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6일 (수)
(녹) 연중 제12주간 수요일 너희는 그들이 맺은 열매를 보고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

사목신학ㅣ사회사목

[가정사목] 부부싸움 제대로 합시다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04-29 ㅣ No.566

[삶의 동반자, 부부] 부부싸움 제대로 합시다

 

 

가장 볼썽사나운 구경거리, 부부싸움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구경거리는 불구경과 싸움구경입니다. 반면 가장 볼썽사나운 구경거리는 바로 부부싸움입니다.

 

그렇다면 부부들은 평소에 어떤 주제를 가지고 다투게 될까요? 다음의 부부대화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남편〕당신과 나는 삶에서 추구하는 목표와 가치가 너무 달라!

〔아내〕우린 진지하고 속 깊은 대화가 너무 부족해!

〔남편〕여가시간 보내는 방법이 너무 달라서 그래!

〔아내〕가족이 함께하는 시간 자체가 너무 부족한 거야!

〔남편〕우리 함께 잠자리 가진 지 얼마나 됐는지 알기나 해?

〔아내〕짐승처럼 또 그런다! 평소에 나한테 잘하면서 들이대!

〔남편〕처자식 먹여 살리느라 바빠서 그런데 어쩌라고?

〔아내〕돈이나 많이 벌어다 주면서 그런 얘기를 해!

〔남편〕당신의 충동적인 소비습관을 고칠 생각부터 하지 그래?

〔아내〕집안일하고 애들 교육에 관심 좀 가져봐!

〔남편〕내가 하는 모든 일에 바가지부터 긁는데 도와주고 싶겠어?

〔아내〕당신 어머니한테 하는 것의 반만 나한테 해봐!

〔남편〕성당에서 하느님이 그렇게 가르치디?

〔아내〕하긴, 하느님이 원수도 사랑하라고 하시더라, 이 웬수야!

 

 

어떤 주제로 부부싸움을 하게 되십니까?

 

여러분은 평소에 어떤 주제로 부부싸움을 하게 되십니까? 부부싸움의 주된 내용은 부부들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습니다.

 

애정표현의 부족, 진지한 대화의 부족, 인생에 대한 철학과 가치가 다를 때, 공유시간 부족, 경제적인 문제, 직장일로 가정에 소홀해질 때, 가사분담 문제, 성문제, 배우자 가족과의 갈등, 자녀문제, 신앙문제, 아주 작고 사소한 일….

 

세계적인 부부치료 전문가 존 가트맨은 행복한 부부와 불행한 부부의 특성을 밝혀내려고 다음과 같은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미국 시애틀 워싱턴 대학의 한 연구소를 일반 가정집과 똑같은 주거환경으로 리모델링한 뒤 이곳에서 부부가 평상시처럼 생활을 하게 합니다. 이곳에는 곳곳에 관찰 카메라가 있고, 한쪽에서는 투명하지만 반대쪽에서는 거울처럼 비치는 특수유리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또한 부부들의 신체적 변화를 수시로 파악할 수 있는 각종 시설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를 통해 부부들의 눈빛, 표정, 입모양, 말투, 억양, 목소리, 태도, 바디 랭귀지, 부부싸움의 내용 등과 자료뿐만 아니라 심장박동 수, 혈압, 혈당, 스트레스 호르몬, 면역력 수치 등과 같은 신체 생리학적 자료들까지 통합하여 과학적으로 유의한 통계자료를 산출해 냅니다. 이러한 방법으로 존 가트맨은 35년 동안 약 3,000쌍의 부부를 심층 추적 연구하여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축적하게 되고 다음과 같은 하나의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부부싸움의 ‘내용’ 때문에 이혼하는 것이 아니라 부부싸움의 ‘방식’ 때문에 이혼한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어떤 내용을 주제로 부부싸움을 하는지는 이혼과는 전혀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애정표현이 부족해서든, 대화가 부족해서든, 가사분담 문제이든, 자녀문제이든, 고부갈등 문제이든 간에 부부싸움의 내용은 이혼과는 상관관계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부부싸움의 방식입니다. 곧 ‘무엇’ 때문에 싸우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싸우느냐가 행복한 부부와 불행한 부부를 구분 짓는 기준이라는 것입니다.

 

 

부부관계를 위협하는 요인

 

존 가트맨은 부부관계를 위협하는 네 가지 요인을 다음과 같이 제시합니다.

 

① 비난(criticism) ·· 상대방의 성격, 인격, 능력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표현으로 여자가 남자보다 7:3 정도로 비난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도대체 당신은…”으로 시작되는 표현이 대표적입니다.

 

또한 완벽주의적인 표현을 담고 있는 “언제나, 한 번도, 결코, 항상, 늘, 절대로, 만날, 허구한 날…” 등의 표현 하나하나가 모두 비난에 포함됩니다.

 

“도대체 당신은 뭐하는 여자야?”

“도대체 당신은 나한테 한 번도 따뜻하게 대한 적이 없어!”

“허구한 날 잔소리냐? 도대체 남편을 뭘로 아는거야?”

“항상 늦게 들어오고, 만날 술 먹고 텔레비전 보고 자빠져 자잖아!”

 

② 경멸(contempt) ·· 냉소적인 태도로 상대방보다 자신을 우월한 위치에 놓으면서 상대방을 깎아내리고 깔보는 표현으로 상대방의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을 먼저 보는 습관으로 나타납니다.

 

특히 인류의 공통적인 일곱 가지 표정 가운데 하나인 ‘눈을 흘기면서 왼쪽 입술 끝을 볼 근육으로 잡아당기기’로 경멸을 표현합니다.

 

“(왼쪽 입꼬리를 올리며) 흥, 꼴에 잘난 척은 … 주제 파악이나 하시지!”

“어쭈~ 이 새대가리야!”

“아이고! 성인군자 납시었네!”

“이런 계산기 같은 시베리안 허스키야!”

 

③ 방어(defensiveness) ··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상대방의 잘못만을 주장하는 것으로, 때로는 과거를 끄집어내어 역공을 취하기도 하고, 때로는 우는 소리로 희생자 같은 행동을 취하기도 합니다.

 

“그러는 넌 뭘 잘했는데?”

“네 탓이지 내 탓이냐?”

“왜 나만 잘못했다고 그래?”

“당신이나 똑바로 잘해!”

 

④ 회피(stonewalling) ·· ‘너 혼자 떠들어라.’ 하는 식으로 상대의 말에 대응하지 않는 것으로 남자가 여자보다 7:3 정도로 회피를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를 들면 눈 마주치지 않기, 핸드폰 꺼놓기, 각방 쓰기, 집 나가기 등의 행동 유형을 말합니다.

 

“여보! 우리 여가시간 보내는 방법에 대해서 얘기 좀 하자!”

“(한숨을 내쉬며) …….”

“당신, 지금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밖으로 나가버리며) 어휴, 지겨워!”

 

 

행복하고 안정적인 결혼을 유지하려면

 

존 가트맨의 연구에 따르면 행복하고 안정적인 결혼을 유지하는 부부들은 다툴 때에도 긍정적 표현이 부정적 표현보다 5배 높고, 평소에는 20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곧 건강한 부부관계를 유지하려면 대화의 긍정성을 높여야 하며 그 방법은 이렇습니다.

 

① 비난하지 말고 요청하자!

 

배우자의 잘못된 행동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정중하고 부드럽게 요청하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② 경멸하지 말고 존중하자!

 

배우자의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먼저 바라보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또한 서로에 대한 칭찬, 존중, 감사, 배려하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③ 방어하지 말고 인정하자!

 

나 자신의 느낌을 숨긴 채 전적으로 무조건 인정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문제의 극히 일부라도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면서 대화를 해 나가면 대화의 흐름을 훨씬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습니다.

 

④ 회피하지 말고 대화하자!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곧바로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자기진정을 하고 나서 대화를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남편이 회피를 하고 있을 때 겉으로는 편안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심장박동 수가 증가하고, 혈압과 혈당이 높아지며, 흥분을 일으키는 아드레날린 호르몬과 스트레스 호르몬의 수치가 급격히 높아지면서 폭발하기 일보 직전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내는 남편이 흥분을 가라앉힐 시간을 주고 나서, 차분하게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혼은 자연스럽게 부부싸움을 동반하는 법입니다. 부부싸움 없는 가정이 건강한 것이 아니라 부부싸움을 제대로 잘 관리해 나가는 가정이 건강합니다. 부부싸움을 하지 않는 비결은 딱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결혼하지 않는 것’입니다.

 

 

부부싸움 십계명

 

① 문제를 쌓아두지 않는다.

② 첫마디를 부드럽고 긍정적인 표현으로 시작한다.

③ 서로의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본다.

④ 폭력은 절대로 사용하지 않는다.

⑤ ‘이혼’이라는 단어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다.

⑥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다.

⑦ 제3자를 개입시키지 않고 집 안에서만 싸운다.

⑧ 상대방의 상처와 과거를 끄집어내지 않는다.

⑨ 같은 주제로 또 싸우지 않는다.

⑩ 잘못이 있으면 인정한다.

 

* 권혁주 라자로 - 서울대교구 사목국 가정사목부, 가족관계 프로그램 개발 연구원. 그동안 서울대교구 혼인강좌, 부부여정, 아버지여정 등의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경향잡지, 2011년 4월호, 권혁주 라자로]



1,261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