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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문헌ㅣ메시지

2007년 제93차 세계 이민의 날 교황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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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7-04-06 ㅣ No.229

교황 베네딕토 16세 성하의

2007년 세계 이민의 날 담화

(※ 한국 천주교회의 2007년 세계 이민의 날은 4월 29일입니다.)


이민 가정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다가오는 세계 이민의 날을 맞이하여, 모든 가정의 모범인 나자렛의 성가정을 바라보며, 저는 여러분들에게 이민 가정의 상황을 생각해 보도록 권하고 싶습니다. 마태오 복음사가는 예수님께서 태어나신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요셉이 헤로데 임금의 박해를 피해 밤에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해야만 했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마태 2,13-15 참조). 1952년에 존경하올 저의 선임자이신 하느님의 종 교황 비오 12세께서는 복음서의 이 부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포악한 군주의 횡포를 피하여 이집트에서 피난 생활을 하는 예수님과 마리아와 요셉의 나자렛 성가정은 모든 시대 모든 곳의 이민과 순례자, 박해나 빈곤 때문에 그들의 고향, 사랑하는 부모와 친지, 이웃과 가까운 벗들을 떠나 낯선 땅으로 떠나야만 하는 다양한 처지에 놓인 모든 난민의 전형이며 보호자입니다.”(교황령「피난 가정」[Exsul Familia Nazarethana], AAS 44, 1952년, 649면). 이집트로 피난을 가야만 했던 나자렛의 성가정이 겪은 역경에서, 우리는 모든 이민들, 특히 난민, 망명자, 추방자, 실향민, 박해받는 이들이 살아가고 있는 고통스러운 상황을 엿볼 수 있습니다. 수많은 이민, 난민들과 실향민들의 고충과 곤욕, 결핍과 허약함 등, 모든 이민 가정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대번에 볼 수 있습니다. 비록 이민으로 일그러지고 약해졌지만, 나자렛 성가정은 모든 가정의 한가운데에 계신 하느님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번 세계 이민의 날 주제인 ‘이민 가정’은 1980년, 1986년, 1993년의 주제들과 연속선상에 있습니다. 이는 이민 개인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정도 지원하는 교회의 책임까지도 강조하려는 것입니다. 가정은 생명 문화의 터전이자 원천이며, 가치관을 완성시키는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이민 가정은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고 다시 함께 모여 살기 힘든 상황에서 종종 가족의 유대가 끊어지기도 합니다. 새로운 관계를 맺고 새로운 애정이 싹틉니다. 어떤 이민들은 격리와 고독의 혹독한 시련을 견디지 못하고 과거와 자신의 의무를 잊어버립니다. 이민 가정이 실제로 그 사회에 속하고, 참여하는 것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 가정의 조화로운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2003년 7월 1일에 발효된 ‘모든 이주 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 보호에 관한 국제 협약’의 취지는 남녀 이주 노동자들과 그들의 가정을 보호하는 데에 있습니다. 이는 이제 우리 사회의 구조적 현상이 된 이민의 영역에서도 가정의 가치를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교회는 이민과 난민과 그 가족들의 권리 보호에 그 목표를 두는 국제법의 비준을 촉구합니다. 또한 여러 기관과 단체를 통하여, 점점 더 절실해지는 이민들의 옹호 활동을 합니다. 이러한 목적으로 교회는 이민들의 상담 센터, 이민들의 쉼터, 이민과 가족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무소들을 열었으며, 이 분야에서 점점 더 늘어가는 요구에 응답하는 여러 활동들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민 가정의 통합을 위해 이미 많은 일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해야 할 일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이민 1세대는 ‘방어기제’와 연관된 어려움을 심하게 겪으며, 이는 이민 2세대 젊은이들의 더 나은 발전을 방해할 위험을 내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민들의 통합을 돕기 위한 입법적, 사법적, 사회적 중재가 더욱 더 필요한 것입니다. 최근 들어, 더욱 유망한 직업적 전망을 염두에 두고, 더 나은 생활 조건을 찾아서 모국을 떠나는 여성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인신매매나 매춘의 희생자가 되고 마는 여성의 수도 적지 않습니다. 가족의 재결합에 있어서, 사회복지사, 특히 여자 수도자들은 그 가치가 충분히 인정될 중재역할을 할 수 있으며, 이에 우리는 마땅히 감사하여야 합니다.

 

이민 가정들의 융화와 관련하여서, 저는 여러분들에게 난민 가정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주시라고 요청할 의무감을 느낍니다. 그들의 처지는 과거에 비해 더욱 악화된 것 같아 보입니다. 특별히 가족의 재결합에도 관심을 가져 주십시오. 난민 수용소에서 난민들은 물자 보급의 어려움과 비참한 상황에서 비롯되는 정신적 충격과 스트레스에 관련하여 성격상의 문제를 겪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여성들과 어린이들이 생존기제로 성적 착취의 위험에 노출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경우 세심한 사목적 배려가 필요합니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사목적 배려로 존중의 문화를 회복하고 또한 진정한 사랑의 가치도 재발견할 수 있는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지원도 포함하여야 합니다. 내적으로 파괴된 이들이 자신감을 회복하도록 용기를 북돋아 주어야 합니다. 가족들의 권리와 존엄을 보장하고 그들의 필요에 따라 주거 시설을 보장하도록 모든 것이 강구되어야 합니다. 난민들은 자신들을 받아준 사회에 대해 개방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를 기르고, 모든 이를 위한 ‘공동의 가족’이 될 통합된 공동체 건설에 함께 참여하자는 제안을 능동적으로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 요구됩니다.

 

이민들 가운데에는 특별히 고려되어야 하는 부류가 있습니다. 집을 떠나 멀리 외국으로 와, 충분한 언어 지식도 없이, 때로는 친구도 없이, 생활하기에 부족한 장학금만으로 살아가는 유학생들입니다. 그들이 결혼이라도 하게 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됩니다. 교회는 지원해줄 가족이 없는 젊은 학생들의 고생을 덜어주고자 교회 기관을 통하여 도와주려고 최선을 다합니다. 이는 기꺼이 그들을 환대하며 서로 잘 알고 지내기 쉬운 가족들과 연결시켜 줌으로써 이 학생들이 자신을 받아준 도시 안에 통합되도록 하는 데 실로 도움이 됩니다. 제가 다른 경우에 말씀드린 적이 있듯이 외국인 유학생들을 도와주는 것은 “사목 활동의 중요한 분야로서 ... 실제로 학업을 위해 모국을 떠난 젊은이들은 많은 문제들에 부딪치게 되며 특히 정체성의 위기라는 위험에 봉착하게 됩니다”(로세르바토레 로마노, 2005년 12월 15일자).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세계 이민의 날이 교회 공동체와 여론을 통하여 이민 가정들의 긍정적인 잠재력뿐만 아니라 그들의 필요와 문제들에 관한 인식을 높여주는 유익한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특별히 저는 거대한 이민 현상에 직접 관여하는 이들과 그리고 유동 인구에게 봉사하는 데에 사목적 역량을 발휘하는 이들을 생각합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다그칩니다.”(2코린 5,14)라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은 도움을 가장 필요로 하는 우리의 형제자매들에게 우선적으로 우리 자신을 내어주도록 재촉합니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저는 여러분 각자를 위하여 하느님의 도움을 간청하며, 애정 어린 맘으로 모든 이에게 사도로서 특별한 축복을 드립니다.

 

바티칸에서

2006년 10월 18일

교황 베네딕토 16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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