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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 21세기 새로운 칠죄종5: 윤리적 논란을 낳는 과학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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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5-16 ㅣ No.1057

21세기 새로운 칠죄종 (5) 윤리적 논란을 낳는 과학실험 - ‘가시를 품은 장미, 양날의 칼’ 과학


교회는 전통적으로 “교만, 인색, 질투, 분노, 음욕, 탐욕, 나태”를 일곱 가지 죄악의 근원 곧 칠죄종(七罪宗)이라고 가르쳐왔다. 2008년 3월에 교황청 내사원은 “1. 환경파괴 2. 인간의 존엄성을 해칠 수 있는 유전자 조작 3. 과도한 부의 축적과 사회적 불공정 4. 마약거래와 복용 5. 윤리적 논란을 낳는 과학실험 6. 낙태 7. 소아성애”를 세계화 시대의 새로운 칠죄종이라고 발표했다. 이를 다달이 한 가지씩 다룬다.


과학은 매력적인 자태를 뽐내지만 가시를 가진 장미이며, 자칫하면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양날을 가진 칼이다. 칼이 그 예리함을 더해갈수록 진중하게 다루어야 함에도 ‘과학실험’이라는 미명 아래 인류는 너무나 많은 죄악을 저질러왔다.


충격적인 인체실험

일본군 731부대의 ‘마루타’ 실험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조선인, 중국인 등을 대상으로, 탄저균, 천연두균을 주입하여 감염과정을 조사하고, 총기 관통력실험, 인체 저온실험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 독일도 제2차 세계대전 중 유다인을 대상으로 눈에 염색약 주입, 강제 근친교배, 인공 샴쌍둥이 생존실험, 불임시술, 충격요법 등을 자행하였다.

1932년 미국 공중보건국에서는 알라바마주 터스키기의 흑인들이 매독에 많이 감염되어 있고 가난하여 치료를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매독이 사람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관찰하고자 하였다. 이 실험은 1943년 매독을 치료할 수 있는 페니실린이 나온 이후에도 계속되었고, 해당 지역 의사들에게 생체실험에 참여(?)한 흑인들이 내원할 경우, 치료하지 말고 돌려보내라고 하였다.

미국 정부는 1946-1948년에도 과테말라에서 페니실린의 효능을 검증하려고 교도소와 정신병원 수감자에게 고의로 성병을 감염시키는 임상실험을 실시하였다. 무려 5,500명에게 생체실험을 하였으며 9세 소녀도 있었다고 한다.

또한 중앙정보국(CIA)의 주도로 1940년대에서 1973년까지 2,500만 달러를 들여 인간을 대상으로 ‘심리 및 인간행동 조절’이란 연구를 하였다. 이는 약품, 전기 쇼크, 방사선, 초음파 등을 사용하여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조절하는 것이다.

전쟁포로와 죄수들을 대상으로 실험이 이루어졌고, 마약, 에틸알코올 등을 투여하거나 최면술 등으로 진실을 말하게 하는 실험 등이 이루어졌다. ‘엉겅퀴’라고 이름 붙인 이 연구계획에는 44개 대학과 80개 연구기관이 참여하였고 미국의 정부기관들이 지원하였다.


인체실험에 대한 법적 규제

비윤리적인 인체실험을 규탄하는 노력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세계대전 중 극악한 인체실험에 참여했던 의학자들은 중형을 선고받았다. 1947년, 최종판결문의 일부로 10가지 조항의 ‘허용가능한 의학실험’에 대한 국제적 기준이 발표되고, ‘뉘른베르크 강령’으로 불리게 되었다.

이는 최초의 의학연구 윤리강령으로, ‘피험자의 자발적인 동의는 절대적으로 필수적’이며, 과학적인 목적을 위해서만 연구하고, 피험자의 건강과 복지가 절대적으로 보호받아야 하며, 적절한 시설과 적합한 자격을 가진 사람만이 연구할 수 있으며, 피험자는 언제라도 연구 참여를 그만둘 수 있게 하였다.

1964년 세계의사회에 의해 제정된 ‘헬싱키 선언’이 선포되었는데 이는 오늘날까지 인체대상 연구의 가장 대표적인 윤리기준이 되었다. 헬싱키 선언 이후 의학 연구자와 생명과학 연구자들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전문지침으로서 헬싱키 선언을 준수하게 되었다.

1991년 미국보건성은 인간피험자 보호규정을 제정하였고, 1996년 국제 표준화 임상시험 지침이 작성되어 신약개발을 위한 국제적인 임상시험 지침을 마련하였다. 국내에서도 2000년 의약품 임상시험 관리기준이 수립되어 신약개발용 임상시험 지침을 마련하였다. 2001년 한국 의사 윤리지침, 2005년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국가 생명윤리위원회, 기관 생명윤리위원회, 배아 생성 및 연구, 유전자 검사 연구에 대한 법이 규정되었다.


인류의 멸망을 불러올 핵실험

하지만 국가 주권 확립의 기치 아래 국가를 앞세운 비윤리적 과학실험은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원자폭탄 실험일 것이다. 세계 각국에서는 1945년에서 1998년까지 무려 1,851회의 핵실험을 단행하였다. 초기에는 대기권에서 실시되었으나, 방사성 낙진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로 핵실험에 대한 비난이 강해지자 1963년 미-소간의 부분 핵실험 금지조약을 계기로 점차 지하 핵실험만을 실시하게 되었다.

대부분 플루토늄을 사용하는데 지금까지 총 3.5톤의 플루토늄이 지구 환경에 퍼진 것으로 추정한다. 핵연료를 이용한 전지와 핵연료 재처리 과정에서도 플루토늄이 환경에 유출되었다. 플루토늄은 ‘인류가 만난 최악의 독물’로 일컬어지며, 플루토늄 239는 호흡에 의해 폐로 들어갈 경우 극미량으로도 폐암을 유발할 수 있다. 플루토늄은 반감기가 2만 4천 년으로 1,000분의 1 농도로 감소되려면 24만 년이 걸린다.

플루토늄은 자연계에서도 존재하여 환경에 유출된 플루토늄이 직접적인 위해 요소라고 간주하기 어렵지만, 인류는 원자로 등을 통하여 지금도 계속해서 방사성물질로 지구를 뒤덮고 있다. 인류의 멸망 시나리오 가운데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이 방사성물질로 오염된 지구일 것이다. 또한 이번 후쿠시마 원전사고처럼 어떠한 형태의 자연재해로 지구의 반격이 시작될지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도 모두 인간을 중심으로 추론한 것이고, 핵실험에 의해 죽어가는 자연계의 생명체와 생태계는 처음부터 고려 대상에서 제외되어, 인간 비거주 지역에서의 핵실험은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교황청이 선포한 새로운 칠죄종은 인류가 사수해야 할 최후의 마지노선이 아닐 수 없다. 인류의 잘못을 지적하고 이의 시정을 촉구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잘못을 저지른다면 인류에게 남는 것은 종말밖에 없을 것이다.

* 전창호 토마스 아퀴나스 - 대구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위원이며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이사 및 책임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세계 3대 인명사전(Who’s who, ABI, IBC)에 등재되었다.

[경향잡지, 2013년 5월호, 전창호 토마스 아퀴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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