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8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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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주교회의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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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7-06-16 ㅣ No.238

2007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담화문

(2007년 6월 24일)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마태 5,9)


화해의 손길을 내미시는 하느님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하느님께서는 십자가의 신비를 통하여 평화를 이룩하시고 죄 많은 인간과 화해하셨습니다(콜로 1,20). 신앙인은 하느님께서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미시어 친히 인간을 구하셨다는 이 놀라운 은총의 힘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하느님과 인간의 화해는 인간과 인간의 화해를 통해서 다시금 드러납니다. 그러하기에 분단의 아픔 속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 민족에게 신앙인은 모든 갈등과 대결을 해소하고 하느님께서 맡겨주신 평화를 이룩해야 할 소명이 있습니다.

 

화해는 더 깊은 사랑의 힘을 가진 사람이 먼저 내밀 수 있는 손길입니다. 고난 속에 있는 북한 동포들은 우리가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어 주기를 원합니다. 지난 6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너무 많이 주저했고, 그리스도의 평화의 힘을 불신했던 나약한 신앙을 반성해야 합니다. 우리가 주저하는 동안 세계의 수많은 나라와 민족은 냉전 이데올로기를 버리고 서로 화해하고 건전한 경쟁을 통해서 발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통일은 감내하기 어려운 짐이 아니라 민족 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희망적 사건입니다.

 


통일은 민족 공동체가 번영하는 희망찬 미래

 

그런데 북한의 현실을 보면서 부담스럽고 혼란스러울 통일이 왜 굳이 필요한가 생각하는 국민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특히 청소년들과 젊은이들은 통일을 부담스러워하고 난처해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것은 통일이 사회적·경제적·정치적 후퇴를 가져올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주도하시는 화해와 평화는 결코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없습니다. 우리 신앙인은 통일에 대한 부정적 사고를 극복하고 모든 이가 그리스도의 평화가 주는 아름다운 민족 공동체를 희망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합니다.

 

첫째, 통일은 닫힌 공간을 열고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것입니다. 사람의 의식과 가치관은 지정학적 요인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데, 남한은 지리적으로 밀폐된 공간에 놓여 열린 세계에 대한 전망을 잊고 있습니다. 한반도를 넘어서 대륙으로 진출하고 더 많은 나라와 민족과 자유롭게 만날 수 있을 때 진정한 번영을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

 

둘째, 통일은 경제적으로 번영하는 민족 공동체의 미래입니다. 남북한의 경제는 분단 상황에 많은 영향을 받는 불안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또한 과도한 군비부담으로 남한의 경제는 성장의 피로에 지쳐 있고 북한의 경제는 자생력마저 상실했습니다. 통일은 이러한 구조적 불안을 몰아내고 경제적 번영을 이룩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셋째, 통일은 불신과 대결을 청산하고 신뢰와 사랑이 넘치는 민족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신뢰는 21세기 국가발전을 주도할 중요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인데, 남·북한은 이러한 사회적 자본이 파산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더 큰 갈등을 극복할수록 더 깊은 평화가 찾아옵니다. 미래의 평화롭고 부강한 민족 공동체는 서로 신뢰를 회복하는 가운데 이루어집니다. 또한 한반도의 평화를 이룩한다면 우리 민족은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주도하게 될 것입니다.

 

넷째로 통일을 계기로 북녘의 동포들이 종교적 자유를 얻고 침묵하는 교회가 성장할 것입니다. 아직 북한에서 종교는 부정적인 인식의 대상입니다.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려면 끊임없는 사랑을 보여 분단이 가져온 모든 장벽을 뛰어 넘어야 합니다. 성령께서 이끄시는 이러한 복음적 희망을 가득 가진다면 북한 동포들에게도 주님의 말씀이 희망이 될 것입니다. 신앙인이 민족의 아픔을 함께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북한 주민들이 깨달을 때 교회는 그 바탕으로 다시 재건될 것입니다.

 

 

희망적 통일을 위한 교회의 노력

 

통일을 준비하기 위한 복음적 희망을 확고히 품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 더 많은 기도가 필요한 때입니다. 핵실험의 위험 속에서도 대화는 계속되었고, 남북의 철도가 왕래를 시작했습니다.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이룩하는 통일은 이미 시작된 것입니다. 그러나 남북의 문제는 너무나 많은 불확실성 속에 있습니다. 교회는 사회의 각 주체들이 서로 협력하여 희망찬 민족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통일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합니다. 통일에 대한 문제만큼은 정파적 이익에 이용하지 말고 서로 가슴을 열고 협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신앙인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친교 안에서, 그리스도의 몸 안에 있는 지체로서 일치와 화합이 가져오는 생명의 충만한 은총을 알고 있습니다(1코린 12,12-13). 그 삼위일체적 친교의 사랑으로 통일을 준비합시다. 성령께서는 어리석은 인간의 생각을 넘어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서 일하고 계십니다.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민족의 미래를 위해서 기도하고 실천하고 노력하는 교회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아버지, 아버지께서 제 안에 계시고 제가 아버지 안에 있듯이, 그들도 우리 안에 있게 해 주십시오.”(요한 17,21)


2007년 6월 24일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김운회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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