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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 나는 폰인가(iphone), 신(omnia)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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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07-16 ㅣ No.541

[대중매체에 대한 교회의 시각] 나는 폰인가(Iphone), 신(omnia)인가?


디지라이프(Digilife) 안에서 사는 그리스도인

 

 

스마트폰의 폭풍이 사회 전반적으로 거칠게 몰아치고 있다. ‘스마트(smart)’라는 말은 사전적 의미로 “1. 맵시 좋은, 말쑥한 2. 깔끔한, 맵시 있는 3. 똑똑한, 영리한”이라는 뜻인데 과연 현대인이 스마트한 존재로서 살아가려면 그 스마트폰이 꼭 필요한 것일까? 현재를 사는 ‘나’는 한번쯤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이다.

 

필자도 얼마 전에 이 예측할 수 없는, 혹 당혹스러운 경쟁에 뛰어들었다.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하여 좋은 명당자리를 잡아 놓았다. 그런데 뒷북도 한참 뒷북, 이 늦은 시점에 끝까지 버티다 필자 또한 이 바다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새로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

 

혹 어떤 이들은 세상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아날로그(analog)’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세상의 중심은 사람이라고! 하지만 이제 우리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현대에 이르러 제1차 미디어 혁명이 ‘인터넷’이라고 한다면 제2차 미디어 혁명은 단연 ‘스마트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제는 유선에서 무선으로, 1인 1대의 모바일폰을 소유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곧 ‘모바일폰’은 그 사람의 정체성을 드러내기도 하고, 그 사람의 삶의 방식을 표현해 준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모바일폰의 활용이 ‘이 사람이 디지털 휴먼인지 아닌 지를 알 수 있는 척도’가 되어버렸다.

 

이제 인터넷이란 날개를 단 모바일폰은 ‘나’란 존재를 다른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이어주는 가장 중요한 사회적 끈이 되어버렸다. 고로 누군가는 이렇게도 말한다.

 

“I am a phone!” “모바일이 사람이다!”

 

 

소형 컴퓨터의 진화

 

그러한 의미에서인지 약 6개월 전에 시작된 애플의 공습은 혁명적이다. 이름도 ‘아이폰(Iphone)’이다. 2012년까지 스마트폰의 누적 판매 수가 천이백만 대 이상을 돌파할 것이라는 예측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의 초보적인 활용기를 맞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올해 초 애플의 아이폰과 S전자의 옴니아2(omnia2)가 격전을 벌였다. 누가 승자인지는 독자의 몫이다. 그럼에도 이 두 제품의 격전으로 스마트폰에 대한 사람들의 난해함은 전환기를 맞이하였고, 보급률은 더욱 가속화되었다.

 

사람들이 이토록 스마트폰에 열광하는 이유는 바로 S전자의 스마트폰의 명칭처럼 전지전능(omnia)한 소형 컴퓨터의 진화이기 때문이다. 장롱만한 덩치의 컴퓨터가 이제는 내 손 안에 쥐어지게 된 것이다. 이제 몇 번의 조작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신기하지도 환상적이지도 않다.

 

우리는 이제 모바일폰을 통해

 

1.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잡담(Twitter)’을 할 수 있고 자신의 위치도 확인할 수 있다(GPS).

2. 길을 안내하는 ‘네비(Navigation)’는 물론

3. 문서를 시연하는 ‘프로젝터(Projector)’도 갖췄다.

4. ‘은행(Bank Service)’에 갈 필요도 없고,

5. 동전을 휴대하지 않아도 ‘교통수단(Transport)’을 이용할 수 있다.

6. 실시간으로 내가 원하는 곳을 보는 ‘눈(Monitor)’이 되어주기도 하고,

7. 나의 ‘뇌’를 대신해 ‘데이터’를 저장(Backup) 한다. 또한 이 똑똑하고 전지전능한 친구는 내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기도(영화, 음악, 게임) 하며 나와 시간을 공유한다.

 

이제 현대인들은 ‘때론 친구이며 비서’인 모바일폰과 동행하며 업무를 처리하고 놀기도 하며 쉬기도 한다.

 

 

교회의 미디어 선용과 접근

 

서두가 조금 길어졌다. 그럼 이제부터 생각해 볼 진지한 문제, 교회는 현대인들의 이러한 ‘디지털 라이프’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가? 전 교황님이신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교서 “급속한 발전(The Rapid Development, 2005년)”을 통해 교회의 미디어 선용과 접근에 대해 방향성을 제시해 주신 바 있다. 그래서 필자는 현대의 이러한 디지털 라이프가 가지고 있는 눈에 띄는 문제점들을 먼저 조심스럽게 꺼내보고자 한다.

 

스마트폰이든 그 밖에 다른 디지털 미디어든 인간의 혼을 흔들고 있는 이 기기는 매우 중독성이 강하며 위험스러워 보인다. 첫째는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콘텐츠들의 즐거움에 대한 중독일 것이고, 두 번째는 내가 원하는 대로 실시간의 피드백을 주는 그 놀라운 반응성에 있다. 이러한 이점 때문에 성인들도 좀처럼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디지털 미디어에 정신을 빼앗겨버린다.

 

자칫 절제하지 못하고 이 안에 빠져들다 보면 누구나 그것에 종속되기 쉽고, 주종관계처럼 대부분의 삶을 디지털 미디어에 끌려다니게 된다. 말 그대로 ‘디지털=라이프’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교회는 그 효용성과 훌륭함의 가치들을 올바로 이끌어내고자 더 중요한 과제를 껴안게 되었다. 그리하여 교회는 현대인들이 미디어를 활용하는 데 그 중심에는 과연 누가 있고, 그것을 통제하는 주인이 누구인지를 끊임없이 알려주고, 경고해 주는 미디어 정화 노력이 필요하다.

 

 

교회의 적극적 관심

 

디지털 미디어는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서 창조되었고, 인간의 놀라운 발명품이라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러한 창조성 안에는 창조주이신 하느님께서 세상을 만드신 것과 같은 관리자로서의 위엄과 지혜가 필요하다.

 

창조 때마다 “보시니 좋았다.”(창세 1,4)라고 말씀하신 하느님께서는 단지 경이로운 창조물 자체의 가치만을 염두에 두신 것은 아니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조화를 이루고, 창조주를 향하게 하고, 인간 본연의 삶을 향하게 할 때에야 “참 좋았다!”라고 작은 창조자 또한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다. “공격이 최상의 방어이다.” 그래서 필자는 현재 교회가 모바일폰의 활용에 가장 먼저 적극적인 관심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몇 년 전부터 보급되기 시작한 가톨릭폰은 긍정적인 모델의 한 예로 들 수 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매일미사와 가톨릭성가 등 아이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톨릭 콘텐츠들이 제작 배포되었다. 이러한 시작이면 훌륭하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필자는 몇 년 전 본당에서 문자발송 서비스(SMS)를 시작해서 교구 양업 시스템 관리자를 당혹케 한 경험이 있다. 교구에서 사용 중인 문자발송 서비스가 무료인 줄 알고 하루에 몇 백 명씩에게 ‘성인어록’을 제작하여 날마다 문자를 발송했던 것이다. 몇 개월 뒤에 날아온 몇 십만 원의 고지서와 함께 교구 문자발송 프로그램에는 ‘유료’라는 글귀가 필자 덕분에 첨부되게 되었다.

 

당시 문자 서비스의 활용은 필자에게 사목의 좋은 피드백을 주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그들을 하느님께 다가서게 하고, 하느님께 대한 갈증을 인식시켜 주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성인어록을 책으로 제작해 달라고 부탁하는 분들의 요청도 있었으며, 한 알의 밀알이 여러 밀알로 뿌려져 좋은 열매를 맺는 소식들도 들려왔다.

 

“한 우물을 파라!”라는 말이 있다. 지금 교회는 디지털 미디어 분야에서 여러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고 하면 안 된다. 교구와 신자들은 머리를 맞대고 모바일폰의 교회적 활용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하느님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콘텐츠의 개발이 절실하다. 그러한 아이디어와 노력은 순수하게 우리 모두의 몫이다.

 

“나는 스스로 존재하는 자이다.”(탈출 3,14) 하신 하느님과 함께 우리도 존재에 대한 새로운 통찰과 노력이 필요하다.

 

* 김명중 시몬 - 서울대교구 길동성당 보좌신부. 서울대교구 전산화 개발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경향잡지, 2010년 7월호, 김명중 시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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