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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사목] 청소년기 자녀에게 부모가 진정 해주어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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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04-26 ㅣ No.561

[청소년을 둔 부모들에게] 청소년기 자녀에게 부모가 진정 해주어야 할 것

 

 

경쟁력 길러주기

 

“내가 뒷바라지를 잘 해주지 못해서 우리 애가 그만…. 다른 애들은 좋은 옷 입고 좋은 신발 신고, 학원도 다니고 하는데 우리는 그렇게 해주지 못하니까 애가 자꾸 위축되면서….”

 

넉넉지 못한 가운데서도 자식 공부만은 잘 시키고자 했던 어머니가 긴 한숨을 쉬며 말씀하십니다. 요는 경제적으로 충분히 뒷받침을 해주지 못하니 아이가 기가 죽어서 겉돌다가 잘못되었다는 것입니다.

 

“나는 하느라고 했는데, 다른 엄마들 못지않게 이것저것 정보도 알아보고 좋다는 학원 찾아서 보내고…. 다른 일에는 신경 쓰게 하지 않으려고 집에 무슨 일이 있어도 애한테는 내색도 하지 않고 모자람 없이 잘해주었는데, 도대체 뭐가 잘못되었는지.”

 

다른 어머니는 아이에게 온갖 정성을 다하고 부족한 것 없이 해주었는데도 아이가 기대를 벗어나 딴짓만 하고 있다고 고개를 젓습니다.

 

한 어머니는 뒷받침을 잘 해주지 못해서 아이가 잘못되었다고 하고, 다른 어머니는 부족한 것 없이 다 해주었는데도 아이가 잘못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자녀에게 도움이 되는 것일까요?

 

그런데 사실 이것은 질문 자체가 핵심을 벗어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예를 든 두 어머니는 전혀 다른 것 같지만 한 가지 공통된 점이 있습니다. 바로 부모의 역할을 자녀에게 무언가 물질적으로 해주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식을 위해서 기꺼이 자신의 모든 것을 줄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특히 변화가 빨라지고 경쟁이 치열한 세상에서 자녀가 잘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자녀가 어떤 상황에서도 잘 적응해서 살아갈 수 있는 실력과 능력을 갖도록 해주어야 한다고 여깁니다. 이른바 경쟁력을 길러주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런 마음에서 일찍부터 조기교육도 시키고, 영어, 중국어 등의 외국어 교육, 악기나 체육 등 예능 교육, 그리고 좋은 학교에 들어갈 수 있도록 입시준비 교육에 매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교육비를 마련하려고 온갖 애를 다 쓰지요.

 

또 다른 애들에 비해 뒤지지 않게 해주려고 겉으로 드러나는 차림새도 신경 써서 챙겨주려고 합니다. 비록 자신은 낡은 옷 입고 싼 신발 신더라도 자식에게는 좋은 것을 입히고 먹이려는 것이 부모 마음이지요.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좋아하도록

 

부모의 이런 태도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만일 이것이 없다면 아무리 물질적으로 뒷받침을 잘하고 자식을 위해서 희생하더라도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무엇일까요? 아마 나름대로 짐작하시는 바가 있을 것입니다. 그 가운데 한 가지만 말씀드리도록 하지요.

 

이른바 ‘험한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 진정으로 필요한 것 가운데 하나는 ‘자기존중감’이 아닐까 합니다. 자기존중감이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좋아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이 말이 조금 포괄적으로 막연하게 느껴지면 ‘자기효능감’이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자기효능감이란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그 상황을 극복하고 자신이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개인적 신념을 뜻합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흔히 타인과 비교해서 자기가 더 낫다는 것이 아닌가 하고 오해합니다만, 이 두 개념은 타인에 대한 우월감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입니다. 이 점을 기억해 주십시오.

 

자기존중감이나 자기효능감이 높으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행동을 시도하고, 곤경에 처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을 계속할 수 있습니다. 부모님들이 자식이 가져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태도는 바로 이러한 것이 아닐는지요. 반면에 자기존중감이나 자기효능감이 낮으면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고 외모가 출중하더라도 행복해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 염려스러운 것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불안에 시달리는 수가 많다는 것입니다.

 

 

한 발짝 물러서서 기다려주기

 

그러면 자기존중감이나 자기효능감은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요? 하나는 중요한 타인으로부터 존중받는 경험을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무엇이든 스스로의 노력에 따라서 성취하는 경험을 하는 것입니다.

 

먼저 ‘중요한 타인으로부터 존중받는 경험’에서 중요한 타인 가운데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들은 부모입니다. 흔히 청소년기가 되면 친구나 가족 이외의 사람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여깁니다만, 그런 사람들의 영향력에 못지않게 부모님의 영향은 여전히 크게 작용합니다.

 

특히 청소년들은 자신의 부모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부모로부터 독립하려는 경향과 함께 부모에 대한 의존이라는 상반된 욕구를 가집니다. 부모가 자신을 정서적으로 지지해 주고, 어른으로서 바람직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강력히 기대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마음을 헤아려서 겉으로 반항적인 모습이 나타나더라도 자녀의 의견을 물어보고 존중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자녀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일지 돌아보는 것도 필요하지요.

 

또 한 가지, ‘스스로의 노력에 따른 성취 경험’을 위해서는 앞서서 지시하고 조언하고 훈계하기보다는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청소년기에는 자신의 가능성과 외부의 요구를 비교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세상 경험 많은 부모님 보시기에 어설프고 때로는 터무니없고 쓸데없어 보이더라도 한 발짝 물러서서 기다려주는 것, 이것이야말로 인내가 필요한 부모의 참사랑이 아닌가 합니다.

 

청소년 자녀에게 부모가 진정으로 해주어야 하는 것은 세상의 기준에 맞추어 자녀가 요구하는 것을 해주는 ‘물주(物主)’ 또는 공급자 노릇이나 행동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감시자 역할이 아니라 바로 이 두 가지가 아닐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 강완숙 실비아 -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가족상담교육단체협의회 사무국장, 서울대 위탁 관악구 건강가정지원센터 상담팀장을 지냈다. 가톨릭대, 건국대 등에서 강의했으며, 지금 서울대, 경희대 강사, 한국가톨릭여성연구원 연구원과 상담원으로 있다.

 

[경향잡지, 2011년 2월호, 강완숙 실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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