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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신학ㅣ사회윤리

[사회] 회칙 진리 안의 사랑, 무슨 내용을 담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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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10-17 ㅣ No.694

[경향 돋보기 -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회칙 “진리 안의 사랑”] “진리 안의 사랑”, 무슨 내용을 담았나?

 

 

들어가는 말

 

사회교리란 사회생활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으로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을 보호하고자 한다. 역사적으로 사회교리는 현대 교황님들의 회칙들을 통하여 사회를 향한 주장 또는 지침을 갖추게 되었고, 그 내용에서도 훌륭한 체계를 갖춘 교리로서 자리 잡게 되었다. 또한 그 내용에서 종교·사회적 범주를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시대의 징표를 정확히 직시하였다. 이 글에서는 회칙 “진리 안의 사랑”이 반포되기까지의 배경과 내용, 그리고 의미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반포 배경

 

“진리 안의 사랑”은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첫 사회회칙으로 2009년 6월 29일 반포되었다. 이 회칙은 사랑과 진리 안의 인간 발전에 관한 가르침으로 1967년에 반포된 회칙 “민족들의 발전”에 나타난 인간발전에 관한 가르침을 살펴보고, 그 가르침을 현대에 적용시키고자 반포된 것이다.

 

오늘날 신자유주의의 물결이 온 세상을 휩쓸고 있어서 모든 것을 경쟁과 효율성이라는 잣대로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 특히 세계화라는 말마디에 짓눌려 이에 발맞추지 못하는 사람들은 인간 이하의 삶을 강요당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 앞에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동서 진영의 존재가 경제와 문화에 갈 자원을 정치가 앗아가고 이데올로기가 자유를 저해하여 저개발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된다고 지적하였고, 1989년 동서 진영의 종말을 보고 동구 국가만이 아니라 서양과 발전 도상에 있는 다른 국가들에 대해서도 발전에 관한 포괄적인 새로운 계획을 요청하였다. 이에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그 해법을 찾고 이 모든 문제를 복음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침을 마련하고자 이 회칙을 선포하였다. 그래서 이 회칙에서는 노동과 고용불안 · 제3세계 빈곤 · 빈부격차 · 소비주의 · 환경파괴 · 인구감소 · 생명윤리 등 21세기 국제사회가 안고 있는 제반 문제를 모두 다루고 있다.

 

 

구성과 내용

 

“진리 안의 사랑”은 서론과 결론을 포함해 모두 6장 79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1) 서론

 

진리 안의 사랑은 모든 인간과 인류 전체의 참다운 발전에 중요한 원동력이다. 그러나 사랑이 윤리적 삶과 동떨어져 잘못 이해되고 있으므로, 진리에 비추어 사랑을 이해하고 확인하고 실천하여야 한다. 이 회칙에서는 세계화가 더욱 이루어지는 사회에서 발전을 위한 노력과 특별히 관련된 정의와 공동선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사랑은 정의를 요청한다. 또한 공동선을 바라고 추구하는 것은 정의와 사랑의 요구이기 때문에, 점점 세계화하는 사회에서 공동선과 이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교회는 인간을 위하고 인간의 존엄과 소명을 중시하는 사회를 이룩해야 할 진리의 사명이 있다고 교황은 강조한다.

 

2) 제1장 “민족들의 발전”의 메시지

 

회칙 “민족들의 발전”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폐막 직후 발표된 것으로 특히 ‘사목헌장’과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 공의회는 언제나 신앙의 진리에 속하여온 것, 곧 하느님께 봉사하는 교회가 사랑과 진리로 세상에 봉사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시각에서 교회는 그 존재와 활동에서 인간 발전의 촉진을 도모해야 한다. 참된 인간 발전은 모든 차원의 인간 전체와 관련되어 있다. 발전에 관한 이러한 시각은 “민족들의 발전”의 핵심이며, 발전 안에서의 자유와 진리와 사랑에 관한 바오로 6세 교황의 모든 생각의 배경이 되고 있다.

 

3) 제2장 우리 시대의 인간 발전

 

경제적 관점에서 발전은 민족들이 평등의 차원에서 국제적인 경제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의미하며, 사회적 관점에서 발전은 민족들이 연대성의 특징을 지닌 교양 있는 사회로 발전하는 것을 의미하고, 정치적 관점에서 발전은 자유와 평화를 보장하는 민주주의 체제의 강화를 의미한다.

 

현재 경제 상황이 복잡하고 심각하지만, 교회는 현실적인 자세로 확신과 희망을 가지고 근본적인 문화 쇄신과 바람직한 미래 건설의 바탕이 되는 근본 가치들을 재발견해야 한다. 오늘날에도 기아문제는 여전하며, 식량 문제 역시 그 구조적인 원인을 제거하고 가난한 나라들과 개발도상국의 농업 발전을 촉진하여야 한다. 물에 대한 권리도 기본적인 생명권을 비롯한 다른 권리들의 추구와 더불어 중요하다. 또한 오늘날 발전은 생명 존중의 문제와 종교 자유의 권리 부인문제, 그리고 폭력문제와 세계화 문제와도 연관된다.

 

4) 제3장 형제애, 경제 발전, 시민 사회

 

진리 안의 사랑은 모든 이가 받는 은총이므로 그것은 공동체를 세우는 힘이며, 어떠한 장벽이나 경계도 두지 않고 모든 사람을 일치시킨다. 경제, 사회, 정치적 발전이 참으로 인간다운 것이 되려면 형제애의 표현으로서 무상성의 원칙을 위한 자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시장은 상호 신뢰의 분위기에서 사람들이 욕구와 갈망을 충족하고자 동등한 가치의 상품과 용역을 교환하며 계약을 통해 서로의 관계를 규정하는 경제 주체들 간의 만남을 가능하게 하는 경제 제도이지만, 내부적으로 연대와 상호 신뢰가 없으면, 시장은 그 고유의 경제적 기능을 완수할 수 없다. 시장은 도덕적 힘을 생성할 수 있는 다른 주체들에게서 자체의 도덕적 힘을 길러야 한다.

 

경제활동은 단순히 상업논리를 적용하여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경제활동은 공동선의 추구를 지향할 필요가 있다. 경제활동의 모든 측면에 정의가 있어야 한다. 저개발을 척결하려면 전 세계적으로 무상성과 친교에 몫을 할애하는 경제활동 형태에 점진적으로 열려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현재의 위기 타파와 관련하여, 국가가 많은 권한을 되찾아 국가의 역할이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5) 제4장 민족들의 발전, 권리와 의무, 환경

 

의무는 권리를 강화하고 공동선을 위한 과업으로 권리의 수호와 증진을 요구한다. 서로 의무를 나누어지게 되면 단순한 권리 주장에서 행동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발전에서 권리와 의무의 개념은 인구증가와 관련된 문제들도 고려하여야 한다. 이는 생명과 가정이라는 양도할 수 없는 가치들과 관련되기 때문에 진정한 발전의 매우 중요한 측면이다. 인간 발전에 적극 이바지하는 책임있는 출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인간의 참된 발전에 관심을 갖는 교회는 인간의 성적 행위에서도 인간의 가치를 존중하도록 촉구한다. 발전 계획에서는, 발전의 첫째가는 책임 주체인 인간중심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국제협력은 경제와 인간발전 과정에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 오늘날 발전에 대한 주제는 인간과 자연 환경의 관계에서 생기는 의무들과도 밀접히 관련된다. 완전한 인간 발전을 위한 계획들은 차세대를 유념해야 하고, 환경, 법, 경제, 정치, 문화의 다양한 분야를 고려하면서 연대와 세대 간의 정의를 드러내어야 한다. 오늘날 환경 보호와 보전과 관련된 문제들에서 에너지 문제를 마땅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교회는 땅과 물과 공기를 수호하여야 하며, 무엇보다도 인류가 자멸하지 않도록 보호하여야 한다.

 

6) 제5장 인류 가족의 협력

 

발전이라는 말은 모든 개인과 민족들이 정의와 평화라는 근본 가치를 바탕으로 연대하며 이루어진 인류 가족이라는 한 공동체의 관계 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은 의미일 수 있다. 연대가 없는 보조성은 사유주의(私有主義)로 빠지게 되는 반면에, 보조성이 없는 연대는 가난한 사람들의 자존심을 꺾는 온정주의적인 사회 원조로 흐르게 된다. 개발 협력이 오로지 경제 차원에만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 개발협력은 문화 간 또 민족 간의 만남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국제 관광은 경제 발전과 문화 성장에 주요한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국제협력과 개발 사업에서 얻은 경험을 조화시켜 관광을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인간 발전의 또 다른 측면은 이민 현상이다. 오늘날의 이민 문제를 혼자 감당할 수 있는 나라는 없다. 이민자들을 상품이나 단순 노동력으로 간주해서는 안 되며, 다른 모든 생산 요소처럼 취급해서는 안 된다. 발전 문제를 생각하면서 빈곤과 실업의 직접적 관계를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경우에 빈곤은 인간 노동의 존엄성 침해에서 기인한다.

 

세계의 상호 의존성이 날로 커지면서, 국제연합(UN)의 개혁과 경제 기구들과 국제 금융(국제 경제 금융 구조)의 개혁이 필요하다. 이는 국제 공동체의 개념이 실효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데 필요하며, 연대 안에서 모든 민족들의 발전을 위한 국제 협력을 증대시키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정치적 법률적 경제적 질서를 위해 필요하다.

 

7) 제6장 민족들의 발전과 기술

 

민족들의 발전은 개인의 발전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오늘날 발전의 과제는 생물학 분야에 경이롭게 적용되는 기술의 진보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기술은 지극히 인간적인 실재로서 인간의 자율성과 자유와 관련되어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기술은 하느님께서 인류에게 맡기신 땅을 경작하고 보존하라고 하신 하느님의 명령에 부응하는 것이다. 기술은 인간과 환경 간의 계약, 곧 하느님의 창조 사랑을 반영하는 계약을 강화하는 데에 이용되어야 한다.

 

오늘날 기술의 우위성과 인간의 도덕적 책임 사이의 문화적 갈등에서 특히 중요한 논쟁 영역은 생명 윤리 분야이다. 이 분야에서는 완전한 인간 발전의 가능성 자체가 근본적으로 의문시되고 있다. 전적인 기술 의존에 사로잡힌 신앙 없는 이성은 스스로 전능하다는 착각 속에 빠지게 되어 있다. 이성 없는 신앙은 일상생활에서 단절될 위험이 있다.

 

8) 결론

 

인간은 혼자 힘으로는 발전을 이룰 수 없다. 혼자서는 진정한 인도주의에 이를 수 없기 때문이다. 개인으로든 공동체로든 하느님의 자녀로서 하느님의 가족에 속하도록 부름 받았다는 것을 인식할 때에, 참되고 완전한 인도주의에 이바지할 새로운 전망을 낳을 수 있고 새로운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다. 그러므로 발전에 가장 크게 이바지하는 것은 사랑과 진리를 하느님의 영원한 선물로 받아들여 사랑의 불이 타오르게 하고 진리의 인도를 받는 그리스도교의 인도주의이다.

 

하느님께 열려있을 때 형제자매들에게 열려있게 되고, 삶을 연대의 정신으로 완성하여야 할 즐거운 과업으로 이해하게 된다. 하느님을 배제한 인도주의는 비인간적인 인도주의이다. 발전이 요구하는 것은 영성생활에 대한 관심, 하느님 신뢰의 경험에 대한 진지한 성찰, 그리스도 안에서 누리는 영적인 친교, 하느님의 섭리와 자비에 대한 믿음, 사랑과 용서, 극기, 다른 사람들의 수용, 정의와 평화에 대한 관심이다.

 

 

의미와 기대

 

이 회칙은 신자유주의의 논리가 전 세계를 지배하면서 모든 것을 경쟁과 효율성이라는 잣대로 판단하는 오늘날의 현실을 성찰하고 판단하면서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을 위하여 여러 면에서 다양하게 교회의 가르침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특히 참된 발전은 모든 면에서 존재하는 인간 모두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과 세계경제 위기와 빈곤 퇴치를 위해서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것은 바로 인간이라는 사실을 강조하였다.

 

교황은 국제적인 경제 기구들과 국제연합 기구들을 개혁해야 할 필요성을 강력하게 제기하는 동시에, 세계의 진정한 정치적 권위를 정립함으로써 경제 위기 대처와 군비 축소, 식량 안보, 환경 보호, 이민 정책 등의 주요한 문제들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하였다.

 

교황은 또 선진국들이 자국의 위기 상황 때문에 빈국에 대한 개발 원조를 축소시켜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선진국들은 최대한 개발 원조에 더 많은 비중을 할애해야 하며 세계의 빈곤을 줄이기 위한 의무적인 지원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상기시킨다. 교황은 여기서 특히 식량과 물에 대한 권리는 기본적인 생명권에 속하며, 따라서 모든 인류에게 보편적으로 허용되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교황은 아울러 생명 수호는 인간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며 인간 발전을 이루려면 인간 생명과 연관되는 모든 문화를 존중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전한다. 또한 환경, 생명, 혼인, 사회적 관계 등은 모두 상호 연관된 것들로서, 만일 인간의 생명이 잉태에서 자연사까지 온전하게 존중되지 않는다면 사회적 양심은 마비되고 인간과 환경 모두 파괴될 것이라고 호소한다. 이 회칙의 가르침을 통하여 많은 사람들이 더 인간다운 삶을 살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나가는 말

 

회칙은 참으로 다양하고 구체적인 사회와 경제 정책들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회칙을 통하여 이 세상이 좀 더 성화되고 복음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또한 21세기 국제 사회가 사회적, 경제적, 도덕적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찾는 데 유용한 길잡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회칙에서 다룬 주제들은 한국 사회와 경제상황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 사회에서 예언자적 소명을 수행하려면 이 회칙을 연구하고, 실천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 박영봉 마태오 - 청주교구 신부. 대전 가톨릭 대학교에서 사회교리를 강의하며, 청주 매괴중고등학교 교장을 맡고 있다.

 

[경향잡지, 2009년 10월호, 박영봉 마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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