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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목] 드라마와 한국사회: 드라마를 보는 교회의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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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7-01 ㅣ No.628

[경향 돋보기 - 드라마와 한국사회] 드라마를 보는 교회의 시각


하루 종일 직장과 가정에서 열심히 일하고 저녁 시간에 한 숨 돌리며 보는 것이 드라마이다. 그래서 드라마 시청의 가장 주된 기능은 오락과 빈 시간을 채우는 것이다. 그런데 드라마는 우리를 한 시간 동안 텔레비전 앞에 묶어둘 만큼 매력적인 것도 사실이다.

하루는 소공동체 모임에 참석하느라 한 교우 댁을 방문한 적이 있다. 복음 말씀 나누기를 마치고 음식을 나누던 중 한 자매님께서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을 좀 봐도 되겠느냐고 집주인에게 물었다. 그 자매님은 소공동체 모임 중에도 ‘해를 품은 달’의 결말이 몹시 궁금하였 던 것이다. 시청률 조사 회사인 AGB 닐슨에 따르면, 2012년 3월 15일 밤 텔레비전을 가지고 있는 열 가구 가운데 네 가구는 ‘해를 품은 달’을 보고 있었다.

‘정교화 가능성 모델(El aboration Likelihood Model)’에 따르면, 우리는 드라마를 즐기면서도 새로운 사실을 배우고 그 속에 들어있는 가치관을 받아들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교회 문헌을 통해 텔레비전을, 특히 텔레비전의 한 장르인 드라마를 바라보는 교회의 시각과 그 드라마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신앙인들에게 끼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드라마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

교회 문헌에서는 꼭 집어서 드라마에 대한 교회의 시각을 설명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회매체에 관한 여러 설명들 가운데 텔레비전에 관한 부분들, 특히 드라마와 연관될 수 있는 부분들을 모아서 살펴보면, 교회문헌에서는 드라마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겠다.

「놀라운 기술」(Inter Mirifica),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사회매체에 관한 교령, 1963년 ‥ 교회는 텔레비전을 비롯한 사회매체의 발명을 환영한다. 왜냐하면 인간이 “하느님의 은혜”로 이끌어낸 “놀라운 기술” 가운데 하나로서 온갖 정보와 소식을 쉽게 전달하는 새로운 수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회는 이 텔레비전이 개인뿐만 아니라 대중과 온 사회에 끼칠 영향에 주목한다.

교회의 입장에서 텔레비전은 가치중립적인 것이다. 문제는 이 매체를 인간이 어떤 콘텐츠를 전달하는 데 사용하느냐에 있다.

‘올바른 콘텐츠’란 “정신의 휴식과 수양”에 도움을 주는 내용과 “하느님 나라를 전파하고 튼튼히 하는” 내용을 의미한다.

‘그릇된 콘텐츠’란 드라마를 제작하는 사람들이 도덕 질서를 거슬러 자신이 원하는 것을 표현하거나 윤리적으로 악한 행동을 정당화하거나 미화하는 것이다.

또한 드라마 제작자들은 “자신들의 경제적 정치적 예술적 이해관계가 결코 공동선에” 어긋나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반면에 드라마를 사용하고 소비하는 시청자들도 역시 자신의 도덕규범을 바탕으로 올바른 콘텐츠를 선택해야 하고 비판적으로 이를 시청하여야 한다.

「놀라운 발명」(Miranda Prorsus), 비오 12세, 회칙, 1957년 ‥ 텔레비전을 비롯한 사회매체의 발명은 “인간의 재능과 노력의 산물”이지만 “창조주이신 하느님의 선물”이다. 텔레비전은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기에 어떤 콘텐츠를 전달하느냐에 따라 우리에게 큰 유익이 또는 큰 해악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텔레비전 자체가 유익하거나 해로운 것이 아니라, 이를 이용하는 “자유의지를 부여받은 인간”이 그 선물을 선용할 수도 또는 악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텔레비전 콘텐츠 제작자는 도덕률에 근거하여 콘텐츠를 제작하며 나아가 “하느님의 영광과 영혼들의 구원”에 도움이 되는 방송을 제작해야 한다. 텔레비전 기술의 첫째 목적은 “진리와 덕에 봉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시청자들은 텔레비전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선택하고 소비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 특히 아직 비판적인 시각을 형성하지 못한 젊은이들에게 “공허한 쾌락과 욕망의 생각”을 심어주는 텔레비전 콘텐츠는 큰 해악이 될 수 있다.

「대중매체의 외설과 폭력: 사목적 대응」, 교황청 사회홍보평의회, 1989년 ‥ 커뮤니케이션 매체들이 올바로 사용되면 인류에게 커다란 도움을 주는 반면, 하느님의 뜻을 거슬러 사용되면 인류에게 큰 해악을 가져온다. 특별히 텔레비전을 포함한 사회매체 안에 포함되어 있는 폭력적이고 외설적인 내용은 시청자들의 폭력적이고 외설적인 행동을 조장하고 있다.

더욱이 젊은이들과 어린이들이 이런 내용에 노출되기도 하며 “개발도상국의 (전통적인) 윤리적 가치들을 파괴”하기도 한다. 사회매체의 외설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은 “성을 변조시키고 인간관계를 해치며 개인을 악용하고 혼인과 가정생활을 평가 절하시키며 반사회적 행동을 조장하고 사회의 윤리적 감각”을 흐리게 한다.

그리고 폭력적인 장면에 자주 노출된 어린이들은 자신의 가치관에 혼란을 느끼게 되며, “젊은이들은 이를 정상적으로 허용되는 행동”으로 여겨 모방하기도 한다. 이런 장면들이 커뮤니케이션 매체에서 증가하는 원인들로는 “상업적인 동기, 잘못된 자유주의, 법의 미비, 혼란과 무감각”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표현의 자유나 정보교환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하겠지만, “개인과 가정 그리고 사회가 가지고 있는 건전한 삶의 권리, 공중도덕의 권리, 기본적 가치를 보존할 권리” 등도 지켜져야 한다.

이 문헌의 내용을 우리나라의 상황에 적용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 공중파 채널들과, 케이블 방송과 IPTV(초고속 인터넷망을 통하여 제공되는 양방향 텔레비전 서비스)의 드라마 전문 채널과 성인 채널들을 통해 경미한 수준에서부터 심각한 수준까지 외설적인 장면과 폭력적인 장면이 드라마에 포함되고 있다.

문화계발효과 이론에 따르면, 아무리 경미한 수준의 장면들이라도 시청자들이 이런 장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이 외설적인 사건과 폭력이 가득한 것으로 느끼며 자신의 가치관에 혼란을 가져오게 된다. 교회에서는 인간의 성이란 부부 사이의 사랑을 굳건히 하고 하느님의 창조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배웠지만, 미디어 환경에서 성적인 장면에 지속적으로 노출됨으로써 상대방의 몸을 대상화하여 시각적 쾌락을 위한 도구로서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 혼인과 가정생활에 해악이 된다. 또한 중한 수준의 외설적인 장면들은 이전부터 왜곡된 성에 대한 관념을 가진 시청자들의 기존의 관념을 강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실제 행동으로 옮기도록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외설적인 장면과 폭력적인 장면에 일시적으로 노출된다고 해서 이 문헌에서 언급한 부정적인 영향이 바로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계속해서 반복되거나 다른 심리적인 요인과 함께 작용함으로써 시청자들의 영성과 삶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이다.

「급속한 발전」(The Rapid Development),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교서, 2005년 ‥ 이전 교회 문헌에서는 텔레비전을 포함한 사회매체의 악영향을 막고 이 매체를 이용하여 복음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선포할 수 있는가가 주요 주제였다면, 이 문헌에서는 좀 더 나아가 이 매체가 만들어내고 있는 “새로운 문화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의 메시지를 어떻게 통합시킬 것”인가를 숙고한다.

먼저 기존의 신학적 언어로 설명되었던 인류구원의 역사를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관점에서 설명한다. 구세사는 “하느님과 인간의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이며,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원성사이신 사람이 되신 말씀은 커뮤니케이션의 완성이다.

곧 예수님께서는 성부 하느님의 “전달자”인 것이다. 또한 성찬은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완전한 친교가 되는 절정의 순간”이며, 인간의 구원은 그리스도와 만남으로써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완벽하고 무한한 사랑의 커뮤니케이션”에 참여하고 삼위일체의 생명에 함께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인류 구원의 역사를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관점에서 재해석함으로써 교회와 커뮤니케이션은 긴밀히 연결되어 있고 커뮤니케이션 수단들도 그리스도교의 눈으로 이해될 수 있음을 밝힌 것이다.

이 문헌에서 드라마의 영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것은 텔레비전을 포함한 사회매체가 구체적으로 시청자의 내면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묘사한 부분이다. 텔레비전은 시청자 “개인의 양심에 영향을 미치고 그들의 사고방식을 형성하며 사물을 보는 시각을 결정”하기에 주의 깊게 다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커뮤니케이션 종사자들은 하느님의 나라를 바라보며 그리스도의 희망과 은총, 사랑의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반면, 시청자들은, 특히 젊은이들은, 텔레비전에 들어있는 메시지를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해석할 수 있어야 하며, 이런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미디어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교회 문헌의 사회매체에 대한 시각을 통하여 텔레비전 드라마에 대한 교회의 시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텔레비전은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할 만큼 소중하다.
② 드라마를 포함한 텔레비전은 각 개인과 사회에 강력한 영향을 끼친다.
③ 드라마를 포함한 텔레비전에 어떤 콘텐츠를 담느냐에 따라,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④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제작자는 도덕률과 그리스도교 정신에 부합하는 콘텐츠를 제작하여야 하고, 시청자는 비판적인 시각으로 이를 사용하여야 한다.
⑤ 교회는 위의 내용들을 이해하고 드라마를 포함한 텔레비전이 선용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해야 한다.


드라마가 끼칠 수 있는 영향

사회매체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에 비추어 텔레비전 드라마를 이해해 본다면 드라마는 매우 강한 효과를 지니고 있다. 마치 주사액을 사람에게 주사하면 어느 사람에게나 직접적인 효과를 내는 것과 같이 드라마도 시청자들에게 이런 영향을 준다.

도덕적인 내용을 담은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삶과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지만, 비도덕적이거나 비복음적인(가령, 소비주의적이거나 물질주의적)내용을 담고 있는 드라마는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필자는 시청자들도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드라마를 시청하기에 한 번의 시청으로 자신의 의식이나 행동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선 본당 사목자로서, 가랑비에 옷 젖듯이, 똑똑 떨어지는 물이 바위에 구멍을 낼 수 있듯이, 드라마도 교우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의심할 수 있다.

비복음적인 가치들이 포함된 드라마를 반복적으로 시청하면서 우리 마음속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여지가 마련됨으로써, 나아가서 그 가치들을 자신의 가치관으로 받아들임으로써 드라마는 깊은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가령,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낙태가 제한적인 경우에 가능하다는 가치관을 내면화하였다면, 그 자체로는 큰 효과가 아니지만, 실제 자신이나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 그런 상황에 처하였을 때, 자신 안에 내면화한 가치관이 자신이나 가까운 사람의 행동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한 요인이 될 수 있기에 그 드라마는 살인이라는 효과를 낼 수도 있는 것이다. 본당 신부님께서 생명주일 강론에서 강조했던 생명의 존엄성은 결정적인 순간에 기억되지 않거나 고려 대상에서 밀려날 수 있는 것이다.

한 가지 더 의심해 볼 수 있는 것은 드라마 시청이, 드라마를 시청하지 않았다면 일상적으로 할 행동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컴퓨터 게임이 청소년의 실질적 운동을 대체하여 청소년 비만이 증가할 수 있는 것과 같이 드라마 시청이 가족 기도나 미사 참례를 대체하여 영성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사제가 본당에서 저녁 10시에 저녁기도 드리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고 하자. 이 본당 교우들은 이 시간에 휴대전화 알람을 맞춰 놓고 알람이 울리면 자신이 어느 곳에 있든지 저녁기도를 드리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드라마를 즐겨 보는 교우들은 이 시간만 되면 자신이 기다리던 드라마를 볼 것인지, 아니면 이를 잠시 미루고 저녁기도를 바칠 것인지 고민할 것이다. 만일 드라마를 선택했다면 드라마 시청이 교우들의 영적 성장에 악영향을 주는 것이다.

비록 이 글에서도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했지만, 시청자들은 자신이 즐겨 보는 드라마에서 과연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또한 ‘불특정 다수라는 부정적인 뜻’이 포함되어 있어 ‘대중매체’보다는 ‘사회매체’를 더 선호하는 교회도 드라마의 강력한 영향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하기보다는, 드라마의 영향을 좀 더 구체적으로 탐구하여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겠다.

* 윤기성 미카엘 - 부산교구 신부. 미국 볼링그린주립대학교에서 미디어 효과론을 공부하고, 졸업 논문으로 “평화방송 ‘탁덕 최양업’이 천주교 신자들에게 끼치는 영향”을 썼다. 현재 길천본당 주임이며, ‘전통적인 사목과 새로운 미디어를 이용한 사목의 관계’에 학문적 관심을 갖고 있다.

[경향잡지, 2012년 6월호, 윤기성 미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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