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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 가톨릭 신자들은 어떤 미디어를 이용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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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08-14 ㅣ No.548

[대중매체에 대한 교회의 시각] 가톨릭 신자들은 어떤 미디어를 이용해야 하는가?


교회가 제시하는 미디어 선택의 윤리 원칙

 

 

미디어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많은 시간을 들여 신문을 읽고, 라디오를 듣고, TV를 보고, 인터넷을 이용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주위를 조금 자세히 살펴보면, 사람마다 각기 다른 신문, 라디오, TV, 인터넷을 이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많은 미디어가 공존하는 가운데, 사람마다 선호하는 미디어가 다르다. 동일한 사건에 대한 정보를 얻는 데도, 우리는 자신이 선호하는 미디어를 선택적으로 이용한다. 미디어의 선택적 이용은 우리 삶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정 미디어를 선호하면, 그 미디어가 알려주는 방식으로 세상사를 인식하고 이해하게 되기 때문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창

 

미디어는 이용자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일종의 창이 된다. 서울 명동의 가톨릭회관 맞은편에 자리한 평화방송 평화신문 8층에 있는 내 사무실에는 남산 방향으로 약 50센티미터의 벽면 기둥 양쪽에 창틀 두 개가 나 있다.

 

똑같은 크기의 창틀이지만, 각각의 창을 통해서 남산을 보면 같은 남산이어도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왼쪽 창을 통해서 보면 남산 정상 부근에 우뚝 선 서울타워가 오른쪽에 있는 것처럼 보이고, 오른쪽 창을 통해서 보면 서울타워가 왼쪽으로 옮겨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무실 안에서도 어느 쪽 창틀을 통해서 보느냐에 따라 전체적인 조망이 바뀌고, 또 그 안에 위치한 사물들도 다르게 보인다.

 

세상을 드러내 보이는 창의 역할을 하는 미디어는 이용자에게 세상을 인식하고 이해하고 사고하게 하는 틀을 제공한다. 우리가 의식하건 의식하지 못하건 우리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얻고자 접하게 되는 신문, 방송, 인터넷 등, 각 미디어는 우리에게 직간접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 동일한 사건이나 정보라 하더라도, 특정 미디어가 제공하는 틀에 따라 우리는 그 사건이나 정보를 다르게 이해하게 된다.

 

예를 들어, 그날 하루에 있었던 한국과 세계 여러 나라의 중요한 사건과 소식을 전하는 지상파 방송의 저녁 9시 뉴스를 시청하더라도, KBS와 MBC는 서로 다른 틀과 내용을 가지고 보도한다. 내가 KBS를 시청하고 있으면,  KBS가 제공하는 틀로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을 인식하고 이해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MBC를 시청하고 있으면, MBC의 틀이 제공하는 방식으로 세상사를 이해하게 된다.

 

세상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틀을 제공하는 특정 미디어의 방식에 따라, 이용자는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는다. 미디어는 이용자 개인에게만이 아니라, 개인들이 모여 생활하는 사회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많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유명 미디어는 사회적 경향과 유행을 선도하면서 자신이 창출해 내는 미디어 문화를 통해 사회와 국가 전체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따라서 미디어의 선택은 개인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 개인으로 이루어진 사회와 국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미디어의 선택

 

미디어가 개인과 사회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에, 이용자는 어떤 미디어를 이용할 것인가를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개인과 사회의 발전과 이익에 공헌하는 미디어는 이용하고, 해악을 끼치는 미디어는 이용하지 않도록 현명하게 선택해야 한다.

 

올바른 선택은 긍정적이고 좋은 결과를 가져오고, 잘못된 선택은 부정적이고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 이 선택에 따라서 선하거나 악한 결과를 가져오기에, 올바른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한 지침이 되는 윤리적 원칙이 필요하다.

 

“커뮤니케이션 윤리(Ethics in Communications)”는 교황청 사회홍보평의회에서 2000년 대희년에 ‘커뮤니케이션의 날’(World Communications Day, 홍보주일)을 맞이하여, 미디어의 올바른 선택을 위한 윤리 규범의 원칙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실천을 권장하는 교회 문헌이다.

 

미디어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미디어 종사자는 물론이고, 미디어를 선택하는 모든 이가 윤리적 책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독자로서 신문을 구독하고, 청취자나 시청자로서 라디오의 주파수나 텔레비전의 채널을 고정시키고, 사용자로서 인터넷을 활용할 때, 미디어 선택의 문제는 이용자의 몫이다.

 

 

선택의 분별력과 선별력

 

미디어 이용자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의무는 미디어를 선택하는 분별력과 선별력을 갖는 일이다(“커뮤니케이션 윤리”, 25항). 현대 사회에서 대부분의 미디어는 이용자의 시선을 끌어 판매 부수, 청취율, 시청률, 이용률을 높이고자 지나친 선정성, 폭력성, 오락성을 지닌 내용, 곧 복음의 가치에 어긋나는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을 제시하는 내용들을 강요하기도 한다.

 

그러나 교회의 가르침이 제시하는 미디어의 존재 이유는 인간과 인간 공동체를 위한 것이다. 다시 말해 인간과 인간 공동체는 미디어를 통해 이용자들에게 전해지는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이며 기준이 된다.

 

따라서 이용자는 특정 미디어의 구조나 운영 체계, 그리고 제작 내용에 대해 알아야 하며, 건전한 윤리 기준에 따라 무엇을 읽고, 무엇을 보고 들을 것인가에 대해 책임 있게 미디어를 선택하여야 한다.

 

미디어는 인간을 위해 봉사해야 하며, 인간의 발달과 성숙을 도와야 한다. 미디어는 하느님의 모상을 담고 있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야 하며, 결코 인간을 수단이나 도구로 전락시키거나, 집단의 이익에 종속시키거나 희생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커뮤니케이션 윤리”, 21항).

 

미디어는 수정에서 자연사에 이르기까지 인간 생명에 대한 무조건적 존중에 바탕을 두어야 하며, 인간의 비할 데 없는 존엄성과 침해할 수 없는 권리를 인식하여야 한다.

 

미디어는 인간 존중에 토대를 두고, 특별히 사회적 약자인 태아, 어린이와 청소년, 여성, 노인, 병자와 장애인,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무시당하는 이들과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의 요구와 관심을 반영해야 하는 도덕적 의무를 지닌다.

 

 

미디어의 윤리적 의무

 

인간을 위한 모든 노력은 공동체의 공동선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인간 개인의 선익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속해있는 공동체의 선익 안에서 실현된다.

 

미디어는 공동선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윤리적 의무가 있다. 미디어는 특정 집단의 요구와 이익을 고려할 수 있지만, 계층이나 세대 사이의 갈등을 부추기거나, 지나친 지역주의, 민족주의, 인종주의 등을 내세워 어느 한 집단이 다른 집단을 공격하도록 하는 양태에 주의해야 한다(“커뮤니케이션 윤리”, 22항).

 

미디어는 서로 다른 집단이 공동의 선익을 위해 함께 대화하고 협력하여 정치, 경제, 문화, 교육, 종교 등 사회생활 전반에 걸쳐 연대의 정신을 함양하도록 도덕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소통)을 특성으로 하는 미디어의 역할은 사회 전반에 걸쳐 중대한 사안에 대한 정책 결정 과정에 이해 관계자들이 공평하게 참여하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이해 관계자의 참여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특정 집단에 유리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진정한 대표성을 지니는 쪽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참여를 촉진시키기 위해 미디어는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전달만 할 것이 아니라, 대화를 나누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사람들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알고, 그러한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 미디어는 사고와 정보를 교환하고, 개인과 집단을 결합시키며, 연대와 평화를 촉진하는 공공의 장이 되어야 한다(“커뮤니케이션 윤리”, 24항).

 

 

복음의 가치를 전파하는 도구

 

세상을 드러내 보이는 창의 역할을 하는 미디어는 인간과 사회에 엄청난 영향력을 지니지만, 미디어는 선을 위해서도 또 악을 위해서도 사용될 수 있는 수단이며 도구이다. 수단과 도구는 그것을 선택하고 이용하는 사람에게 달려있다.

 

올바른 선택은 좋은 결과를 낳고 잘못된 선택은 나쁜 결과를 낳기에, 선택은 부정적 결과를 배제하면서 긍정적 결과를 얻기 위한 윤리적 판단이 요구된다. 이용자는 바람직한 미디어를 선택해야 하는 윤리적 책임이 있다.

 

독자로서, 청취자로서, 시청자로서, 인터넷 사용자로서 인간 존엄성인 생명과 인권을 지키고, 사회의 공동선을 추구하고, 서로 다른 구성원이나 집단이 대화하고 연대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장을 제공하는 미디어를 선택해야 한다. 이용자의 현명한 윤리적 판단은 미디어를 ‘복음의 가치를 전파하는 도구’로 만들 수 있다.

 

* 김영춘 베드로 - 서울대교구 신부. 평화방송 평화신문 주간.

 

[경향잡지, 2010년 8월호, 김영춘 베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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