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8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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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문헌ㅣ메시지

2008년 서울대교구장 사순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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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8-02-19 ㅣ No.275

2008년 사순 메시지


나눔과 자선은 하느님과 이웃 사랑의 실천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거룩한 사순 시기는 죽음을 묵상하며 재를 머리에 얹는 상징적인 예식으로 시작되며 신자들에게 회개와 하느님의 자비에 대한 믿음을 일깨워 줍니다. 이 시기는 무엇보다 인류의 구원을 위해 희생과 고난을 겪으신 예수님의 삶을 깊이 묵상하고 본받기 위해 기도를 드리는 때입니다. 따라서 사순 시기에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회개입니다. 근본적인 회개는 우리가 다시 하느님을 향해서 돌아서는 삶의 방향 전환을 의미합니다. 특별히 이 시기에 우리는 하느님의 말씀에 자신을 비추어보며 지난날의 잘못을 겸허하게 반성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겠다는 다짐을 해야 하겠습니다.

 

교회는 사순 시기에 회개와 더불어 단식과 자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난날의 잘못에 대한 뉘우침뿐 아니라 우리의 기도와 절제와 희생을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과 함께 나누는 데 더 큰 의미를 갖습니다. 자선이야말로 가난한 이들을 돕는 방법이며 현세 재물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는 극기의 실천이라고 교황님께서 올해 사순 시기 담화에서 강조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도 광야에서 유혹을 받으시면서 인간은 빵으로만 살지 않고 하느님의 말씀으로 산다고 하셨습니다(마태 4,4).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물질만능주의와 부의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으며 과소비 풍조가 만연해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물질적 조건마저 누리지 못하는 많은 이웃이 있으며, 현대사회에서 예수님께서 보여 주신 자선과 나눔에 대한 요청은 더욱 더 절실해집니다. 진정한 나눔의 정신으로 가진 것을 서로 나눌 때 우리는 그들과 친근한 이웃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인간의 구원을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심으로써 당신 전부를 내어 주시어 사랑의 자선을 몸소 보여 주셨습니다. 따라서 우리도 예수님을 따라 바로 우리 자신을 내어 주어야 합니다. 진정한 나눔은 마침내 벗을 위해 자기 목숨까지 기쁘게 내어놓을 수 있을 때 완성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우리가 하는 자선은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의 구체적인 표현입니다.

 

또한 가난하고 불쌍한 많은 이들을 돕는 것은 자선 행위 이전에 신앙인들이 실천해야 할 사랑의 의무입니다. 자선과 나눔은 가지고 있는 사람과 가지지 못한 사람이 함께 기쁨을 나눌 수 있는 하느님의 은총입니다. 우리는 소유의 기쁨은 잠시뿐이지만 나눔의 기쁨은 참으로 영원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가난한 이에게 얼굴을 돌리지 않으면 하느님께서도 우리에게 얼굴을 돌리지 않으실 것입니다. 자선은 사람을 죽음에서 구해 주고 모든 죄를 깨끗이 없애 주고 자선을 베푸는 이들은 충만한 삶을 누리게 됩니다(토빗 12,8-9).

 

이처럼 우리가 가난한 이들과 나누는 자선을 통해 하느님께 다가가게 됩니다. 자선은 참다운 회개의 방법이 되며 물질의 유혹을 이길 수 있게 합니다. 따라서 사순 시기에 우리 신앙인들이 자선과 나눔에 더욱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실천하는 노력을 기울여야겠습니다. 특별히 신앙인들이 행하는 자선은 이 세상에서 진정한 행복이 물질적인 부가 아니라 사랑임을 증언하게 될 것입니다. 자선과 나눔은 우리의 이기심을 버리게 하고 이웃에 대한 무관심에서 눈뜨게 합니다. 나눔은 바로 이 시대가 절실히 목말라하는 그리스도교적 사랑의 구체적 응답이며 실천입니다.

 

또한 이 사순 시기에 개인적인 차원의 회개와 더불어 사회와 공동체의 회개도 함께 해야 합니다. 주님을 믿고 따르는 그리스도인이 먼저 회개하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우리 신앙인들이 양심의 소리와 신앙의 가르침을 철저히 따르지 못하고 세상과 타협하며 살아온 삶을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사회의 지도자들은 국민에게 물질이 삶의 최종 목적이 아니라 더 중요한 삶의 가치도 있다는 것을 솔선수범해서 가르치고 보여 주어야 할 것입니다. 사순 시기에 우리 사회에 사랑의 나눔과 자선이 널리 퍼져 더 훈훈하고 따듯한 사회가 되기를 갈망합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정진석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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