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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ㅣ복음화

국외선교의 역사와 개황: 받는 교회에서 나누는 교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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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7-26 ㅣ No.101

[경향 돋보기] 국외선교의 역사와 개황


받는 교회에서 나누는 교회로

 

 

그리스도의 선교명령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마태 28,19-20). 이 말씀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상에서 당신 사명을 완수하시기 전에 사도들과 제자들에게 남겨주신 말씀으로, 구속사업을 완결하시면서 마지막으로 당신을 따르는 이들에게 부과하시고 요청하신 선교과업이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말씀에 순종하여 세상 끝까지 선교에 이바지해야 한다. 사랑으로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신 그리스도를 본받아 성령께 마음을 열고 그분의 이끄심에 따라 선교활동을 수행할 때, 성령의 빛은 복음을 더욱 잘 이해하고 선포할 수 있게 우리를 돕는다.

 

그리스도를 알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과 하느님의 사랑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할 때, 교회는 결코 선교활동을 소홀히 할 수 없다. 교회 밖의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그리스도와 구원의 메시지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그리스도께서 세우시고 파견한 교회는 성자께서 약속하시고 보내주시는 성령의 능력에 힘입어 복음을 선포하는 증인이 되어야한다. 이렇게 교회는 선교를 통하여 종말론적 완성을 향하여 나아가는 것이다.

 

 

성직자와 수도자의 국외선교

 

한국교회가 국외선교에 참여한 것은 미국 · 캐나다 · 독일 · 일본 등 국외에 사는 교포들을 위하여 각 교구와 수도회에서 회원을 파견하면서부터이다. 근래에 이르러 국내에 진출한 국제 수도회 한국인 회원들의 국외선교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인데, 이는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1975년에 한국교회 최초의 방인사제 선교회인 ‘한국외방선교회’가 창립되었고, 1980년대에 들어서 한국교회는 사제들과 수도자들을 외국 선교지에 파견하였다. 이는 명실공히 ‘받는 교회에서 나누는 교회’로 바뀌는 시대의 표징이라 하겠다.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 기념행사를 계기로 민족 복음화의 열의와 함께 국외선교에 대한 관심은 더욱 고조되었다. 전주교구의 선교 사제 파견(1984년 남아메리카)을 필두로,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의 수사 파견(1984년 필리핀), 포교 성 베네딕도 수녀회 의료 수녀 파견(1984년 케냐) 등이 이어졌다. 전주교구가 남미 페루에 선교사를 파견한 이래 1987년 마산교구가 에콰도르에 사제를 보냈고, 1989년에는 서울대교구와 안동교구가 프랑스에 선교 사제를 파견하였다. 서울대교구는 프랑스에 이어 1994년 러시아에 사제를 파견하였으며, 대구대교구도 1991년에 러시아에 사제를 보냄으로써 국외선교의 문을 열었다.

 

특히 1990년대에는 수도회를 중심으로 선교 지역과 대상이 다양해지면서 활동도 더욱 활발해졌다. 대북선교 바람을 타고 중국 · 러시아 등 공산국가를 비롯하여, 전통 그리스도교 국가인 서유럽에도 복지분야 등에서 활발히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국외선교에 나서는 여자수도회 가운데 과반수 이상이 1990년대 들어 남아메리카 · 아시아 · 유럽 지역에 진출함으로써 나누는 교회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2005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수도회 · 사도 생활단 · 교구를 통합한 대륙별 선교 현황을 보면, 637명이 국외선교에 봉사하는 가운데 아시아 대륙에 가장 많은 254명을 파견하였다. 대만에는 상대적으로 수도회 진출이 확대되고 있는데, 상당수의 수도회가 대만을 거점으로 중국 선교를 염두에 둔 현상이다.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꼬 수녀회, 예수의 작은 자매들의 우애회,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경로 수녀회) 등이 50개 지역에 200여 명의 선교사를 파견하였는데, 이들의 활발한 국외진출은 국제 수도회의 특성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초의 방인 선교수녀회인 ‘한국외방선교수녀회’를 비롯한 여자 수도회들이 세계 각 지역에서 본당사목 · 빈민사목 · 원주민사목 · 의료활동 · 유아원활동 · 양로사업 · 청소년과 노인 사목 · 은퇴한 노사제를 위한 봉사 · 사회홍보사도직 · 생활나눔 등 20여 분야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다. 아시아 · 남아메리카 · 아프리카 등 저개발 국가가 많은 대륙에서는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의료선교 · 빈민사목 등을 하고, 유럽 등지에서는 기존의 교회활동을 돕거나 양로원 등 복지시설을 돕는다.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메리놀 외방전교회, 말씀의 선교 수도회, 예수 성심 전교회, 한국외방선교회, 예수회, 사랑의 선교 수사회 등은 본당사목 · 빈민선교 · 원주민선교 · 성지보호 · 에이즈 환자와 마약 중독자 돌보기 · 피정의 집 운영 등 10여 분야에서 일한다. 또 살레시오회나 성 바오로 수도회는 남아프리카 · 수단 · 나이지리아에서 각각 신학교 교육 · 공업 기술 교육 · 출판 선교를 하고 있다.

 

 

평신도의 국외선교

 

이와 같이 열린 눈으로 평신도 역시 직접 국외선교에 참여하게 된 사실도 결코 과소평가할 일이 아니다. 1990년은 우리나라 평신도에게는 매우 뜻 깊은 해로 기억될 것이다. 이 해에 한국 천주교회 역사상 공식적으로 첫 평신도 선교사 6명을 국외에 파견한 데 이어, 1992년에 4명의 평신도 선교사를 파견하였다. 이는 지금까지 주로 사제와 수도자 중심에서 평신도 선교사 파견으로 범위가 확대되었을 뿐만 아니라, 한걸음 더 나아가 성직자 · 수도자와 연대하여 직접 최일선 국외선교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파견될 평신도 선교사들의 활약도 크게 기대된다.

 

지난 1999년부터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가 주도하여 시작한 ‘해외 선교사 교육 협의회’는, 국내의 범교회적인 국외선교 교육과정으로서 이론과 체험을 겸비한 선교사 교육으로 자리를 잡았다. 아울러 최근 광주대교구는 선교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고자 해외선교 주교대리를 추가 임명하여, 국외선교 사제 파견 장소와 환경, 지원자 발굴 등을 수행하게 하였다. 수원교구는 사제연수 가운데, 교구 사제단이 “해외선교를 통해 섬김과 나눔을 실천하는 교구상 형성을 구현해 나가자!”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국외선교 지원 사제를 발굴하여 적극 후원하겠다고 하였다.

 

이와 같이 세계 복음화를 위한 국외선교가 특정단체의 전유물이 아니라 바로 한국교회 모든 구성원의 일이라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어 가고 있음은 매우 반갑고 고무적이다. 네 명의 한국인 사제로 시작된 국외선교는 현재 60여 개국에서 630명 남짓한 선교사들이 활동할 만큼 성장하였다. 이는 한국교회가 하느님의 보편 구원계획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하겠다.

 

 

아시아에 더 큰 관심을

 

세계의 많은 나라 가운데 아시아에 태어나 아시아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비슷한 가치관과 전통, 역사와 사고방식을 지녔으며 지리적으로도 우리와 가깝고도 복음화율은 2%로 6대륙 가운데 가장 저조한 아시아 선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세계의 지평 위에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인의 역할과 중요성은 결코 경시할 수 없는 사안이다. 하느님을 갈망하고 참된 가치와 의미를 탐색하는 세계 안에서 특히 우선적으로 아시아에서 우리 그리스도의 제자들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복음적 가치와 메시지를 보고 느끼며 이해하게 하는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한다.

 

이것은 지적인 논쟁보다 생활 안에서 성덕과 개인적 체험으로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되며, 특히 아시아 대륙에서 그리스도를 보여주는 아주 효과있는 방법이다. 이것이 서구 선교사들에게 기대하기 어려운 아시아인의 감성과 심성에 더욱 적합하다. 그리스도는 단순한 연구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의 구세주이시며 생명으로서 온 마음으로 체험되어야 한다. 아시아에서 복음을 전할 때에도 예수 그리스도께서 누구인지보다는, 나 자신이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그리스도가 어떤 분이심을 내가 어떻게 체험하는 지를 전해야 한다.

 

아시아 가치를 찾는 것은 존재론적 접근보다 경험론적 접근으로 실행되어야 한다. 아시아의 종교관은 지적 의지보다는 정서적인, 마음에 더욱 호소하고 있다. 아시아의 그리스도교 토착화 또는 상황에 대한 문제는 다른 어떤 대륙보다 긴급하고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아시아 대륙은 세계 고등 종교의 발상지이며, 대다수 민족들이 이미 고등종교에 심취한 상황이라 그리스도교를 전하고 복음화한다는 것은 토착화와 상황화를 고려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국외선교의 연속성

 

지금까지 그리스도의 지상명령인 선교사명을 비롯하여, 성직자 · 수도자 · 평신도의 국외선교 활동으로 한국교회가 ‘나누는 교회’로 바뀌어온 모습과 아시아 선교의 중요성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 자족하여서는 안 된다. 하느님께서 베풀어 주신 풍부한 은총에 온 마음으로 감사하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더욱 분발하고 심기일전하여 ‘기쁜 소식의 발걸음’(이사 52,7 참조)을 필요한 곳에 더욱 전해주어야 한다. 한국 개신교는 한국인 국외 선교사가 이미 3만 명을 넘어섰다. 세계적으로도 미국 다음으로 많은 선교사를 이스라엘과 중동을 포함한 세계 곳곳에 파견하였다. 하느님의 섭리와 은총 안에서 더욱 많은 한국인 선교사들이 주님의 지상명령인 선교사명에 헌신할 수 있기를 기도드린다.

 

교회의 구성원이 비록 역사와 전통, 규모가 여러모로 부족하거나 미흡한 단계의 어린 교회라 하더라도, 말씀과 실천을 통하여 스스로 그리스도를 전하고 선교정신에 불타오를 때 교회는 성숙해 간다. 한국교회도 아시아 · 아프리카 · 남아메리카 대륙과 같은 이른바 다른 교회와 함께 세계 보편 인류 공동체에 복음의 씨앗을 심고 부활의 생명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계속해서 꾸준히 해나감으로써 하느님께 영광을 드려야 할 것이다.

 

[경향잡지, 2006년 10월호, 배경민 베드로 신부(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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