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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신학ㅣ사회사목

[본당사목] 지역사회 개념의 변화와 본당의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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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5-01-06 ㅣ No.280

지역사회 개념의 변화와 본당의 위상

 

 

1. 지역사회의 개념

 

지역사회는 일정한 지리적 범위 내에 형성된 사람들의 사회생활 공동체로 정의할 수 있다. 지역사회는 거주의 장소, 소비의 장소를 중심으로 한 근린관계와 생산의 장소와 여가의 장소를 겸비하는 공간개념으로 이해되어 왔다. 농경사회에서는 소비생활과 생산노동 그리고 여가활동이 동일한 지역에서 이루어졌으나, 산업화가 진행됨에 따라 이들이 서로 분리되는 현상을 경험하게 되었다. 지역사회의 주요 기능이 분화되는 현상은 도시화와 함께 진행되어 대도시의 경우 익명성의 보장과 함께 전통적인 주거개념이 붕괴되기 시작하였다. 거주장소로서의 지역사회와 노동장소로서의 기업이나 공장과의 거리가 멀어지면서 이동성이 증가하게 되었고, 심한 경우 거주장소로서의 지역사회가 침상도시(bed town)화되는 결과를 낳기도 하였다.

 

산업화가 도시화와 맞물리면서 지역사회는 전통사회의 통제기능을 상실하였으며, 핵가족화와 함께 부모세대와 자식세대의 직업이 차별화되었다. 세속화는 이러한 사회변화와 함께 진행되어 각종의 아노미 현상이 발생하게 되고 새로운 유대와 새로운 인간관계를 요구하게 되었다. 퇴니스는 공동사회(community)에서 이익사회(society)로 전환하는 것을 산업화와 근대화의 핵심적인 변화로 이해하였는데, 이익사회는 혈연과 지연을 벗어나 계약에 기초한 인간관계를 설정하는 것이었다. 곧 공동사회에서 인간관계가 전인적(integral)이었다면 이익사회에서는 부분적(partial) 관계가 주류를 형성하는 것이어서, 더욱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와 상호작용을 요구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나이와 출신지역보다는 외모와 경제적 능력 및 계약이 지배적인 사회로 변모하게 되었다.

 

20세기 후반기에 진행된 정보화 사회로의 전환은 또 다른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의 이행에서 도시화가 공간적인 측면에서의 변화였다면, 산업사회가 정보화되면서 새로운 공간개념이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구화(globalization), 지역화(regionalization), 지방화(localization)를 들 수 있다. 산업화시대는 기본적으로 민족국가가 분석의 기본단위였으며 국가는 주권을 가진 강력한 정치체였다. 그러나 후기산업화와 정보화를 맞이하면서 주권국가의 위상은 점차 약화되고 있으며 다양한 형태의 공간적 분화가 진행되고 있다.

 

국경을 넘나드는 자본과 노동의 이동은 실제적인 상황이며, 지구촌이나 세계화의 문제도 획일적인 사회로의 수렴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와 생활양식이 서로를 인정하면서 공존하는 시대로의 이행을 의미한다. 따라서 지역사회는 세계의 일부분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나 다른 지역사회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존재양식을 구현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지역사회의 개념은 근본적인 변화를 포함하며 세계화와 지방화를 합성하는 ‘세방화(glocalization)’를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공간 차원의 변화는 정보화와 접목되면서 지역사회 내의 개인에게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한 지식과 인식을 요구하고 있다. 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먼 나라의 현실이 아니며 오늘을 살고 있는 개인에게 삶의 다양한 분야에서 이들과의 연계를 통해야만이 생존이 가능한 세계로 인류를 내몰고 있다. 때때로 과도한 정보와 지식으로 현대인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곧 상대적으로 제한된 정보를 접할 수 있었던 산업화시대에는 적은 양의 외국에 대한 정보를 갖고도 비교우위를 점하면서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으나, 오늘의 현실에서는 기본교육을 받은 대다수의 인구가 인터넷을 통해 이들 정보에 노출되면서 전문가라 불리는 사람들도 고도의 이론적 지식으로 무장되어야 생존이 보장되는 일상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2. 본당의 변화

 

교회법적으로 본당은 교구장의 권위 아래 고유한 목자인 본당신부에게 사목이 맡겨진 교구의 한 부분으로, 교구나 준교구 내에 고정적으로 설정된 일정한 신자들의 공동체라고 정의될 수 있다. 본당은 신자들의 집단과 이들을 사목대상으로 하는 주임신부로 구성된다. 또한 일정한 관할 구역이 설정되어 본당은 원칙적으로 속지적(territorial) 특성을 지니어, 일정한 구역 내 신자들을 모두 포함한다. 과거에도 어느 지역 내 신자들의 전례나 언어, 국적과 그 밖의 이유로 정해진 속인적(personal) 본당을 설정할 수 있었다. 

 

이러한 본당 모델은 기본적으로 농경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었다. 산업사회의 도래는 주거공간과 노동공간을 분리시킴으로써 본당의 지역사회에 대한 독점적 지위와 통제력을 훼손시켰으며 열린 공간의 개념이 도입되면서 상당한 변화를 경험하게 되었다. 산업화와 인구의 대도시 집중 현상은 사람들에게 직업적, 직업 외적 측면에서 사회적 이동성을 증가시켰고, 전통적인 지역의 경계를 쉽게 넘나들고 있다. 교회적으로 보아 본당이나 교구의 경계가 이러한 사회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지 못하다는 평가가 있다. 

 

귀속감(sense of belonging)이나 준거틀(reference frame)이 제한된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오늘의 집단이나 사회의 개념이 과거의 폐쇄적인 모습과는 달리 선택적이며, 열려져 있고, 경우에 따라 귀속성이 쉽사리 거부될 수도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이러한 변화는 본당 간의 경계를 넘나들게 하며 심지어 교구 간의 구분도 불분명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온다.

 

 

3. 지역사회와 본당의 위상 

 

그렇다면 이상과 같은 지역사회 개념의 변화가 가져올 본당과 교회 전반에 대한 영향은 어떻게 접근될 수 있는가? 몇 가지의 가능성을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속지적 성격을 갖고 있는 전통적 본당의 위상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속지적 본당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본적으로 농경사회를 중심으로 생성된 것이었다. 특정한 지역에서 동일한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공동체에서는 속지적 본당이 기능적이었으며 효율적이었다. 

 

그러나 산업화 시대를 거쳐 정보화 사회에 도래한 오늘의 현실에서 이러한 속지성은 나름대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적지 않은 문제점도 보이고 있다. 대도시 본당의 경우 신자들의 의지나 바람과는 상관없이 본당의 경계가 설정되며 해당 사목구 안에 거주하는 주민들 간에 유대감이 형성되기 어려운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또한 한국과 같이 유래 없는 거주지의 이동성을 보이는 사회에서는 교적의 이동이 빈번히 나타나며 현실적으로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판단된다. 

 

일부의 경우 거주지의 이동으로 타본당 구역으로 진입하였음에도 과거의 유대감과 교분을 유지하려고 전적 본당에서 신앙생활을 유지하는 사례도 발견되고 있다. 소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본당의 운영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보기는 어렵다. 본당 영역 내에서 이루어지는 소공동체 운동의 경우도 거주지의 구분에 따라 나뉘는 비자발성에 기초하고 있으므로 신자들이 적응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정보화는 지역사회와 본당의 위상에 상당한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사회학적 관점에서 정보화는 정보기술의 활용을 통하여 한 사회 내 성찰성(reflexivity)이 높아지고, 의사소통이 증가하며, 조직운영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현상이거나 그러한 상태에 도달하는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 지역사회의 정보화는 정보접근성의 보장, 지역특성에 맞는 정보시스템의 구축과 뉴미디어의 보급 촉진을 통하여 지역사회 경제의 활성화, 지역주민 생활의 질 고양, 지역사회 문화의 육성 등을 도모함으로써 지역주민의 정주성을 제고하고 지역사회 간 활발한 정보교류를 촉진하기 위한 정책적 개념이다. 

 

그렇다면 교회와 본당은 이러한 변화에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여러 교회 내의 사이트나 본당별 홈페이지가 이미 존재하고 있으나 소통(communication)의 측면에서 보자면 아직도 미흡한 점이 많다. 따라서 본당사목의 효율성을 위해 이들 매체를 통한 인터넷 선교에 더욱 많은 인적, 물적 자원이 투입되어야 한다. 도시지역에 있는 대형본당의 경우 상대적으로 젊은 연령층에 있는 보좌신부들의 역할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지난 세기의 사회변화를 장기 거시적 관점에서 세속화로 정의한다면 이러한 세속화론과 종교시장론의 관점을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전자의 경우 니클라스 루만(Niklas Luhmann)에 따르면 근대화가 진행될수록 기존의 종교는 위기를 맞이하며 제도교회의 전형인 가톨릭 교회가 가장 큰 위기를 맞이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종교시장론을 주장한 로드니 스탁(Rodney Stark)은 종교적 다원주의가 존재하는 고도 산업사회의 경우, 종교적 참여가 하락하지 않고 오히려 증가한다는 설명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교회를 통해 볼 때 근대화의 진행에 따라 가톨릭 인구는 1980년대까지 급성장하였다가 이후 완만한 증가세 내지 정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양적 측면이 아닌 질적 차원에서 접근해 본다면 루만의 주장은 한국교회에도 어느 정도 적용이 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반면 스탁의 주장은 한국의 사례에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데, 가장 큰 이유는 종교 간 이동현상이 대규모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세속화와 함께 근자에 대두되고 있는 현실적 문제는 주 5일 근무제의 도입에 따른 교회의 변화이다. 서구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근로시간의 단축이 근로자들에게 지역사회의 정치, 문화, 사회적 활동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큰 사회일수록 지역주민의 적극적인 사회활동의 참여가 민주주의 발전에 공헌하는 경향이 있다. 성숙한 민주사회로 도약하려면 국민들이 직접 사회와 정치의 변화에 참여하고 활동하는 행동양식이 요구된다. 이러한 활동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지역주민들이 참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마련과 동시에 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활동하려는 적극성이 존재할 때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위한 지자체와 자원봉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특정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근로자들이 지자체나 해당 지역의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주부들과 비근로자들이 관련 활동을 하고 있으나 사회의 주축을 이루는 근로자들의 건전한 참여와 그러한 체제로의 발전이 바람직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긍정적 의미에서의 변화를 위해 지자체가 근로시간 단축으로 발생하는 토요일에 그 지역에 거주하는 근로자들에게 해당 지역사회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하며, 이러한 활동은 자발적으로 조직되고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주 5일제는 주말의 혁신적인 변화를 동반할 것이다. 4시간 노동의 감소로 토요일이 쉬는 날이 되기 때문에 이제 주말은 금요일 오후부터 시작되며 이에 따른 사회변화가 예상된다. 현 단계 한국사회의 사회발전상을 고려해 볼 때 토요일은 자기계발이나 가족과의 시간 그리고 일요일에는 사회봉사나 각종 종교활동 그리고 때때로 소득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주말 전체를 여행으로 보내는 사례도 발생하리라 본다. 

 

주말의 변화는 새로운 생활방식을 형성하는 동시에 새로운 사고방식도 가져올 수 있다. 주 5일 근무제는 지역사회의 새로운 발견이라는 과제를 부여할 수도 있다.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에 비해 거주지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가족은 물론이고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다양한 기회가 증가할 것이다. 과다 노동에 시달리던 과거에 주택은 잠을 자고 주말에 피곤한 육신을 달래는 장소로서 기능하였다면, 근래에는 근무시간의 단축과 함께 가정 그리고 지역공동체가 더욱 가까이 다가오게 된다. 본당은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여 본래의 의미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국사회의 공간적 재배치나 재구성도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대도시 본당과 농촌의 본당은 분명 인구학적 구성에서 차별성을 보이며 지역사회의 성격도 다르다. 대도시의 경우 인구이동이 가장 빈번한 모습을 보이며 본당 간의 이동은 물론 교구 간의 이동도 자주 나타난다. 수도권의 경우 서울대교구, 인천교구, 수원교구 안에 거주하는 신자들은 거주지 이동에 따라 교구를 몇 년에 한 번씩 변경해야 하는 현실에 놓여있다. 

 

또한 고속철도의 개통으로 천안이나 대전에서 수도권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증가할 수 있으므로 대전교구나 청주교구도 이러한 변화의 영향 아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필자는 이를 거대도시 집단화(megalopolis) 현상으로 설명한 바 있다(『사목』 159호(1992. 4.) 참조). 이러한 상황은 본당사목의 차원에서 획기적인 변화로 여겨지며 본당 간, 교구 간 그리고 관구차원에서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른 세대별 접근도 지역사회와 본당의 논의에서 중요한 쟁점이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의 인구는 출산율의 감소와 평균수명의 증가로 인구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가족당 구성원 수가 3명을 밑도는 현실에 있다. 이는 핵가족의 경우 자녀의 평균수가 1명에 불과하며 이들은 성장과정에서 한 자녀를 잘 키우자는 목표 아래 사회성이 높은 활동보다는 개인 중심의 사교육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역사회와 본당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정적 측면을 보완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운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서 교회를 보는 시각은 전례에 치중하는 제도적 교회상만이 아니라 사회의 하위 영역의 하나인 문화분야에 속하는 교회의 역할과 기능을 염두에 둔 것이다. 교회의 프로그램이 일반 사회와 경쟁해야 한다는 주장은 보기에 따라 교회의 고유한 속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수용될 수 있으나, 지역사회 주민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교회상을 정립하지 못한다면 장기적인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대학의 경우에도 최근 지역사회에 여러 공간을 개방하고 있으며, 심지어 담벼락을 허물고 정원화하여 지역주민들에게 서비스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추구하고 있다.

 

지방자치제도와 연계된 본당의 위상도 관심거리 가운데 하나이다. 중앙정치에서 이양된 다양한 권한이 자치단체에서 수행되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도 가속화될 것이다. 자치의 논리는 기본적으로 자율성에 기초하며, 가톨릭 사회교리의 하나인 보조성(subsidiarity)의 원리를 준용할 필요가 있다. 지역 개념에 대한 새로운 인식은 조직을 경직화된 구조로 보기보다는 생동감 있는 유연한 연결망(flexible network)으로 대체하여 교회의 모습을 자율성을 강조하는 보조성의 원리와도 부합되는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다. 

 

여기서 사회적 이동성이 빈번히 진행되는 대도시 본당들의 경우 교구 안의 본당들을 몇 개로 묶는 지구 개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곧 가능한 한 하위단위에서 자율적으로 문제점을 처리하되 하위단위의 권한을 벗어나거나 단위 간 충돌이 예상되는 경우에 제한적으로 상위단위가 개입하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시각은 전통적인 본당 사목구의 경직된 사고를 완화시켜 주며 본당 간 그리고 교구 간 협력과 이해를 증진시키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이탈리아 주교회의에서는 상대적으로 주변적인 자리에 놓여있었던 본당에 대한 문화사목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프랑스와 벨기에의 경우 그간 고수준의 가톨릭주의가 지배하여 일반 신자들을 배제시켜 왔으며 그 결과 교회가 공동화되었다는 비판 아래, 지역사회에서 속지적 본당이 가지는 잠재력을 부활한다는 목표를 갖고 다양한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이탈리아 교회는 교황 비오 11세 이후 의도적으로 본당들이 양적 그리고 질적 문제를 조합하도록 권장하여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가톨릭 사회운동 단체들(Comunione e Liberazione, Opus Dei, Focolare, Neocate- chumenal Way 등)이 성행하면서, 본당이 특정 단체나 단체의 지도자들과 동일시화되고, 그 결과 본당의 위상이 위축되고 있는 현실에 주목하였다. 본당은 가톨릭 교회의 보편적 가치를 선포하고 이를 실천하는 기초단위이므로 이탈리아 교회의 이러한 노력은 세계 교회를 위한 하나의 모델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곧 지역사회에서 본당이 속지성을 지니면서도 동시에 귀속감과 연합성을 진작시키는 기능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제도로 승화시키려는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이탈리아 교회는 본당의 미래에 대하여 다음의 네 가지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첫째, 개인적 소비의 차원에서 종교 서비스를 제공하는 센터로서의 본당, 둘째, 소공동체로서의 본당, 셋째, 종교 서비스와 소공동체를 합성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본당, 마지막으로, 앞서 언급한 보편 교회의 특징들과 동일시되는 전통적 본당의 부활이 그것이다. 이탈리아 교회는 소공동체 모델이 종교적 권위와 속지성의 기준이라는 제도교회의 성격을 잃고 있다고 지적하며, 전통교회의 부활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4. 맺는 말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여 본다면 지역사회의 변화와 함께 본당이 추구해야 할 방향을 정리할 수 있다. 그것은 지역사회교회(community church)의 개념이다. 지역사회에 착근할 수 있는 교회의 모습, 그것이 21세기 본당이 지향해야 할 바라고 판단된다. 이를 위해 교회는 지역사회와 유대관계를 원활히 형성하고, 사회사목적 차원에서 교회 본연의 사명을 새롭게 실천해야 할 것이다. 곧 지역사회에서 소극적 태도로 본당 안에서만 존재 의미를 찾을 것이 아니라, 적극적 태도로 본당이 속한 지역사회에서 그 존재 의미와 다양한 역할과 기능을 찾는 노력이 요구된다. 이러한 차원에서 신자들은 전통적 의미의 제도 교회가 요구하는 전례만이 아니라 지역사회 공동체 전체를 복음화할 수 있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런 차원에서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오늘의 본당은 일반 사회와 경쟁관계에 놓여있다. 본당을 기업이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겠으나 적지 않은 분야에서 일반 사회의 기관들과 긴장관계에 놓여있다. 그러나 우리는 다시금 이상적인 본당에 대한 그림을 그려보아야 한다. 사람들이 교회를 찾고, 천주교를 택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마음의 평화를 갈망하기 때문이며, 인생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일 것이다. 따라서 일반 사회와의 경쟁에 치중하거나 모방에 탐닉한다면 교회 본래의 의미를 더욱 잃게 될 것이라는 역설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양적인 교세에 치중하거나 본당이 성장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역사회에서 본당의 역할은 가톨릭의 보편적 가치를 믿으라고 권유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러한 가치들을 실현할 수 있는 공간에 사람들을 초대하는 형태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곧 신자들이 제도적 교회에 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자 일주일에 한 번 모이는 공간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복음을 실천하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당의 단위는 인위적인 지역구분에 따른 것이 아니라, 신자들이 살아가는 삶의 한가운데에 자리매김해야만 장기적인 전망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사목, 2004년 5월호, 김시홍(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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