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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제4회 가정성화주간 주교회의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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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2-23 ㅣ No.146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제4회 가정성화주간 담화문

 

가정 성화는 우리 모두의 사명입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1. 2004년 한해를 돌아보며 마지막 주일을 지내는 오늘은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이며 가정 성화 주간이 시작되는 날입니다. 이 가정 성화 주간은 우리가 신앙 안에서 '가정'이라는 귀중한 삶의 터전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묵상하는 시간이며 또한 가정의 '성화와 복음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찾고 결심하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2. 인간이 이루는 가장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공동체가 '가정'입니다. 이 가정에서 '생명'이 태어나고, 인간 관계가 시작됩니다. 가정은 모든 인간 관계의 출발점이자 종착지입니다. 이렇게 가정은 인간이 삶을 영위해 나가는 데 필요한 여러 조직을 이루는 근본 세포입니다. 따라서 '생명'과 '가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3. 옛말에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가정이 화목해야 만사가 제대로 이루어진다는 뜻입니다. 가정은 사회와 교회의 기초입니다. 오늘날 이 가정이 이혼을 비롯한 여러 가지 이유로 해체되고 있고 붕괴의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또한 가정을 지탱하는 두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부 사랑과 자녀 출산이 무너지는 심각한 상태에 직면해 있습니다. 가정이 무너지면 곧 생명도 무너지게 됩니다.

 

4. "가정은 사랑을 보호하고 드러내며 전달해야 할 사명을 지니고 있습니다"(가정 공동체, 17항). 가정은 사랑을 출발점으로 하여 인간 공동체를 이루고, 생명에 봉사하며, 교회 생활과 사명, 그리고 사회 발전에 참여합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가정 교서」에서, 가정의 그 긴밀하고 강력한 유대를 토대로 "사랑의 문화"를 창조하라고 촉구하십니다(13항 참조). 그것은 개인, 부부, 사회의 이기주의를 극복하는 커다란 노력을 요구하는 사랑입니다. 또한 그 사랑은 다른 이들을 위해 온전히 자신을 "내어 줌"입니다. 우리가 만들어 내는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자신을 내어 주는 십자가의 사랑을 통하여 완성됩니다.

 

5. 오늘날 우리의 가정은 심각할 정도로 해체되고 붕괴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혼율이 해마다 최고의 기록을 갱신할 뿐 아니라, 1973년 모자보건법 제정 이래, 낙태가 연간 150-200만 건으로 추정될 만큼 일반화되어 있으며, 이와 함께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으로 급락하였습니다. 또한 혼인 제도에 대한 경시와 성 개방 풍조의 확산으로 독신 선호와 동거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노령 인구, 이혼 고아, 소년소녀 가장, 결식 아동의 급증 그리고 가정 폭력과 청소년들의 일탈 등 가정 관련 문제는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매우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6. 이러한 가정 위기와 해체 현상 저변에는 무엇보다도 물질주의와 이기주의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 동안 우리 사회는 경제 발전을 최고의 목표로 삼아왔습니다. 정부의 인구 정책은 사회 윤리 도덕의 약화를 가져왔고, 이로써 부각된 개인주의와 쾌락주의는 가정 교육 부재 현상 속에서 생명 경시와 이혼 등 각종 병리 현상을 낳고 있습니다. 이러한 병리 현상의 첫 번째 피해자는 가정이고, 상처받고 해체된 가정은 사회에 또 다른 형태의 문제를 야기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7. 위기에 직면한 가정을 살리도록 우리는 가정의 성화를 위하여 온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러한 가정 성화의 노력은 모든 그리스도인의 사명입니다. 가정의 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가정이 바로 가정 사목의 대상이자 주체'라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가정 교회가 가정 기도, 복음화, 봉사 등을 통하여 그 본연의 사제직과 예언자직 그리고 왕직을 조화롭게 수행하여야 하고, 가정이 복음화의 주체로서 자신을 복음화하고 다른 가정을 복음화하기 위해 파견된 사도라는 사실을 깊이 깨달아야 합니다. 우리는 또한 가정을 위한 여러 가지 교육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야 합니다. 우리는 모두 가정 교육, 순결 교육, 혼인 전 교육, 자연법적 출산 조절 등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또 구체적인 방법을 익혀야 합니다.

 

8. 가정이 지닌 본래의 가치와 고귀함을 회복하고 성가정을 이루신 예수님의 뜻에 따라 가정 제도를 보호하고 가정을 성화하는 것이 바로 모든 그리스도인의 사명입니다. 가정은 인류를 위한 하느님의 선물이고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가정이 거룩하게 성화되어 행복한 기초 공동체와 가정 교회로 거듭날 때 우리는 모두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9.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회칙 「인간의 구원자」에서 이렇게 가르치고 계십니다. "인간은 사랑 없이 살 수 없다. 인간에게 사랑이 계시되지 않을 때, 인간이 사랑을 만나지 못할 때, 사랑을 체험하고 자기 것으로 삼지 못할 때, 사랑에 깊이 참여하지 못할 때, 인간은 자기에게도 불가해한 존재로 남게 되며, 그의 생은 무의미하다"(10항). 따라서 사랑으로 세워지고 생명을 받는 가정은 진정한 인간들의 공동체입니다. 가정의 첫째 임무는 진정한 인간 공동체를 발전시키는 데 끊임없는 노력을 쏟으면서 일치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 임무의 내적 원리, 영원한 원동력, 최종적 목표는 바로 사랑입니다. 왜냐하면 사랑이 없이 가정은 인간들의 공동체일 수 없고, 또한 사랑 없이 가정이 살아 남고 성장하여 인간 공동체로 완성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10. 가정의 문제는 바로 교회의 문제이자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따라서 가정의 위기는 곧 나라의 위기요 교회의 위기입니다.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은 가정의 파괴와 붕괴라는 사회적 현상에 맞서, 우리의 미래, 나라의 미래, 교회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의 모든 지혜와 역량을 모아 가정 성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아낌없이 바쳐야 하겠습니다.

 

2004년 12월 26일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에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위원장 이기헌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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