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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신학ㅣ사회사목

[이주사목] 다문화가정을 위한 아버지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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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07-16 ㅣ No.542

[달라도 우리, 다문화] 다문화가정을 위한 아버지 학교

 

 

제주교구 이주사목위원회는 2007년, 이주사목 활동을 강화하려고 ‘제주외국인쉼터’를 설립하였고, 그 활동 영역도 확장하였다. 그 결과의 하나가 ‘다문화가정을 위한 아버지 학교’였다. 이 밖에도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위한 멘토링’, ‘초등학생 부모가 되는 이주여성을 위한 교육’ 등을 기획하였다.

 

다문화 사업을 이주민들에게만 집중하는 편중된 관점이 아니라, 다문화가정이라고 하는 통합적 공동체적 관점을 가지고, 그것을 실천하려는 노력이었다. 그 경험 하나를 나누고자 한다.

 

 

사업 기획

 

제주교구 이주사목위원회는 2007년 ‘제주외국인쉼터’ 설립으로 사회단체 보조금을 지원받을 자격 요건을 갖추게 되었다. 이에 2008년 ‘다문화가정을 위한 아버지 학교’(이하 ‘다문화 아버지 학교’)를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다문화 지원 사업으로 신청하게 되었다.

 

다문화 아버지 학교는 두 가지 큰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사목적으로는 당시 제주교구에서 큰 성과를 얻고 있던 ‘성 요셉학교’의 성과를 다문화가정에 확대시키고, 사회적으로는 당시 이주여성에게만 편중되고 있던 다문화 정책의 한계와 악화하는 다문화 상황을 극복하려는 노력이었다. 당시 제주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이혼율이 급증하는 등 다문화가정의 불안정성이 심화되는 상태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다문화 아버지 학교의 의도는 교회와 사회에 큰 호응을 받았다. 그러나 많은 우려를 안고 있는 사업이기도 하였다. 먼저, 아직 사회적으로 여건이 성숙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행이 가능하겠느냐는 점이었다. 그리고 프로그램의 규모(긴 참여 요구 시간, 큰 참여 강도 등)를 대상자들이 지탱할 수 있느냐는 우려도 제기되었다.

 

2007년 당시만 하더라도 다문화 사업에서 결혼이주여성 이외의 가족구성원에 대한 지원과 배려가 매우 적었고, 특히 남편들은 국제중매결혼을 자신들의 사회적 결함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 노출을 피했다.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우리나라 사회에서 가정 안에서 남성의 역할 증대를 요구하는 프로그램은 남성들의 저항을 받게 마련인데, 다문화가정은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각했다. 그럼에도 도전과 한계를 극복한다는 자긍심으로 프로그램을 추진하였다.

 

 

사업 홍보 및 대상자 모집

 

2007년 말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다문화 아버지 학교를 다문화 사업에서 새로운 영역의 개척이고, 의미 있는 사업으로 평가하여 지원 사업으로 선정하였다.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하여 대상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고자, 과거와는 달리 참여자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 방법을 도입하였다. 초기에는 생계비 지원을 기획하였다. 참여자가 다문화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임을 고려하여, 프로그램 참가시 참가일의 반일치 일당을 지원하는 방법을 선택하였다. 하지만 현금지급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제기되어, 제주지역 상품권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이러한 참여 유도 방법은 참여율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었으나, 사업의 본래 의미를 왜곡시킬 가능성도 동시에 있었다. 또한 사업예산에서 지원금액의 비중이 커, 막대한 예산을 필요로 한다는 점도 단점이었다.

 

참여 대상자 모집에 또 다른 어려움도 있었다. 가정에서 남성의 역할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태도와 다문화가정에 대한 사회의 낮은 인식 때문에 다문화 아버지 학교라는 프로그램은 대상자에게 부담이었다. 이를 해결하려면 사업 진행 단체가 대상자들과 사전에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게 필요하였다. 생계지원 방법에도 아랑곳없이 단순한 사업 홍보를 통한 대상자 모집은 거의 불가능했다.

 

이에 따라 제주 이주사목위원회는 우호적 인간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결혼이주여성을 통해 대상 가정을 방문하여 설득작업을 병행하였다. 동시에 비공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던 ‘다문화가정 아버지 교실(다문화가정 남편들의 소모임)’의 참여자들을 통해서도 모집하였다.

 

20명을 목표로 하였는데, 23명이 신청하였다. 이 가운데 17명이 프로그램에 1회 이상 참여하였고, 13명이 출석일수를 채워 다문화 아버지 학교를 수료하였다.

 

수료자들을 지역으로 살펴보면, 제주시 5명, 서귀포 2명, 제주 동부지역 5명, 제주 서부지역 1명이다. 제주 전역에서 참여가 이뤄진 것을 알 수 있다. 프로그램 진행 당시 제주 서부지역은 농번기(마늘 수확시기)로 참여가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프로그램 진행시기도 대상자의 참여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사업 실행

 

다문화 아버지 학교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었다.

 

- 6주간의 프로그램 : ‘성 요셉 아버지학교’와 동일하게 매주 주제를 가지고 진행하였고, 매주 3시간씩 진행, 마지막 주는 모든 가정의 구성원이 동참하는 수료식을 겸함.

- 수료식 : 다문화가정을 위한 잔치.

- 수료자 월례모임 : 매월 1회 모임 진행(단 사업기간 관계상 2008년에 한해 제주외국인쉼터에서 주도하고, 이후는 자체적으로 진행하기로 함)

 

매주 3시간씩 6주간 연속해서 참여자들을 유도하는 것은, 프로그램 진행 중에도 참여자들에 대한 지속적인 만남과 설득이 병행되어야 가능했다.

 

6주간의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는 제주교구 가정사목부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성 요셉 아버지 학교’ 못지않은 성과를 얻었다. 수료자들의 평가서와 봉사자들의 평가를 종합하여 보면, 수료자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자신들이 미처 깨닫지 못한 부분을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게 한 프로그램과 봉사자들에 대한 감사가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수료식 때 결혼이주여성들도 대체로 후하게 평가했다. 이주여성들은 자신들에 대한 남편들의 관심이 놀랍도록 높아졌다며 만족을 표시하였다. 그 뒤 참여하지 않았던 다문화가정에서 참여 문의가 많아진 것은 그러한 성과를 반증하는 것이었다.

 

6주간의 프로그램은 많은 봉사자들과 헌신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다문화 아버지 학교를 통해 뜻하지 않은 성과를 얻게 되었다. 바로 봉사자 자신들의 변화이다.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가정이 안고 있는 어려움을 이해하고, 그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킬 수 있었다. 사회적 인식 변화에 대한 첫걸음으로 평가될 수 있겠다.

 

제주교구의 사목 프로그램이 사회적으로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는 것도 큰 성과였다. 대체적으로 사회적 약자나 소외계층이면서,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는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데 큰 성과를 거두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성과들이 지속되면서 실제적으로 다문화가정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지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실제로 이후 후속 모임에서 참여도가 점점 떨어지고, 후속 사업 추진에서도 그 한계를 드러냈다.

 

한편, 다문화 아버지 학교는 나름의 성과 속에서 잘 진행되었으나, ‘성 요셉 아버지 학교’라는 프로그램을 전적으로 원용함으로써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대상자가 평시와 달리 ‘다문화가정’이라는 특정한 조건을 가지고 있을 때에는, 사업 진행 단체에서 그에 맞는 내용들로 아버지 학교 프로그램을 좀 더 적극적으로 변형할 필요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사업 성과

 

2008년 제주교구의 다문화 아버지 학교는 여러 가지 면에서 굉장히 도전적인 사목 프로그램이었다.

 

첫째, 이주사목의 활동 영역을 확장하여 사회적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고자 하는 노력에 큰 첫걸음이 되었다. 이는 당시 사회의 다문화 정책과 다문화 사업 경향에도 문제를 제기하는 동시에 그 극복 방안을 실천적으로 보였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둘째, 교회의 사목 프로그램 가운데 성과가 큰 프로그램들을 지속적으로 사회 프로그램으로 변환하여 그 성과를 널리 나누는 것에 대한 사례가 되었다. 교회의 사목이 사회에 공헌하는 하나의 방식이 될 수도 있겠다.

 

셋째, 다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단순히 대상자뿐만 아니라, 봉사자, 진행자, 실무자, 참여자의 가족까지도 동시에 고려할 수 있는 통합적인 인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이는 참여자에 대한 대상화를 예방하고, 모두가 하나라는 공동체적 인식을 증진시키는 밑거름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넷째, 사업 대상자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대상자들에 대한 접근 방식과 사업 실행 시기, 후속 사업 등 대상자를 배려하지 못하면 그 성과는 미미해질 것이다.

 

안타깝게도 현재 제주교구에서 다문화 아버지 학교 프로그램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지속되지 못하고 있다.당시 다문화 아버지 학교를 준비하고 진행했던 실무자로서 과거를 둘러보고 정리하는 작업이 현재 이주사목에 헌신하는 교회의 형제 · 자매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 신강협 요셉 - 제주외국인쉼터 사무국장을 역임하고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연구기획실장, 제주평화인권센터 인권강사로 일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0년 7월호, 신강협 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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