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8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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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문헌ㅣ메시지

2010년 서울대교구장 부활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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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03-30 ㅣ No.377

2010년 부활 메시지


인간의 생명은 하느님께서 주신 가장 큰 선물


“그분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요한복음 1장 4절)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평화가 온 세상에 풍성하게 내리기를 기원합니다.

 

인간에게 가장 큰 고통은 무엇입니까? 인간의 모든 것을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리는 죽음이 아니겠습니까? 인간이 아무리 세상에서 큰 부와 권력을 누린다 하더라도 죽음 앞에서는 모두 허무한 일이 되어버립니다.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유한한 존재입니다. 세상의 어떤 위대한 인물도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성경 말씀대로 우리의 죄 때문에 돌아가시고 묻히셨으며, 사흗날에 되살아나셔서 열두 사도에게 나타나셨습니다(코린토전서 15장3-4절 참조). 주님의 부활로, 예수님을 주님으로 믿고 고백하는 사람들은 주님과 함께 죽고 주님과 함께 다시 부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죽을 수밖에 없는 슬픈 운명을 지닌 인간에게 가장 기쁜 소식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할 수 있다는 이 믿음은 우리로 하여금 어떤 처지에서도 실망하지 않는 희망을 갖게 합니다. 또한 예수님의 부활로 우리의 유한한 생명은 영원한 생명의 씨앗을 간직하고 세상을 초월하는 가치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인간의 생명은 하느님께서 주신 가장 큰 선물이며 시대와 종교를 넘어서 우리 인생의 중요한 주제가 됩니다.

 

미래의 행복한 사회로 가는 가장 중요한 열쇠도 바로 여기, 생명에 있음을 인식해야 합니다. 인간 생명의 가치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 어디 있으며, 인간의 생명을 도외시한 인간 사회의 발전과 행복이 무슨 의미를 가지겠습니까?

 

그런데 오늘날 우리의 사회는 어떠합니까? 생명 경시의 풍조와 반 생명 문화의 위험이 여전히 우리 사회를 위협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50년 동안 해마다 신생아 수의 두 배가 넘는 150만여 건의 인공낙태가 자행되고 있다고 추산됩니다.

 

우리 가톨릭 교회는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모든 행위를 단호히 반대합니다. 이는 당장의 생명의 위협뿐만 아니라 미래의 잠재적인 위험과 악의 요소까지도 포함합니다. 우리 교회가 낙태를 반대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태아 역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윤리적으로 태아는 아무 죄도 없이 가장 안전한 어머니의 뱃속에서 살해당합니다. 따라서 인공낙태만큼 개탄스럽고 잔혹한 행위는 없습니다.

 

태아가 인간이 아니라는 일부의 주장도 인정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민법에서 부친의 사망이나 실종 후 300일 이내에 출생한 유복자도 당당히 유산을 받을 권리가 있고 법원의 판례에서도 태아의 인격과 존엄성과 가치를 인정한 바 있습니다. 이것은 태아도 수태된 때부터 인권이 국법으로 분명하게 인정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태아는 수태된 순간부터 엄연히 인격의 근원으로서 존엄성을 지닌 한 인간입니다.

 

다행히 인공낙태방지를 위한 일부 용기있는 의료인들의 활동은 우리에게 큰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공낙태방지의 진정한 효과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생명의 가치를 인식하고 수호하려는 범국민적 의식의 변화와 함께 정부와 관계 기관의 효율적인 정책결정과 입법 등 실제적인 사회적 노력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생명 경시와 반 생명의 문화는 우리 사회가 물질중심의 가치관이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인간이 세상의 물질을 우선적 가치로 선택함으로써 가장 중요한 가치인 생명이 훼손되고 파괴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 교회에 주어진 가장 중요한 시대적인 소명은 무엇보다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한 사람의 생명도 소외됨 없이 존중되고 보호받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부활을 맞이하면서 이 세상 속에서 생명의 존엄성을 수호하는 책임과 사명을 우선적으로 가져야 할 것입니다. 모든 신앙인은 영원한 생명을 다시 얻게 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의 증인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부활의 삶을 산다는 것은 무엇보다 주님의 십자가의 삶을 충실하게 사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그리스도의 정의와 사랑을 실천하는데 따르는 고통과 희생을 당연히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 용기를 내어 주님이 가르쳐주신 진리와 생명의 길을 성실하게 걸어가야 하겠습니다.

 

주님의 부활을 맞이하여 여러분과 여러분 가정에 하느님께서 베풀어주시는 영원한 생명과 은총의 빛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정진석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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