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8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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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문헌ㅣ메시지

2007년 제24회 자선주일 주교회의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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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7-12-05 ㅣ No.262

제24회 자선 주일 담화문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 형제도 사랑해야 합니다”(1요한 4,21)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1. 오늘날 인류는 하나의 지구촌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세상이 하나 되는 모습 가운데서도 세계화의 기조를 타고 신자유주의의 경제 논리에 따라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 삶의 모든 영역에서 풍요로움과 “웰빙”을 구가하는 오늘날에도 물질적, 정신적인 빈곤으로 아직도 많은 이들이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국제연합(UN)의 통계를 보면 전 세계 인구 60억 명 중 10억 명은 아직도 하루에 1달러 미만의 절대적 빈곤에 시달리고 있으며 해마다 8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빈곤으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2. 한국 천주교회는 대림 3주일인 오늘을 자선 주일로 정했습니다. 대림 시기는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해 세상에 오신 하느님 강생의 신비를 묵상하며, 이 세상을 완성하기 위해 다시 오실 구세주의 재림을 합당하게 맞이하기 위하여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며 준비하는 은혜로운 시기입니다.

 

예수님께서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도 요한도 그의 편지에서 이웃에 대한 사랑이 하느님을 만나게 해 주는 길이며, 이웃에게 눈을 감으면 하느님도 볼 수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1요한 4,20참조). 그러므로 대림 시기에 우리는 무엇보다도 구체적인 자선을 통해 오시는 주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물질적으로 가난한 이들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비난받는 죄인들에게도 하느님의 자비를 똑같이 베푸셨습니다. 예수님께는 세관장 자캐오, 간음하다 현장에서 붙잡힌 여인, 앉은뱅이와 절름발이와 소경과 같이 사회적으로 차별받던 장애인들, 하늘에서 내리는 벌로 여기던 나병 환자, 악령 들린 이들마저도 하느님의 자비와 구원을 필요로 하는 하느님의 자녀로 받아들이셨습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의 자선은 예수님처럼 모든 형태의 고통 받는 이웃들에게 하느님의 조건 없는 사랑과 자비를 구체적으로 전하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세상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요한 13,35)라는 말씀처럼, 우리의 자선 활동 즉, 사랑의 나눔을 통해 온 세상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체험하게 하고, 하느님의 구원에 초대하여 함께 하는 것입니다.

 

3. 자선 활동은 본질적으로 이웃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활동입니다. 사랑이신 예수님의 정배인 교회에 있어서도 사랑 실천은 존재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러므로 자선 활동은 교회의 의무요 양보할 수 없는 권리입니다.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가난한 이웃과 나누는 자선 활동은 쓰고 남는 것을 나누어 주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성 대(大) 그레고리오 교황님은 “가난한 이들의 필요를 돌볼 때, 우리는 그들에게 우리의 것이 아니라 그들의 것을 돌려주는 것이고, 우리는 이것이 자비의 행위를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정의의 의무를 수행하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도 “정의에 따라 이미 주었어야 할 것을 마치 사랑의 선물처럼 베풀어서는 안 된다.”(평신도교령 8항)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우리는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된 이웃 사람에게서 하느님의 모습과 그리스도를 보아야 한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베푸는 것은 무엇이든 실제로 주님이신 그리스도께 드리는 것이다. 이때 우리는 도움을 받는 사람의 자유와 품위를 최대한 존중하여야 한다.”라고 올바른 자선의 태도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4. 자선과 이웃 사랑은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루카 10, 29-37)에서 보는 것처럼 ‘우연히’ 마주치는 가난한 모든 사람을 향한 보편적인 사랑을 요구합니다. 나의 눈을 이웃에게 조금만 돌리면 우리의 사랑과 관심과 도움을 필요로 하는 많은 형제자매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 안에서 예수님을 바라보며 구체적으로 사랑을 실천하여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한국 전쟁 이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의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세계 경제 규모 14위의 선진국 대열로 도약함으로써, 국제 사회에서 유일하게 원조의 수혜국가에서 공여국가로 탈바꿈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주택, 의료, 교육, 음식, 의복 등의 인간다운 생활을 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 없고, 질병으로 고통을 받는 가난한 이웃들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북녘에 있는 우리 형제들은 이미 만성적인 경제적 난국뿐만 아니라, 올 여름 수해로 인해 식량 문제에도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대림 시기는 다시 오시는 주님을 기쁘고 합당하게 맞을 준비를 하는 때입니다. 주님은 우리 가운데 가장 낮은 곳으로 그리고 가장 연약한 아기의 모습으로 오셨습니다.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웃을 사랑하면서 오시는 주님을 맞이하고 사랑하도록 합시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 형제도 사랑해야 합니다”(1요한 4,21).

 

2007년 12월 16일

제24회 자선 주일에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한국 카리타스)

위원장 유흥식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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