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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 연중 제13주일(교황 주일) 소녀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

교회문헌ㅣ메시지

2003년 전교주일 교황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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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24 ㅣ No.101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하의

2003년 전교 주일 담화문

(10월 19일)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1. 저는 교황직을 시작할 때부터, 저의 교황직을 성모님의 특별한 가호에 맡기고자 하였습니다. 더 나아가 저는, 제자들이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를 비롯하여 … 마음을 모아 기도에 힘썼던”(사도 1,14) 다락방의 경험을 상기하도록 온 신자 공동체에 자주 요청해 왔습니다. 저의 첫 회칙 "인간의 구원자"(Redemptor hominis)에서 이미 저는 열렬한 기도의 분위기에서만 우리는 “우리 위에 내려 오시는 성령을 받게 되고, 오순절에 예루살렘의 다락방을 뛰어나온 그들처럼 ‘땅 끝에 이르기까지’ 그리스도의 증인이 될”(22항)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였습니다.

 

교회는, 성모님께서 어머니이시듯 자신도 ‘어머니’임을 더욱 깊이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2000년 대희년을 맞아 발표한 칙서 "강생의 신비"(Incarnationis mysterium)에서 지적하였듯이, 교회는 “마리아께서 예수님을 모든 민족의 흠숭과 묵상의 대상이 되게 하신 요람”(11항)입니다. 교회는 새로운 복음화의 별이시며 찬란한 새벽이시고 우리 발걸음의 확실한 안내자이신("새 천년기"[Novo Millennio ineunte], 58항 참조) 복되신 동정 마리아와 함께 이 영적 사명의 길을 계속 갈 생각입니다.

 

 

성모님과 묵주기도의 해의 교회의 사명

 

2. 지난 10월 저는 교황 재위 제25주년을 맞아, 대희년 영성의 지속으로서, 그리스도교 전통에 너무도 친숙한 묵주기도를 재발견하도록 하기 위한 특별한 해를 선포하였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신비로운 계획에 따라 하느님께 ‘순종’하심으로써 인류의 구원을 가능하게 하셨고 특히 삶의 가장 어려운 시기에 당신께 의지하는 사람들을 지금도 천상에서 잊지 않고 보호해 주시는 성모님께서 지켜 보시는 가운데 한 해를 보내게 됩니다.

 

저는 묵주기도의 해가 모든 대륙의 신자들에게 그리스도인의 소명의 의미를 심화시키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복되신 동정 성모님을 배우고 그분의 모범을 따른다면 모든 공동체는 자신의 ‘관상적’이고 ‘선교적’인 활동을 더 잘 부각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이 특별한 성모님의 해가 끝나는 바로 그 시점에 거행되는 전교주일을 잘 준비한다면, 전교주일은 이러한 교회 공동체의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할 것입니다. 성모님을 믿고 의지하면서 날마다 묵주기도를 바치며 그리스도 생애의 신비를 묵상할 때 우리는 교회의 사명이 무엇보다도 기도에서 힘을 얻어야 한다는 것을 더욱 깊이 깨닫게 될 것입니다. 묵주기도를 바침으로써 길러지는 ‘경청’의 태도는 신자들을 “모든 일을 마음속 깊이 새겨 오래 간직하셨던”(루가 2,19) 성모님께 더 가까이 데려다 줍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자주 묵상할 때 우리는 “이를테면 성모님의 마음을 통하여 예수님과 생생하게 결합되어”("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Rosarium Virginis Mariae), 2항) 살아가게 됩니다.

 

 

그리스도의 얼굴을 더욱 열심히 바라보는 교회

 

3. Cum Marie contemplemur Christi vultum! 성모님과 함께 그리스도의 ‘얼굴’을 바라보자는 이 말씀을 저는 자주 떠올립니다. 그리스도의 ‘얼굴’이라고 할 때, 그것은 무한한 영광이 빛나는(요한 1,14 참조) 성부의 외아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말합니다. “그리스도의 얼굴에서 하느님의 영광이 빛납니다”("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 21항). 그리스도의 모습을 바라봄으로써 우리는 내적으로 그분의 신비를 더욱 잘 이해하게 됩니다. 신앙의 눈으로 예수님을 바라봄으로써 우리는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신비를 꿰뚫어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나를 보았으면 곧 아버지를 본 것이다.”고(요한 14,9) 말씀하십니다. 묵주기도를 드리면서 우리는 “지극히 거룩하신 성모님과 일치하여, 성모님의 학교에서”("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 3항) 이 신비의 여정을 계속합니다. 사실, 성모님께서는 우리의 스승이시며 안내자이십니다. 성령의 활동에 힘입어, 성모님께서는 우리가 신자로서 다른 사람들에게 예수님께 대한 체험과 우리에게 동기를 주는 희망에 대하여 말해 줄 수 있는("교회의 선교 사명"(Redemptoris misssio), 24항 참조) ‘차분한 용기’를 얻게 해 주십니다.

 

비할 데 없는 모범이신 성모님을 언제나 바라봅시다. 모든 복음 말씀은 성모님을 통하여 놀라운 반향을 얻습니다. 성모님께서는, 우리 사회에 더욱 깊은 영향을 미치고자 신랑이신 그리스도와 깊이 일치되기를 갈망하며 살아가는 교회가 관상하는 ‘기억’이십니다. 심각한 문제들, 무고하게 고통받는 사람들, 무례함과 오만함으로 저질러지는 불의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하여야 하겠습니까? 우리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의 순종을 본받을 때 신자들은 외견상의 ‘하느님의 침묵’ 속에서 우리 구원을 위하여 조용히 울려 퍼지는 말씀을 알아들을 수 있게 됩니다.

 

 

그리스도의 얼굴을 닮아가고 사랑하는 더욱 거룩한 교회

 

4. 세례를 통하여 모든 신자는 성덕으로 부름 받았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에 관한 교의 헌장 "인류의 빛"(Lumen Gentium)에서, 성덕에 대한 보편적 소명은 모든 사람을 사랑의 완덕으로 부르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성덕과 선교는 세례 받은 모든 신자의 불가분의 소명입니다. 더욱 거룩해지려는 노력은 구원의 메시지를 전파하려는 노력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교회의 선교 사명"에서 저는 “모든 신자는 성덕과 선교로 부르심을 받았다.”(90항)고 상기시킨 바 있습니다. 묵주기도의 신비를 묵상하면서 신자들은 그리스도를 따르고 그분의 삶에 동참함으로써 바오로 성인의 말씀대로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고 그리스도가 내 안에서 사신다.”(갈라 2,20)고 말할 수 있게 됩니다.

 

묵주기도의 모든 신비가 성덕과 복음화를 가르쳐 주는 중요한 학교라면, 빛의 신비는 우리 복음의 ‘골자’인 특별한 장면들을 부각시킵니다. 예수님께서 요르단 강에서 세례를 받으신 것은 세례 받은 모든 신자가 “성자 안에서 하느님의 자녀”가 되도록(에페 1,5; 사목 헌장, 22항 참조) 선택받았음을 상기시켜 줍니다. 가나의 혼인 잔치에서, 성모님께서는 하인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고(요한 2,5) 이르시며, 주님의 말씀을 듣고 그대로 따르라고 당부하십니다. 예수님께서 모든 사람에게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고 회개를 권유하셨던 것은 성덕의 길을 추구하라는 명백한 명령입니다. 세례 받은 신자는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변모를 묵상하며 그분을 기쁘게 기다립니다. 또한 성체성사의 제정을 묵상하면서 신자들은 거룩하신 스승께서 제자들에게 당신의 가장 소중한 선물을 남기신 다락방을 자주 떠올리게 됩니다. 그 선물이란 바로 제대의 성체 안에 계신 그리스도 자신이십니다.

 

복되신 동정 성모님께서 가나에서 하신 말씀은, 어떤 의미에서, 빛의 신비 전체가 펼쳐지는 마리아 배경이 됩니다. 사실상,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는 선포와 회개와 용서에 대한 촉구, 다볼산에서의 영광스러운 변모와 성체성사의 제정은 성모님의 마음을 통하여 특별한 반향을 얻습니다. 성모님께서는 그리스도께 시선을 고정시키시고 그분의 모든 말씀을 소중히 간직하시며 우리에게 당신 아드님의 참된 제자가 되는 법을 보여 주십니다.

 

 

그리스도의 얼굴을 선포하는 더욱 선교적인 교회

 

5. 사회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발달로 교회가 예수님을 선포할 수 있는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습니다. 따라서 오늘날 교회는 더욱 빛나는 성덕으로 신랑이신 그리스도의 얼굴을 비추도록 요구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힘든 노력에서, 교회는 성모님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성모님에게서 교회는 배필이신 예수 그리스도께 완전히 헌신하는 ‘동정녀’가 되고 많은 자녀들을 영원한 생명으로 태어나게 하는 ‘어머니’가 되는 법을 ‘배웁니다.’

 

어머니의 주의 깊은 눈길 아래, 교회 공동체는 성령을 가득 받아 다시 태어난 가정처럼 번성하고, 새로운 복음화의 도전을 받아들이면서 형제 자매들, 특히 가난하고 궁핍한 사람들과 신앙과 복음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 안에서 예수님의 자비로운 얼굴을 바라봅니다. 특히 교회는 그리스도야말로 “길이요 진리요 생명”(요한 14,6)이심을 용감하게 소리 높여 세상에 외칩니다. 교회는 “사람이 되신 말씀이시며 유일한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가르침이 바로 기쁜 소식의 핵심”("동정 마리아의 묵주 기도", 20항)임을 담대하게 즐거이 선포합니다.

 

유능하고 거룩한 복음 선포자들을 양성하여야 합니다. 특히 만민 선교에 대한 사도들의 열정이 식지 않도록 하여야 합니다. 묵주기도는, 온전히 재발견되고 평가받는다면, 방대한 사도직 활동 분야에서 일할 하느님 백성을 양성시켜 줄 일상적이면서도 효과적인 교육적 영성적 도구가 됩니다.

 

 

분명한 명령

 

6. 선교 활성화의 임무는 세례 받은 모든 신자와 모든 교회 공동체의 진지하고 일관된 의무가 되어야 합니다. 교황청 전교 기구는 분명 구체적이고 특별한 역할이 있으며, 저는 헌신적으로 그 역할을 수행하는 교황청 전교 기구에 감사 드립니다.

 

저는 여러분 모두에게, 교회와 인류가 특별히 필요로 하는 은총을 주님께 얻을 수 있도록 개인으로나 공동으로 열심히 묵주기도를 바칠 것을 권유하고 싶습니다. 이는 어린이, 어른, 젊은이, 노인, 가정, 본당, 수도 공동체 할 것 없이 모든 사람에게 드리는 권유입니다.

 

여러 가지 지향 가운데서도 저는 평화에 대한 지향을 잊지 않고자 합니다. 전쟁과 불의의 근원은 ‘갈라진’ 마음에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신비를 이해하는 사람은 누구나 평화의 비결을 알게 되고 이를 자기 삶의 목표로 삼습니다. 이는 또한 묵주기도의 목표이기도 합니다”("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 40항). 묵주기도가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된다면, 사람들의 마음과 가정 안에, 그리고 민족들간에 평화를 건설하는 특별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성모님과 함께, 우리는 그 아드님이신 예수님에게서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성모님의 도움을 받아, 우리는 땅 끝까지 기쁜 소식을 전파하는 일에 주저 없이 헌신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마음으로 여러분을 모두 진심으로 축복합니다.

 

바티칸에서

2003년 1월 12일

주님 세례 축일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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