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3일 (일)
(녹) 연중 제12주일 도대체 이분이 누구시기에 바람과 호수까지 복종하는가?

강론자료

0924-한국순교성인-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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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신부 [gold] 쪽지 캡슐

2001-09-23 ㅣ No.346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 [ 0920 ]

 

            지혜 3,1-9     로마 8,31b-39    루가 9,23-26

        2001. 9. 23. (주일로 옮겨 지냄)

 

한 주간 안녕하셨습니까?

오늘은 순교자 성월의 네 번째 주일이며, 9월 20일에 기념하는 한국 순교성인들의 삶을 주일로 옮겨 되새기는 날이며 축제일입니다.  사람이 하는 행동의 한가지인 ‘기억’은 참으로 신기하고 특이한 것입니다. 간단하고 단순하게 지냈던 일들로 뭉쳐진 기억을 통해서 우리가 얻는 힘은 많습니다. 그런 의미의 기억이라면 참으로 권장할 만한 것이고 정말로 필요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오늘 한국 순교성인의 축제일에 우리는 무엇을 기억할 것인지 잠시 생각했으면 합니다.  내 삶에 희망을 주는 것은 무엇이며, 동시에 나는 무슨 일로 다른 사람에게 삶의 희망을 주는 삶을 보이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생각하는 방향에 따라 쉬운 일이 될 수도 있고, 생각하기 힘든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이 시간을 통해서 여러분들에게 드리는 말씀은 대단히 이론적입니다. 그것은 제 삶의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시간이 흐르고 삶의 폭이 다양하면 아마도 그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될 것입니다.

 

한국의 과거 순교자들이나 신앙의 선조들이 어떻게 지냈을까, 우리가 모르지는 않습니다. 직접 우리의 눈으로 본 것도 아니고, 내 형제나 자매가 아닐지는 몰라도 우리는 그에 관한 이야기를 수차례 들어왔고, 신앙인들의 삶을 보여주는 영화를 볼 수 있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흔히 자신이 많이 아는 것, 자신의 전공분야일수록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신만큼 아는 사람이 없는 경우이고,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은 보지 못했다고 말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하고 다시 질문한다면 우리는 그 대답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일상생활도 바쁜 세상에서 신앙생활까지 바쁜 것은 곤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 보이는 것이 요즘의 세상입니다. 몸이 먹고 사는 데 움직이는 시간도 부족한데, 눈에 뵈지 않는 정신이 살아가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일은 쓸데없는 짓이라고 말하기 쉬운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도 ‘정말 그렇게 쓸데없는 일인가?’라고 묻는다면 우리의 대답은 신중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신앙인은 예수님의 뒤를 따르는 생활입니다. 그 생활은 생각처럼 간단하거나 쉬운 일도 아닙니다. 그 신앙생활이 어떠해야 하는지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매일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한다.’  우리가 짐을 등에 지면 손으로 부둥켜안는 것보다는 효과적으로 많이 운반할 수는 있지만, 그것은 어쩔 수없이 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 의지가 기쁘게 따라가지 않는 경우가 많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경우라면, 예수님을 따르는 일은 정말로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므로 마음과 생각을 바꿔 비슷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십자가를 짐으로 생각하여 ‘등에 지고 따르는 것’이 아니라, 내 팔을 벌려 ‘부둥켜안고 예수님의 뒤를 따라야한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몸이 하기 전에 생각이 먼저 움직이기 때문에 생각이 올바르지 않으면 몸이 어디로 가는지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우리 신앙의 조상이 놀라운 하느님의 축복을 꿈꾸며 신앙을 증거하고 그것을 삶으로 드러내며 결국에는 목숨을 바치는 ‘순교(殉敎)’를 했는지 그것을 알기란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아직 다가오지 않은 영광을 미리 기대하며 사는 것이 좋을 때도 있지만,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격언이 있는 것처럼, 우리 삶에 다가오는 영광이나 하느님의 축복은 닥쳐온 곤경을 불평하는 일없이 잘 이겨내고 극복했을 때에 온다는 것을 잘 기억해야 합니다.  

 

오늘은 이 땅에서 우리보다 먼저 살았고, 우리보다 먼저 하느님의 가르침을 받아들였으며, 우리와는 다른 환경에서 신앙을 증거 하신 성현(聖賢)들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이 성현들을 올바로 기억하고 우리가 삶에서 그들의 모습을 본받으려고 한다면, 하느님이 우리 편이 되시어 머무신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하느님은 나보다 나 자신에게 더 가까이 계신다’는 믿음을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고백했습니다. 잠시 순교하신 성인들에게 우리를 위해서 기도해주시라고 부탁드리는 개인적인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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