는 가족 구성원이 개인주의를 넘어 공동체성을 배우고 실현하는 장이며, 교회공동체는 그러한 가정공동체가 함께 만나는 장소요 가정을 사회에 파견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교구는 교구와 본당뿐만 아니라 교회와 사회의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가정공동체의 구성원들이 기도하고 봉사하며 복음을 선포하는 성숙한 공동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청주교구 시노드 후속 사목교서, 가정, 15항).

 

시노드는 폐막되었지만 아직 올바로 한국 교회 각 교구에 구현되지는 않았다. 과거 200주년 기념 사목회의나 부산교구 공의회에서 많은 건설적, 창의적 제안들이 쏟아졌음에도 현실에 반영되지 않았던 것은, 제안들의 현실성과 타당성의 문제가 아니라, 실행지원 기구의 부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각 교구 시노드들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려면 시노드 후속 실행기구를 설치하고 운영해야 할 것이다. 또한 사목자들의 노력과 관심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교구는 끊임없이 일선본당 사목자들과의 긴밀한 소통과 인식개선을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오늘날 한국 교회는 가정과 신앙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우리에게 남긴 가르침에 주목하여야 할 것이다. “교회의 미래는 가정에 달려있습니다.”

 

* 이준연 사도 요한 - 신부. 청주교구 가정사목국장이며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운영위원이다.

 

[경향잡지, 2011년 2월호, 이준연 사도 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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