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3일 (월)
(홍) 성 가롤로 르왕가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소작인들은 주인의 사랑하는 아들을 붙잡아 죽이고는 포도밭 밖으로 던져 버렸다.

사목신학ㅣ사회사목

[사목] 교구 시노드 그 후: 여성사목, 시노드 그 이후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04-29 ㅣ No.564

[경향 돋보기] 교구 시노드 그 후  여성사목, 시노드 그 이후

 

 

시대의 징표 - 양성평등의 물결

 

20세기의 두드러진 시대적 징표 가운데 하나는 양성평등의 물결이라고 할 수 있다. 양성평등 의식은 우리의 의식구조나 관행, 혼인과 법제도, 사회적 역할과 구조적 변동 등에 두루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리하여 오늘날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 질서는 구시대의 낡은 틀로 비판되고 남성이나 여성이나 서로 동등한 인간이라는 지평 위에서 미래 사회를 위한 새로운 비전들을 모색하고 있다. ‘여성사목’은 이러한 시대적 징표에 응답하려는 교회의 현대화(Aggiornamento)와 연결된다.

 

종래에는 여성 신자들을 ‘평신도’라는 범주에 포함시켜 여성 신자로서의 고유성을 특별히 강조하지 않았다. 또한 여성과 관련된 일은 ‘가정사목’의 테두리 안에서 다루어질 수 있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남녀역할이 고정되었던 수직구조에서 탈피하여 남녀가 함께 참여하는 수평구조로 전환하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경험하면서 복음의 실천도 새로운 방식으로 변화되어야 함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인천교구 시노드에서 처음으로 여성사목분과를 설치하여 독립된 의제로서 ‘여성사목’을 다루었다. 이어서 서울대교구에서는 “평신도” 의안 안에 ‘부르심을 받은 여성’이라는 항목을 따로 두어 여성사목과 관련된 의제들을 다루었다(서울대교구 시노드 최종문서 “희망을 안고 하느님께” ‘평신도’ 46항; “제1차 인천교구 대의원회의 최종문서” ‘여성사목’ 6항 참조).

 

 

복음의 원천 - 남녀평등의 당위성

 

여성에 관해 새로운 방식으로 사목적 접근을 해야 하는 이유는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복음의 원천에 충실하기 위해서이다. 그리스도교는 성경에 근거하여 남녀평등사상을 시초부터 선포하여 왔다. “하느님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로 그들을 창조하셨다.”(창세 1,27)라는 창조사상을 통해 남녀 동등성이 확인된다(서울대교구, ‘평신도’ 41항; 인천교구, ‘여성사목’ 1항.).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여성의 존엄” 14항에서 “남자에게 이롭도록 습관적으로 여성을 차별 대우하는 것”을 죄의 유산으로 짓눌려 있는 상황이라고 말씀하셨다. 또한 “여성의 존엄” 10항에서는 “그는 너의 주인이 되리라.”(창세 3,16)라는 성경의 표현과 관련하여 “여성은 지배당하는 객체나 남성의 소유물이 될 수 없으며”, “단지 여자로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 불이익이나 차별이 주어지는 상황”은 “죄로 기울어지는 경향”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처럼 복음의 원천으로 돌아가 보면 남녀평등의 당위성을 볼 수 있으며, 여성들은 남자에게 종속된 이차적 존재가 아니라 하느님의 자녀로서 존엄성을 지니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구원받을 수 있으며, 남성과 똑같이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게 된다.

 

 

교회와 사회 안에서 여성들의 현실

 

‘양성평등’으로 나아가는 시대적 흐름과 ‘남녀평등사상’이라는 복음의 원천이 오늘날 사회와 교회 안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가? 시노드 문헌에서는 먼저 사회 안에서 차별받는 여성들의 현실을 다음과 같이 진단하였다.

 

“여성은 사회적으로 소외되어 왔습니다. 그것은 여성이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로도 잘 드러납니다. 더욱이 쾌락과 소비 위주의 생활양식에 점점 더 깊이 빠져들고 있는 우리 사회는 여성을 상품화하여 새로운 형태의 소외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무분별한 상품 광고, 도색 영화나 잡지 등으로 더욱 악화되고 있습니다.

 

경제적 어려움과 도덕의 위기로 말미암아, 여성의 성이 하나의 상품인 양 매매춘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노동 현장에서는 여성을 보호하는 법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가정에서도 여성은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갑니다. 특히, 일터에 나가 생계를 위한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에겐 더욱 그러합니다”(서울대교구, ‘평신도’ 40항).

 

교회 안에서도 여성에 대한 차별현상은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교회에서도 여성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였습니다. 전례, 기도생활, 자선활동 등에 참여하여 신자로서 보람을 느끼는 여성들이 많지만, 여성들이 교회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일은 매우 적습니다”(서울대교구, ‘평신도’ 41항).

 

“본당 진단 결과에서 1998년 현재 한국 천주교회의 여성 신자의 성비는 10명당 6.5명, 인천교구는 그보다 조금 많은 6.95명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본당 여성 신자의 역할과 지위는 봉사와 자선의 차원에 머물고 있으며, 구역 · 반장과 몇몇 신심 단체를 제외한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성들의 참여율은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인천교구, ‘여성사목’ 8항).

 

시노드를 통해 지적된 여성차별의 현실에서 보듯이 여성 문제는 우리 사회와 교회 안에 만연해 있다. “아무런 차별을 받지 않고 여성은 교회생활에 참여하여야 하며, 그리고 또한 협의와 의사 결정과정에 참여하여야 한다.”(“평신도 그리스도인”, 51항)라는 교회의 가르침이 있지만 실제로는 본당과 교구의 주요정책 결정과정에서 여성들은 소외된다. 교회 안에 여성 신자가 전 신자의 과반수를 훨씬 넘는데도(약 60-70%) 교회 단체니 사목회의 지도자들은 대부분 남성이 전담하며, 여성들은 주부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봉사와 자선의 차원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여성사목을 위한 실천 제안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복음을 현실화하려는 노력으로 시노드는 다음과 같은 실천들을 구체적으로 제안하였다.

 

① 여성의 정체성과 존엄성을 확립하여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어야 한다. 그동안 남성중심의 가부장제 문화 속에 길들여져서 많은 사람들이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하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여성 자신도 스스로를 비하하는 경향이 있다. 하느님의 자녀로서 인간의 본래 모습을 찾을 때 인간은 누구나 고귀한 가치를 지닐 수 있다. 남성과 여성이 그리스도 안에서 아무런 차별이 없는 동등한 인격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일깨워주는 데 교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인천교구, ‘여성사목’ 실천요강, 1항).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성문제들을 그리스도교 신앙 안에서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열어주어야 한다. 이에 여성의 존엄성을 일깨워주고 여성이 지닌 가치를 복음의 빛으로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② 교회운영과 사도직 활동에 여성들의 참여를 적극 배려한다. 여성들은 자기가 지닌 고유한 특성을 살려 사회생활과 교회생활 안에서 책임과 참여를 분담하여 교회의 사명수행에 실제로 이바지하여야 한다. 또한 교회는 여성들의 능동적인 교회생활 참여를 적극적으로 보장하여야 한다. “여성들에게 신학과 다른 학문 분야의 강의를 들을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여야 할 것”이며 또한 “신학교와 양성기관에 있는 남성들은 여성들을 사도직의 협력자로 여기도록 훈련되어야 한다”(서울대교구, ‘평신도’ 44항).

 

③ 여성 지도자 양성 21세기의 교회는 소공동체가 활성하는 생동하는 교회가 될 것이며, 여기서 여성 지도자들의 역할은 참으로 중요하게 부각될 것이다. 그러므로 여성 지도자를 양성하는 일은 앞으로의 세기를 준비하는 것이다. 교구의 여성 인력을 발굴, 조직하고 교구와 본당의 다른 단체와 연대하고 사목활동에 협력하도록 한다.

 

④ 모성의 보호 여성이 지닌 특수성을 감안하여 어머니로서, 생명수호자로서, 가정교육자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어머니가 자신의 자유를 침해당하지 않으면서 자녀를 보살피고 교육에 헌신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여성이 어머니로서, 생명수호자로서 가정교육자로서 지니고 있는 근본적인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어머니가 자신의 자유를 침해당하지 않고 심리적으로나 실제적으로 차별대우를 받지 않으면서 자녀들을 보살피고 교육하는 데 헌신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는 분명 건강하고 밝은 미래사회를 건설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가정 안에서 여성의 역할은 그 중요성으로 볼 때 보수가 따르는 사회활동과 비교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여성의 역할과 어머니의 사명은 별개의 것이고 서로 존중받아야 할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 교구는 이러한 여성의 고유한 특질과 역할을 잘 이해하고 확인하면서 여성이 활동할 수 있는 분야를 확대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남성과 함께 교회와 사회를 변화시키고 성숙하게 하는 데에 이바지하도록 할 것입니다”(서울대교구, ‘평신도’ 45항).

 

⑤ 여성사목 전담기구 여성의 가치와 은사를 더욱 깊이 이해하려면 여성과 관련된 분야를 연구 개발하고 교회와 사회 안에서 여성의 문제를 복음의 정신에서 실천적으로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교회는 여성이 자신의 고유한 신원과 여성성과 조화를 이룬 가운데, 인간으로서 그리고 그리스도인으로서 발전을 이룩하여 자신을 소외시키고 있는 상황을 극복하고 교회와 세상에서 자신의 사명을 제대로 수행하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이러한 일을 효과적으로 담당할 여성 관련 부서를 우리 교구 안에 설치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서울대교구, ‘평신도’ 47항).

 

“여성의 가치와 은사를 더욱 깊이 이해하려면 여성과 관련된 분야를 연구 개발하고, 교회와 사회 안에서 여성 문제를 복음의 정신으로 구체적이고도 실천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여성사목 전담 기구를 설치, 운영한다”(인천교구, ‘여성사목’ 실천요강, 5항).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인천교구와 서울대교구 시노드에서는 여성사목의 과제로서 첫째,  하느님의 자녀로서 여성이 지닌 존엄성을 일깨워야 함이 지적되었다. 곧, 교회 안에서 남녀차별의 벽을 허물고 남녀평등한 참여와 헌신이 요구되었다.

 

또한 소공동체 중심의 미래 교회를 위해 여성인력의 개발과 양성, 지도력 개발이 중심 과제로 떠올랐다. 뿐만 아니라 생명을 키우는 어머니로서의 역할이 여성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도록 사목적 배려가 필요한 점이 제시되었다. 그리하여 가정과 사회를 복음화시키는 주역으로서 여성들이 헌신할 수 있도록 사목방안들이 마련되어야 함을 제안하고 있다. 곧, 인간이라는 측면에서 여성은 남성과 차별받지 않는 존재여야 하겠고, 어머니로서의 여성은 모성을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하겠다.

 

 

시노드 그 이후

 

인천교구와 서울대교구 시노드에서 다루어졌던 여성사목에 관한 제안들은 시노드 이후 실천에 옮겨졌는가? 여성사목과 관련된 후속 실천과정은 두 교구 모두 아직 가시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인천교구에서는 너무 많은 주제들을 다루다보니 여성사목은 실행단계에서 순차적으로 뒤로 밀리게 되었다고 한다. 앞으로 실행해야 할 미래사목 과제 속에 여성사목도 포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서울대교구에서는 여성사목전담기구와 같은 상설기관은 설립되지 않았지만, 여성지도자 양성교육과 여성 의식교육은 소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구반장 교육과정을 통해 꾸준히 시행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소공동체사목이 시노드의 직접적인 후속 실행과정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시노드에서 제안된 내용들이 소공동체사목과 접목되어 있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21세기 시대의 변화 안에서 여성들의 역할과 위상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가정 안에서의 여성의 존재와 역할로 규정짓던 틀에서 벗어나 현대 사회에서는 여성의 권리에 대한 주장과 사회 참여로 관심사가 바뀌고 있다.

 

인천교구와 서울대교구는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여성의 문제와 복음의 본래 정신을 통합시킬 수 있는 새로운 사목방안들을 시노드를 통해 새롭게 제시하였다. 이러한 제안들이 미래 사목의 실천 속에 점차 실행되어 갈 것으로 기대한다.

 

* 강영옥 루치아 - 교의신학을 전공하고 가톨릭 대학교와 서강대에서 가르치고 있다. ‘한국 가톨릭 여성운동의 흐름 - 천주교 전래시기부터 1910년까지’ 등 가톨릭 여성에 관한 연구논문을 여러 편 썼다. 인천교구 시노드 여성사목위원회와 서울대교구 시노드 선교·신앙교육 의안위원회 전문위원을 역임했다.

 

[경향잡지, 2011년 2월호, 강영옥 루치아]



1,196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