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교회문헌ㅣ메시지

2004년 제23회 인권주일 주교회의 담화문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2-04 ㅣ No.129

2004년 제23회 인권주일 담화문


인간 존엄성 수호와 사랑의 문화 : 제23회 인권주일을 맞이하여


“모든 골짜기는 메워지고 높은 산과 작은 언덕은 눕혀져 굽은 길이 곧아지며 험한 길이 고르게 되는 날,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구원을 보리라.”(루가 3,5-6)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된 인간의 존엄성이 유린당하고 하느님에게서 부여받은 권리가 짓밟히는 현실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면서 인권을 침해당한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하느님의 정의를 선포하며 실천하고자, 우리 교회는 인류를 구원하러 오시는 구세주의 성탄을 준비하는 대림 제2주일에 인권주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더욱이 2004년 인권주일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막을 내린 지 40주년을 앞둔 특별한 시점에서 맞이합니다. 공의회의 교부들은 “현대의 가난한 이들과 고통에 신음하는 모든 사람의 기쁨과 희망, 슬픔과 번뇌는 바로 그리스도를 따르는 신도들의 기쁨과 희망이며 슬픔과 번뇌”(사목헌장 1항)라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지난 10월 7일에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제48차 세계성체대회 개막에 즈음하여 ‘성체성사의 해’를 시작하면서 교서「주님 저희와 함께 머무소서」를 발표하셨습니다. 교황께서는 이 교서에서“성체성사는 교회 생활에서 친교의 표현일뿐만 아니라 전 인류를 위한 연대의 계획”(27항)이라고 전제하시고, “성찬례가 공동체에 더욱 정의롭고 우애로운 사회 건설에 실제적으로 투신하도록 재촉하는 자극”이기에 “가난한 이들과 나눔을 실천함으로써 표현되는 애덕이 결여된 성찬례 거행은 적절하지 못하다.”(1고린 11,17-22. 27-34. 사목헌장 28항 참조)고 강조하셨습니다.

 

하느님의 모습을 지닌 인간은 사랑의 행위를 통해서 태어나며, 우리는 모두 창조주이신 하느님을 통하여 인격적으로 존재합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700-1709 참조). 그럼에도 우리 주위를 돌아보면 개인이나 공동체가 인격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는 인간 존엄성의 기준이 되는 인권의 상황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다음 5가지 소망이 실현되기를 기대합니다.

 

첫째, 반대자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필요합니다. 올해 한국 사회는 대통령 탄핵 사태, 신행정수도 이전 문제, 국가보안법 존폐 논쟁, 사립학교법 개정 문제 등 정치적인 주요 사안마다 국민 여론이 첨예하게 갈라지며 사회 갈등이 지나치게 증폭되는 사태를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공동선을 추구하기 위한 합리적인 논쟁은 필요하지만 의견을 달리하는 상대방에 대한 존경심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다면 사회 통합을 깨뜨리는 극단적인 분열 상태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대단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사목헌장 28항 참조). 그러므로 반대자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공동선에 대한 관심과 합리적인 대화가 절실히 요청됩니다.

 

둘째, 생명을 유린하는 온갖 행위로부터 생명을 보호해야 합니다. 아무런 방어 능력이 없는 태아를 살해하는 낙태 행위는 중지되어야 하며, 하느님께서 주신 생명을 국가 공권력으로 박탈하는 사형제도는 폐지되어야 합니다. 이런 뜻에서 우리는 낙태를 허용한 모자보건법 제정 30주년을 맞이하여 2003년 2월에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시작한 ‘생명 31 운동’을 적극 지지하면서, 반생명적인 문화를 배격하고 새로운 생명 문화를 가꾸어 나가는 일에 우리 모든 신자가 온 국민과 협력해 나가기를 호소합니다. 또한 비록 살인죄를 저지른 죄인에 대한 처벌에서도 사형이 아니라 종신형 제도로 대체하도록 국민 여론에 호소합니다. 낙태와 사형제도로 위협받는 생명을 보호할 수 있도록 정부와 입법기관에서도 이에 합당한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촉구합니다.

 

셋째, 군대와 경찰 등과 같은 조직 안에서 행해지는 구타와 폭력 등 인권 유린의 현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심한 경우 죽음에 이르기까지 하는 이러한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벌어지는 폭력 행위는 사회의 여론이 관심을 갖기만 해도 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넷째, 최저 생계수준과 최저 주거기준에도 못 미치는 형편에서 살아가는 가난한 이들과 성 매매 여성, 노숙인, 비정규직 노동자, 장애인, 수감자 등 소외된 계층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합니다. 또한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의 인권을 증진시키기 위해서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 소외 계층의 인권 수준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얼마나 성숙한지를 나타내는 척도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다섯째, 북한과 아시아 여러 나라의 인권 상황에 대해서도 폭 넓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사회 질서와 사회 발전은 언제나 인간화를 목적삼아야 한다.”(사목헌장 26항)는 교회의 가르침대로 북한과 아시아 대륙의 복음화가 인권 실현에서부터 이룩되기를 바랍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그 동안 우리 교회는 인간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하여 인권을 가르치고 수호하는 일에 미력하나마 헌신해 왔습니다. 이 책무는 앞으로도 결코 변할 수 없는 중요한 예언 직무라 하겠습니다. 평화를 통한 인권 신장을 위해 투신하라는 요청은 하느님께서 현대 사회의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부여하신 책무입니다. “어떠한 집단이든 다른 집단의 요구와 정당한 열망, 더욱이 온 인류 가족의 공동선을 고려하여야 한다.”(사목헌장 26항)는 공의회의 가르침에 따라 우리 모두 이웃 사랑에 더욱 충실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을 수호하고 공동선을 증진하며 인권을 신장시키는 거룩한 사랑의 대열에 다 함께 동참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2004년 12월 5일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최기산 주교



346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