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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신학ㅣ사회사목

[가정사목] 가정사목의 출발점인 혼인사목: 예비부부들에 대한 의식조사 결과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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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5-01-07 ㅣ No.302

가정사목의 출발점인 혼인사목 - 예비부부들에 대한 의식조사 결과를 중심으로

 

 

1. 조사 개관 

 

수원교구 복음화국 가정사목부에서는 날로 감소하는 청년 신자층, 이들의 종교적 무관심, 신자 가정의 신앙 투신도 약화, 성사혼의 감소, 이혼율 증가, 생명의식 약화 등과 같이 교회의 적극적인 사목대응이 요구되는 과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고 기초자료를 수집하고자 2004년 전반기(1-6월) 매월 2,4주 주일에 가나강좌에 참여한 예비부부 전체(559쌍 1,118명)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2003년 주교회의 산하 한국사목연구소가 실시한 가정·생명 의식조사의 연장선에서 예비부부들의 생명, 가정, 성, 혼인, 가정생활에 대한 의식과 신앙생활 실태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이들을 주 대상으로 삼은 것은 연령적으로 동질성을 띠고 있고, 혼인 뒤 출산을 할 예정이며, 가정 공동체를 구성하여 부부가 함께 신앙생활을 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오늘날 한국사회 중간층들의 혼인방식, 혼인과 관련된 각종 사회경제적 배경을 잘 보여주고 있어서였다. 아울러 수원교구가 한국 대부분의 교구가 갖는 특성을 고루 갖추고 있어 한국 천주교회 전체를 반영하는 표본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하였던 것도 조사의 중요한 배경이 되었다.

 

 

2. 조사 결과의 주요 특징 

 

1) 혼인에 대한 인식과 준비 부족 

 

이 조사의 대상인 예비 부부들은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서 보편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혼인에 대하여나 상호책임성에 대한 의식에서 다소 준비가 부족하였다. 성사혼에 대한 무지는 물론, 교회의 가정, 생명, 혼인성사에 대한 가르침을 인지하는 비율도 상당히 낮았다. 혼인 뒤에 겪게 될 위기에 대한 인내심도 약화된 상태였고, 이혼, 성의식, 혼인의 충실성 모두에서도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사회윤리적 의식도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니었다. 

 

2) 수평적 사고방식의 확대

 

이 조사 결과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결과는 전통적인 성역할에 대한 이해가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이다. 남녀의 지위에 대하여 수평적인 의식이 커진 것은 물론 기존의 성역할 분담구도도 거의 대등해졌다. 여성의 의식 성장은 물론 남성들의 의식도 상당히 수평적으로 변화하였다. 게다가 이러한 의식 변화의 하부구조를 구성하는 맞벌이 비중이 높고 여성의 경제 능력도 커져 일시적 변화보다는 의식의 근본적 변화라는 성격이 강하였다. 

 

사실 최근의 이혼율 증가는 이와 같은 변화를 인정하지 않은 데서 비롯되는 측면이 강하다. 수평적 의식은 부부간의 관계에서만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사회 안에서도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자연스레 출산, 육아에 대하여도 남성의 책임을 더 요구하게 되기 때문에 이것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저출산, 육아과정에서 아이들에 대한 적은 관심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생명을 소홀히 다룰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따라서 예비부부들에게서 나타나는 이러한 수평적 의식의 확장은 미래 한국 가정의 모습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3) 성과 생명에 대한 낮은 의식 

 

주교회의 조사나 본 조사, 일반국민 의식조사 등에서 일관되게 확인할 수 있었던 놀라운 사실은 신자 비신자 할 것 없이 생명에 대한 의식이 희박하다는 것이었다. 가정의 가장 소중한 역할 가운데 하나인 생명에 대하여 우려할 정도의 경시풍조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안락사, 사형제도, 낙태에 대한 수용적인 태도도 우려할 정도이다. 특히 낙태에 대한 의식이 희박한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87.6%가 허용에 찬성). 반생명적인 것으로 의식하면서도 실제로 실행에 옮기는 확률이 높은 까닭이다. 예비부부들의 의식이 이러하다면 이들이 가정을 이루고 나서 보여줄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가정사목에서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일이 생명수호가 되어야 하는 이유가 아닐 수 없다.

 

 

3. 조사 결과가 가정사목에 주는 의미 

 

조사 결과의 이러한 특징은 가정사목에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1) 혼인사목의 위치와 비중 조정 필요성 

 

가나강좌에 참여한 예비부부들의 의식을 통하여 교회가 가정문제에 예방적으로 접근하려면 결혼 준비시기부터 사목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미 문제가 이들로부터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원인이 이 시기부터 또는 그 이전에 잉태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단순히 가나강좌를 진행하는 수준을 넘어 체계적인 혼인사목으로 위치와 비중이 조정되어야 할 것이다. 

 

2) 확대된 수평적 사고방식의 반영

 

이 조사 결과와 주교회의 조사 결과 모두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는 전통적인 성역할에 대한 이해가 달라진 것이라 하겠다. 이러한 의식의 변화는 현재 기혼자들의 삶에도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혼인준비기에 있는 신자들은 물론 이미 가정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기혼 부부들에게도 이혼 방지, 성가정 건설을 위하여 의식변화에 기초한 가정생활 지침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가정사목의 모든 프로그램 안에서 유념해야 할 사항이다. 그리고 이 변화의 흐름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가정 내에서 수평적 관계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교육하여야 한다. 

 

3) 성과 생명에 대한 의식 제고 필요성 

 

주교회의 조사나 이 조사, 일반국민 의식조사 등에서 일관되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신자 비신자 할 것 없이 생명의식이 희박해진 사실이다. 가정의 가장 중요한 직무가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계기를 활용하여 신자들에게 생명수호 의지와 혼인의 충실성, 정결생활에 대하여 가르쳐야 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이 영역이 가정사목의 필수적인 내용과 과제가 되어야 함을 말하는 것이다.

 

4) 가정 지원 시스템 구축

 

모처럼 신앙의 열정이 생겼다가도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가 미비하면 이러한 열정을 유지할 수 없다. 가정문제가 늘어나는 것을 염려하기 전에 이를 근원적으로 예방하고, 발생한 문제들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교구 가정사목부에서 감당할 몫이다. 

 

이 조사 결과를 통하여 이렇게 네 가지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또한 이 결과를 통하여 사후 처리보다 사전 예방이 훨씬 더 중요함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혼인을 앞둔 시기부터 가정, 성, 생명문제의 씨앗이 자라고 있다. 오히려 그 이전부터 사회풍조의 영향을 받아 문제를 안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터이다. 이 때문에 가정사목은 예방적 차원에서 혼인준비기부터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물론 가정사목의 범위는 모든 영역을 포괄한다. 생명출산에서 자연사에 이르기까지 인생의 모든 시기에 걸쳐 일어나는 사건과 계기들이 대상이 되기에 말이다. 이처럼 범위가 넓은 것은 모든 것을 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므로, 우선순위를 정해 가정의 핵심적인 문제들에서 출발해야 하겠다.

 

 

4. 가정사목의 보완 대책 

 

가나강좌는 점차 예방사목의 관점에서 내용과 방법론을 수정 보완해야 하겠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한 점이 많다. 이미 나타난 문제들을 수습하고, 그에 대한 대책도 수반되어야 가정사목이 올바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이 결과를 토대로 보완되어야 할 가정사목의 방향을 제시해 본다. 

 

1) 가정문제 상담기능 마련 

 

가정문제 상담은 일반인들이 하는 상담소를 이용하기 쉬운데, 가정사목부 안에서 운영될 필요가 있다. 혼인준비기에서 노인학대에 이르기까지 가정과 관련하여 나타나는 문제 증상들에 대하여 손쉽게 조언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다. 혼인초기에 나타나는 문제들을 기존의 상담소를 찾는 것과 같은 부담이 없이 일상적이고 자연스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신자들이 교회에 도움을 요청해도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으므로 이런 생각을 불식시키고, 본당수녀들에게 역할을 주든지, 지구 차원에서 상설적인 기구를 마련하든지 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겠다. 유사기능인 상설고백소와 함께 운영된다면 사후처리의 기능이지만 문제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2) 성사혼에 대한 올바른 교육

 

예비 부부는 물론이고 기존 신자들 가운데서도 성사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흔하다. 이해가 부족하다보니 사회혼을 주저하지 않는다. 신자 가정이라 하더라도 혼인의 성사(成事)를 위해 성사혼을 강하게 주장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성사혼을 하지 않아서 오는 신앙의 불이익을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사혼이 갖는 신학적 신앙적 의미 등을 올바로 인식시키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다. 교회 안의 모든 매체에서 자주 강조될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3) 외짝교우를 위한 영세 준비 프로그램

 

현재 수강자들 가운데 30% 가까이는 무종교인이거나 타종교 신자이다. 대체로 무종교인이 다수를 차지한다. 수강자들의 숫자로 보면 30%이지만 커플로 계산하면 60%의 커플이 외짝교우가 되는 셈이다. 이것은 지속적인 신앙생활과 성가정 건설에 장애가 된다. 따라서 혼인준비 시기를 여유 있게 갖도록 하고, 성사혼을 바라는 비신자들에게 단축 교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물론 커플이 함께 참석하여야 한다. 이렇게 영세준비와 혼인준비를 병행하여 영세 뒤에 성사혼을 치룰 수 있다면 이후의 신앙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다.

 

4) 혼인 예식 장소 

 

성당에서 예식을 하는 비율(57.2%)은 비교적 높지만 가나강좌에 참석하지 않고 사회혼만을 하는 신자들이 더 많은 것이 문제이다. 이렇게 냉담이나 다른 이유로 성당에서 하지 않는 것은 논외로 하고, 주일 혼배가 어려운 조건이거나 평일 저녁 성당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라면 출신 본당이 아니더라도 지구에 한 본당씩 요일별로 한 군데씩 성사를 집행하는 방법이 좋을 것이다. 더 나아가 교통이 편리한 본당들을 중심으로 예식 홀을 일반 예식장보다 더 아름답고, 편리하게 만들어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면 더욱더 좋을 것이다.

 

5) 인생주기에 따른 사목방식의 세분화

 

기존의 인생주기는 아동, 청소년, 청장년, 중년, 노년으로 구분되는데, 이 시기는 현재의 조사 결과나 나타나고 있는 가정문제를 볼 때 너무 넓고 추상적이어서 조정될 필요가 있다. 이를 기본으로 하고, 혼인여부(기혼, 미혼)로 나누고, 혼인 상태에서도 자녀 유무, 결혼지속기간, 시부모 봉양여부 등으로 세분화하여야만 교육이나 프로그램이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혼인 지속 기간을 예로 들어보자. 현재는 4년 이내에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가장 높고, 그 다음이 10년 이내이므로, 문제의 성격과 발생 빈도에 따라 결혼 1-4년차, 5-10년차, 11-20년차, 21-30년차, 30년차 이상으로 세분화할 수 있어야 한다. 제한된 인력과 자원을 가지고 이렇게 세분화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리라는 것을 알지만, 기본 방향은 이렇게 잡아야 한다. 

 

6) 가정사목 프로그램의 확대와 사목의 우선순위 조정 

 

현재 교회에서 가정사목은 사목의 일부 영역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나타나고 있는 문제들을 보았을 때 가정사목이 사목의 중심이 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함이 있다. 청소년 문제에서 노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제가 가정에서 출발하여 가정에서 끝나는 데다, 40대 이하의 연령대가 교회에서 점차 줄어들면서 이후 교세 성장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무종교에서 개종하는 것보다 가정 내에서 후속세대를 얻는 것이 더 중요해진 시대이다. 가정이 어떻게 살아나느냐에 따라 교회도 계속해서 활력을 얻을 것인지 아닌지가 결정되리라는 것이다. 따라서 가정사목은 교회의 사활이 걸린 과제이다. 이를 위해 현재의 사목의 우선순위를 근본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우선순위 조정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에 대하여는 대부분 공감하고 있으므로 그 사이 우선적으로 시행이 가능한 방식으로 대안을 마련하고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현재의 사목 안에서 가족단위 프로그램을 확장하는 것이다. 주교회의 조사와 이 조사에서도 가족단위의 프로그램을 개설하면 적극적으로 호응하겠다는 신자들이 많았다. 주 5일 근무제 확산과 전 사회적인 삶의 질 향상욕구의 확산으로 가족단위의 움직임이 많이 늘어나고 있으므로, 이러한 움직임을 교회적으로 잘 응용하는 것이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또한 여가시간의 증가가 부부갈등을 증폭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가족끼리의 활동이 늘어나고, 부부의 대면시간이 확대되면서 이전에 잠재되어 있던 관계의 모순이 폭발하리라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에는 주 5일 근무제를 시행한 뒤 이혼율이 두 배로 늘었다. 부부 관계의 핵심이 친밀성(intimacy)의 강화와 유지이므로 이를 도모할 수 있도록 교회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친밀성의 문제는 부부생활 전 시기에 해당되는 것이므로 비중 있게 다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가나강좌에서부터 노인들에 이르기까지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이므로 사목부 프로그램에서도 비중있게 다뤄야 할 것이다. 

 

혼인사목을 체계화하자는 것이 이 조사의 목적이지만, 혼인은 이후 가정문제의 대부분이 싹트는 시기이기도 하므로 이제부터는 둘을 분리하지 말고, 예방적인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제안의 초점이다. 이제는 가정사목이 예방사목이 되어야 하겠다는 것이다.

 

[사목, 2004년 10월호, 이용기(수원교구 복음화국 가정사목부 전담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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