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영성ㅣ기도ㅣ신앙

[신앙]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해하기8: 사목헌장 (2) 인간 공동체, 세상에 대한 교회의 이해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6-16 ㅣ No.471

[신앙의 해 특집 -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해하기] 8.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사목헌장 (2) 인간 공동체, 세상에 대한 교회의 이해


급변하는 시대 상황에도 불구하고 불변하는 ‘인간의 존엄’을 ‘예수 그리스도’의 빛으로 선언하고자 한 사목헌장은 그 연장선상에서 인간이 역사 안에서 어떤 존재인지 아울러 그 존재가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계시의 빛을 통해 밝혀 주고 있습니다. 특히 사목헌장 2장과 3장은 인간의 사회적 특성과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 활동에 대해 고찰하였는데, ‘하느님 구원계획’ 안에서 어떤 인간도, 인간 공동체도, 인간 활동도 제외시키지 않는다는 확신을 출발점으로 삼았습니다. 이는 바로 계시의 빛으로 역사 안에 서 있는 ‘인간의 보편적인 소명’을 밝혀주고자 함이며, 동시에 인간이 살고 있는 ‘세상’의 의미를 밝혀주고자 한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다음 호에 다룰 ‘현대 세계 안의 교회의 임무’를 밝히기 위한 토대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그분께서는 또 한 사람에게서 온 인류를 만드시어 온 땅 위에 살게 하시고 …이는 사람들이 하느님을 찾게 하려는 것입니다.”(사도 17,26-27)


1.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 공동체적 소명을 받은 인간

기술발전과 사회진보로 인해 날로 증대되고 밀접해지는 인간의 사회적 공동체적 특성을 확인한 사목헌장은 24항 - ‘하느님 계획안에 있는 인간소명의 공동체적 특성’을 통해 그 기본원리를 밝혀주고 있습니다. 이는 ‘인간의 사회성’이 단순한 사회학적 공리만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 공의회의 노력인데, 인간 존재의 근원성과 소명이 하느님에게서부터 시작되었고, 예수님에 의해서 우리에게 결정적으로 드러났다는 점을 그 이유로 내세웁니다. 즉 계시가 전하는 대로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된 우리 인간(신적 유사성)은 한 조상을 통해 시작된 하나의 가족으로 모두가 한 형제요, 자매이기에(평등과 상호 존중의 기초) 하느님으로부터 공통된 소명(공동체성)을 받았습니다. 바로 이 소명은 모든 사람이 하느님과의 만남에 이르는 것이요, 이는 역사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결정적으로 계시되었으며, 타인을 위해서 자신을 아낌없이 내어 줌으로써 완성될 수 있습니다.(GS 32)

사목헌장은 공동체의 삼위일체적 기초에 대한 이론적 설명을 명시적으로 제공하지는 않지만 요한복음 17,21-22(대사제의 기도 : “하나 되게 하소서.”)을 인용하여 공동체 안에 사는 인간들이 하느님을 닮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모든 공동체(친교)의 원형으로서의 삼위일체의 신비를 발견하고, 더 나아가 우리 자신도 그 안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깨닫기에 이릅니다. 다름 아닌 서로간의 완전한 사랑으로 일치되어 다름(구별)이 틀림(차이)이 아니라 더 큰 사랑의 모습(구원)으로 나갈 방법을 예수님께서는 인간과의 연대(삶)를 통해서 보여주셨고, 자신을 통해 모든 인간들도 마찬가지로 그 소명 안에 불림을 받았다는 점을 알게 해십니다. 이로써 모든 인간은 그 순환의 움직임 안에서 ‘하느님과의 친교를 이룰 소명’을 받게 됩니다. 이렇게 사목헌장은 공동체에 대한 기본원칙을 밝히고, 그것을 인간 개인의 구체적 삶 안에 구현시키고자 노력하였습니다.


2.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 공동체 안에서, 공동선 추구 - 인간 존중 - 대화를 통하여, 완성을 위하여….


사목헌장은 구체적 경험맥락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고찰합니다. 현대의 모습 안에서 발견되는 인간 개인의 계발과 진보는 그 계시된 본성에서 발견되는 것같이 사회발전과 서로 맞물려 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상호관계와 유대 안에서 일어나는 개인의 계발과 진보는 그것이 집단이든 구성원 개인이든 ‘인간의 자기완성’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도 당연히 우리가 앞서 언급한 기본원칙이 유효한데, 그런 맥락에서 모든 사회제도의 근본도 주체도 목적도 인간이며 인간이 되어야 하며, 인간의(보편적 소명에 근거한 ‘완성’을 위한) 줄기찬 노력과 동시에(그 완성의 모범을 이루시는) 은총의 도움을 추구해야 합니다.

이에 따라 사목헌장은 현대사회에서 날로 요청이 증대되는 ‘공동선’(GS 26)에 주목하게 됩니다. 이 ‘공동선’은 인간 전체와 관련되기에 지식, 과학, 도덕, 법적질서, 경제를 총망라하여 발전되는 것으로 그 권리와 의무에서 온 인류 가족의 행복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러기에 ‘공동선’ 또한 ‘인간 존중’(GS 27)의 토대로 이루어져야 하며 그 ‘인간 존중’은 하느님의 성령과 복음의 누룩의 요구, 바로 보편적 소명에 근거한 방식으로 실천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사목헌장은 인간의 존엄을 오히려 공동의 이익이라는 미명하에 상대화하고 도구화하며 자기중심적(이기적)으로 고립시켜 해석하려는 경향의 잘못을 지적합니다. 사목헌장 27항은 이를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모든 사람은 저마다 이웃을 어떠한 예외도 없이 또 하나의 자신으로 여겨야 하고 무엇보다도 이웃의 생활을 고려하여 그 생활을 품위있게 영위하는 데에 필요한” 수단들까지도 보살펴야 함을 강조합니다. 이 말은 바로 인간공동체 전체가 ‘운명공동체’라는 것이며, 이를 지향해야 한다는 점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은 사목헌장이 ‘반대자에게 대한 존경과 사랑’(GS 28)을 언급하는 데서 더 분명히 나타납니다. 즉 여기서 우리는 ‘탁월한’ 그리스도교적 ‘대화의 원칙’을 발견하게 됩니다. 사목헌장은 “참으로 친절과 사랑으로 … 대화할 수 있다.”(GS 28)고 말하면서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호의가 ‘진리와 선’에 대해서 무관심해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이것은 대화의 과정에서 “하느님 홀로 심판자시며, 사람들의 마음을 꿰뚫어 보시고”(GS 28) 있음을 인정하고, 오히려 (하느님) 사랑 안에서 대화의 상대자를 향해 ‘구원의 진리’를 선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이 모습을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봅니다.) 그래서 이 ‘대화의 원칙’은 ‘원수를 사랑하는 것’(마태 5,43-44)에까지 이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나아가 이런 보편적 소명에서 기인한 인간의 공동체적 특성은 모든 사람의 본질적 평등과 사회정의를 정립하는 바탕이며(GS 29), 현대에 만연하고 있는 개인주의 윤리관을 넘어서야 하는 이유이고(GS 30), 적극적인 의미에서 모든 인간이 책임과 참여 의식을 지닐 수 있도록 그에 부응하는 생활 조건을 마련하며 의욕을 북돋아 주어야 하는 필요성(GS 31)의 근거가 됩니다.

이렇게 인간의 공동체적 특성을 고찰한 사목헌장은 그 마무리를 지으면서 “그러한 공동체적 특성은 예수 그리스도의 활동으로 성취되고 완성되었다. 바로 사람이 되신 말씀께서 인간의 운명에 동참하고자 바라셨기 때문이다.”(GS 32) 라고 자신의 신앙 고백을 확인합니다.


3. “인간의 활동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 인간 활동의 의미와 세상의 의미

인간의 사회적 공동체적 특성을 위와 같이 고찰한 사목헌장은 이를 바탕으로 과학기술의 발달로 기인된 세상의 발전과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서 있는 ‘인간 활동’, ‘인간 노력’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더 생각해 보기를 촉구합니다.(GS 33) 이 부분을 단순히 ‘노동에 관한 교회의 신학’ 이해로 단정해 버릴 수도 있지만 ‘세상’에 대한 교회의 이해방식이 그 이면에 숨어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심도있는 의미파악은 교회가 바라보는 세상을 이해하는 데 있어 결정적 도움을 제공해줍니다.

사목헌장은 세상 안에서 인간 생활조건을 개선하려는 노력 자체가 하느님 계획에 부합한다고 말하며(GS 34), 근대주의의 산물인 인간과 이성이 하느님의 권능에 배치된다는 주장을 불식시키고자 합니다. 그래서 “인류의 승리는 하느님의 위대하심을 드러내는 징표이며 하느님의 헤아릴 수 없는 계획의 결실”(GS 34)이기에 “인간의 능력이 커질수록 … 인간의 책임도 더욱 확대”(GS 34)된다고 말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인간 활동은 고유한 소명에 따라 활동자체보다 ‘인간’을 지향해야 하고 ‘인간 완성’을 이루는 도구로 여겨져야 합니다.(GS 35) 그러나 이 말이 세속 사물의 무용론을 언급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목헌장은 기원상 결코 신앙과 대립되지 않으며 오히려 ‘자율성’을 갖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하지만 ‘현세 사물의 자율성’이란 말이 곡해되어 인간이 창조주의 뜻과 무관하게 자의적으로 그것을 사용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GS 36) 실제로 경험과 계시에 따르면 인간 활동은 창조주의 뜻에 부합하기도 했지만 때때로 정면으로 배치되기도 했다는 점을 우리는 과거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습니다. 이는 ‘인간의 죄로 인한 관계단절의 결과’이지 하느님과 세상이 분리되어 있었기 때문은 아닙니다. 그런 연유에서 사목헌장은 인간 활동이 본래의 고유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도우시는 은총과 ‘죄의 유혹’을 극복하기 위한 커다란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역설하고(GS 37), 나아가 인간의 이런 수고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그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 십자가와 부활의 신비 곧 파스카 신비는 그 모든 것을 극복하는 ‘사랑의 위대함’을 드러내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사목헌장은 현대 생활을 살아가는 데 있어 이 사랑의 새 계명은 “인간완성과 세계개혁의 근본 법칙”(GS 38)으로 “중대한 일만이 아니라 먼저 일상의 생활환경에서” 인간 완성을 향해 추구되어야 할 성령의 은혜임을 선언하고 이것을 이루는 교회의 성사와 천상적 영광을 향한 교회의 사명과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다음 호에서는 ‘현대 세계 안에서의 교회의 역할’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사실 모든 것이 다 여러분의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것이고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것입니다.”(1코린 3,21-23)

[월간빛, 2013년 6월호,
최석환 요셉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대신학원 교수)]


968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