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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사목] 아버지 여정: 1:5:20=사랑의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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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9-17 ㅣ No.643

[아버지 여정] 1:5:20=사랑의 방정식


하춘화가 부른 ‘잘했군 잘했어’라는 노래의 가사입니다.

“영감 (왜 불러) 뒤뜰에 뛰어놀던 병아리 한 쌍을 보았소 (보았지) 어쨌소 (이 몸이 늙어서 몸보신하려고 먹었지)….”

여기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몸보신을 위해 병아리를 먹었다는 할아버지에게 할머니가 잘했다는 말을 몇 번 했을까요?


부정성과 긍정성의 비율

“잘했군! 잘했어! 잘했군! 잘했군! 잘했어!” 정답은 다섯 번입니다. 그리고 이 노래를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면 총 4절까지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4절까지 노래를 부른다면 잘했다는 말을 몇 번 하게 될까요? 다섯 번×4절 = 스무 번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잘했다고 말한 ‘다섯 번’, ‘스무 번’의 ‘횟수’입니다. 세계적인 부부치료 전문가 존 가트맨은 기본적인 가족관계가 유지되려면 평소에 주고받는 대화의 부정성과 긍정성의 비율이 최소한 ‘1:5’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곧 긍정적인 표현을 부정적인 표현보다 최소한 다섯 배 이상 많이 하지 않으면 가족관계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그리고 서로가 정말 깊고 행복한 관계를 만들어가려면 부정성과 긍정성의 비율이 ‘1:20’이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곧 무엇을 말하는가보다 얼마나 자주 말하는가가 가족 사랑의 견고함을 결정하는 척도가 되며, 이것이 가족 사랑을 지키는 사랑의 방정식입니다.

예를 들어 자녀에게 “넌 도대체 제대로 하는 게 뭐냐?” 하고 부정적인 표현을 한 번 했다면, 칭찬이나 격려와 같은 긍정적인 표현을 최소한 다섯 번은 해야 기본적인 관계가 유지되고, 스무 번은 해야 진정으로 친밀한 관계가 만들어집니다. 이러한 원리는 은행의 통장과도 비슷합니다.

평소에 저축을 많이 해서 통장에 잔고가 넉넉한 상황이라면 갑자기 큰 돈이 필요한 상황에 미리 대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평소에 통장의 잔고가 바닥이 나있거나, 심지어 마이너스 상태라면 조금만 위기가 찾아와도 쉽게 파산에 이르고 맙니다.

가족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평소에 긍정적인 표현을 저축을 하듯 자주 해서 잔고를 든든하게 쌓아놔야 위기상황에 닥쳤을 때 극복해 낼 수 있습니다.


생각을 바꿔야 한다

그런데 가족에게 긍정적인 표현을 하는 것을 어렵게 느끼는 아버지들이 참 많습니다. 사실 그 이유는 본인도 자신의 아버지한테 긍정적인 표현을 충분히 듣지 못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대화의 긍정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가족에게나 본인 자신에게나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대화의 긍정성을 높이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성격이 바뀌고, 성격이 바뀌면 인격이 바뀌고, 인격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윌리엄 제임스).

결론은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것입니다. 행동, 습관, 성격, 인격, 운명을 바꾸고 싶다면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인 생각으로 전환시켜야 합니다. 사실 우리 삶에서 나타나는 대부분의 일들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공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평소 자신이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긍정적인 쪽을 먼저 보는지 부정적인 쪽을 먼저 보는지 성찰해야 합니다.


긍정성의 무한반복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다음은 필자가 제 아내에게 가지고 있는 불만사항입니다.

① 우리 집안 살림도 빠듯한데 나와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이곳저곳 너무 많은 기부를 해버린다.
② 너무 순진해서 이 험한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나갈지 가슴이 답답하다.
③ 옷장을 열어보면 지천에 깔린 게 옷인데 허구한 날 입을 옷이 하나도 없다고 투정부린다.
④ 고등학교 축제 때 전교생 앞에서 대표로 노래를 불렀다고 자랑한다. 이 얘기 이제 세 번만 더 들으면 딱 백 번째다. 똑같은 얘기 정말 지겨워 죽겠다.
⑤ 부부싸움을 할 때 감정이 격해지면 물건을 집어 던지기도 한다.

이번엔 거꾸로 필자가 제 아내에게 고맙게 느끼고 있는 사항입니다.

① 우리 집안살림도 빠듯하지만 우리보다 더 어려운 이웃들을 생각할 줄 아는 아내를 둬서 행복하다. 낮은 자를 위해 오신 예수님의 모습을 나의 아내한테서 발견하곤 한다.
② 아내는 마음이 너무 순수하다. 이 험한 세상에서 잘 살아나갈 수 있도록 내가 지켜줘야겠다.
③ 옷장을 열어보면 옷이 많음에도 입을 옷 없다고 투정부리는 것은 패션 감각이 남다르다는 증거이다. 그렇다면 입고 싶은 옷이 한두 개가 아닐텐데 옷 한 벌 제대로 해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하다.
④ 고등학교 축제 때 전교생 앞에서 대표로 노래를 불렀다는데 이 얘기를 할 때마다 아내는 너무 행복해한다. 아내를 위해서라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들어주고 싶다.
⑤ 부부싸움을 할 때 아무리 감정이 격해져도 절대 비싼 물건은 던지지 않는다.

주어진 상황은 똑같습니다. 하지만 내가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나의 가족은 천사가 되기도 하고 악마가 되기도 합니다.

“언제나 기뻐하십시오”(1테살 5,16).

사랑의 방정식 1:5:20의 핵심은 오토리버스입니다. 곧 긍정성의 무한반복입니다. 한 번 기뻐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기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이 좋은 아버지가 되는 길이고, 예수님을 닮아가는 길입니다.

* 권혁주 라자로 - 서울대교구 사목국 가정사목부, 가족관계 프로그램 개발 연구원. 그동안 서울대교구 혼인강좌, 부부여정, 아버지여정 등의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경향잡지, 2012년 9월호, 글 권혁주 · 그림 하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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