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우리, 다문화] 한국의 다문화 사회 실태

다문화 가족, 나와 다른 남으로만 볼 것인가

새해에는 우리 곁에 와있는 다문화 가족들의 삶을 소개하며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의 자세를 돌아보겠습니다(편집자).

최근 들어 우리 사회에서 다문화라는 말은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세계적으로 전체인구 대비 외국인 비율이 2%를 넘어서면 다문화 사회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미 2009년 현재 체류 외국인이 백만 명 이상으로 전체인구 대비 2.2%를 차지하면서 본격적인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였다.

또한 2008년 다문화가족지원법을 제정하여 다문화 가족 구성원들이 한국 사회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생활, 법률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되었다. 21세기 대한민국은 이제 새로운 다문화 시대가 도래하였다.

한국의 다문화 사회 담론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2000년 이후로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예외적인 경우로 취급되어 사회적 관심에서 배제되었던 국제결혼, 특히 한국인 남성과 외국인 여성의 결혼은 1990년대 중반부터 현저히 증가하기 시작하여 2000년대 이후에는 전체 결혼의 10%를 넘어서는 일반적인 결혼 형태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와 같이 한국 사회에서 국제결혼이 급증한 이유를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성비의 불균형과 농촌으로 시집가지 않으려는 여성들이 증가함에 따라 농촌총각들이 한국에서 결혼상대자를 찾지 못하게 되거나, 도시에 거주하는 남성들 중에 학력이 낮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워 결혼하지 못하고 결혼 적령기를 넘은 총각들이 한국보다 경제적으로 빈곤한 국가의 여성들과 결혼을 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최근 결혼 이주여성의 인권침해와 생활 적응상의 어려움, 불안정한 가족관계, 자녀문제 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확산되었고, 하인즈 워드의 한국 방문 등 상징적 의미를 지닌 사건까지 전개되면서 다문화 사회, 다문화 가정에 대한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다문화 사회 실태

그럼, 구체적으로 한국의 다문화 사회 실태를 살펴보기로 하자.

우리 정부는 해마다 외국인 주민의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여기서 외국인 주민이라 함은 한국 국적을 가지지 않은 자(90일 이상 체류자), 한국 국적 취득자 그리고 외국인 주민 자녀를 의미한다. 2009년 5월 기준 외국인 주민은 2008년 891,341명 대비 215,543명(31.4%)이 증가한 1,106,884명으로 이 가운데 외국인 근로자 575,657명(52%), 결혼 이민자 125,673명(11.4%), 자녀 107,689명(9.7%)으로 조사되었다(행정안전부, 2009.7).

백만 명 이상의 외국인 주민들이 이루어낸 한국의 다문화 사회의 실태를 필자는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다.

1. 한국국적을 가지지 않은 이들이 925,470명으로 전체 외국인 주민의 83.6%이다. 한국의 국적 취득자는 전체의 6.7%이며 이 가운데 혼인 귀화자는 3.7%에 불과하다. 이는 한국의 국적 취득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국적을 신청할 때 남편의 신원보증과 재산 3천만 원 정도의 통장이나 전세계약서나 재직증명서가 필요하다. 만일 사정상 간이 귀화를 하지 못하고 일반 귀화를 선택하는 경우는 국적법에서 요구하는 조건이 국회의원, 판검사, 5급 이상의 공무원과 같은 한국 사회의 상류계층으로부터 추천서가 필요하다.

2. 한국의 외국인 주민, 다문화 사회를 이루는 절반 이상이 외국인 근로자이다. 2009년 현재 외국인 근로자는 2008년 대비 137,930명 증가하여 575,657명으로 조사되었으며, 이들은 전체 외국인 주민의 52%를 차지한다. 단순기능 인력의 비율이 90% 정도인 외국인 근로자들은 한국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3D 산업현장에서 거의 대부분이 취업하고 있다. 이 가운데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는 약 15%에서 20% 정도로 파악된다. 국가나 회사 측은 이들을 단순한 노동력으로만 보고 12시간 이상의 근무, 야근과 휴일근무를 강요하고 있다.

3. 결혼 이민자의 약 90%가 여성이라는 것이다. 이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적 경제질서의 영향으로 아시아의 ‘빈곤의 여성화’ 현상에 따른 ‘이주의 여성화’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근대화가 진행되면서 유지되기 힘든 한국 사회의 가부장적 제도가 가난한 국가 출신의 여성 이주를 통해 지속되거나 새로운 형태로 강화되고 있다. 국제결혼 이주여성들은 일시적 체류자로 간주되었던 기존의 외국인 근로자들과는 달리 한국 사회에 상당 기간 동안 또는 영구적으로 거주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4. 국내 외국인 주민의 절반 이상(60.3%)이 중국 국적자라는 것이다. 중국 국적자 중 한국계 중국인(조선족) 443,836명이고, 중국 181,158명으로 가장 많다. 그다음이 동남아 지역으로 전체의 24.3%를 차지하며, 남부아5.7%, 중앙아 2.4%, 몽골 2.3% 순이다. 2000년 이후 동남아 국적의 결혼 이민자들이 증가하기 시작하여 2008년 현재 베트남 107,969명, 필리핀 53,965명, 태국 30,760명, 인도네시아 27,663명 등이 한국 사회에 거주한다.

5. 전체 외국인 주민은 수도권(서울 · 경기 · 인천) 지역에 65.1%가 거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는 경기, 서울지역 등 대도시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농촌지역에서는 지역규모 대비 베트남, 필리핀 등의 동남아 지역 출신의 여성 결혼 이민자가 상대적으로 많다. 특히 충북의 음성(5.9%), 진천(5.4%), 전남의 영암(8.4%) 지역의 경우는 인구대비 외국인 비율이 상당히 높고, 나머지 지역은 약 2% 미만으로 큰 차이 없이 비슷한 수준이다.

쌍방향 사회통합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이상과 같이 한국의 다문화 사회를 한 마디로 말하면 바로 ‘불균형’이라 할 수 있다.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다문화 사회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으나 아직도 이들은 언어 문제, 경제적 어려움, 문화적 차이, 인종과 나라에 대한 편견 등으로 한국사회에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다문화 사회를 이루는 약 50%의 외국인 근로자들은 한국 사회에서 아직까지 임금체불 등 자신의 노동에 대한 공정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약 12%를 차지하는 결혼 이민자들은 심각한 가정폭력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가출, 이혼 등이 증가하고 있다. 전체의 약 10%의 다문화 가족의 아동들은 가족의 구성원 중 외국인 부모가 존재함으로써 가족 내에서 다문화 사회를 경험하며 자신의 정체성 혼란과 제한된 의사소통 등으로 말미암아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성장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교회 안에서 이들에 대한 어려움을 해결할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럼 우리는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까? 언제까지 이들은 나와 다른 남으로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을 두고만 보고 있을 것인가? 예수님께서는 가장 소외받는 이들에게 한 것이 바로 나에게 한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이들은 우리의 이웃이다. 우리는 아직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이지만 다양성에 대한 감수성을 증진하려는 의식을 서로 공유한다면 주님 안에서 이웃으로 살아갈 수 있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문화 가족의 삶에 관심을 가지자. 다문화 가족들은 한국어와 한국 사회에 낯설어서 적응하는 데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주체적인 존재로서 자신들의 삶을 잘 꾸려나갈 수 있는 용감한 존재이기도 하다. 우리도 이들로 말미암아 변화되고 더욱 성장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쌍방향 사회통합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 서해정 안나 - 경기도 가족여성연구원 연구원.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위원.

[경향잡지, 2010년 1월호, 서해정 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