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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환경의 날 주교회의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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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7-05-28 ㅣ No.237

2007년 환경의 날 담화문

(2007년 6월 5일)


지구 온난화 방지와 평화의 생태학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때 이르게 찾아온 한낮의 무더위와 아침저녁의 기온 차 앞에서 생태계의 변화와 지구 환경의 불균형을 감지하게 됩니다. 오랫동안 삼한 사온으로 표현되었던 한반도의 겨울이 우리 곁에서 사라진 지 오래고, 조만간 이 땅 어디에서나 열대 과일이 재배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의 구체적 일상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이상 기온 현상의 또 다른 이름은 지구 온난화입니다. 학자들에 따르면, 근대 문명의 핵심 성장 동력인 화석 연료의 과도한 사용으로 발생한 이산화탄소가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라고 합니다. 곧 이산화탄소의 과다 배출은 대기 환경을 파괴할 뿐 아니라 온실 효과를 가져와서 기후의 변화를 초래하였고,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인류의 생태 환경을 근본적으로 파괴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온 우주와 지구 생태계는 하느님의 창조 이래 그분의 안배 아래서 끊임없이 순환하면서 생명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소멸이 이루어지는 터전입니다. 근대 문명 이전까지 인류는 이런 생태계 안에서 다른 피조물과 함께 느리지만 안정적으로 자신의 문명을 일구어 왔습니다. 그러던 인류가 이른바 산업 혁명에서 시작된 기계 문명의 혁신과 모든 것을 자본의 가치로 파악하여 이해하는 시대를 거치면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생태계를 전혀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곧 개발과 발전이란 명목으로 하느님께서 부여하신 생태계의 자기 법칙을 교란하거나 파괴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오늘날 이런 사고방식과 생활 방식이 한국 사회 안에서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나는 일들이 바로 대단위 간척 사업과 무분별한 골프장 건설, 인간 배아 복제 연구 등 입니다. 정부와 기업은 바다와 갯벌과 산하, 그리고 극단적으로는 인간 자신마저 화폐의 가치로 환산하는 것이 지극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것이라고 사람들을 호도하고 있습니다. 생태계에 대한 대규모 약탈을 발판으로 한 생산 시스템은 무제한의 소비문화를 전제하지 않고서는 성립할 수 없습니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광고 시장은 끊임없이 대중의 ‘새로운 욕망’을 창출해 내고 있습니다. 더 넓은 평수의 주택, 배기량이 더 큰 자동차, 더 화려한 외식 문화 등으로 우리의 ‘필요성’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오늘날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소비 그 자체에서 찾고 있는 것처럼 비칠 정도입니다. 사회 한쪽에서는 기본적인 인간적 필요도 해결하지 못하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과도한 풍요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올해 세계 평화의 날 담화문에서 베네딕토 16세 교황께서는 ‘평화의 생태학’을 제창하셨습니다. 곧 다른 피조물과의 평화와 인간 간의 평화 사이에 불가분의 연관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교황께서는 그 예의 하나로 제한된 에너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국가 간의 극단적 경쟁을 지적하셨습니다(8-9항 참조). 최근 이라크 전쟁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실제 오늘날 국가 간에 에너지를 놓고 벌어지는 경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으며, 제3세계가 에너지를 비롯한 각종 원자재를 공급하면 제1세계가 상품을 생산하는 국제 분업 시스템은 오래 전부터 강대국과 약소국, 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 사이의 불평등 문제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지구 온난화 문제와 관련해서도 한 사회 안에서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 안에서 이와 관련된 정의가 촉진되기를 희망합니다. 또한 정부와 기업도 더 이상 생태계를 자본의 논리에 따른 개발과 착취의 대상으로만 삼지 말고 모든 피조물의 공동 유산임을 인식하여 생태계의 유기적 순환과 생명의 권리가 존중되도록 국민 의식과 산업적 환경을 개선하는 데 앞장서 주기를 촉구합니다. 아울러 각 신자들과 가정에서는 대중교통 이용하기, 걷거나 자전거 타기, 일회용품 사용하지 않기 등 구체적으로 가능한 목표와 실천을 통해 이것을 이루어 나가기를 바랍니다.

 

오늘날 지구 온난화는 인류가 추구하는 물질만능주의의 부산물입니다. 인류는 지금 스스로 이룩했다고 믿는 물질적 풍요의 부산물 더미에 깔려 신음하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는 과학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결코 특정 지역이나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공동의 문제입니다. 우리가 지금 당장 모든 소비 행위를 포기할 수는 없지만, 그리스도께서는 여기서 지금 여기서 가능한 영적인 가난(마태 5,3; 루카 6,20 참조)을 찾아 나서라고 우리를 촉구하고 계십니다.

 

2007년 6월 5일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최기산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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