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사목신학ㅣ사회사목

[가정사목] 가족간의 갈등과 상처, 어떻게 도와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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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5-01-07 ㅣ No.299

가족간의 갈등과 상처, 어떻게 도와주나?

 

 

1. 우리 가정, 무엇이 얼마나 문제인가?

 

“가정은 교회이다. 거기서 생명이 탄생하고, 하느님의 섭리의 손길이 거기 닿아있으며 그 안에서 하느님께서 진솔한 사랑을 연출해 내신다.”

 

사람은 가정에서 태어나 삶의 모든 형태를 배운다. 또한 삶도 가정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가정이 건강하지 못할 때 인간성은 상실되고 사회적 공동체적 삶은 왜곡된다. 개인과 가정, 교회와 사회의 근간이 되는 그 가정이 지금 흔들리고 있고 파괴되고 있다. 그것도 아주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 한국 가정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이혼율이 2위이며 이혼 증가율은 세계 1위이다. 그리고 해마다 15만 쌍 이상의 부부가 이혼하고 있다. 결혼 비율에 비해 이혼 비율이 36%에 이른다. 비록 이혼까지는 아니더라도 가족간에 서로 상처를 입히고, 충돌하며, 고의적으로 역기능을 하는 가족은 더 많다. 지금 우리 가정의 70%가 흔들리고 있다.

 

왜 우리 가정이 이 지경이 되었을까? 충효(忠孝)를 도덕과 사회 가치관으로 여겼던 동방예의지국이 사회뿐 아니라 가정까지도 흔들리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정말로 가정에 관심이 있다면 먼저 우리 가정이 현재 어떤 상태에 있으며, 왜 이런 상태에 이르게 되었는지부터 알고 이해하여야 한다. 그 책임이 교회에도 있다.

 

첫째, 가정을 잘 돌보고 지도하며 이끌어야 할 교회가, 전교하고 성당 지으며 공동체를 관리하는 데만 열중했다.

 

둘째는 신자 개인의 문제나 가정문제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고 알지도 못했으며,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더라도 적절한 시간과 돈을 투자하지 않았다.

 

셋째는 교회 사목자들이 신자들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못했으며, 신자들의 개인적, 가정적인 문제에 큰 관심을 가지지 못했다.

 

우리는 벌써부터 가정의 중요성을 알았고 가정문제의 해결을 위해 ‘가정의 해’를 정하며 떠들썩한 행사를 벌이고 교구마다 조직을 만들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필요와 문제에 비해 우리가 투자하고 쏟은 노력은 아주 미소했다. 그런데 이제는 가정문제를 더 이상 피상적으로 대처할 수 없게 되었다. 가정문제가 교회와 신자들 신앙의 근본적인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가정문제의 원인들을 살펴보자.

 

첫째, 현대로 접어들면서 기존의 충효, 가장 중심의 가치관과 질서가 무너지고, 가족간에도 이기주의가 더욱 팽배해졌다.

 

둘째, 현대 가정에 적합한 새로운 가족 윤리와 가치관, 행동방식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셋째, 부부 사이, 부모와 자녀 사이의 성격과 사고방식이 뚜렷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으며, 자아의식이 강해져 서로 충돌하기 시작했다.

 

넷째, 현대의 개인 이기주의와 불건전한 사회적 현상이 그대로 가정에 침투하고 있다.

 

다섯째, 여성과 자녀들의 사고방식과 생활방식, 가치관이 급격히 바뀌면서 기성세대와 충돌하는 것은 물론이고, 신세대 가정 안에서도 마찰이 생기고 있다.

 

여섯째, 가족간에 견해가 다를 때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 기술이 부족하다.

 

일곱째, 한 사람이 사회적 인간으로 성숙하는 데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인격과 가치관, 곧 이해, 관심, 나눔, 헌신, 용서, 포용, 사랑과 같은 요소들을 배우고 익히지 못했다.

 

여덟째, 과거의 억압, 왜곡된 의식과 가치관, 마음의 상처가 심해 가족관계에서도 문제가 되고 충돌하고 있다.

 

아홉째,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 적고, 자기의 생각을 함께 나누는 시간이 별로 없다.

 

열째, 가족문제 해결을 위한 상담소나 교육 프로그램이 턱없이 부족하다. 일부 교구에서는 가정사목부를 신설하였지만 대부분 비전문가들이다.

 

자신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가든지, 다른 이의 문제를 돕든지 어쨌든 이러한 문제를 풀어가려면 적어도 몇 가지 지식과 방법을 알아야 한다.

 

첫째, 다른 이에 대해 진심으로 관심을 갖고, 도우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친구나 연인 또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마음을 갖는 것이 어렵지 않다.

 

둘째, 가족간에도 누구나 각기 고유한 사고방식, 감정, 행동방식, 가치체계가 있음을 알고, 이를 이해하고 인정하며 존중하여야 한다. 누구를 판단하고 조정하거나 원칙을 제시하는 방식으로는 효과적인 도움을 얻을 수 없다. 설교, 훈계, 지시, 명령은 도움이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불신과 적개심이 마음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설교나 훈계를 한다면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 이미 성격이 되고 기질화된 부분들이 있음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셋째, 각기 상대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이나 감정, 행동방식이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알아야 하고, 그런 문제가 상대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알게 하여야 한다.

 

넷째, 이런 부정적인 표현이나 행동을 이해하고 중단시키는 일이다. 상대에게 역기능을 하게 한 부정적 사고와 감정, 행동방식을 중단하지 않는 한, 그리고 가족문제의 여건을 개선하지 않는 한, 일시적으로는 좋아질 수 있지만 얼마 가지 않아 다시 충돌하게 된다. 가족간에도 반복해서 나쁜 감정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 감정이 생각과 마음, 행동을 좌우하게 되기 때문에 내면에 있는 이러한 부정적인 사고, 감정, 행동방식을 깨닫고 이해하여 스스로 중단하고 서로 바람직한 행동을 할 수 있게 도움을 주어야 한다.

 

다섯째, 서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바람직한 행동을 하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비난이나 훈계는 중단하고, 칭찬이나 사랑 또는 관심을 지속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사랑은 사랑을 낳고 미움은 미움을 낳는다. 미움과 불신을 중단하고 사랑을 증진시키는 것만이 갈등을 해소하고 사랑을 열어가며 서로 존중하게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말 중요한 것은 의사소통 방식의 개선이다. 대부분의 가정문제는 인격적인 문제와 의사소통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대부분 일방적인 의사소통을 하며, 문제가 생겼을 때에만 문제로 삼는다. 특히 부모들은 자녀를 대할 때 훈계나 명령, 지시, 금지, 욕설이나 처벌의 방식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방식은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분노와 불신을 증가시킨다.

 

 

2. 문제 해결을 위한 중재와 해결 방식

 

교회 공동체의 사목자는 신앙뿐 아니라 삶의 중재자이기도 하다. 사람들을 하느님께 이끄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 간에 사랑과 일치를 만들어가고 그들의 영성이 풍요로워지도록 도와야 한다. 사목자는 신앙적인 사명을 지닐 뿐만 아니라, 올바른 인격과 가치관으로 사람들의 문제를 도울 줄 아는 능력도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사목자는 그리스도적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께서 어떻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치와 사랑을 만들어가셨는지 알아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사람과 하느님 사이의 문제를 중재하고 하느님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치와 사랑을 이루고자 오셨다. 그분은 어떻게 해서 사람과 사람, 하느님과 사람 사이의 중재자가 되셨을까? 사목자는 신학적 지식과 신앙도 필요하지만 현대 심리학이 어떻게 해서 사람들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해 가고 있는지도 알아야 한다. 심리학은 인간을 알고 적절하게 도울 수 있는 이론과 방식을 개발했으며, 실제로 효과적으로 사람들을 치유하고 변화시키고 있다. 그것이 내담자 중심의 문제 해결 방식이다.

 

사목자가 가정문제를 효과적으로 도와주려면 적어도 가족에게 무엇이 중요하며, 누가 무엇을 어떻게 문제 삼고 있고, 서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가족이 서로 대화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하는데, 가족끼리만 만나면 진솔한 대화가 이루어질 수 없다. 왜냐하면 그들이 문제를 표현하는 방식이 잘못되어서 갈등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실한 중재자가 필요하다. 그런데 신자들은 대체로 사목자를 신뢰한다. 사목자나 전문가가 중재자가 되어야 하는데, 교리나 성서의 원칙만으로 중재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것이다. 중재자는 서로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과, 그것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어떻게 해서 문제가 더욱 악화되었는지, 무엇을 싫어하고 좋아하는지를 솔직하게 나눌 수 있게 해야 한다. 서로가 자신의 문제를 충분히 표현하고 상대의 생각과 마음을 이해하게 되면 문제 해결의 길이 열린다. 남은 것은 그동안 가졌던 불신, 불만, 미움, 적개심을 해소하고 서로 바람직한 행동을 만들어가는 일이다.

 

서로의 감정을 충분히 표현하면 감정이 치유될 수 있다. 감정을 해소하고, 상대를 부정하고 비난하는 방식을 쓰지 않으면서 사랑을 표현하기 시작하면 일치와 사랑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서로 충분히 나누고 이해하고 나면 서로 원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정리하여 목록 표를 만들 필요가 있다. 서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정하고 이를 지켜가면 문제는 해소되고 일치와 사랑은 깊어진다.

 

한 사람의 변화와 가정의 변화는 그만큼 어렵고 중요하다. 이는 바로 구원과 관련된 일이다. 한 사람이 미움과 불신에서 해방되고 가족이 서로 사랑을 되찾아가는 것, 이것이 바로 구원이다. 구원은 천당에 마련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여기’ 현실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사목자들은 사람들의 문제에 직접 관여하여 문제를 올바르게 해결해 가도록 도움으로써 사람들을 구원으로 이끌 수 있다. 교회를 건축하고 사람들을 교회로 모으는 것은 그들의 구원을 위해서이다. 구원을 위한 실제적인 일에는 투자를 하지 않고 겉으로 드러나는 교회 일에만 마음을 쓴다면 사람들은 교회와 사목자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이제 사목자는 사람들의 문제, 특히 가정문제를 효과적으로 도울 줄 알아야 한다. 사목자가 가정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가족이 서로 마음을 열고 서로 간에 가졌던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해소하고 신뢰와 존경과 사랑을 위한 길을 열어갈 때 거기에 복음과 복음정신이 살아있게 된다. 그들이 신앙을 갖고 교회에 나와 활동하게 하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현대는 많은 사람들의 인격에 문제가 있고, 가정에 문제가 생겼을 때 문제를 해결해 갈 수 있는 대화방식이 미숙하다. 아무리 신앙심이 깊다 하더라도 인격적인 바탕이 건강하고 의사소통 방식이 합리적이어야만 서로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 그런데 사회가 변하면서 이러한 문제가 가정과 사회에서 한꺼번에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개인적인 문제요 사회적인 문제이며 교회 문제이다. 그러므로 교회와 사목자는 개인과 가정문제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한편, 교회는 개인과 가정에 대해 개별적인 도움뿐만 아니라 체계적이고 교육적인 방식으로도 도와야 한다. 교회 공동체와 교구가 적극적인 프로그램과 기구를 만들어 현대에 맞는 새로운 그리스도인적 가정의 정신과 가치관이 가족과 가정 안에 자리 잡게 하여야 한다. 대개의 경우 건강한 인격과 가치관을 가진 가정은 별로 문제가 없으며, 문제가 생기더라도 쉽게 풀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복음적 정신과 가치관이야말로 한 인간이 하느님 안에서 충만한 삶을 열어가고 가정 안에서 화목하며 사회적으로도 성공적인 사람으로서 뜻있는 삶을 열어갈 수 있게 하는 바탕이 된다.

 

사람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이해, 나눔, 용서, 절제, 봉사, 용기, 희망, 사랑, 신뢰, 정의, 평화, 감사와 칭찬 같은 요소이다. 이는 바로 복음이 인간 구원을 위해 가르치고 있는 요소이다. 우리는 사람들의 인격 안에 이러한 복음적인 정신과 가치가 자리 잡게 하는 데 실패했다고 보아야 한다. 이제라도 가정 안에서 이러한 복음적인 정신과 가치관이 자리 잡도록 교육하고 도와준다면 교회도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가정 안에서 복음적인 정신과 가치관이 싹트고 자랄 때 그 구성원은 충실한 그리스도인으로 남게 되며, 사회도 건강한 흐름을 만들어갈 수 있게 된다.

 

 

3. 가정과 교회의 미래를 위한 제안

 

마지막으로 교구의 정책 결정자들과 본당 사목자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첫째, 교회는 먼저 가정문제와 신앙문제를 상담하고 도울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기구를 만들어 신자들을 적극 도와야 한다. 아마도 각 교구에서 일 년에 짓는 성당 건축 비용, 전교활동이나 행사 비용의 10분의 1만 투자해도 충분할 것이다.

 

둘째, 사목자들은 인간을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는 전문 지식과 방법을 배워야 한다.

 

셋째, 본당마다 가족간의 일치와 사랑을 위한 전문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실시하며, 이러한 프로그램을 이수한 가정은 정기적인 나눔을 갖게 하여야 한다.

 

넷째, 가족 모두가 함께하는 전례나 행사, 모임을 자주 갖게 하여야 한다. 또한 가정교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매주 금요일을 ‘가정의 날’로 정하고, 모든 본당 가정이 이날만큼은 온 가족이 저녁을 함께 먹은 뒤 성서 한 구절을 선택해 읽고 기도하고 대화하는 시간을 갖게 하여야 한다. 이때 서로의 관심사를 나누고 가족이 한 주일 동안 함께할 수 있는 길을 찾는다면 차차 가족간에 진솔한 나눔을 만들어갈 수 있게 되고, 거기에서 그리스도인 정신이 싹트고 자라며 꽃피게 될 것이다.

 

이제 교회와 사목자들은 사람과 사람들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해야 한다. 생각과 마음뿐 아니라 돈과 시간,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사목, 2004년 9월호, 하재별(성심인간계발원 원장,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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