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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제40회 군인주일 군종교구장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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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7-09-21 ㅣ No.248

천주교 군종교구

제40회 군인 주일 담화문

(2007년 10월 7일)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은 40회째 맞는 군인 주일입니다. 그동안 한결같은 사랑으로 군 사목을 위하여 기도해주시고 도움을 주신 여러분 모두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군인 주일인 오늘은 조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수고하고 있는 국군 장병들을 기억하며, 그들이 자신이 맡은 일에서 보람과 긍지를 가지고 힘차게 살아갈 수 있도록 격려를 보내는 날입니다. 또한 이들을 돌보고 있는 군종사제들을 위해서도 기도하고 후원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강군’(强軍)으로 거듭 태어나는 우리 군인들에게 박수를!

 

요즈음 우리 군의 키워드(key word)는 ‘작지만 빠르고 강한 군대’ 즉 ‘강군’ 육성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군대 · 경찰 · 법원 등 10개의 대상 기관(단체) 중에서 국민들이 가장 신뢰하는 기관으로 ‘군대’가 선정되었다고 합니다[1위: 군대(62.7%), 2위: 언론(60.3%), 3위: 시민 단체(58.4%) - 한국 정치학회 및 한국 갤럽 조사]. 이는 그동안 얼마나 군이 조용한 가운데 소중한 자신의 역할을 다하느라 애써 왔는지를 보여 주는 것이며, 동시에 모든 국민이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군 존재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지를 말해 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근래에 두드러진 사회현상 중의 하나가 군의 위상에 대해 또 다른 잣대를 가지고 접근한다는 것입니다. 그 단적인 예가 전국 여러 곳에서 크고 작은 군부대나 군 시설이 이전하고 새로 들어설 때마다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존재하는 군대는 국민들이 보내는 격려와 사기를 먹고 성장합니다. 그런데 군의 위상과 그 존재가 참되고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기에 그 어느 때보다도 군인들을 위한 칭찬과 격려의 박수가 꼭 필요하고, 바로 그 시점에서 맞는 군인 주일이어서 오늘의 의미가 더욱 크다고 하겠습니다.

 

군인에 대한 칭찬과 격려는 신약성경과 교회 문헌에서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카파르나움의 백인대장’(마태 8,5-13)의 믿음은 미사 영성체 전 우리의 신앙으로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한 말씀만 하소서. 제가 곧 나으리이다.” 또 ‘예루살렘의 백인대장’(마르 15,39)은 골고타 언덕, 예수님의 십자가 밑에서 그 누구도 하지 못했던 신앙고백을 합니다. “참으로 이 사람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셨다.” 그리고 사도행전의 저자는 ‘로마 군대의 백인대장 카이사리아의 코르넬리우스’에 대해 “경건하고 하느님을 공경하고 자선을 베풀며 늘 기도를 드리는 사람”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사도 10,1-2). 

 

사목헌장과 가톨릭 교회 교리서에서도 군인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며 격려합니다. “군인생활로 조국에 대한 봉사에 헌신하는 사람들은 국민의 안전과 자유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이다. 이 임무를 올바로 수행한다면 그들은 참으로 국가의 공동선과 평화 유지에 기여하는 것이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 2311항; 사목헌장 79항 참조). 

 

그러나 무엇보다도 예수 그리스도께서 산상에서 선포하신 참된 행복이 군인들에게는 최고의 칭찬이요 격려가 아닐 수 없습니다.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가 될 것이다”(마태 5,9).

 

 

국민의 신뢰로 크는 평화를 위한 참된 일꾼 

 

흔히 역사를 미래의 거울이라고 합니다. 지금부터 100년 전인 1907년 8월 1일 우리 대한제국의 군대가 강제로 해산을 당했었습니다. 1905년 을사늑약으로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폭압적으로 강탈한 일제는 2년 뒤 고종황제를 강제 퇴위시키고 ‘한일신협약’을 체결하면서 ‘군대해산령’을 내렸습니다. 그 결과 우리 민족은 1940년 광복군이 만들어지기까지, 그리고 1948년 국군이 창설되기까지, ‘군대 없는 나라’로 살아가면서 외세에 의한 치욕과 슬픔과 고통의 나날을 보냈습니다. 100년 전 외부의 강압에 의해 우리 군대가 해산됐던 뼈아픈 역사에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하겠습니까? 자신을 지킬 수 없는 국민은 더 이상 국민일 수가 없는 것입니다.

 

물론 세상은 변하고 있습니다. 또 한 번의 남북정상회담이 기다리고 있고, 한반도를 둘러싼 핵의 위험도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사람들도 이념의 갈등으로 상처를 받은 세대에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 인터넷을 경험한 세대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세상이 바뀌고 사람이 달라졌다고 해서 나라를 지키는 군이라는 자리가 없어도 된다는 말은 결코 아닐 것입니다. 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이며, 주변 강대국의 견제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그 어느 누구도 조국수호와 국토방위의 의무에서 면제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오늘도 이를 위하여 새로운 세대, 신세대 장병들이 땀을 흘리며 쉼 없이 이 의무를 다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므로 언제나 평화를 생각하며 이를 위해 기도하는 우리 교회와 신자들은 그 누구보다 특별한 기도와 뜨거운 성원을 군인들에게 보내야 합니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이십니다.”(에페 2,14)라는 사도 바오로의 말씀처럼 평화를 위해 일하는 군인들은 조국과 국민을 위해 헌신하지만 또한 그리스도를 위해서도 일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모든 그리스도인은 사랑 안에서 진리를 실천하며 참으로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들과 힘을 합쳐 평화를 간구하고 건설하기를 간절히 바라야”(사목헌장 78항) 하는 것입니다.

 

 

젊은이들이 몰려오는 군 성당은 교회의 희망

 

이제 또 한 가지 최근에 볼 수 있는 두드러진 현상 중의 하나가 바로 교회 안에 젊은 층의 신자들이 현저하게 적다는 사실입니다. 청소년들을 비롯한 젊은이들이 교회를 멀리하고 그 관심도 줄어들고 있지만, 유아세례 비율도 현저하게 감소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입시 위주의 교육과 물질 지상주의가 몰고 온 거대한 태풍 속에 희생된 너무나도 안타까운 손실이기도 하지만 여기에서 우리 교회와 가정의 부모들도 그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이 젊은이들이 반드시 거쳐 가는 군대는 우리 교회에게 새로운 희망의 장소입니다. 젊은이들에게는 시련과 어두움의 시기일 수도 있겠지만, 군대는 이 기간에 그들이 하느님께 대한 신앙을 접할 수 있는 새로운 곳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이러한 시대의 현상 속에서 군 사목의 중요한 사명을 더욱 더 생각하며 군종사제들과 군종교구민들은 새로운 희망을 보며 열심히 살아갈 것입니다.

 

최근 들어서 각종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고 있습니다만, 우리 군종교구에서는 군 선교의 황금어장인 육군 논산훈련소 연무대에 새 성당을 지으려 하고 있습니다. 모든 군종사제들과 신자들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도움이 필요합니다. 연무대성당은 매주 신세대 젊은이들 5천여 명이 미사를 드리고 연간 28만여 명이 찾아오는 곳이며, 해마다 1만여 명 이상의 젊은이들에게 세례를 주는 세계 최대의 선교본당입니다.

 

전국 곳곳에서 찾아오는 젊은이들은 다시 여러분들의 교구, 여러분들의 본당으로 돌아갈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이러한 젊은이들의 성전인 연무대성당 건립을 위해서도 여러분들의 아낌없는 기도와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 번 기도와 격려를 부탁드리며,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평화가 언제나 여러분의 가정에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007년 10월 7일

천주교 군종교구장

이기헌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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