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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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목] 문화위원회: 문화의 복음화, 문화와 신앙의 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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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01-08 ㅣ No.494

[20+4 - 문화위원회] 문화의 복음화, 문화와 신앙의 융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교회의 문화적 세습자산은 전통을 이어주는 중요한 연결고리이며, 눈으로 볼 수 있는 복음화의 기억이고 사목적 도구”(1995년 10월 12일 연설)라고 강조한 바 있다. 또한 교황청 문화평의회의 설립 서한(1982년 5월 20일)에서 “현대 문화와 교회의 대화는 절실”하며 “문화와 신앙의 융화는 문화의 요청일 뿐 아니라 신앙의 요청이기도 하다. 문화가 되지 못하는 신앙은 완전히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충분히 생각하지도 못하며, 충실히 살아가지도 못하는 신앙”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바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문화위원회의 설립 근거이자 목적이기도 하다.

 

교황청문화평의회는 1984년 “각국의 문화의 증진, 각국 주교단이 대화와 문화사목의 의견 교환 등을 통한 복음화의 실현을 위하여 주교회의 위원 중에 정기적으로 연락할 수 있는 책임 주교 1명을 선정 통보하여 주도록” 요청하였고,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이에 부응하여 1984년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 때 문화위원회를 설립하였다.

 

 

문화위원회는 무슨 일을 하나?

 

문화위원회는 교황의 뜻과 교황청 문화평의회의 방침에 따라 구성되었기에, 교황청 문화평의회의 연락처 성격과 기능을 갖는다. 곧 지역교회인 한국 천주교회가 고유한 문화 환경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그 결실을 교황청 문화평의회에 제공하여 보편교회의 선익을 도모한다.

 

현재 문화위원회는 이기헌 주교(군종교구장)를 위원장으로, 여진천 신부(원주교구)를 총무로 하여 산하에 가톨릭 미술상, 교회 문화유산, 교회 사료발굴, 이상의 세 분과를 두고 있다. 각 분과별로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 전문가들이 위원으로 구성되어 구체적인 문화 현실 안에 그리스도의 빛을 전하고자 활발한 활동을 펴나가고 있다.

 

 

가톨릭 미술상 시상

 

문화위원회는 1995년 ‘미술인의 해’를 맞아 한국 종교미술의 발전과 토착화를 후원하고자 ‘가톨릭 미술상’을 제정하였다. 교회미술에 종사하는 예술가들이 ‘교회의 특별한 동반자’로서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빛과 희망을 예술 작품을 통해 세상에 드러내도록 격려하기 위해서였다.

 

가톨릭 미술상은 깊은 신앙심과 높은 예술혼을 표현한 작가와 작품들 가운데 특별상과 본상을 가려 해마다 시상하고 있다. 특별상은 한국 종교미술에 크게 이바지한 원로 작가들의 업적을 기리고자, 또 본상은 현역 미술가들이 발표한 근래작 가운데 우수 작품을 선정하여 시상한다. 지금까지 총 14회 열려 49명의 수상자가 배출되었다. 시상식은 해마다 2월 18일, 곧 미술가의 주보성인인 복자 프라 안젤리코 축일에 거행하며, 수상작 전시회도 열린다.

 

 

교회 문화유산 보존 관리

 

최근 안타깝게도 한국 교회의 귀중한 문화유산이었던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이 화재로 소실되었고, 사회적으로는 나라의 보물 숭례문이 전소되는 사고를 접하면서 교회 안팎으로 문화재 보호와 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점차 커지고 있다.

 

문화위원회는 2004년 교황청 문화재위원회의 “예술적, 역사적 가치가 있는 교회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그 가치를 증진시키고자 그 현황을 파악하고 보존 · 보호 · 진흥에 힘써야 한다.”는 권고를 받아들여 2005년부터 한국 천주교회 문화유산 보존 관리를 위한 연구 작업을 시작하였다.

 

교회 전반에 걸친 문화유산 현황을 파악하는 실태 조사를 종합하여 2006년 11월에 ‘교회 문화유산 보존 관리’를 위한 심포지엄을 개최하였다. 이후 산하에 ‘교회문화유산분과’를 신설하여 교회 문화유산 관리 보존에 관한 지침을 마련하고자 본격적인 작업을 펴나갔다. 총 5년에 걸친 이와 같은 작업이 열매를 맺어 2009년 9월 7일 주교회의 상임위원회의 승인을 받았고, 마침내 11월 29일 대림 제1주일에 “한국 천주교 문화유산 보존 관리 지침”을 발행하게 되었다.

 

교회 전례력으로 보면 새해의 시작이요, 구세주의 오심에 대한 희망과 기쁨으로 가득한 대림시기에 발간되는 이 지침서가 한국 교회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깨닫고 그 가치를 재인식하며, 나아가 교회 문화유산의 보존과 관리에 희망의 등불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어 후속작업으로 각 부문별(교회 건축물, 교회 미술품, 교회 유물, 천주교 박물관 등) 상세 지침을 마련할 예정이며, 각 교구 문화유산 담당자들을 위한 교육도 구상하고 있다.

 

 

교회사료 발굴 정리

 

교황 바오로 6세는 ‘기록과 문서’는 ‘그리스도의 자취’이기에 이에 대한 존중은 “그리스도에 대한 존중”을 의미한다고 강조하였다(‘교황청 문서 관리인들에게 한 연설’, 1963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가장 소박한 것에서부터 가장 중요한 것에 이르기까지 기록들을 가치 있고 적절하게 보존하는 것은 진리에 대한 하나의 임무”(1981년)라 강조한 바 있다. 교회 문서들은 또한 교회 문화유산의 중요한 일부이기에 문화위원회는 그 보존, 관리, 활용에 대해 책임의식을 갖고, 무엇보다 국외에 흩어진 한국 교회 사료들을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수집된 사료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인식하였다.

 

그리하여 1997년부터 전 세계에 산재한 한국 교회 관련 사료들을 수집하고, 이를 판독, 정리하는 작업을 펴고 있다. 해외 사료들은 한국 교회의 특수성 속에서 복음화가 어떻게 전개되어 왔고, 우리 신앙 선조들이 박해 속에서 교회를 어떻게 지켜왔는지를 보여주는 더없이 귀중한 한국 교회의 문화유산이다.

 

지금까지 문화위원회가 수집한 사료들은 교황청 인류복음화성과 파리 외방 전교회,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 메리놀 외방 전교회 등의 문서고에 소장된 한국 교회 관련 문서들이다.

 

이렇게 수집한 사료들은 목록화 작업과 필사본의 판독 작업을 거쳐 ‘주교회의 문서고’에 보관하고 있다. 또한 판독 작업을 마친 사료들은 제본 작업을 거쳐 각 교구 교회사연구소와 신학대학 도서관, 해당 수도회 등에 배포하고 있다.

 

2007년에는 메리놀 외방전교회가 발행하는 잡지 “The Field Afar”(1915-2005년)의 한국 관련 기사 합본을, 2008년에는 불어 잡지인 “전교회 연보(Annales de la Propagation de In Foi)”(1822-1969년)와 “가톨릭 전교지(Les  Missions  Catholiques)”(1868-1964년)에 실린 한국 관련 기사 합본을 배포하였다. 2009년부터는 일제 조선 총독부 관보에 실린 한국 교회 관련 기사들의 색인 작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2010년에는 재검 작업을 마친 파리 외방 전교회 문서 판독본을 제본하여 배포할 계획이다.

 

앞으로 문화위원회는 한국 교회가 펼쳐온 복음 선포의 역사를 말해주는 소중한 기록들인 다양한 교회 문화유산들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보존 관리하는 데 힘쓸 것이다. 또한 미래의 교회 유산이 될 새로운 미술 작품의 창작을 독려해 나갈 것이며, 관심의 영역을 음악 등 예술의 다른 분야까지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아울러 이 같은 작업을 하는 데 문화관광부와 문화재청 등 정부기관과도 계속해서 긴밀한 협조 관계를 이어나갈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 교회의 특수성 안에서 ‘문화와 신앙의 융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 여진천 폰시아노 - 원주교구 배론성지 주임신부이며, 주교회의 문화위원회 총무를 맡고 있다.

 

[경향잡지, 2009년 12월호, 여진천 폰시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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