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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사목] 다문화가정의 엄마와 아이들을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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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07-06 ㅣ No.537

[달라도 우리, 다문화] 다문화가정의 엄마와 아이들을 도와주세요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올해로 60주년이다. 언제나 그렇듯 전쟁은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와 여성들에게 더욱 큰 고통을 안겼다. 전후 반세기 이상이 흐른 지금 우리 사회에 ‘다문화가정’이 늘고 있다. 그 가운데 언어와 문화의 차이 등으로 해체되는 가정도 생겨나고 있다. 다문화가정의 여성과 자녀, 이들은 이 시대의 또 다른 사회적 약자가 될 위험에 놓여있다.

 

하느님께서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 홀로 살아가기에는 어려운 사회적 약자들을 눈여겨보시고 손을 내미신다. “그분은 고아와 과부의 권리를 되찾아주시고, 이방인을 사랑하시어 그에게 음식과 옷을 주시는 분이시다”(신명 10,18). 그분은 “‘이방인과 고아와 과부의 권리를 왜곡하는 자는 저주를 받는다.’ 하면, 온 백성은 ‘아멘.’ 하고 말해야 한다”(신명 27,19)고 가르치신다.

 

 

성북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

 

서울 성북구 보문동, 보문역 7번 출구에서 70미터 떨어진 큰길가에, 노동자들을 위하여 서울대교구에서 1987년 5월 17일에 설립한 노동사목회관이 자리잡고 있다.

 

시대의 흐름을 보여주듯 외국인 노동자사목의 둥지로 알려진 이곳에 ‘성북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있다. 초대부터 센터장을 맡아 4년째 일하고 있는 곽정남 유스티나 수녀(오른쪽 사진)를 찾아갔다.

 

“아직은 사회문제라고까지 하지는 않지만 다문화가 사회의 화두가 되다 보니까 시는 시대로 정부 부처는 부처들대로 업무를 하고 있어요. 가톨릭에서는 대전과 원주 교구 등에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있지만 서울대교구에서는 이곳이 유일해요. 돈을 벌어 한국을 떠나는 이주 노동자들과 달리 이주민 여성들은 한국인 남편과 시부모와 함께 살며 아이를 낳고 가정을 이루어 우리나라 사람으로 살아가야 하니 더욱 중요해요.”

 

지난해부터 업무에 가닥이 잡히고 센터도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며 유스티나 수녀가 건네준 행사 계획표에는 교육 프로그램들이 빼곡하다.

 

한국어교육을 비롯하여 다문화사회 이해교육, 가족교육, 다문화가족 취업 ? 창업교육, 가족 ? 개인상담, 다문화가족 자조모임, 통역 ? 번역 자조모임과 찾아가는 한국어교육, 찾아가는 아동양육지원 같은 방문 프로그램 등 서른 가지가 넘는다.

 

“성북구만 해도 다문화가정이 1,200세대에요. 주로 센터에서 집합교육을 하지만 방문교육도 합니다. 입국해서 아이도 없고 아무 것도 모르는 여성에게는 생활어휘를 배울 수 있게 방문 지도사를 보내는데, 대개 40대 후반이라 친정 엄마 구실도 해요. 한국 생활을 하는 기초를 가르쳐주는데, 도저히 말이 안 통하면 센터에 있는 통역원에게 연결을 합니다.”

 

남편들은 주로 40대 후반부터 50대 후반까지지만 여성들은 20대 정도로 젊어서인지 이주민 여성들은 오자마자 아이를 낳고, 다들 다섯 정도는 낳아 키우겠다고 포부를 밝힌단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돈에 대한 개념이 생기면서, 교육비도 많이 들고 아이 키우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아간다.

 

“부부교육은 물론 시부모교육을 시키는데, 아들을 끼고 살지 말라고 가르치는 데도 부부간의 문제에까지 끼어드는 시어머니가 있어요. 아내와 말이 잘 안 통하니까 모든 것을 어머니에게 미루고 생활비도 어머니를 통해 주는 남편들이 있고요. 그런데 좋은 시어머니의 증언보다 더 좋은 교육은 없어요. ‘몇 년차 며느리에게 이렇게 해보았더니 이렇더라. 참아주고 살림을 맡겨라.’ 하는 등의 사례를 이야기하면 시어머니들이 다들 공감해요.”

 

 

“‘하느님 빽’이 있어 든든하고 배짱이 있어요”

 

여느 가정처럼 정답게 잘사는 가정이 있는가 하면 남편의 폭력이나 외도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정도 있다. 센터를 찾아오면 상담을 하고 돌려보내거나 당분간 쉼터로 보내 머물게 하는데 가정 해체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힘없는 이주민 여성에게 아이를 떠맡기고 이혼하는 남성도 있는데, 이런 때는 엄마는 취업을 하고, 아이는 24시간 보육시설인 베들레헴 어린이집에 맡길 수밖에 없다.

 

“아이들은 다들 예쁘고 소중해요. 어른은 어른대로 문제지만 아이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아이들 때문에 우리가 일을 더 하게 돼요. 이 일을 하면서 사람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느껴요. 다문화가정을 돌보다 보니 아이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거, 이주민 여성이 아무리 서툴고 못나도 똑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유스티나 수녀는 수도자라는 신분이 다문화가정을 돌보는 데 많은 도움을 주기에 더욱 보람을 느끼며 하느님께 감사드린단다.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수도자를 존경해요. 수도자들은 올바르고 거짓말 안 하고 좋은 사람, 사람을 살리는 사람이라고 신자 아닌 사람들도 알고 있어요. 우리가 하느님을 믿는 사람이라는 것 자체를 높게 보아주는 거죠. 교육할 때 준비를 좀 못 해도 말 한마디 한마디를 오아시스처럼 느껴요. 강하게 이야기하거나 화를 내도 자신들을 위한 거라고 생각해요.”

 

국비와 시비로 운영비를 충당하기에 어려움이 있지만, ‘하느님 빽’이 있기에 예산을 충분히 확보해 주지 않아도 잘할 수 있다는 배짱이 있다며 싱긋 웃는다.

 

“센터장 하면 권위를 떠올리지만 저도 똑같이 일해요. 다들 묵묵히 일하며 100을 주면 200 효율을 내려고 해요. 나머지는 천주교 신자들 인력 후원으로 채워요. 아기 돌보기 등 후원을 해주시면 좋죠.”

 

 

엄마와 아이들을 위한 교실을 열며

 

이미 시작은 했지만 경제적으로 후원해 주면 좋을 일이 하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엄마들은 태교부터 신경을 쓰고 아기가 태어나면 온갖 공을 다 들이는데, 이주민 여성들은 언어 문제로 아이와 서로 교감하는 법을 잘 몰라 무척 안타깝단다.

 

“노동사목회관은 이주민 여성들이 친정처럼 드나드는 곳이에요. 어린이 놀이방을 하나 꾸며서 보육사를 두어 엄마와 아이가 교감할 수 있는 교육을 하고 싶어요. 우리나라 엄마들은 교육열이 대단하잖아요. 이주민 여성 아이들은 너무 느려요. 아빠들이 나이가 많아 동화책이라도 읽어주라고 하면 그 중요성을 잘 모르고 안 해줘요. 아이와 엄마가 상호작용을 하는 교실을 운영하고 싶어요.”

 

청소년 교육을 사도직으로 하는 살레시오 수녀회 수녀답게, 가정이 해체되어 어린이집에 사는 아이들에게 무척 신경이 쓰이는 듯, “당장은 효과가 안 나타나겠지만, 앞으로 유치원을 가거나 하면 다른 아이하고 비슷하게라도 갈 수 있게 교육을 시키고 싶어요. 자칫하면 이들이 앞으로 모두 기초생활 수급자가 되어 감당 못할 처지가 될 수도 있어요.” 하고 깊이 우려한다.

 

본당 사목자들이 신자들에게 이런 실태를 알릴 필요도 있겠다고 하자, 유스티나 수녀는 다문화가족을 다독거리기에 바쁘지만 부르면 기꺼이 달려가 다문화 현황을 알려주고 인식개선이 시급하다고 역설하고 싶단다.

 

“주변을 잘 살피면 다문화가정이 많아요. 우리와 똑같은 사람으로 더불어 발맞추어 가야 할 사람들이에요. 무엇보다 아이들을 우리가 돌보아야 해요. 전쟁 후 우리나라가 어려울 때 엄마들이 자신은 못먹어도 아이들을 교육시켜 부강한 나라를 만들었듯이, 이 아이들도 교육을 시켜야 해요.”

 

유스티나 수녀의 당부를 새기며 자문해 보았다. ‘다문화가정이라는 이 시대의 징표에 담긴 하느님의 뜻은 과연 무엇일까?’

 

도와주실 분: ☎ 02-953-0468, 1468

우리은행 1005-901-428037

성북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

 

[경향잡지, 2010년 6월호, 배봉한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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