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8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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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문헌ㅣ메시지

2007년 성서주간 주교회의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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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7-11-26 ㅣ No.260

2007년 성서 주간 담화문


말씀의 씨앗과 등불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주어라. 이것이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다.”(마태 7,12)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결실의 계절 가을의 길목에서 우리는 어느덧 성서 주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성서 주간은 그 어느 때보다 하느님의 말씀을 더 깊이 묵상하고 실천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그 이유는 2008년 7월에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개최될 제7차 세계성서사도직연맹회의와 같은 해 10월에 로마 바티칸에서 열리는 제12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의 주제가 모두 “하느님 말씀”에 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교회는 “하느님 말씀”에 대한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이에 대한 신앙인들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두 회의 모두가 지향하고 있는 궁극적 목표는 하느님의 말씀이 세상을 위해 어떤 가치와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깨닫는 데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하느님의 말씀이 사회 공동체 안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 신앙인들의 삶에 과연 얼마나 뿌리 내리고 있는지를 성찰하는 것입니다. 특히 세계주교대의원회의가 제안하고 있는 주제는 하느님의 말씀이 교회 생활과 선교 사명에 어떻게 효율적이고 긍정적인 열매를 맺어야 하는지에 관한 실천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말씀의 식탁에서 생명의 빵으로 힘을 얻은 신앙인들은 세상을 위해 살아야 할 사명이 있음을 일깨우는 것입니다(계시헌장 21항 참조).

 

교회의 이러한 관심과 제안에 발맞추어, 이번 성서 주간의 주제를 “말씀의 씨앗과 등불”로 정하였습니다. 씨앗은 우리 마음의 토양에 뿌려진 생명의 말씀이며, 등불은 세상을 비추는 말씀의 빛을 가리킵니다. 루카 복음 8장에 연속해 나오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와 등불의 비유가 이 의미를 우리에게 잘 전해 주고 있습니다.

 

우선 말씀은 씨앗에 비유됩니다(루카 8,4-15).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잘 성장하기 위해서는 각자 마음의 토양을 기름지게 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좋은 땅에 떨어진 말씀의 씨앗은 우리의 삶에서 풍성히 열매를 맺을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어서 말씀은 등불에 비유됩니다(루카 8,16-18). 등불은 빛입니다. 빛은 덮어서 감추어 두는 것이 아니라 환히 밝혀 집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인도 하듯이, 말씀을 듣고 실천하는 사람은 어둠 속에 있는 다른 모든 사람들을 비춰 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말씀을 받아들인 사람은 자신의 내면에 켜진 빛으로 다른 사람들을 비추어 주님의 집으로 들어오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바와 같이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사람들이 바로 예수님의 가족이 되는 것입니다(루카 8,21 참조).

 

말씀과 신앙과 생활은 삼위일체의 신비와 같이 결코 떨어질 수 없는, 성경을 읽는 세 가지 요소입니다. 성경 말씀을 계시된 주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이고, 교회 전례생활 안에서 말씀을 통한 우리의 신앙을 심화시키며, 그 신앙을 공동체 안에서 구체적인 생활로 실천하는 것입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주님의 말씀인 성경을 이러한 관점에서 받아들이고 가까이 한다면 말씀 안에서 우리는 주님이 부르시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주님은 말씀을 통해 당신을 드러내시고, 우리를 깨닫게 하시며, 우리를 부르십니다. 주님이 말씀을 통해 우리를 부르신다면 우리는 각자의 처지에서 그 부르심에 응답해야 합니다.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주어라. 이것이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다”(마태 7,12).

 

우리는 어떻게 이 말씀을 받아들이고 심화시킬 수 있을지 성찰해 봅시다. 말씀의 빛이 우리를 통해 이웃에게로 널리 널리 비추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며 기도하고 앞으로 나아갑시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살아 있고 힘 있는 말씀’(히브 4,12 참조)으로 늘 함께 계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평화가 항상 여러분과 함께하기를 진심으로 기도드립니다.

 

2007년 11월 25일

그리스도왕 대축일에

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위원장 권혁주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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