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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발칸: 슬로베니아의 자연 속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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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의 빛과 그림자 속으로]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슬로베니아의 자연 속에서 - 블레드에는 슬로베니아의 유일한 섬이 있다. 블레드 호수에 떠있는 이 작은 섬에는 ‘성모승천성당’이 있는데, 이 작고 오래된 성당의 종을 울리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섬에 가까워지자 종소리가 들려왔다. 부드럽고도 깊은 종소리였다. 아흔아홉 개라는 가파른 계단을 올라 성당에 들어섰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랑을 이루어 준다’는 종을 치고 있었다. 성당은 작았지만 제단과 강론대 등이 화려한 비잔틴 양식으로 꾸며져 있었다.
15세기에 세워진 이 ‘성모승천성당’은 알부이노 성인과 인제누이노 성인이라는 두 주교에게 봉헌된 것으로 전해지는데, 작고 오래된 곳이지만 슬로베니아 젊은이들에게는 결혼식 장소로도 상당히 인기가 있다고 한다.
슬로베니아 블레드 호수에 있는 작은 성당 얘기다. ‘줄리안 알프스의 눈동자’라고 하는 인근 보히니 호수(Bohinj Lake)가 아름답기로 더 유명하지만 바로 이 성당 덕분에 무수한 관광객이 블레드로 몰린다. 사람들은 플래트나를 타고 호수를 건너 섬에 닿는데, 이 전통적인 나룻배에 오르면 사공이 시키는 대로 얌전히 자리잡고 있어야 한다. 균형이 맞지 않으면 물에 빠지는 걸 각오해야 해서 사공이 장난삼아 무게중심을 바꾸면 모두 혼비백산할 수밖에 없다.
지금 이 호수를 오가는 플래트나는 통틀어 스물세 척이다. 발칸의 다른 나라들처럼 슬로베니아도 외세의 지배를 많이 받았는데, 19세기 초에 새 주인이 된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가(家) 사람들이 호수가 번잡해지는 걸 원하지 않아 딱 스물세 척의 배만 허가한 관습이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져 온다. 뱃사공 일은 가업으로 이어지고, 남자만 할 수 있다고 한다.
정교회와 이슬람의 세가 큰 발칸 반도에서 크로아티아와 함께 가톨릭 국가로 분류되는 슬로베니아는 경제적 수준이 높고, 1990년대에 발칸을 휩쓸었던 유고 내전의 상흔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더욱이 평화로운 정경 속에 찾아간 곳이 가톨릭 성당이다 보니 마치 고향에 온 듯 편안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슬로베니아의 멋진 호수를 보고 찾은 곳은 땅속이었다. 사실 ‘동굴’을 본다기에 심드렁했다. 뭐 대수로울 게 있나 싶기도 했다. 그러나 포스토이나 동굴은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길이가 20킬로미터가 넘는 이 신비의 동굴은 19세기부터 제대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입장시간이 되자 무수한 사람들이 동굴 안까지 타고 가는 꼬마기차 앞에 섰다. 기차를 타고 들어선 지 몇 분이 지나지 않아 거대한 동굴 속엔 사람들의 탄성이 메아리쳤다. 모퉁이를 돌 때마다 눈을 의심하게 하는 장관이 펼쳐졌고, 사람들은 짜릿한 놀이기구를 탄 아이들처럼 놀라움을 마음껏 표현했다. 마침내 그 장관의 한복판에 내렸다.
흔히 ‘골고타 언덕’이라고 하는 바로 그곳에서부터 거의 한 시간쯤을 걸었다. 굳이 안내자의 설명이 없어도 보는 사람마다 느낌이 넘쳐날 풍경이었다. 수백수천의 성상이 있고 수백수천의 기둥이 서있는 장엄한 공간, 마치 예배를 위한 장소 같았다.
가우디는 ‘성가정성당’(바르셀로나)의 독특한 양식을 자신이 태어나 자란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톱니 모양 산’ 몬세라트에서 따왔다고 했다. 그는 “인간은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거나, 이미 발견된 것에서 출발할 뿐이다. 새로운 작품을 만들려고 자연의 법칙을 찾는 사람은 창조주와 연합한다.”고 밝혔다. 1 4,037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