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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신학ㅣ사회사목

[사회복지] 본당 자선활동의 현재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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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3 ㅣ No.212

본당 자선 활동의 현재와 전망

 

 

1990년대에 들어와서 본당의 자선과 사회 복지 활동에 관한 논의나 연구가 이전보다 훨씬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사랑을 실천하는 그리스도교 공동체에 대한 숙고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본당 공동체도,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자선 활동도 새로운 것이 아니다. 본당의 자선 활동 또는 사회 복지 활동은 근자에 와서 재조명되고 있을 뿐이다. 그 이유는 가톨릭 교회가 그 안에서 이 사회의 욕구를 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여기에서는 현 사회의 욕구와 가톨릭 사회 복지의 대응이라는 맥락에서 전국 본당의 자선과 사회 복지 활동 현실을 살펴보고 나서 본당 사회 복지에 관한 교회 가르침에 본당의 자선과 사회 복지 활동을 평가하고 하나의 대안으로서 1998년부터 대구대교구에서 추진해 온 지구 재가복지봉사센터 사업 계획을 소개하고자 한다. 

 

 

1. 가톨릭 사회 복지 사업에 대한 사회의 기대:현재와 미래의 전망 

 

먼저 종교 다원주의 사회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어느 종교가 참된 진리의 종교인가라는 진리에 대한 물음보다는 어느 종교가 참으로 신의 뜻을 구현하고 인류를 위하는 선한 윤리 종교인가 하는 선(善)에 대한 윤리적 물음”1)을 더 중요시하고 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론 전개와 논리 계발이 아니라 더불어 함께 하는 삶 속의 실천”과 “구체적인 수행(修行)”일 수밖에 없다.2) 

 

또 정부의 복지 정책은 제5공화국 이래 국가 개입을 가능한 한 최소화하고 가족의 기능을 강화하며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 자신의 자조 노력과 재활을 강조하고, 자원 봉사를 장려하는 ‘한국형 복지 모형’의 근간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현 정권에서 지향하는 “균형적 복지 국가”3) 역시 이것을 달성하기 위한 필요 조건으로 경제 정책과 사회 정책의 균형, 인간 생활의 기본적 욕구에 대한 국가의 보장, 효율성과 평등성의 조화, 적극적 노동 사회 정책과 더불어 사회 공동 노력을 통한 “가정 같은 사회” 건설4)을 제시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말하는 사회 공동 노력은 민간 차원의 사회 복지 참여와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7%를 넘어섰고, 2022년에는 14%를 넘어서 본격적인 노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노인 의료 복지 수요의 증가는 더 이상 변수가 아니라 상수이겠지만, 지난 5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에서 드러났듯이 적지 않은 노인들(전체 응답자의 8.2%)이 자녀를 비롯하여 가족들에게 학대를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은 노후 생활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정서적 지원을 감당해 낼 수 없는 가족이 적지 않음을 보여 주고 있다. 

 

또 IMF 경제 위기 이후 한때 200만 명이 넘는 실업자가 발생함으로써 그에 딸린 가족들과 실업을 통해 파생될 수 있는 실직자 본인의 심리적 불안, 생계 유지의 어려움에서 오는 부부간의 불화, 자녀 양육의 문제, 알코올 문제의 증가 등등5) 사회 복지 욕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복지 재정은 이를 따라갈 수 없기에 복지 서비스를 공급하는 주체가 다양해질 필요가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풍부한 인적 물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미 민간 사회 복지계를 대표하고 있는 종교계가 사회 복지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기를 바라는 사회적 기대는 더욱 커져 가고 있다.6) 

 

또 정보화가 진행되면서 산업 사회가 등장할 때 나타난 경제 사회적 부의 극심한 불균형 분배가 재연될 개연성이 크다. 이런 계층의 변화를 흔히 “20 대 80의 사회”라고 한다. 첨단 지식과 첨단 기능을 소유하고 있는 20%의 사람들이 정보를 먼저 차지함으로써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영역에서 알짜배기를 차지하고 어정쩡한 80%의 사람들이 나머지를 나누어 가지게 되리라는 예측이다. 

 

더욱이 집단 중심의 가치 체계로부터 개인 중심 자율 체계로의 전환과 독립적이고 자신만만한 반면 이기적, 비윤리적, 비타협적인 삶의 형태로 특징지어지는 N(Networking) 세대에서 볼 수 있듯이 날로 개체화되어 가는 사회는 물질적인 사회 보장이 향상될지라도 개인의 정서적 욕구에 대응할 수 있는 사회의 능력은 약화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반면에 공생체(共生體:공동체 + 생명주의)라는 말로 대변되듯 공동 운명체로서의 인류에 대한 새로운 연대 의식이 자라고 있음도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런 면에서 이 사회 문화적 환경 속에서 자신의 활동을 통해 창조주와 구원자의 뜻에 부합하도록 세상을 구성해야 할, 곧 ‘사랑의 문화’를 사회에 침투시켜야 할 사명을 지고 있는 가톨릭 교회는 사회의 경제적 복리만이 아니라, 심리적 사회적 문화적 복지의 개선을 위한 사명을 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가톨릭 사회 복지계의 역할 역시 규정되고 있다. 

 

 

2. 사회 문제에 대한 가톨릭 사회 사업의 대응 

 

박해 시대부터 이어온 가톨릭 사회 복지 활동의 전통은 일제 시대에는 수도회의 사회 사업과 더불어 본당에서 포교를 목적으로 지역 내의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육 및 직업 교육, 의료, 아동, 노인, 장애인 복지 사업을 통한 지역 사회 복지로 이어졌다.7) 그러나 이런 본당의 활동은 일제 말기의 민간 사회 복지 사업에 대한 통제와 한국 전쟁에 따른 경제적 피폐 등의 외부적 영향으로 본당 중심의 사회 복지 활동이 위축되었으며8) 외국 원조에 의지한 구호 사업(1950년대)과 개발 사업(1960년대)이 주를 이루게 되었다. 이로써 가톨릭 사회 사업의 중심이 본당에서 시설로 옮겨 갔다. 특히 1980년대 이후 그 동안 고도 성장의 그늘에 가려 있던 부의 불균형 분배, 산업화, 도시화, 핵가족화에 따른 사회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음을 깨달은 정부가 사회 복지 지원을 늘려가면서 가톨릭 사회 복지 시설도 양적으로 급격히 팽창함으로써9) 가톨릭 사회 복지의 시설 중심적 특성이 더 강화되었다. 

 

한편 경제 성장에 따른 외국 원조 기관의 철수와 함께 자립적인 사회 복지 사업을 위해 다양한 모색을 해 온 한국 주교회의는 1975년 6월 인성회를 설립했으며 각 교구와 많은 본당에도 인성회가 설립되어 본당 구역 내의 가난한 이웃에 대한 생활 지원 및 장학 사업을 체계적으로 실시하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제5공화국 후반부에 와서 정부가 경제적인 문제가 아닌 사회적 기능 장애와 이와 결부된 복합적인 사회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이런 문제들을 시설 보호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음을 깨달으면서 지역 복지와 재가 복지를 강조하게 되었다.10) 이를 통해 가톨릭 교회는 인성회의 자선 사업을 더 체계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한 방향으로서 재가 복지 사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1990년대에 들어오면서 몇몇 교구에서―교구마다 다양한 형태로―교구 관할 지역 내의 사회 복지 활동을 협의·지원·조정하고 자원을 개발하고 배분하는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기구들(교구 사회 복지회, 사회 복지국 또는 사회 복지 위원회)을 개편 또는 신설하기 시작했고 주교회의 산하 인성회도 1991년 10월 주교회의 사회 복지 위원회로 개편됨으로써 이런 추세가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동시에 본당에도 본당 사목 협의회 산하에 사회 복지 분과 또는 사회 복지 위원회를 신설해 생활 보조 지원, 의료비 지원, 장학금 지원, 복지 시설 지원 등 직접적인 자선 활동과 함께 본당 내의 다양한 사회 복지 활동을 조정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했다. 

 

 

3. 본당 사회 복지 활동의 현황 

 

본당 사회 복지 활동의 전국적 현황에 관한 가장 최근 자료인 「한국 가톨릭 사회 복지의 실태와 전망」(1997년)에 의거해 본당 사회 복지 활동 현황을 살펴보겠다. 따라서 별도의 주를 달지 않는 한 위 연구 보고서에 인용한 것이다. 위 조사에 응답한 본당(384개) 가운데 95%에 달하는 363개 본당에 사회 복지 분과가 결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설문 응답률이 995개 설문 발송 본당 중에서 38.6%에 불과한 것으로 보아 모든 본당에서 사회 복지 분과를 중심으로 사회 복지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사회 복지 분과 없이 빈첸시오회와 같은 단체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곳도 있다. 

 

지면의 제약 때문에 이 연구의 모든 측면을 언급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여기에서는 본당 사회 복지 활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난 응답자의 참여 동기, 사회 복지 교육 정도, 그리고 본당 사회 복지 활동의 활성화 정도와 방향성을 가늠하는 데 객관적인 자료를 제공해 주는 사회 복지 분과 위원(또는 본당 사회 복지 위원회)의 수와 전문가 참여 여부, 수입원과 지출 규모 및 전체 본당 예산 대비 비율, 수혜자의 숫자, 제공하는 사회 복지 서비스의 종류를 중심으로 본당 사회 복지의 현황을 간략하게 살펴보겠다. 그러고 난 후 같은 조사를 실시한 것이 아니므로 여러 가지 한계가 있음을 무릅쓰고 모델 프로젝트들과 비교하면서 전망을 제시하고자 한다. 

 

1) 전국 본당 사회 복지 분과의 현황 조사 

 

(1) 응답자의 사회 복지 참여 동기와 사회 복지 교육 정도 

 

응답자의 50.3%인 170명이 본당 신부의 임명을 참여 동기로 들고 있으며 그 다음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43.8%), 그리고 자신의 전문 지식의 활용 기회 등 다른 동기를 언급한 사람은 6%에 불과하다. 본당 내의 사회 복지 활동 전문 단체인 빈첸시오회 회장이 응답자인 경우에는 예상대로 대다수가 이웃을 돕기 위한 동기(총 14명중 11명: 78.6%)나 기타 동기로(2명: 14.3%) 참여했다고 대답했다. 반면에 사회 복지 분과장들에게 있어서는 본당 신부의 임명을 참여 동기로 꼽는 비율이 더 높았다(57.9%). 사회 복지 교육 수강 경험과 관련해 46.5%의 응답자들이 전혀 교육을 받은 바가 없으며, 44.4%가 2-4일 정도의 단기 세미나에 참석했다고 응답했고, 그 이상의 장기 교육을 받은 사람은 9.1%에 지나지 않았다. 

 

2) 본당 사회 복지 분과의 특성 및 활동 실태 

 

본당 사회 복지 분과 위원의 수가 5명 이하인 경우가 59.4%로서 가장 많았으며, 6-10명 이하인 본당이 28.3%, 11명 이상인 경우는 12.2%에 불과했다. 그리고 사회 복지 분과에 사회 복지 전문가가 포함되어 있는 본당은 전체의 5.2%뿐이었으며 유급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본당은 1.9%인 7개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본당 사회 복지 분과의 주요 수입원에 대한 질문에 78.0%의 본당에서 본당 예산을, 39.7%가 자선 주일 및 사순 시기 특별 헌금을, 36.9%가 사회 복지 후원회비를 꼽아서 이 세 수입원을 사용하는 본당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판매 사업(23.1%), 기부금(18.5%), 모금(16.8%) 등의 방식으로 자체 기금을 마련하는 본당도 적지 않았다. 

 

1996년 사회 복지 분과의 지출액을 보면 1년 지출액이 1천만원 미만인 본당이 62.0%에 달했고 2천만원 이상인 본당이 17.0%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1백만원 미만인 경우도 9.6%나 되었다. 본당 예산 대비 사회 복지비 비율에 관한 질문에 전체의 3분의 1이 넘는 129개 본당(36.0%)이 3% 미만을 사용하고 있다고 응답하여 서울대교구에서 제시하고 있는 본당 예산 10%는 물론 대구대교구에서 권장하는 7%의 선도 넘지 못하는 본당이 83.2%를 차지하고 있으며 본당 예산의 10% 이상을 지출하는 본당은 3.9%에 불과했다. 따라서 가톨릭 교회 내에서 사회 복지에 대한 관심과 의식이 높아가고 있음에도 그에 준하는 재정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현상을 김인숙·최해경·이선우는 본당 신자들의 사회 복지에 대한 의식보다 본당 신부들의 의식이 사회 복지 예산 집행에 반영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내 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사회 복지 분과의 사회 복지 관여도가 사회 복지 지출 비율과 사회 복지 중요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드러나고 있다.11) 

 

본당 사회 복지 활동을 통한 월평균 수혜자의 수를 보면 10명 미만이 전체 본당의 42.2%, 10명 이상 20명 미만이 31.6%로 월평균 수혜자의 수가 20명 미만인 경우가 전체의 73.8%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수혜자의 수는 제공하는 도움의 종류에 따라 크게 변화할 수 있으므로 단순히 양적인 비교만으로는 본당 사회 복지 활동의 현실을 알기 어렵다. 

 

본당에서 실천하고 있는 사회 복지 활동의 종류를 보면 생활 보호 대상자 지원이 76.1%로 가장 많고, 시설 방문·지원 및 노력 봉사가 67.6%, 소년·소녀 가장 지원 56.5%, 경로 잔치 49.9%, 병원 방문 48.3%의 순서로 이어지고 있는데 주로 “구호적이고 응급 조치의 특성을 가진 활동이 주류를 이루었다. 반면에, 입양 및 사랑의 부모 결연 사업(3.4%), 장애인 재활 교육(2.1%)과 같은 전문적이고 장기적인 활동을 수행하고 있는 본당은 극히 적었다.”12) 

 

위의 조사에서 드러난 바를 요약한다면 

 

첫째, 사회 복지 분과장을 임명하는 데에 있어 적절한 동기 부여 과정과 체계적인 사회 복지 전문 교육 과정이 필요하다. 

 

둘째, 사회 복지 분과 위원들의 저변 확대와 더불어 사회 복지 분과 활동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전문적인 양성을 거친 사회 복지사의 참여 내지 동반이 있어야 한다. 

 

셋째, 활동에 필요한 적절한 재원의 확보와 함께 적극적인 수입원 개발이 필요하다. 그리고 본당 예산, 자선 주일 헌금이 주요 수입원이며 그것이 본당 신부의 사회 복지 의식에 많은 부분 달려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본당 신부의 사회 복지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켜야 한다. 

 

 

4. 본당의 자기 실현(Selbstvollzug)으로서 본당 사회 복지 활동 

 

본당 사회 복지 활동의 미래에 대한 전망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과 실천 신학적 판단에 관한 숙고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은 교회의 근본 사명과 유리된 교회의 활동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1) 구원론의 전망 

 

하느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세상에 선포하시려는 복음, 곧 기쁜 소식의 핵심을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1요한 4,16)라는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마태 11,4-5; 평신도 교령 8항 참조). 하느님께서는 그 사랑 때문에 세상을 창조하셨고, 바로 그 사랑 때문에 인간의 역사에 개입하셨고 당신을 드러내시어 사람들이 당신이 누구인지 알고 체험할 수 있게 해 주셨다. 그 절정은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순종하시어 모든 사람을 “죽기까지, 아니 십자가에 달려서 죽기까지”(필립 2,8) 사랑하셨던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가르침에서 드러났다. 그리고 그것을 체험하고 믿었던 사람들의 공동체가 교회다. 

 

2) 교회와 교회의 사명 

 

그 때문에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의 여러 곳에서 교회가 사랑을 본질적인 요소로 하는 공동체요 사랑의 기초 위에 서있는 공동체이며 마땅히 그래야만 한다고 했다. 예를 들면, “사랑의 집단”(교회헌장, 13항), “믿음과 바람과 사랑의 공동체”(교회헌장, 8항) 등이 이런 표현들이다. 하느님께서 교회가 당신의 사랑에서 우러나온 구원 행위에 참여하기를 원하셨기에 교회는 “구원의 보편적 성사”(교회헌장, 48항), 곧 구원을 위하여 하느님께서 쓰시는 도구요 하느님께서 인간을 사랑하고 계신다는 것을 드러내 보여야 할 표징이다. 그렇다면 교회의 자기 실현은 모든 사람들에게 하느님께서 그를 사랑하고 계신다는 것을 말과 행동으로 체험하게 하는 데에서 이루어진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삶 전체를 바쳐 이 사랑의 기쁜 소식을 선포하신 데에서 이 일이 말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모든 사도직 활동이 그렇지만 “본질적으로 생생하게 사랑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활동(평신도 교령, 8항)이 있는데 그것이 구체적인 자선과 사회 복지적 활동이다. 

 

이러한 사랑 실천, 곧 자선과 사회 복지 활동은 모든 사람들이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게 함으로써 “생명을 얻고 더 얻어 풍성하게”(요한 10,10) 함을 목적으로 한다. 그들이 각자의 고통스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사랑의 능력으로 새로운 삶을 향한 가능성을 찾아 나설 수 있도록 도우려는 것이다. 생명의 진정한 충만은 그가 하느님과 일치를 이루는 데에 있음을 우리는 안다. 

 

3) 교회의 3가지 기본 역할 

 

본당 공동체가 “구원의 성사인 하느님의 교회를 지역별로 구체화시키는 신앙과 전례 및 사랑의 공동체로서 그리스도교의 신비를 구체적으로 생활화하는 곳”13)이라면 이웃, 특별히 고통받고 있는 이웃(마태 25장 참조)에 대한 구체적 사랑 실천으로써 하느님의 사랑을 증언하는 것은 말씀의 선포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을 기념하고 그에 감사 드리는 전례와 함께 본당이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되게 하는 본질적 요소다. 

 

현대 사목 신학은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세 가지 기본 역할 안에서 살고 있다고 거듭해서 강조하고 있다. 넓은 의미에서 하느님의 말씀에 대한 봉사와 전례적 성사적 행위와 사랑에서 우러나온 봉사를 포함하는 기본 역할 안에서 교회 공동체는 살고 있다. 그리고 이 기본 역할은 결코 갈라놓을 수 없는 일치를 이루고 있음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사도 바오로는 유명한 사랑의 송가(1고린 13,1 이하)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 전할 수 있다 하더라도”(1고린 13,2), 곧 아무리 하느님의 가르침을 열렬하고 조리 있게 선포한다 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교회 공동체가 실제로 살아 있는 하느님의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중 삼중 과업을 완수해야만 한다. 

 

또 고린토 1서 11장 20절부터 22절에서 사도 바오로는 주님의 성찬과 결합되어 있던 애찬(愛餐:Agape) 중에 자신들끼리 흥청망청 즐겨 버린 사람들에게 그 잘못이 단순히 가난한 사람들을 무시하고 상처를 준 인간적인 잘못이 아니라, 주님의 성찬을 무효로 만들어 버리는 행위며 “하느님의 교회를 멸시”하는 일이라고 꾸짖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웃에 대한 사랑과 봉사를 거부하는 것은 비인간적이며 사회성이 떨어지는 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회 공동체를 적대시하는 것이며 미사 자체를 적대시하는 행위다. 그런 이유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사제의 직무와 생활에 관한 교령”은 “성사의 집행이 진실하고 충실한 것이 되기 위해서는 그것이 여러 가지 자선 사업과 상호 부조뿐 아니라, 포교 활동과 그리스도를 증언하는 여러 형태의 실생활에로 이끄는 것이어야 한다.”(6항)라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자선과 사회 복지 활동은 본당 활동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며, 그것이 없이는 복음의 선포도, 전례도 본래 의미를 잃어 버린다. 

 

그런 의미에서 본당에서 이루어지는 자선 및 사회 복지 활동은 첫째, 하느님과 함께 그분의 구원 행위에 참여하는 행위요, 둘째,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과 당신을 동일시한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이다. 셋째, 또 본당이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되기 위한 자기 실현의 행위이기에 공동체적 성격을 지닌다. 곧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이 함께 참여할 뿐 아니라, 공동으로 이루어야 할 과업이다. 넷째, 전례, 복음의 선포, 사랑의 실천이라는 교회의 세 가지 기본 역할은 서로 구분되지만, 결코 분리될 수 없으며 상호 보완을 통해 본당 공동체의 자기 실현에 이바지한다. 다섯째, 따라서 모두 신자 개인이나, 본당 공동체가 어떤 이유로도 포기할 수 없는 의무다. 

 

4) 실천적 지침 

 

각 신자와 본당 공동체의 사명 실천 역시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야 한다. 

 

그 원칙은 첫째, 본당뿐만 아니라, 가톨릭 사회 복지 시설의 사업은 그 사회, 그 지역의 사람들이 충만한 삶을 성취할 수 있는 공간과 제도의 마련에 기여하고 있는가에 따라 평가되어야 한다. 

 

둘째, 사회 복지적인 원조도 사랑과 호의에 대한 깊은 갈망이라는 고통받는 사람들의 기대와 하느님의 사랑을 증언해야 한다는 교회의 사명에 걸맞게 애덕적인 질을 갖추어야 한다. 본당 공동체를 이끄는 성직자나 평신도 지도자는 하느님의 사랑의 체험에서 우러나온 봉사라는 것이 그들의 활동에서 드러나도록 할 책임을 지니고 있다. 

 

셋째, 본당은 사랑의 실천을 통해 사람들 사이에서의 사랑에 찬 친교(親交:Communio)로, 또 하느님과의 사랑에 찬 친교(親交:Communio)로 인도하고자 한다. 따라서 본당 사회 복지 활동의 목표는 구체적인 사랑의 실천을 넘어 지역 사회에서, 특별히 고통, 질병과 곤경으로 각인된 곳에서 “사랑의 문화”를 이루고자 한다. 이 사랑의 문화는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이가 하나되는 연대와 도움의 문화를 포함하기에 병든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감을 지향한다. 

 

넷째, 본당의 사회 복지 활동은 항상 본당 공동체라는 전망 안에서 모든 이가 거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선구자적인 실천뿐만 아니라, 꾸준한 홍보와 교육, 참여 기회의 확대를 위한 제도적 정비 역시 중요한 과업들이다. 

 

다섯째, 구체적인 사랑의 실천이 복음 선포와 전례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이 예비신자 교리 교육, 주일 학교 교육, 신심 단체의 양성 과정에 분명히 드러나야 한다. 또 사목자는 평신자들의 사랑의 실천이 복음 선포와 전례 거행에 필수 불가결한 전제임을 보여 주어야 할 뿐 아니라, 그들이 사랑의 실천을 위해 예수 그리스도 그렇게 하셨듯이 자기 자신을 나눌 수 있도록 양성해야 한다. 물론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 예수님 역시 30년의 세월을 기다리고 난 다음에도 40일을 광야에서 자신을 정화하신 후에야 당신의 일을 시작하셨다. 

 

 

5. 모델 프로젝트 1:지구 재가복지봉사센터 

 

대구가톨릭사회복지회에서는 본당 사회 복지 활성화를 위하여 3가지 모델 프로젝트를 시험중이다. 이 프로젝트 역시 그 가운데 하나이다. 다른 두 프로젝트 중 하나는 지역의 종합 사회 복지관과 본당의 사회 복지 활동을 연결시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신자 사회 복지사를 시간제로 본당 사회 복지 활동의 지원을 위해 파견하는 사업인데, 이 두 가지 프로젝트는 아직 평가중이기에 여기에서는 평가가 완료된 두 번째 프로젝트를 위의 연구(1997년) 결과와 비교하면서 대안을 찾아보려 한다. 

 

1) 사업 개요 

 

지구 재가복지봉사센터는 본당 사회 복지 위원회의 재가 복지 서비스와 주회(週會)를 정착시키고 본당 사회 복지 위원들의 단계적 전문성 향상을 도모하며 이를 통해 지역 사회에 사랑과 연대의 문화를 심을 목적으로 대구가톨릭사회복지회가 설립하여 직접 운영하는 사회 복지 시설이다. 그리고 과업의 특성상 미인가 시설이다. 

 

시설 실무자는 지구 17개 본당의 사회 복지 위원회를 담당하는 지구 담당 사회 복지사 1명으로서 그의 과업은 본당을 방문해 사회 복지 의식 및 재가 복지 서비스 실천에 대해 교육하고 본당의 사회 복지 위원회 주회(또는 월례회)에 참석하여 주회 실시를 독려하며 사회 복지 위원들의 재가 복지 서비스 실천을 동반한다. 필요한 경우 직접 개입하거나 자원 봉사자 및 지역 내외의 타 사회 복지 기관과 협조해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든지 시설 입소 의뢰를 한다. 또 본당 사회 복지회 활동 내용을 모아 정리·보관해야 하며 주 1회 법인 사무국에 업무 보고를 한다. 본당 사회 복지 위원이나 다른 신자들을 위한 지속 교육이 필요한 경우 법인 복지 기획팀 등과 연계하여 교육한다. 

 

본당 사회 복지 사업의 특성에 맞추어 지구 담당 사회 복지사는 1일 8시간의 근무 시간을 본당 사정에 따라 조정할 수 있으며 사무국 차장 신부의 사업 지도와 법인 복지 부장의 슈퍼 비젼을 받는다. 

 

2) 프로젝트의 진행 

 

(1) 1단계:준비 

 

지구 본당 사회 복지 위원장들과 본당 신부들에게 사업의 목적을 이해시키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동기 부여를 하는 단계다. 이를 위해 지구 담당 사회 복지사는 지구장, 본당 사회 복지 위원장들을 방문하고 의견을 물을 뿐 아니라 정기적으로 지구내의 본당 사회 복지 위원회 회합에 방문하고 참석한다. 그리고 지구 재가 복지 봉사 센터의 운영 방향에 관해 그들과 의논한다(간담회). 

 

(2) 2단계:개소와 본당별 사회 복지 교육 

 

본당별로 방문하여 교육 욕구와 일정을 확인한 후 본당으로 찾아가서 교육을 한다. 1차적 대상은 본당 사회 복지 위원들이며 2차적 대상은 반장, 레지오 간부 등 일반 신자들이다. 그리고 집중적인 교육을 위해 해당 지구 내에 위치하고 있는 재가 복지 봉사 센터에서 본당 사회 복지 위원들을 교육한다. 지구 회의(월 1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본당 사회 복지 위원회 주회에 참석한다. 

 

(4) 3단계:본당 사회 복지 위원회 정기 모임 정착화 

 

지속적으로 주회 및 월례회에 참석하여 정기적인 모임을 장려하고 본당 내 다른 단체(빈첸시오회, 레지오, 청년회 등)와의 협력 강화를 유도한다. 본당 사회 복지 위원회의 발전 정도에 따라 다양한 재가 복지 활동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다. 또 본당의 신자들을 위한 사회 복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예를 들어 노(시)부모를 모시는 부인을 위한 노인 간호 교육 및 교재의 제공을 들 수 있다. 

 

3) 프로젝트를 통한 성과 

 

(1) 사회 복지 교육 

 

현재 활동 중인 14개 본당의 사회 복지 위원장을 비롯해 39명이 1회 이상 본당 사회 복지 위원 전문 교육을 받았으며 131명이 하계 연수에, 그리고 지구 내 대부분의 본당에서 1400여 명의 신자가 사회 복지 기본 교육에 참석하였다. 

 

지역에 가까운 곳에 교육 센터가 있고 전담 사회 복지사가 있어 본당의 일정과 필요에 맞는 맞춤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한 사람이 본당을 지속적으로 방문하면서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본당 사회 복지 위원들과 더 강한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었다. 

 

(2) 지구 본당 사회 복지 위원회의 특성과 활동 

 

2000년 7월 기준으로 5지구 전체 사회 복지 위원의 수는 182명으로 지구 평균 11.38명이며 신설 시외 본당 한 곳(2명)을 제외하면 모두 7인 이상의 본당 사회 복지 위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또 절반 가까운 본당에서 반모임, 레지오, 청년회 등 다른 단체와의 협력 아래 활동하고 있으므로 실제 사회 복지 활동 참여 인원은 더 많다. 「한국 가톨릭 사회 복지의 실태와 전망」(1997년)에서 11인 이상의 사회 복지 분과 위원이 활동 중인 곳이 12.2%인데 이 지구에서는 50%(8개)다. 그리고 각 본당에 배치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본당에서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지구 담당 사회 복지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1999년 지구 내 본당 사회 복지 위원회 지출액의 평균은 20,569,636원이었다. 또 각 본당별로 수입원을 다변화하기 위해 대부분의 본당에서 정기적으로 사회 복지 회원을 모집하며 자발적으로 모금 행사, 후원 사업, 판매 사업, 수익 사업을 실시하여 재원을 확보하고 있다. 

1997년에는 활동 내용을 보고한 본당이 6개였는데, 1999년에는 11개 본당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동안 본당별 평균 대상자 수가 약 21명에서, 1999년에는 약 57명으로 2.7배가 증가했다. 양적으로 2배 이상 성장했다. 2000년 7월 현재 12개 본당에서 312세대의 재가 복지 대상 세대를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돕고 있다. 

 

본당 사회 복지 활동이 금전 지원 위주의 생활 지원 서비스에서 일상 생활의 지원, 생활 보호 대상자 지정을 위한 지원, 자매 결연 등 좀더 장기적인 재가 복지 활동 중심으로 변화해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 본당 사회 복지 위원회 독자적으로 전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3) 본당 신부 및 본당 사회 복지 위원장 

 

지구 담당 사회 복지사의 지속적인 지구장 및 본당 신부 방문과 철저한 보고를 통해 본당 신부들의 사회 복지 활동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으며 본당 사회 복지 위원장의 노력을 지원하려는 성의까지 보이고 있다. 또 본당 사회 복지 위원장들과 월 2-6회 만남을 통해 그들의 사회 복지 의식이 깊어졌고 몇 명은 능동적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한다. 

 

(4) 지구 사회 복지 협의회의 결속력과 자발성 강화 

 

재가 복지 봉사 센터를 중심으로 지구 사회 복지 협의회 소속 본당 사회 복지 위원회들이 함께 지구 전체 지역을 위한 공동 사업을 자체적으로 실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4) 프로젝트 진행의 개선점과 과제 

 

첫째, 지구 담당 사회 복지사를 위한 본당 사회 복지 교육이 필요하다. 본당 사회 복지 활동의 의미와 본당의 조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당 활동 경험이 있는 사회 복지 전문가를 파견하든지, 아니면 사전 교육이 필요하다(실무자 인터뷰). 

 

둘째, 본당 사회 복지 위원 및 위원장을 위한 체계적 교육 과정이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는 사회 복지 지식, 사회 복지 활동에 대한 그리스도교적 확신과 이론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셋째, 본당 사회 복지 위원(장)과 지구 담당 사회 복지사를 위한 슈퍼비젼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그리스도교적인 관점에서 사회 복지적인 측면을 감안하여 슈퍼비전을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본당에서의 사회 복지 활동이 가지는 고유의 임무, 곧 하느님 사랑의 증거(證據)라는 기능을 잃어 버리게 된다. 여기에 사회 복지 의식과 지식을 지닌 성직자 ― 직접적 상하 관계에 있지 않은 ― 가 함께 참여하면 이상적이다. 

넷째, 본당 사회 복지 지원팀을 구성하여 팀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그 이유는 우선 이를 통해 같은 상황에서 조언을 줄 수 있는 동료들을 얻을 수 있다. 다음으로 많은 직접 접촉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 직접 그들을 동반하는 과업과 교회 매체나 교육 자료를 통해 지속해야 할 모든 신자 대상의 간접 홍보, 또 본당마다 서로 다른 욕구에 대응할 대책 수립의 과업을 수행하는 것은 팀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다섯째, 본당간의 다양한 발전 속도에 맞추어 기존의 프로그램과 함께 그 수준에 맞는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계속 개발하고 제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원 봉사자들이 꾸준히 자신을 개발해 나갈 수 있는 자기 경험의 욕구(needs to experience)와 성취 욕구(needs to achievement)에 부응하기 어려워져 기존의 본당 사회 복지 활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권태감을 주게 된다. 

 

여섯째, 본당 사회 복지 활동이 재가 복지 서비스의 차원에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본당 공동체가 지역 사회의 누룩이 되고자 한다면, 지역 사회 복지의 전망을 잃어서는 안 된다. 

 

 

6. 제언 

 

본당 사회 복지 활동이라는 자원은 가톨릭 사회 복지에는 더할 나위 없이 귀한 자원이다. 우선 살아 움직이는 본당 사회 복지 활동은 가톨릭 사회 복지 시설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일깨워 주는 등대일 뿐 아니라, 지역 사회를 향한 시설 개방화의 든든한 받침돌이 될 수 있다. 동시에 본당 공동체가 지역 사회 안에서 사랑의 공동체로 기능할 수 있다면, 개인주의화와 경제적 불안에 시달리는 전체 사회를 위해서도 없어서는 안 될 보루다. 자발적이지 않은 임명이나 본당 내 역할의 중첩에서 오는 소속감의 부족, 사명감과 체계적인 교육의 부족에서 오는 잦은 교체, 전문성 부족에 따른 빠른 소진현상 등등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지난 2년 간의 경험을 통해 본다면 장기적이고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개입할 때, 본당 사회 복지 위원회가 가지고 있는 잠재 가능성이 충분히 피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이상의 경험에서 본당 사회 복지 활성화를 위한 몇 가지 제언을 해 본다. 

 

첫째, 본당이 꼭 특정 지역에서만 활동해야 할 필요는 없는 일이지만, 그 지역 사회에 본당이 있다는 것은 그 본당 공동체의 소명이다. 지역 사회에 대한 본당 공동체의 개방과 봉사는 본당 사회 복지 위원회가 해야 할 첫 과제임은 변함이 없다. 

 

둘째, 전 신자 또는 일부 신자들에게라도 지속적인 홍보와 교육을 통해 사회 복지 활동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적극적인 관심과 호응을 얻어내야 한다. 이 홍보를 위해 예비신자 교리서, 반모임 교재, 학생 액션 단체의 교재 등에도 교회의 자기 실현으로서의 가톨릭 사회 복지 활동에 관한 내용을 삽입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교구 사회 복지회에서 본당의 신자들을 위해 상담 교육, 알코올 예방 교육 등의 예방 프로그램을 본당에서 제공하는 것도 양자를 위해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지속적 홍보와 교육, 지구 담당 사회 복지사의 추가 임용을 위해서는 더 많은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실제로 본당은 많은 가톨릭 사회 복지 시설·기관에 재정적 지원을 해 주는 젖줄이다. 그렇다면, 본당에서 모금된 돈의 어느 정도는 본당 사회 복지 사업에 사용하는 것은 미래를 위한 중요한 투자다. 

 

넷째, 전문 사회 복지사와 본당 사회 복지 봉사자 사이의 상호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회 복지 전문가는 지역 욕구에 맞는 전문 프로그램의 개발, 외부 사회 복지 시설과의 연계, 봉사자의 교육과 재교육, 정보 제공, 슈퍼비젼을 통한 동반 등의 역할을 수행하기 꼭 필요하다. 동시에, 적지 않은 경우에는 전문적인 개입보다 정서적인 동반이나 간단하지만 지속적인 도움을 더 필요로 하는 사람도 있다. 따라서 전문 사회 복지사와 자원 봉사자는 경쟁자가 아니라 파트너의 관계에 있는 것이다. 

 

다섯째, 본당 사회 복지 위원회와 교구 사회 복지회, 가톨릭 사회 복지 시설 사이의 긴밀한 협력은 본당 사회 복지 발전을 위해 필수 조건이다. 이것을 위해서는 교구에는 본당 사회 복지를 따로 맡는 전담 사회 복지사가 있어야 한다. 그 이유는 본당 사회 복지 발전을 위한 계획은 상대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진행될 수밖에 없으므로 안정적인 담당자가 있는 것이 유리하다. 그리고 본당과 가톨릭 사회 복지 시설 사이에는 자매 결연 형태의 관계 형성을 통해 시설에서는 전문적인 지원을, 본당에서는 자원 봉사와 후원을 할 수 있다. 가톨릭 사회 복지 시설과 본당의 유기적인 협력을 위해서는 먼저 관심 있는 전문 인력을 찾아내고, 양측의 합의가 이루어지면 실무 담당자들이 함께 토론하며 교육 받는 준비 기간을 가질 때 성공적일 가능성이 많다. 이것은 본당 사회 복지사 파견 사업에 대한 부분적인 평가에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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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이환, 「현대인에게 종교란 무엇인가? 계시? 창조? 그리고 과학?」, 한울사, 1995년, 187면. 

2) 배경민, “21세기 종교 상황과 선교”, 「사목」 255호(2000.4.) 참조. 

3) 정경배·박찬용, “복지 국가를 지향하는 사회 보장 개혁 방향”,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국정 개혁 방향 개혁 프로그램과 우선 순위」, 1998년, 304면. 

4) 위의 책, 307-309면. 

5) 김승권·조애저 외, 「실업 가정의 생활 변화와 대응 방안」, 한국보건사회연구원, 1999년, 31-57면 참조. 

6) 김미숙 외, 「종교계의 사회 복지 활동 현황과 활성화 방안」, 한국보건사회연구원, 1999년, 28-29면. 

17) 심홍보, 1998년, 3장 참조. 

18) 위의 책, 4장 참조. 

19) 김인숙·최해경·이선우, 「한국 가톨릭 사회 복지의 실태와 전망」,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1997년, 102면. 

10) 김만두·한혜경, 「현대사회복지개론」, 홍익재, 1993년, 136-137면. 

11) 위의 책, 97면. 

12) 위의 책, 70면. 

13)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 159조 1항.

 

[사목, 2000년 12월호, 도건창(대구대교구 가톨릭 사회 복지회 복지기획실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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