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8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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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문헌ㅣ메시지

1999년 제4회 농민주일 주교회의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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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뉴스 [goodnews] 쪽지 캡슐

1999-07-16 ㅣ No.25

1999년 제4회 농민주일 담화문


하느님께서 곡식을 가꾸어주셨습니다

 

 

사랑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2000년 대희년을 목전에 두고 네 번째 농민주일을 맞이했습니다. 지난 3년 동안 농민주일을 지내며 교형자매들이 우리 교회에서 전개하는 생명·공동체 운동에 좀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음을 기뻐하며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번 농민주일을 통해 우리는 '우리농촌살리기 운동'에 대해 더욱 깊이 생각하고, 2000년대에 이 운동이 새로운 지평을 마련하도록 지혜와 노력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새로운 천년기에 대한 희망과 세기말의 불안감이 교차하는 시기에 살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21세기에는 환경문제를 비롯하여 식량, 에너지, 생명, 군축 등 전인류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더욱 심각해질 것입니다. 환경론자들은 환경 대재앙을 예견하고 에너지 자원은 고갈되어가며, 전세계적으로 10억의 인구가 기아에 허덕이고 일년에 삼천만 명 가량이 굶어 죽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어떠합니까? 경제난국을 극복해나가고 있다지만 문제의 근본원인이 해결되지는 않았습니다. 참으로 우려되는 점은 식량자급율이 3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어 또다시 경제불황이 닥친다면 온 국민이 끼니를 걱정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민족공동체는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이러한 식량의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환경이 날로 오염되어가고 있음에도 우리의 생활은 여전히 환경을 파괴하는 생활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문제의 근본원인 중 하나는 우리의 잘못된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입니다. 마구 만들어 마구 쓰고 먹고 버리는 데 우리가 너무나 익숙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교회는 이러한 문제들에 실천적으로 책임있게 응답해야 할 것입니다. 편리함과 물질적 이익이 지배하는 이 죽음의 문화 속에서 생명이 살아 숨쉬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을 위해 교회는 도농 공동체 운동을 중심으로 새로운 공동체문화의 건설에 힘쓰고 있습니다. 농업이야말로 하느님의 창조사업에 참여하고 창조질서를 보전하는 생명사업이며, 올바로 먹고 쓰는 일이야말로 문화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 모두는 농촌살림과 생명살림을 위하여 각자의 생활을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생명을 살리는 일은 생명을 소중히 할 때 가능합니다. 우리가 먹고 마시는 것은 모두 하느님의 보살핌과 농부들의 땀과 우주의 모든 생명체들의 협동으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우리가 먹는 밥 한 그릇, 열매 하나에도 하느님의 신비로운 은총과 삼라만상(森羅萬象)의 조화가 깃들어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농촌살리기 운동은 일상생활에서 대하는 모든 작은 것들을 소중히 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하느님이 만드신 무수한 것들이 어느 것 하나 오묘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시편 104,24 참조).

 

우리는 네 번째 농민주일을 맞으며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도시와 농촌의 모든 이가 참으로 서로에게 감사하며, 또한 자연에서 나는 모든 것들을 진정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고 쓰고 나누어야 합니다. 그 소중한 마음들이 서로를 감동시키며 마침내는 농촌과 자연과 생명이 살아나게 할 것입니다.

 

여러분의 가정에 하느님의 평화와 사랑이 늘 함께하시길 축복합니다.

 

1999년 7월18일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정명조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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