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문헌ㅣ메시지

1999년 제36차 성소주일 교황 담화문

스크랩 인쇄

서울대교구 [seoul] 쪽지 캡슐

1999-03-11 ㅣ No.17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하의

제36차 성소주일 담화

(1999년 4월 25일, 부활 제4주일)


아버지께서 영원한 생명으로 부르십니다

 

 

존경하는 형제 주교님들과 전세계의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1999년 4월 25일, 부활 제4주일에 거행되는 성소주일은 해마다 교회 생활의 본질적인 측면이라 할 수 있는 성품 교역과 봉헌 생활에 대한 성소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해줍니다.

 

대희년 준비의 여정에서 1999년은 "신앙인들의 시야를 넓혀 그들이 그리스도의 전망 안에서 곧 '하늘에 계신 아버지'(마태 5,45 참조)의 전망 안에서 사물을 보며"([제삼천년기], 49항), 모든 인간의 마음이 참으로 바라는 영원한 생명에 대한 부르심을 묵상하도록 하는 해입니다. 영원한 생명에 비추어 볼 때에 비로소 사제직과 봉헌 생활에 대한 성소의 중요성이 온전히 드러납니다. "온갖 훌륭한 은혜와 모든 완전한 선물"(야고 1,17)을 주시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는 그러한 성소들을 통하여 끊임없이 당신 교회를 풍요롭게 하십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이제 곧 막을 내리려 하는 이 세기의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제 성소와 다양한 봉헌 생활 성소를 풍성하게 내려 주시는 은총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하느님께 찬양을 드립니다."(에페 1,3) 하는 찬미가가 마음에서 저절로 우러나옵니다.

 

성령의 힘에 이끌려 말과 행동으로 때로는 순교로써 형제 자매들을 섬기는 일에 끝없이 헌신하는 사람들을 통하여 하느님께서는 지금도 당신을 아버지로 보여 주십니다. 또 주교, 신부, 부제들의 성품 교역을 통하여 구원자이신 그리스도의 성사적 현존을 항구히 보장하여 주시고([평신도 그리스도인], 22항 참조), 다양한 성소와 교역과 은사들 안에서 한 몸을 이루는 사제들의 헌신적인 봉사로 교회를 자라게 하십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당신 자녀들에게 성령을 가득 부어 주셨으며, 여러 형태의 봉헌 생활을 통하여 당신의 어버이 사랑을 드러내시고 그 사랑을 온 인류에게 전하고자 하십니다. 그분의 사랑은 멀리 떠나버린 사람을 끈기로 기다리고 기꺼이 맞아들이는 사랑이며, 가르치고 바로잡아 주는 사랑이며, 사랑을 찾는 모든 사람의 굶주림을 채워 주는 사랑입니다. 아버지께서는 영원한 생명에 대한 기대를 끊임없이 불러일으키십니다. 영원한 생명은 어려움 가운데서도 고통과 죽음 속에서도, 특히 그리스도를 따르고자 모든 것을 버리고 하느님 나라의 건설에 완전히 자신을 바치는 사람들을 통하여 우리 마음에 희망을 불어넣어 줍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 성부께 바쳐진 1999년에 저는 예수님께서 몸소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주님의 기도'에 따라 성품 교역과 봉헌 생활의 성소를 묵상해 보도록 모든 신자들에게 당부 드리고자 합니다.

 

 

1.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르는 것은 그분의 사랑 안에 생명의 원천이 있음을 안다는 뜻입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 안에서 그분의 자녀로 부름받은 사람들은 "하느님께서 천지 창조 이전에 이미 그들을 뽑아 주시고 거룩하고 흠 없는 자로 그분 앞에 설 수 있게 하셨다"(에페 1,4 참조)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이렇게 상기시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성부와 그 사랑의 신비를 알려 주는 계시로써 인간을 인간에게 완전히 드러내 보여 주시고 인간이 높이 불리었음을 밝혀 주십니다"(사목 헌장, 22항). 인간은 하느님께 충실할 때 자기 자신에게 충실할 수 있고, 나아가 자기 삶의 목적을 온전히 실현할 수 있습니다.

 

모든 성소는 세례에 그 뿌리를 박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세례를 통하여 "물과 성령으로 새로 나고"(요한 3,5), 요르단 강가에서 예수님을 아버지께서 기뻐하시는 "사랑하는 아들"(루가 3,22 참조)로 계시하였던 은총 사건에 참여하게 됩니다. 세례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성소에서 참으로 풍성한 열매를 맺는 원천입니다. 그러므로 예비 신자들과 어린이들이 세례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하느님과 참된 자녀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특별히 배려하여야 합니다.

 

 

2.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하느님께서 거룩하시니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레위 11,44 참조) 할 소명은 하느님께 합당한 자리를 내어 드릴 때 실현됩니다. 세속화되었으면서도 거룩한 것의 추구에 매력을 느끼는 우리 시대에는 특별히 모든 삶에서 하느님을 맨 먼저 앞세우고 사는 성인들, 하느님의 사랑과 섭리의 현존을 사람들의 눈앞에 보여 주는 성인들이 필요합니다.

 

끊임없이 간청하여야 할 은혜인 성덕은 희망과 생명을 갈구하는 현대 세계에 가장 귀중하고 효과적인 응답입니다. 하느님과 이웃에게 날마다 자신을 온전히 바치며 살아가는 거룩한 사제들과 봉헌 생활자들을 인류는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가정에서 혼인성사의 은총에 대한 증거를 보여 주며,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가정에 대한 창조주의 계획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바람을 일깨워 주는 아버지와 어머니들을 필요로 합니다. 또한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만나 그분께 매료되어 자기 또래들을 복음으로 이끌어들이는 젊은이들을 필요로 합니다.

 

 

3.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성덕은 "하느님 나라"를 일깨워 줍니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이가 초대받았으나 오직 은총의 '혼인 예복'을 입은 사람들만이 들어갈 수 있는 성대하고 즐거운 잔치라는 상징으로 하느님 나라를 보여 주셨습니다.

 

"아버지의 나라가 오소서." 하는 기도는 회개를 촉구하며, 인간의 지상 생활은 그 무엇보다도 날마다 하느님의 나라를 추구하는 생활이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이 기도는 덧없는 세상을 뒤로 하고 모든 어려움과 반대를 물리치며 주님께서 우리를 부르신 그 일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게 합니다.

 

주님께 "아버지의 나라가 오소서." 하고 간청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아버지의 집을 자신의 거처로 선택하고, 복음에 따라 살고 일하며, 예수님의 성령 안에서 사랑하겠다는 뜻입니다. 또한 하느님의 나라란 놀랍도록 충만한 생명을 담고 있지만 언제나 버림받고 짓밟힐 위험에 놓여 있는 '작은 씨앗'임을 안다는 뜻입니다.

 

사제직이나 봉헌 생활로 부름받은 사람들은 하느님께서 활짝 열린 그들의 마음에 심어 주신 성소의 씨앗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오롯한 마음으로 그리스도를 따르도록 그들을 이끌어 주시며, 하느님 나라를 기쁘게 전하는 자유로운 사도들이 되라고 초대하십니다. 이러한 초대를 기꺼이 받아들일 때에 그들은 마음 속으로 갈망하고 있는 참 행복을 찾게 될 것입니다.

 

 

4.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이루고 그분의 일을 완성하는 것이 내 양식이다"(요한 4,34). 이 말씀으로 예수님께서는 개인적인 삶의 계획이 아버지의 섭리 계획에 들어 있다는 것을 보여 주십니다. 이 사실을 깨달으려면, 삶에 대한 세속적인 판단을 버리고 우리 삶의 토대와 의미를 하느님께 두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성소는 하느님의 은혜입니다. 그것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받는 것이며, 앞서가며 함께 하는 사랑에 응답하는 것입니다. 주님의 뜻을 따르는 사람에게 삶이란 받은 선물이며, 그 본질상 봉헌과 내어 줌으로 바뀌는 경향이 있습니다.

 

 

5.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예수님께서는 아버지의 뜻을 당신의 일용할 양식으로 삼으셨으며(요한 4,34 참조), 그 양식 곧 말씀의 빵과 성찬의 빵을 먹고 영혼의 굶주림을 채우라고 당신 백성을 초대하십니다.

 

성모님을 본받아 우리는 마음 속에 희망을 키우고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에 마음을 여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기쁨과 감사로 환호하게 하십니다. 주님의 초대에 너그러이 응답하는 사람들에게는 기쁜 일이든 슬픈 일이든 그 나름대로 아버지와 터놓고 논의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되며, 그들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는 기회, 곧 그리스도께서 시작하셨고 지금은 교회에 맡겨진 세상 구원이라는 위대한 사업에서 각자 특수한 역할을 하도록 불린 사랑받는 자녀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재발견하는 기회가 됩니다.

 

 

6.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용서와 화해는 아버지께서 보내신 예수님께서 "주님의 은총의 해"(루가 4,19)를 선포하신 순간부터 세상으로 퍼져나간 위대한 선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죄인들의 친구"(마태 11,19 참조)가 되셨고, "죄를 용서해 주시려고"(마태 26,28 참조) 당신 생명을 바치셨으며, 마침내 세상 끝까지 회개와 용서를 선포하도록 제자들을 파견하셨습니다.

 

인간의 연약함을 아시는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위하여 자비와 용서의 길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그 길에서 용서받고 용서하는 나눔을 체험하여 하늘에 계신 한 아버지의 참된 자녀라는 그들의 진정한 모습이 은총의 새로운 삶에서 드러나게 됩니다.

 

 

7.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그리스도인의 삶은 죄악에서 벗어나는 끊임없는 해방입니다. 고해성사를 통하여 하느님의 거룩하심과 권능이 선이 승리하고 자유로이 사랑하는 새로운 힘으로 전달됩니다.

 

그리스도께서 단호히 물리치셨던 죄악, 그 악에 대한 투쟁은 오늘날 교회에 맡겨져 있고 각자의 성소와 은사와 직무에 따라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맡겨져 있습니다. 그 근본적인 역할은 성품 교역에 뽑힌 이들, 곧 주교와 신부와 부제가 수행합니다. 그러나 봉헌 생활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특별한 지원을 해 줍니다. 그 회원들은 "자신의 봉헌과 온전한 헌신을 통하여, 아버지의 축성을 받고 파견된 그리스도의 구원하시는 사랑의 현존을 눈으로 볼 수 있게 해 줍니다"([봉헌 생활], 76항).

 

우리는 여기에서 온 교회와 모든 신자들이 성품 교역과 봉헌 생활의 성소 증진을 위하여 한 마음으로 노력하여야 한다는 것을 역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님께서 명령하십니다. "그 주인에게 추수할 일꾼을 보내 달라고 청하여라"(마태 9,38).

 

이 명령에 따라, 우리는 모든 좋은 것을 주시는 분,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기도합니다.

 

 

8. 좋으신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당신 아드님 그리스도를 통하여

저희에게 당신의 사랑을 보여 주시고,

저희를 당신의 자녀로 기꺼이 받아들이시며

저희가 아버지의 뜻 안에서

저희의 참 모습을 찾게 해 주십니다.

거룩하신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아버지께서 거룩하신 것처럼

저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아버지께 기도하오니,

언제나 아버지의 교회에

말씀과 성사로 아버지와 만나는 길을 열어주는

거룩한 교역자들과 사도들을 넉넉히 보내 주소서.

 

자비로우신 아버지,

아드님의 모습에 따라

변모된 삶을 증언하며

다른 형제 자매들과 함께

천상 본향을 향하여

기쁘게 걸어가는 사람들을

길 잃은 인류에게 보내 주소서.

 

우리 아버지,

성모님의 전구에 의지하여

성령의 목소리로

아버지께 간절히 청하오니,

아버지의 무한하신 사랑을

담대하게 증언할 사제들을

당신의 교회에 보내 주소서.

 

아멘!

 

바티칸에서, 1998년 10월 1일

포교 사업의 수호자 예수 아기의 성녀 데레사 동정 학자 대축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465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