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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 누가 온라인게임을 놀이라 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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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05-02 ㅣ No.522

[대중매체에 대한 교회의 시각] 누가 온라인게임을 ‘놀이’라 말하나?

 

 

경계 없는 현실과 가상

 

얼마 전 게임에 중독된 어느 부부가 온라인 공간에서 가상의 딸을 양육하는 게임에 빠져 3개월 된 자신의 친딸을 굶어 죽게 한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다.

 

이들이 빠진 게임은 ‘프리우스 온라인(Prius Online)’으로 어느 정도의 레벨이 되어야 ‘아니마’라는 여자아이를 돌볼 수 있게 되어있다. 사용자와 소녀의 친밀감에 따라 게임의 효율도 달라지기 때문에 아이를 위한 육아일기도 쓰고 화려한 장신구와 옷을 입히며 온갖 정성을 들인다. 이들 부부는 바로 이렇게 가상의 딸을 돌보는 동안에 정작 자신들의 진짜 딸은 방치해 굶어 죽게 한 것이다.

 

과연 오늘날 온라인 공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특히 우리의 청소년들은 거기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게임 속에 무엇이 있기에 현실과 가상을 구분할 수 없게 하는가? 부모와 교회 지도자들은 온라인게임에 대하여 얼마나 이해하고 있으며, 기존의 가치와 영성에 도전하는 온라인커뮤니케이션에 대하여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디지털 공간은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자극적인 감각으로 인간을 끌어들인다. 우리는 오늘도 끝없는 욕망을 채워주는 무한하고도 광활한 디지털 세상에서 유목민처럼 떠돌면서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호접지몽)’ 알 수 없어 헤매다가, 결국 ‘진짜 딸’마저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게임은 게임이다?

 

요즘 우리 청소년들은 멀티플레이, 곧 다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게임(MMORPG : Massively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을 즐기고 있다. 이는 단순히 기계와의 상호작용이 아니다. 게임을 통하여 각자의 역할 안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게이머들은 철저하게 프로그래밍된 구조에 갇혀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한 채, 저마다 최고의 주인공이 되어 스스로 대단한 이야기를 창조해 나간다고 믿는다. 게이머의 선택에 따라 캐릭터의 진로가 결정되고 긴박한 상황이 펼쳐지면서 허구적 세계가 진짜보다 더 생생하게 체험된다.

 

최근 게임 전문가들은 게임은 지극히 자발적인 원의에 따라 독자적인 세상을 구현하는 놀이라는 점에서 많은 긍정적인 영향력을 논하기도 한다. 이들은 게임을 통해 자신감 강화, 학습동기 향상, 자아 존중감 향상 그리고 인지발달과 상상력, 창의력 개발 등의 긍정성을 주장한다. 또한 인문학자들도 게임의 스토리텔링과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야기하면서 상호작용성의 변화로 생기는 효율성에 대한 논문도 내놓고 있다.

 

온라인 롤플레잉게임은 단순한 게임이 아닌 “실제를 반영하고 모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고통과 슬픔, 미움과 사랑 등 공동체에서 통용되는 규범이나 가치체계가 만들어지고 게이머들은 그것들을 내면화”(전경란, “디지털 게임의 미학” 참조)하기도 한다. 일부 게임 전문가들은 게임은 게임일 뿐이며 확고한 ‘놀이 문화’로 정착되었음을 강조하면서 더 이상의 부정적인 영향력에 대한 논란을 일축시키기도 한다.

 

 

온라인게임은 그냥 ‘게임’이 아니다

 

게임은 단순히 하나의 게임이나 놀이가 아니다. 게임은 우리의 기존 생활양식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까지 바꿀 수 있는 문화이며 복합적인 환경이다. 그 안에서 우리는 욕망하고 권력을 생산하고자 치열한 경쟁의 행위를 반복한다. 온라인게임은 이기고 지느냐의 도박성이 있는 승패로 가득하다. 온라인 공간에서 그 어떠한 감동과 가치를 준다고 하여도, 그리고 실제와 같은 현실을 반영한다 하여도 게임 속의 이야기는 공감하며 감동을 주는 ‘서사’가 아닌, 행동하게 하고 자극하는 ‘시뮬레이션’이다(한혜원, “디지털게임 스토리텔링” 참조).

 

놀이는 멈추고 움직이고 생각하면서 창의력과 공동체성을 키워주지만 온라인게임은 이기는 전략만이 행동하는 이유가 된다. 공동체를 위한 희생은 있을 수도 없다. 또한 공동체로 존재하는 것 같지만 결국 참가자로서 관객의 자리에 머물며 자발적으로 행동하고 선택하지만 갇힌 구조에서의 반복 행위이다. 가장 민주적인 규정과 보상이 있지만 상업적인 세력의 자본주의적 전략이기도 하다.

 

시간을 투자하면 할수록 몰입하고, 몰입할수록 빠진다. 성장하기 위한 의미 있는 고통과 절망, 희망과 아픔도 없다. 매력적인 캐릭터를 통한 관계회복은 있지만, 자신의 관계능력을 성장시키지는 않는다. 실수하면서 희생하고 물러서는 과정은 절대로 용납되지 않는다. 단지 경쟁하고 또 경쟁하면서 권력과 쾌락과 승리의 깃발만을 바라보게 된다.

 

 

온라인게임에 빠지는 이유

 

온라인게임 중독에 쉽게 빠지는 주된 요인으로는 자기 통제력의 결핍, 정서조절 능력 부족, 낮은 자아 존중감, 학업 스트레스로 생기는 도피 등이 지적된다. 청소년들이 게임을 하는 이유는 게임 캐릭터에 대한 매력, 오락, 현실도피, 외로움, 시간 때우기 등으로 나타난다.

 

최근 한국청소년연구원에서 발표한 온라인게임과 관련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대부분 중산층 이하 가정에서 자라는 청소년들이 가정과 학교에 대한 불만이 높을 경우 온라인게임에 더 집착하고 몰입하여 중독현상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가족에 대한 불만이 게임의 캐릭터에 더 매력을 느끼게 하고 현실도피의 목적으로 게임을 즐긴다. 반면에 현실에 만족하는 청소년일수록 게임을 하고 나서도 덜 피곤해 하고 불안해 하지 않는다.

 

대체로 친구나 가정관계가 원만하면 온라인게임도 그 환경의 연속성에서 놀이로만 즐긴다. 결국 청소년 개인의 환경의 질이 곧 온라인게임 이용행태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이다. 그런 의미에서 온라인게임 중독을 예방하는 데는 환경의 질을 높여야 하고 예방할 수 있는 다양한 대책이 요구된다.

 

 

온라인게임 과몰입을 막기 위한 예방, 어떻게?

 

인간은 날마다 무엇을 듣고 보면서 생각하고 마음에 담느냐에 따라 느끼고 생각하고 자각하고 행동한다. 온라인게임은 단순히 행위나 도구의 문제가 아닌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이다. 우리는 체험을 통하여 느끼고 그 느낌으로 세상의 의미를 찾는다. 신학자인 펠리시시모 마르티네스 신부는 오늘의 위기는 곧 ‘의미의 위기’라고 말한다. 또한 빅터 프랭클은 인간은 “의미에 대한 우리의 원초적 추구가 실패했을 때 쾌락이나 권력을 추구하게 된다.”고 말한다.

 

온라인게임은 이제 막을 수 없는 우리의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온라인게임을 하나의 여가활동으로 즐긴다. 그러나 온라인게임의 과몰입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그리하여 온라인 여가활동과 오프라인의 여가활동이 균형 있게 이루어져 온라인게임이 그저 ‘놀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으면 한다.

 

 

청소년의 온라인게임 과몰입을 막기 위한 예방책

 

첫째, 인터넷을 바로 알자.

 

지도자들은 인터넷을 기능적인 도구로만 접근하지 않는다. 디지털미디어 환경에 대한 이해를 돕는 책을 전혀 읽어본 적이 없다면, 당장 서점에 가서 책 한 권이라도 읽어 이 시대의 어른으로서 자존심을 세웠으면 한다.

 

둘째, 시간 관리의 중요성과 일상생활을 계획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청소년과 함께 대화하고 합의하여 게임 시간을 정한다. 이에 따른 규칙과 목표를 세워 시간관리 훈련을 하여야 한없이 빠져들게 하는 인터넷 세상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셋째, 온라인게임을 올바른 놀이 문화로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운다.

 

개방된 공간에서 청소년과 함께 온라인게임을 한다. 게임의 오프닝, 스토리 장치인 배경과 인물의 특징 그리고 아이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또한 스토리는 어떻게 전개되는지, 캐릭터에 대한 서로의 감정 상태는 어떤지 이야기한다. 특히 게임이 진행되면서 자기 정체성에 대한 의식변화에 대하여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넷째, 정서적이고 심리적인 동반을 해준다.

 

온라인게임에 빠지는 청소년들은 대체적으로 자기통제가 어렵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자기통제가 어려운 청소년은 합의된 계획표를 수립하여 전략과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또한 부모자녀 간의 의사소통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감정표현은 잘하고 있는지 살핀다. 가족구성원 간의 친밀감이 떨어지는 청소년일수록 게임 속의 캐릭터에게 쉽게 매료된다. 특히 한 부모 가정이나 맞벌이 자녀들의 중독성이 심각하다.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 통제가 어려워지고 부모와의 대화 부재로 부모에 대한 거부적 태도가 높게 나타난다. 이들은 특히 가족과 활동을 늘리고 가족여행이나 다양한 활동을 하도록 한다.

 

다섯째, 건강한 여가활동을 한다.

 

아동기부터 컴퓨터보다 자연과의 체험활동을 하게 하고, 가족과 함께 문화예술 관람 활동이나 여행을 하도록 한다. 낮은 자아 존중감이나 학업 스트레스 역시 게임 중독의 원인이 된다. 가족과 또래들과의 신체적인 여가활동 시간을 늘리고 자존감을 높일 수 있도록 스스로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미션 수행 활동을 하는 것도 좋다. 스포츠 활동이나 산행 또는 캠프로 환경변화를 주면서 공동체성 의식과 관계능력을 향상시킨다. 다양한 활동과 체험으로 여가 선용하는 방법을 익혀나간다면 온라인게임만을 고집하는 태도를 예방할 수 있다.

 

* 김용은 제오르지아 - 살레시오 수녀회 수녀. 뉴욕 대학원(NYU)에서 ‘미디어 생태학’을 전공하였으며, 현재 광주광역시 청소년수련원 문화과장이며 광주가톨릭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0년 4월호, 김용은 제오르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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