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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사목] 아버지 여정: 진정한 어른이 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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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7-01 ㅣ No.626

[아버지 여정] 진정한 어른이 되는 날


잠시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기를 세 번 반복하신 뒤 다음 항목들에 대해 솔직하게 답해보시기 바랍니다.

(1) 나 자신이 가치가 없다고 느낀다.
(2) 나를 다른 사람과 수시로 비교한다.
(3) 매사에 자신감이 부족하다.
(4) 주위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한다.
(5)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싫다.
(6) 나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이다.
(7) 삶에 대한 의욕이나 열정이 부족하다.
(8) 비판적인 평가를 받는 것이 두렵다.
(9) 작고 사소한 일에도 화를 자주 낸다.
(10) 나의 장점보다 단점에 더 집착한다.
(11) 스스로에게 지나치게 엄격하다.
(12) 실패가 두렵다.
(13) 언제나 걱정이 많고 마음이 불안하다.
(14) 부탁을 받으면 쉽게 거절을 못한다.
(15) 내 속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기 힘들다.
(16) 무엇인가에 집중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17)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시킨다.
(18) 감정을 지나치게 억제하거나 폭발시킨다.
(19) 스트레스를 받으면 술로 풀어버린다.
(20) 이루고자 하는 꿈이나 목표가 없다.

위 항목들은 마음이 건강하지 못할 때 나타나는 증상들입니다. 이를 치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증상의 원인에 대해 고민하기보다는 표면적으로 드러난 증상을 완화시키는 조치만 취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두통이 심할 때 그 근본원인을 생각하기보다는 두통약 한두 알로 쉽게 해결하려는 심리와 비슷하지요. 하지만 이런 경우 일시적으로는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어도 다시 재발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모든 원인은 나의 아버지 때문이다

오늘 저는 단순히 증상을 완화시키는 방법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치유하는 방법에 대해 여러분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마음을 병들게 하는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물론 원인은 여러 가지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원인은 따로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분들에게는 조금 불편한 진실로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가장 커다란 근본원인이 바로 ‘나의 아버지’이기 때문입니다.

나 자신이 무능하고 무가치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실패가 두려운 이유도, 걱정과 불안이 떠나지 않는 이유도, 툭하면 화가 나는 이유도, 이루고자 하는 꿈이나 목표를 찾기 힘든 이유도, 앞으로의 미래가 비관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도 모두 같습니다. 바로 ‘나의 아버지’ 때문입니다. 특히 나 자신이 아버지와 동성(同性)인 남자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포옹받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이러한 정서적인 욕구가 충분히 채워지지 못한 채 성장하게 되면, 몸은 어른이 되지만 마음은 아이인 상태로 남게 됩니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성인 아이(adult child)’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정서적인 결핍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요?

단순히 의학적 측면으로 생각해 보면 문제의 원인인 아버지를 마음속에서 제거하는 것이 효과적이겠지요. 그리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아버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거나 아버지를 비난하는 행동을 통해 아버지를 마음에서 절개해 버리곤 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심리적인 처방을 덧붙이기도 하지요. 괜찮은 척, 행복한 척하며 ‘척척박사’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괜찮을까요? 행복할까요? 스스로에게 한 번 질문을 던져보시기 바랍니다. “나는 지금 진짜 괜찮은가?” “나는 지금 진짜 행복한가?”

사실 그냥 머리로 생각해서 나오는 대답은 오랜 시간 동안 스스로에게 세뇌작업을 해온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향후 깊은 기도 가운데 다시금 스스로에게 진지한 질문을 던져보시길 권합니다. “나는 지금 진짜 괜찮은가?” “나는 지금 진짜 행복한가?”


아버지를 바라보는 나의 관점을 바꾸면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를 치유하려면 단순히 의학적이고 심리적인 처방이 아닌 영성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곧 인간의 관점으로 아버지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관점으로 아버지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나의 아버지를 어떻게 대하실까요? 비난하실까요? 아니면 용서하실까요? 여기에 정답이 있습니다. 내 마음속의 수치심이나 걱정, 불안, 분노 등을 정화시키려면 나의 아버지를 용서해야 합니다.

그런데 사실 아버지를 용서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엄청난 심리적 부담감이 작용하는 문제이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첫째, 나의 아버지가 살아온 사회문화적 환경을 이해해야 합니다. 먹고사는 것 자체가 힘든 시절이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아버지들은 정서적인 양육은 어머니에게 맡겨둔 채 경제적인 활동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나의 아버지도 그러한 할아버지로부터 양육되었습니다. 곧 나의 아버지도 나와 똑같은 상처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식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울 기회가 없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합니다.

둘째, 아버지에 대한 긍정적인 기억을 찾아내야 합니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좋습니다. 100퍼센트 좋은 아버지는 없듯이, 100퍼센트 나쁜 아버지도 없습니다. 사실 나의 삶을 힘들게 하는 진짜 원인은 아버지가 아니라 아버지를 바라보는 나의 관점입니다. 아버지를 바꿀 수는 없지만 아버지를 바라보는 나의 관점은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아버지라는 존재는 더 이상 내 삶의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셋째, 아버지를 용서하기로 굳은 결심을 해야 합니다. 물론 결심을 했다고 해서 곧바로 용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떠올릴수록 감정이 북받쳐서 괴로울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기를 반복하면서 기도하실 것을 권합니다. 중요한 것은 예수님께서 죄 많은 인간들을 포기하지 않으신 것처럼 아버지를 용서하기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하십시오”(콜로 3,13).

용서 없이는 평화가 없습니다. 용서 없이는 사랑도 없습니다. 아버지를 용서하게 되는 날이 진정한 어른이 되는 날입니다.

* 권혁주 라자로 - 서울대교구 사목국 가정사목부, 가족관계 프로그램 개발 연구원. 그동안 서울대교구 혼인강좌, 부부여정, 아버지여정 등의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경향잡지, 2012년 6월호, 글 권혁주 · 그림 하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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